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서울] 등산 자연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자연을 즐기고 사랑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산에 오를 때마다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얼굴 표정을 본다.
산에서 만난 사람치고 얼굴 표정이 일그러진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산을 타는 사람들은 언제나 웃고, 얼굴 모습이 평화롭다.
산을 타는 사람들은 여러 부류다. 트레킹하는 사람, 암벽을 타는 사람, 빙벽을 타는 사람, 산악자전거를 타는 사람 등등. 그들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즐거운 표정을 하고 있다.
‘산좋아 암벽전문 산악회’ 차태혁 대표를 만난 것은 우연이었다. 서울을 에워싸고 있는 산 가운데 하나인 불암산에서 산악회원들과 암벽을 타고 있었다. 그들은 거의 매주 암벽을 탄다. 전국 방방곡곡 좋다는 산과 암릉은 거의 다 올랐다. 멀리 가지 못할 때는 몸을 푸는 수준의 훈련을 하는데 마침 불암산에서 바위를 타고 있는 것이었다. 기자도 가까운 산에서 훈련을 해볼 요량으로 회원 가입을 물었더니 씩 웃는다.
“조금만 방심해도 큰 사고가 나기 때문에 회원들의 추천이 없으면 산악회원이 될 수 없습니다. 통제를 따르지 않거나, 다른 사람에게 방해가 되면 안 되거든요. 산 좀 탈 줄 안다고 주의 사항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요.”
차 대표는 산악회 카페도 비공개로 한다. 이 사람 저 사람이 산행에 동행하겠다고 덤비면 난처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암벽등반은 마음먹은 대로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전에 충분한 훈련이 되어 있어야 한다. 등산 인구가 많아지면서 사고도 늘고 있다. 한순간의 부주의가 큰 부상을 입게 하고 심하면 목숨을 앗아가기도 한다.
“산행은 체력만 믿고 하는 운동이 아닙니다. 마음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합니다. 아무한테나 권해서도 안 됩니다. 무작정 따라가는 것도 위험하죠. 특히 암릉을 타는 리찌 산행은 충분한 훈련과 장비를 갖추지 않으면 사고를 당할 위험성이 높습니다.”
차 대표는 아무런 준비도 안 된 사람을 몸에 좋다고 꼬드겨서 큰 산에 데리고 가는 것도 위험하고, 초보자가 1박 2일, 2박 3일 산행을 무작정 따라가는 일이나 하루에 20~30km를 산행하는 것도 위험하다고 말한다.
산행은 몸이 지치지 않고 즐거워할 만큼, 기분이 상쾌할 정도로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한다. 높고 큰 산을 단시간에 타고 넘을 생각을 하는 것은 오만한 짓이다. 자연이 허락한 만큼, 자연과 하나 되는 산행을 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