251호 표지이미지
여행스케치 5월호
[호주 와인투어] 호주 레드와인의 맛 이제 알아가고 있어요! 로치포드 와이너리 투어
[호주 와인투어] 호주 레드와인의 맛 이제 알아가고 있어요! 로치포드 와이너리 투어
  • 오승해 기자
  • 승인 2006.08.1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06년 8월. 사진 / 오승해 기자
와이너리 체험투어에서 만난 와인과 치즈들. 2006년 8월. 사진 / 오승해 기자

[여행스케치=호주] 지난 7월 케이크와 디저트를 비롯한 베이커리 과정을 공부하기 위해 들어간 호주의 윌리엄 앵글리스 학교. 그 학교의 이벤트 매니지먼트 과정에서 받은 첫 번째 수업은 와인 제조장 겸 전시장인 ‘와이너리’ 체험투어였다.

본격적인 수업 과정이 시작되기 전, 어느 학교에서나 신입생을 위한 오리엔테이션이라는 것이 있다. 나 역시 설렘과 떨리는 마음으로 새로운 환경과 사람을 만났고, 각 학과마다 일종의 체험답사 투어라고 할 수 있는 ‘익스커션’이 있다는 걸 알았을 때는 더욱 흥분되기도 했다. 신입생들에게 긴장과 흥미를 동시에 줄만한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이 학교의 센스가 보통이 아니라는 느낌마저 들었다. 여하간 내가 참가하게 된 투어리즘 이벤트 매니지먼트는 멜버른 근교에 위치한 야라밸리 지역의 로치포드(Rochford) 와이너리 투어였다.

야라밸리는 시티에서 1시간 가량 떨어진 도시 외곽이다. 한국으로 생각하면 서울시청에서 수원 혹은 용인이라 생각하면 될 듯. 한국의 그곳에선 아파트와 고층 건물, 복잡한 상업지역이 떠오르지만 야라밸리는 드넓고 앙상한 가지들이 달린 포도밭이 펼쳐진 한적한 시골 풍경이었다. 

2006년 8월. 사진 / 오승해 기자
로치포드의 책임자가 열심히 와인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2006년 8월. 사진 / 오승해 기자
2006년 8월. 사진 / 오승해 기자
샵 한 쪽에 놓여진 와인 저장 오크통들. 2006년 8월. 사진 / 오승해 기자

로치포드 와이너리에 도착하자마자, 이미 손님 맞을 준비를 마친 긴 테이블에는 치즈와 빵, 담백한 크래커와 글라스, 개인 접시, 나이프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이어 로치포드의 매니저가 투명한 와인 글라스를 들고 참가자들의 빈 와인잔에 레드 와인을 천천히 채워 넣고 있었다. 

시음할 것은 레드 와인 두 가지와 화이트 와인 두 가지였고, 마실 때마다 매니저의 친절한 설명이 뒤따랐다. “아, 왜 이렇게 쓰냐.” 알코올에 많이 약한 탓인지 몇 번 그렇게 중얼거리는 동안 취기가 돌아버렸다. 빨개진 얼굴을 본 옆 친구가, “Your cheeks are so red. Are you alright?” 라고 자꾸 물어봐서 아주 민망한 순간이 있었으나, 정신은 아주 말짱(!)했다.

소개받은 와인은 ‘riesling’, ‘macedon ranges rose’, ‘pinot noir’와 ‘reserve chardonnay’였는데, 매니저의 말에 따르면, 레드 와인은 년도가 내려갈수록 색이 짙고 스파이시한 맛이 강하다고 했다.

보통 차갑게 해서 마시는 게 좋은데 요즘 같은 겨울에는 실내에 두어도 괜찮다는 말도 덧붙인다. 와인을 받을때 글라스 잡는 법도 알려줬다. 엄지와 검지 손가락으로 긴 다리를 잡고 중지로 밑을 받쳐야 한단다.

와인의 컬러와 맛, 향을 음미하는 방법도 가르쳐 주었다. 참 맛있게 드시는구나 생각했다. 마신 뒤 입에서 잠시 머무르게 한 뒤 목으로 넘기는 소리가 왜 그렇게 감칠맛이 나던지. 나도 따라했는데 그냥 홀짝 마셔버리는 소주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랄까.

시음이 다 끝나고 나서 와인으로 알딸딸한 얼굴을 회복하기 위해 와이너리 샵 여기저기를 둘러보았다. 그동안 머그컵에 와인을 마셨던 나는 근사한 와인 글라스도 샀다. 카페 겸 레스토랑은 커다란 오크통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통유리 창에 둘러싸여 채광도 좋고 전망도 시원스러웠다. 2층에는 갤러리가 있었고 전망대가 있는 나선형의 계단도 올라가 봤다. 와이너리에 참여한 다른 그룹도 볼 수 있었는데, 소규모로 온 그들은 전문가의 설명을 들으며 와인을 시음하고 있는 중이었다. 

사실 겨울이라 여름만큼의 성수기는 아니다. 그래도 꾸준히 찾아오는 방문객을 위해 이곳만이 아니라 야라밸리의 모든 와이너리는 1년 내내 개방되어 있다. 맛있는 음식과 디저트 서빙은 기본, 멋진 디너파티를 하고 싶을 만큼 아름다운 주변과 와이너리 샵의 잘 꾸며진 인테리어가 멋진 곳이다. 빈번한 페스티벌과 이벤트가 많이 열리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뮤지션들이 자주 방문한다는 여름에 오면 진짜 좋겠다 싶었다. 

2006년 8월. 사진 / 오승해 기자
와이너리 카페 쇼윈도에 진열된 다양한 파이와 케이크. 2006년 8월. 사진 / 오승해 기자
2006년 8월. 사진 / 오승해 기자
겨울이라 썰렁해 보이는 로치포드의 포도밭. 2006년 8월. 사진 / 오승해 기자

매니저는 얼마 전에는 노라 존스가 왔다 갔다는 말을 하며 매우 자랑스러워했다. 떠나는 우리들에게 앞으로 관광과 이벤트를 배우게 될 학생이니만큼 와인에 대한 지식을 많이 쌓길 바란다는 조언과 이번 여름과 내년 학기 시작에 다시 만나기를 기대한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하루에 4계절이 존재한다는 멜버른의 날씨. 이 날은 쌀쌀하긴 했지만 밝은 햇빛을 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샵 2층에 올라가 포도밭을 보며 광활한 겨울 녹색을 담기에 카메라가 부족하다는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와이너리 투어는 아쉬움과 여운을 남긴 채 끝났다. 와인과 함께 먹은 치즈도 좋았지만 육질이 좋은 호주산 청정육 스테이크와 레드 와인을 먹었더라면 환상이었을 게다. 이번에는 그냥 ‘처음으로 갔다’ 는 의미에 무게를 둬야 할 듯. 

오히려 그런 아쉬움이 다음 기회엔 제대로 둘러보고 마시고 먹고 오자는 다짐을 하도록 만들었다. 와인은 모쪼록 음식과 어울려야 제대로 빛을 내니까 말이다. 덕분에 요즘, 입맛에 맞는 로치포드의 레드와인을 마시며 흡족해 하고 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건, 그때마다 폴 지아마티와 산드라 오가 출연해 호평을 받은 영화 <사이드웨이>가 기억난다는 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