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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굿바이 2008, 새희망의 2009] 겨울산과의 짜릿한 만남 “힘들기 때문에 더 오르고 싶다”
[굿바이 2008, 새희망의 2009] 겨울산과의 짜릿한 만남 “힘들기 때문에 더 오르고 싶다”
  • 서태경 기자
  • 승인 2008.11.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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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08년 11월. 사진 / 서태경 기자
겨울산을 오르는 등산객. 2008년 11월. 사진 / 서태경 기자

[여행스케치=무주] 한 해의 마지막을 즐기는 방법도 다양하다. 누군가는 일몰과 일출 여행을 계획할 것이고, 또 어떤 이는 언제나 그렇듯이 아무 일 없는 듯 시간을 보낼 것이다. 하긴 연말이라고 해서 뭐 달라질 건 없다. 하지만 적어도 새해를 맞는 우리의 마음가짐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로또 1등 당첨보다 값진, 겨울산행에서 희망을 담아오는 건 어떨까.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건만
제약회사에 다니는 김준한(34세) 씨는 올 연말 친구들 몇 명과 덕유산엘 가기로 했다. 평소 산을 싫어하던 그가 왜? 결론부터 말하자면 작년 겨울 눈 내린 산에서 맛보았던 뜨거운 컵라면 때문이란다. 처음엔 모두들 시시한 이유를 듣고 야유를 보냈지만 너무도 진지하게 설명을 늘어놓아 이제는 “나도 한번?” 이런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힘들게 산행을 마친 뒤에 맛보는 라면이 꿀맛이라나. 어쨌든 올 연말은 덕유산에서 맞을 생각에 12월 한 달은 아무리 바빠도 즐겁게 일할 수 있을 것 같다.

국민 레저라고 해도 될 만큼 산을 즐기는 인구가 부쩍 늘었다. 숲이 뿜어내는 청명한 기운과 흙을 밟는 즐거움. 가슴이 터질듯 숨이 턱까지 차오르지만 결국은 달콤한 휴식이 기다리고 있음을 알기에 끊임없이 산을 찾는지도 모른다.

2008년 11월. 사진 / 서태경 기자
눈꽃이 핀 겨울산. 2008년 11월. 사진 / 서태경 기자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건만…, 참고 또 참으면 못 참을 리 없다는 미덕을 요구하는 요즘 우리들의 현실과 많이 닮아 있다. 가다 지치면 쉬었다 가면 되고, 옆에는 그 길을 함께 가줄 누군가가 있다는 점도 어찌 보면 비슷하다.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 힘든 게 산행의 매력, 그중에서도 겨울산행의 묘미를 최고로 꼽는 사람이 많다. 재작년 암 선고를 받고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산을 다니게 되었다는 김진연(주부·41세) 씨는 산행 중에서도 겨울산행만큼 희열과 생동감을 주는 건 없다고 말한다. 

너무 고통스러워 “내가 여길 왜 왔을까”, “다시는 오지 말아야지” 하며 이를 박박 갈다가도 어느 순간 수많은 산봉우리들과 시야를 나란히 했을 때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단다. 특히 상상도 못할 설경이 펼쳐지는 겨울산은 잘 찍은 사진 한 장처럼 뇌리에 콕 박혀 자꾸만 떠나라고 재촉하는 듯하다고.

2008년 11월. 사진 / 서태경 기자
정상에 서 아래를 내려다본다. 2008년 11월. 사진 / 서태경 기자

얕보다가 큰코다치는 겨울산 
다양한 매력을 지닌 겨울산이지만 겨울산행은 다른 계절과 달리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혹한은 물론 폭설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소홀했다가는 곤란한 상황을 겪을 수 있기 때문. 의복부터 장비에 이르기까지 신경 써야 할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리땅산악회의 박일준 이사는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겨울산, 그중에서도 눈 내린 겨울산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데, 철저한 준비 없이는 매우 위험하다는 사실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고 말한다. 특히 눈이 많이 내리는 1~2월은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박 이사는 누구나 알고 있는 주의사항이지만 ▲복장과 장비를 제대로 갖출 것 ▲경험이 있는 사람을 비롯해 3~4명 정도와 동행할 것 ▲자신의 체력을 고려해 무리한 계획은 세우지 말 것 ▲일찍 시작하고 해가 지기 전에 산행을 마칠 것 - 늦어도 오후 4시 이전엔 하산을 거의 마쳐야 한다 ▲칼로리 높은 비상식량을 준비할 것 등 기본에 충실하라고 조언한다. 

이 밖에도 두꺼운 옷을 입었을 경우 땀이 나서 벗어버리면 갑자기 체온이 떨어지므로 가벼운 옷을 여러 장 겹쳐 있는 것이 필요하다. 방수방풍이 되는 고어텍스 원단의 윈드 재킷은 필수이며 일반 내의는 땀에 젖으면 오히려 체온을 떨어뜨리므로 가능하면 스포츠용 내의를 입어야 한다. 등산화 역시 동상을 막아주는 방수된 것과 여벌의 양말을 준비하면 좋다. 이 밖에도 빙판을 대비한 아이젠, 등산용 스틱, 등산화 사이로 눈이 들어오는 걸 막아주는 스패치, 장갑, 모자, 여분의 휴대폰 배터리 등을 챙겨야 한다. 

소방방재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3년간 12월~2월에 접수된 산행사고가 평균 315건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강원도소방본부는 지난해 2월 말 기준으로 조난자 36명 가운데 3명이 숨지고 31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밝혔다. 이중 주요 원인은 무리한 산행과 주의태만으로 인한 실족이었다.

2008년 11월. 사진 / 서태경 기자
겨울산의 가장 큰 매력, 눈꽃. 2008년 11월. 사진 / 서태경 기자

가장 큰 매력은 역시 ‘눈꽃의 향연’
산악 정보를 제공하는 고산21의 운영자 박영춘 씨는 10년 전부터 우리나라 겨울산행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고 말한다. 특히 강원도 평창의 선자령과 반대쪽 능경봉~제왕산 구간은 한겨울엔 줄을 서서 올라가야 할 정도로 유명한 겨울산행지가 되었단다. 그리 힘든 코스가 아닐뿐더러 산을 오르며 설원과 동해, 풍력발전기 등을 두루 볼 수 있어 묘미가 남다르다는 설명이다. 

블로거 건실청년은 해맞이를 겸해 오르면 좋을 곳으로 태백산을 추천한다. 눈과의 사투가 만만치 않지만 예상보다 길이 험하지 않았다고. 특히 눈꽃과 주목이 일품인 태백산에는 3월까지도 눈이 쌓여 있어 비교적 오랫동안 겨울산을 만끽할 수 있단다.

대한산악연맹의 조대행 부회장은 설악산 최고봉인 대청봉과 한라산을 추천한다. 두 곳 모두 일반인들에게 친숙하지만 실제 겨울에 이곳을 등반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단다. 태백산과 닿아 있는 대청봉에 올라서면 동해가 한눈에 보일뿐더러 이곳에서 맞는 일출이 특히 장관이다. 한라산에선 백록담에서의 일출을 최고로 꼽는다. 기상 상태에 따라 등산로가 폐쇄될 때가 많지만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해가 떠오를 때 바다가 붉은빛을 흡수해 가히 환상적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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