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대구] 숲을 거닐며 삼림욕을 하는 것이 최상의 숲체험이라고 생각했다면, 새로운 개념의 플라잉 에코 어드벤처가 기다리고 있는 타잔힐즈로 가보자. 마치 영화 속 타잔이 된 양 자유자재로 숲을 돌아다니며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숲을 바라보는, 아니 느끼는 또 다른 방법. 싱싱한 자연에서 보낸 짜릿한 하루.
숲 속 하늘을 날아다니는 짜릿함
“저기요, 하다가 중간에 내려오고 싶으면 어떡해요?” “무서우신가봐요? 근데 꼭 이런 분들이 나중에 집에 안 간다고 하시고 주말마다 오시던데요? 제가 장담하는데, 중간에 내려오시는 분들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이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끼야아호~” 소리. 안전교육을 받던 여섯 명의 시선은 동시에 하늘을 향한다. “엄마야, 장난 아니다!” “우리도 저런 거 하는 거예요?” 잠잠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술렁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뭔가 재미있는 일이 기다린다는 걸 알고 있는 걸까, 포기하겠다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여기는 대구 허브힐즈 내에 새롭게 문을 연 타잔힐즈. 휴일 아침의 이른 시간이었지만 잠깐이나마 타잔이 되어볼 수 있다는 꿈을 꾸며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타잔힐즈는 자연학습장으로 이용되던 메타세쿼이아 숲을 이용한 우리나라 최초의 플라잉 에코 어드벤처(Flying Eco Adventure)를 선보인 곳이다. “그동안 숲체험 하면 단순하게 산책을 하며 피톤치드를 흡입하는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이번에 도입한 플라잉 프로그램을 통해 역동적인 숲체험이 가능해졌다”는 것이 마케팅팀 박준형 대리의 설명이다.
플라잉 에코 어드벤처란, 땅을 밟지 않은 상태에서 나무와 나무 사이를 오가며 새로운 방법으로 숲을 체험하는 레포츠다. 나무의 생장을 방해하지 않는 것은 기본이다. 이미 영국이나 프랑스 등 유럽에선 일반화되었으며 최근 들어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친환경 레포츠. 국내에서는 타잔힐즈가 처음이다.
문을 연 지는 6개월이 채 되지 않았지만 소문을 듣고 대구는 물론 부산, 서울 등지에서도 찾아오는 이들이 많다. 다양한 허브로 꾸민 공원에서 휴식은 물론 활동적인 레포츠도 즐길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다.
에코 레포츠의 가능성을 보여주다
우리나라에선 처음으로 도입된 레포츠이다보니 시작 과정부터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한 차원 높은 숲체험 프로그램을 찾던 중 플라잉 에코 어드벤처를 알게 되었고 이 분야에서 기술력을 검증받은 프랑스 아마존어드벤처사와 손을 잡게 되었다. 타잔힐즈 내 모든 시설은 아마존사의 직원들이 직접 방한해 만들었으며 프랑스 안전검사관이 한국을 찾아 모든 시설에 대한 검사도 마쳤다. 지금도 정기적으로 아마존사의 직원들이 보수와 점검을 하고 있다.
타잔힐즈에는 놀랄 만한 것들이 몇 가지 있다. 우선 일반인들이 가장 공포를 느낀다는 9m를 훌쩍 넘어선 최대 높이 20m, 최장 길이 135m의 짚 슬라이드 시설 아래에는 안전그물이 전혀 없다는 사실. 개인안전장비 하나로 무리 없이 게임 코스를 즐길 수 있다는 얘기다. 말 그대로 하늘과 땅 사이, 지상 최고의 스릴을 만끽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타잔힐즈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에코 레포츠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모든 시설은 자연환경을 그대로 살렸으며 나무의 생장을 방해하지 않는 특수 기법으로 로프와 와이어만 연결해 시설을 완성했다. 시설을 고정하기 위한 못, 철사 등 직접적으로 해를 끼치는 장치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지금도 타잔힐즈 내의 모든 나무는 계속 성장하고 있다.
대구광역시 북구 읍내동에서 왔다는 여덟 살 지민이는 오늘 처음 해본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능숙하게 게임을 즐긴다. 오히려 옆에서 조마조마해 하는 사람은 지민이 엄마. 지민이는 “더 어려운 데는 없냐”며 은근슬쩍 도전 코스를 넘보지만 좀 더 키가 크면 다시 오라는 얘기로 간신히 달래본다.
또 부산에서 친구와 함께 찾은 김진숙 씨는 “처음 높은 데 올라가니까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하다 보니 무척 짜릿하다”며 몇 번 하니 속도에 익숙해져 나중엔 내려오기 싫더란다. 안전교육을 받을 때에는 걱정으로 다소 굳어 있던 김진숙 씨의 얼굴이 코스가 끝날 즈음에는 환하게 밝아져 있었다.
안전교육만 이수하면 누구나 참여
위험하거나 무서울 것 같다는 걱정과 달리 타잔힐즈 내의 모든 코스는 30분 정도의 안전교육만 이수하면 남녀노소(신장 140cm 이상, 체중 130kg 이하)가 참여할 수 있다. 교육은 장비교육, 확인교육, 실전 테스트로 이루어지는데 ‘보드리예’라는 개인 안전장비를 착용하고, ‘무스끄똥’이라는 연결고리 등의 사용법 등을 숙지한 뒤 모의 체험에 들어간다.
코스는 크게 챌린지(도전 코스, 가족 코스)와 서바이벌(모험 코스, 스포츠 코스)로 나뉘는데, 처음 하는 경우 도전 또는 가족 코스가 적당하다. 16세 미만 청소년과 어린이는 보호자와 함께 교육을 받아야 이용이 가능하며 신장 110~140cm의 어린이는 유아 코스를 이용할 수 있다. 또 여성이라면 도전이나 가족 코스를, 운동을 좋아하는 남성이라면 모험이나 스포츠 코스를 추천하는데 낮은 난이도부터 한 단계씩 밟아나가는 방법도 있고 4개 코스를 차례로 한꺼번에 할 수 있는 풀코스도 있다. 총 길이 1.5km인 풀코스는 마니아를 위한 것으로 어느 정도 숙련된 뒤에 참가하면 좋다.
또 모험 코스는 허브힐즈 대부분을 공중에서 둘러볼 수 있는 인기 코스로 녹차원은 물론, 힐즈 스테이지, 농경민속관 등을 위에서 내려다보며 색다른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게다가 사람들의 시선까지 한몸에 받을 수 있으니 도전 또는 가족 코스를 성공적으로 마쳤다면 한번 시도해볼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