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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스트레스에 강하다! 건강여행] 향기에 취하고, 꽃맛에 반하는 아산 세계꽃식물원 이것이 진짜 플라워테라피!
[스트레스에 강하다! 건강여행] 향기에 취하고, 꽃맛에 반하는 아산 세계꽃식물원 이것이 진짜 플라워테라피!
  • 최혜진 기자
  • 승인 2009.02.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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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09년 1월. 사진 / 최혜진 기자
가족끼리 찾는 아산 세계꽃식물원. 2009년 1월. 사진 / 최혜진 기자

[여행스케치=아산] 허브 추출물을 이용한 자연치료법인 ‘아로마테라피’는 흔히 알지만, 생화의 향기로 스트레스를 치료하는 ‘플라워테라피’는 아직 생소하다. 하지만 꽃향기에 포함된 테르펜계 성분이 피로를 덜어주고 기분을 상쾌하게 해준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1000만 송이의 꽃이 피어 있는 세계꽃식물원에서 플라워테라피로 온몸의 피로를 말끔히 털어냈다. 

2009년 1월. 사진 / 최혜진 기자
심신을 안정시키고 숙면을 돕는 라벤더. 2009년 1월. 사진 / 최혜진 기자

꽃향기 맡으면 힘이 불끈~
스트레스에 짓눌린 날엔 퇴근길에 챙기는 것이 있다. 바로 화사한 빛깔의 장미 한 다발이다. 혹자는 스스로에게 하는 꽃 선물이 궁상맞다 했지만, ‘꽃향기를 맡으면 힘이 솟는 꼬마자동차’처럼 코를 대고 ‘킁킁’ 향기를 맡으면 피로가 싹 가신다. 그래서 종종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기분 좋은 사치를 부리곤 한다. 

그런데 실제로 꽃을 이용해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치료하는 ‘플라워테라피(Flower Therapy)’가 요사이 각광을 받고 있단다. 농촌진흥청 원예연구소가 한 교실에 나팔나리를 꽂아두고 다른 교실에는 꽃을 두지 않은 채 초등학생들에게 수학시험을 치르게 했다. 시험 후 혈액 속 코티졸(스트레스 유발성분) 농도를 측정한 결과, 꽃을 옆에 둔 학생의 수치가 훨씬 낮았다고 한다. 꽃향기의 위력이 검증된 셈이다. 

2009년 1월. 사진 / 최혜진 기자
‘꽃돌이’라 불리는 대형 수반도 세계꽃식물원의 볼거리이다. 수면 위로 떠오른 울긋불긋한 꽃들이 아름답다. 2009년 1월. 사진 / 최혜진 기자

며칠째 ‘힘이 솟는’ 꽃향기가 간절하더니, 결국 사시사철 꽃천지가 펼쳐지는 아산의 세계꽃식물원으로 향했다. 실내전시관 9000m², 실외정원 2만m²의 세계꽃식물원은 실내 식물원 규모로는 국내 최대이다. 이 지역 화훼농가 모임인 ‘아름다운 정원 영농법인’이 네덜란드식 가든센터를 본떠 조성했다. 1000개의 품종, 1000만 송이의 꽃이 온실 안에서 태양의 기운을 머금고 각양각색의 매력을 뿜어낸다. 아직은 제법 날씨가 춥지만 바깥세상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식물원은 이른 봄을 맞고 있다. 빨갛고 청초한 동백꽃이 제일 먼저 방문객을 맞아준다. 

은은한 향을 따라가니 온실 속으로 저절로 발걸음이 옮겨진다. 동백관, 구근관, 초화관을 지나 허브정원에 이르면 꽃향기가 절정이다. 어느새 상쾌한 향기가 온몸을 휘감는다. 졸음을 쫓아주는 페퍼민트, 긴장을 풀어주는 라벤더, 기억력을 높여주는 로즈메리까지 모두가 몸에 좋으려니 하고 숨을 깊이 들이쉰다. 

꽃을 마음껏 만져볼 수 있는 것이 이곳의 장점인지라, 하나하나 손으로 쓸어본다. 보랏빛 꽃이 매혹적인 헬리오트로프는 초콜릿 향이 나고, 파인애플 세이지는 이름처럼 파인애플 향이 진하다. 손에 남은 향긋한 향이 좋아 계속 코끝으로 음미해본다. 가족이나 연인끼리 삼삼오오 모여 꽃밭에서 유유히 노니는 모습이 보기에도 좋다. 모두의 얼굴에 꽃보다 환한 웃음꽃이 피었다. 

2009년 1월. 사진 / 최혜진 기자
꽃밥의 재료인 베고니아, 비올라, 상추, 치커리 등이 100% 무농약으로 재배되어 바로바로 식탁에 오른다. 2009년 1월. 사진 / 최혜진 기자

꽃밭으로 변한 밥상 
허브정원 옆의 식용꽃 재배지에서는 꽃밥의 재료로 쓰이는 베고니아, 임파첸스, 비올라와 상추, 치커리 등이 재배되어 바로바로 식탁에 오른다. 식물원의 해설을 담당하는 이용환 이사가 은근히 꽃밥 자랑을 늘어놓는다. 

“꽃밥의 재료가 되는 꽃은 알레르기를 일으키지 않고 독성이 없는 것을 선별해서 100% 무농약으로 키워냅니다. 아미노산, 비타민, 미네랄이 풍부해서 면역이 증진되고 노화도 방지되는 건강식이지요. 게다가 뿌리, 줄기, 잎까지 꽃을 피우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쏟잖아요. 그 기운을 전해 받은 꽃잎은 ‘에너지 집합체’가 될 수밖에 없지요.” 

‘진달래 먹고 물장구 치던’ 어린 시절에는 간혹 동네에 만발한 진달래를 따 먹은 기억이 있다. 하지만 그 후로는 왠지 못미더워 도시에선 꽃을 따 먹기가 꺼려졌는데, 온실 속에서 고이 길러진 무농약 꽃이라니 반가움이 앞선다. 어릴 적 먹었던 진달래의 맛을 가물가물 떠올리는데 이윽고 밥상이 차려졌다. 울긋불긋 형형색색의 꽃이 사뿐히 그릇에 내려앉았다. 

우선 꽃의 빛깔에 눈이 즐겁고, 향긋함에 코가 즐겁다. 고사리, 버섯, 쇠고기, 오이가 곁들여진 꽃밥에 고추장을 넣고 쓱쓱 비벼서 한입 넣어본다. 꽃의 맛을 찾아보려 혀끝으로 요리조리 애를 쓴다. 아삭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부들부들한 꽃잎 표면의 촉감이 느껴진다. 확실히 잎에 비해 수분을 많이 머금고 있어 촉촉하다. 무엇보다 몸에 좋다니 한 그릇을 뚝딱 비워낸다. 

강렬한 태양의 기운을 잡아둔 유리 온실은 여전히 한낮처럼 온기가 가득하다. 꽃향기가 충만하고, 배는 두둑하니 긴장이 풀리고 몸이 나른하다. 퇴근길 장미 한 다발에 비하면 스스로에게 꽤나 큰 선물을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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