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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고향풍경] 푸른 솔 우거진 청송 사과마을 동구 밖 길섶길섶 새빨간 사과향 가득
[고향풍경] 푸른 솔 우거진 청송 사과마을 동구 밖 길섶길섶 새빨간 사과향 가득
  • 박영오 객원기자
  • 승인 2006.10.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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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06년 10월. 사진 / 박영오 객원기자
초가을부터 늦가을 까지 줄곧 영그는 사과. 2006년 10월. 사진 / 박영오 객원기자

[여행스케치=청송] 청송의 특산물은 단연 사과이다. 청송 땅에 들어서면 청송을 알리는 이정표마다 사과가 먼저 등장한다. 청송 땅 곳곳에 사과 과수원이 가득한데, 특히 부동면과 현동면 일대와 주산지 입구에는 한집 건너 한집이 사과 과수원이다. 

이 무렵 경북 청송 땅에는 볼거리 먹을거리가 가을 햇살에 영그는 과일처럼 넉넉하다. 우선 볼거리로는 국립공원 주왕산과 주산지를 들 수 있고, 먹거리는 청송사과와 고추가 예부터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

‘청송’(靑松)이라는 지명은 세월에 따라 느낌을 달리한다. 과거에는 심산유곡의 오지를 연상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오염이 없는 청정한 무공해 지역으로 인식되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청송땅 어디를 가든 고을 이름대로 푸른 솔(靑松)이 우거져 있는, 오염원이 없는 지역이라서 ‘웰빙’이 생활의 대명사가 된 이 시대에 청정한 농산물의 고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2006년 10월. 사진 / 박영오 객원기자
청송을 알리는 이정표에서 청송은 주왕산과 청송사과의 고장임을 알 수 있다. 2006년 10월. 사진 / 박영오 객원기자
2006년 10월. 사진 / 박영오 객원기자
직접 생산한 사과를 길손에게 팔고 잇는데, 인심이 낙낙하다. 2006년 10월. 사진 / 박영오 객원기자
2006년 10월. 사진 / 박영오 객원기자
과수원 길 따라 코스모스와 갈대가 어우러져 푸근한 가을 풍경을 그린다. 2006년 10월. 사진 / 박영오 객원기자

청송 땅에선 고개 하나를 넘으면 푸른 솔과 맑은 개울이 어우러져 있고 또 하나의 고개를 넘으면 사과 과수원이 서로 이웃해 있다. 그래서 청송에서는 ‘과수원집’이라는 이름을 따로 쓸 수가 없을 듯하다. 마을길을 걸어가면 길섶으로 사과나무가 가로수처럼 이어져 있어 손만 뻗으면 사과를 딸 수가 있다. 옛날처럼 과수원을 탱자나무 울타리나 철조망으로 격리시켜 두지는 않는다.

그러나 농민들이 일년 내내 자식처럼 키워온 농산물을 장난삼아 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사과가 붉게 영그는 과수원 길에는 부러 심어놓은 코스모스도 좋지만 자연으로 자란 쑥부쟁이와 구절초가 드문드문 꽃을 피워 그저 그 길을 따라 걷는 것만 해도 행복하다.

2006년 10월. 사진 / 박영오 객원기자
신지식인으로 지정된 사과 영농인 임관우씨. 2006년 10월. 사진 / 박영오 객원기자
2006년 10월. 사진 / 박영오 객원기자
새빨갛게 영근 청송 사과. 2006년 10월. 사진 / 박영오 객원기자

과수원마다 사과나무 품종이 다양해 추석 전 초가을부터 늦가을까지 줄곧 사과가 영글고 있어, 이 무렵에 청송 땅에 가면 언제 어느 곳이든지 사과 수확이 한창이다. 그리고 과수원 입구마다 농민이 직접 생산한 사과를 팔고 있는데, 인심이 넉넉해 사과 한 두알 쯤은 쉽게 맛볼 수 있다. 

청송에서 생산되는 사과는 일교차가 커서 육질이 단단하며 다른 지역 사과보다 당도가 높아 ‘꿀사과’라고 불리는 만큼 이미 전국에서 명품 사과로 인정받고 있다. 청송은 낙동강 상류지방으로 강우량이 적고 일조량이 많은 데다 일교차가 커서 맛있는 사과가 생산된다고 한다. 하루 사과 한 알이면 의사도 필요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 건강에 좋은 영양분으로 가득 차 있는 과일이 바로 사과인데, 오염원이 없는 청정 지역에서 생산되는 당도 높은 청송사과가 보약처럼 여겨진다. 매년 10월 중순에 사과 축제가 열리는데, 좋은 사과를 생산자에게 직접 구매할 수가 있다.

청송군청에서 사과 영농인 임관우씨를 소개 받아 간 곳은 멀리 주왕산이 바라보이는 부동면 지리 마을이다. 군청에서 소개해주는 사과 마을답게, 마을 전체가 사과 과수원으로 둘러싸여 있다. 그 중 유난히 아름다운 집이 있는데, 그 집이 바로 신지식인 농업인으로 지정받은 임관우(62세)씨 댁이다. 

마침 사과 수확이 한창이다. 정성들여 가꾼 첫 수확물이기에 사과 한알 한알을 소중하게 다루고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엄숙함마저 든다. 2002년 신지식인으로 지정된 농민의 농장답게 과수원에는 스프링클러와 풍력발전의 풍차를 연상하게 하는 ‘팬’이 설치되어 있다. 팬은 일교차가 큰 이 지역에, 개화기 때 서리를 예방하고 여름철 고온을 막기 위해 설치한 것이라고 한다.

2006년 10월. 사진 / 박영오 객원기자
왕버드나무가 몸을 담그고 잇는 주산지 풍경은 언제 봐도 신비롭다. 2006년 10월. 사진 / 박영오 객원기자
2006년 10월. 사진 / 박영오 객원기자
멀리서 바라본 주왕산. 국립공원으로 계곡과 폭포가 어우러진 산이 아름답다. 2006년 10월. 사진 / 박영오 객원기자

이렇게 생산된 사과이기에 당도가 높고 육질이 단단하다고 자부심 가득한 자랑이 이어진다. 과수원에서 직접 딴 사과를 깎지도 않고 맛보라고 내민다. 목초액을 이용한 저공해 농법으로 생산한 사과라고 하면서 수건에 쓱쓱 문질러 주는데, 그 맛이 일품이다. 

이렇게 생산한 사과를 대만으로 수출하고 대부분 인터넷과 전화주문으로 판매하는데, 7,000평 사과밭에서 생산한 사과가 모자랄 정도라고 한다. 선진농법으로 앞서가는 임관우씨 가족을 보면서, 우리 농촌의 미래가 결코 암울하지는 않다는 것을 알았다.

어찌 사과만 맛보고 오겠는가. 폭포와 협곡이 어우러진 주왕산을 반드시 들러야 하지 않을까? 이 무렵 주왕산에는 행락객이 발 디딜틈이 없이 가득하다. 그렇다면 한적한 주산지를 찾으면, 주왕산의 번잡함을 위로받을 수 있고 덤으로 수령이 수백 년은 족히 넘을 왕버드나무가 저수지에 몸을 담그고 있는 신비한 풍경을 넉넉히 바라볼 수 있다. 파천면의 송소 고택에서는 종가 고택체험도 할 수 있다. 돌아오는 길에 청송사과 한 상자와 청송 고추 한 자루 싣고 오면 몸도 마음이 넉넉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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