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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탐방! 어촌체험마을] 모세의 기적, 갯벌체험, 일출과 일몰… 즐겨찾기 여행지로 딱!  제부도
[탐방! 어촌체험마을] 모세의 기적, 갯벌체험, 일출과 일몰… 즐겨찾기 여행지로 딱!  제부도
  • 서태경 기자
  • 승인 2009.02.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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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09년 1월. 사진 / 서태경 기자
유명한 제부도의 일몰. 2009년 1월. 사진 / 서태경 기자

[여행스케치=화성] 체험여행이 대세라지만 수많은 프로그램과 장소 중에서 나에게 딱 맞는 곳을 고르는 일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여기를 주목해보자. 가까운 거리, 모세의 기적을 연상케 하는 바닷길과 다양한 체험이 가능한 곳, 경기도 화성의 제부도다. 작다고 얕보지 마시라. ‘작아도 야무지다’는 표현은 이런 곳을 두고 하는 말이다.

초등학교 4학년인 민영이네 식구들은 두어 달에 한 번씩 제부도를 찾는다. 처음에는 할머니댁이 그 근처인가 했는데 알고 보니 순전히 아이들을 위해서란다. 체험여행을 위해 번번이 멀리 나갈 수 없어 근교에서 적당한 곳을 찾던 중 민영이 엄마 아빠가 연애하면서 가끔 찾았던 제부도 생각이 나더라는 것이다. 

오랜만에 제부도를 찾았고 엄마 아빠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10여 년 전 마지막으로 보았던 모습과 너무도 달라졌기 때문이다. 혹시나 실망스럽게 변하지는 않았을까 염려했는데 오히려 갯벌체험장과 자전거하이킹 코스, 해안산책로까지 갖추고 새롭게 변해 있더라는 것이다. 
그동안 제부도 하면 매일 두 차례 바닷길이 열리는 서해의 작은 섬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어촌체험을 하기에 이만한 곳도 없다는 민영이 엄마 말에 덩달아 몸이 근질거린다. 게다가 지난해에는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주최한 전국어촌체험마을 평가에서 장려상까지 탄 곳이란다.

2009년 1월. 사진 / 서태경 기자
제부도의 명물 산책로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여행객들. 2009년 1월. 사진 / 서태경 기자

제부도에서 발견한 낭만 풍경, 해안산책로…
제부도에 가려면 무엇보다 물때를 맞추는 게 우선이다. 마침 ‘조금’ 때라 하루 종일 차량 통행이 가능하다고 해 느긋한 마음으로 길을 나섰다. 제부도에 가까워질수록 오늘 섬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어촌이라는 특성상 여름이나 가을에 체험거리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바다에 기대어 평생을 살아온 이들에게 계절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물론 여행객들의 선택의 폭은 다소 줄어들지만, 직접 바다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할 수 있는 것들은 얼마든지 있다. 일단 이런저런 정보를 얻기 위해 마을 안내소에 들렀다. 

“먼저 안내소 옆에서 시작되는 해안산책로부터 가보세요. 한 5년 전에 우리 마을에서 처음 시도했는데, 반응이 좋아 다른 마을에서도 많이들 참고를 했지요. 바닷물이 들어오면 교각까지 잘름잘름 물이 차올라 스릴도 있고 낭만도 있어요” 하며 최호균 어촌계장이 우리를 그쪽으로 안내한다. 

사람이 많지 않은 산책로를 완전히 전세 내고 걸으니 제법 운치 있다. 얼마 전에는 산책로 중간에 전망 데크까지 만들어 사진 촬영을 하기에도 그만이다. 산책로를 끝까지 걸어가면 식당과 숙박시설 등이 들어선 제부도해수욕장에 이르는데, 때가 때이니 만큼 해수욕장은 한가하다. 다만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도로 정비가 한창이라 조만간 훨씬 깔끔해진 모습을 볼 수 있을 듯하다. 

2009년 1월. 사진 / 서태경 기자
최근 산책로에 새롭게 생긴 소라 모형의 조형물과 전망대. 2009년 1월. 사진 / 서태경 기자

이 길이 끝나는 지점에 제부도의 명물 매바위가 있다. 매가 비상하는 모양을 하고 있어 매바위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데 3개의 바위 중에서도 실제 매바위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다. 이 주변이 갯벌체험장이다. 

아직은 아니지만 성질 급한 사람들은 4월 초만 되면 갯벌에 뛰어들어 남들보다 빨리 봄을 만끽한단다. 바지락, 가무락, 밤게, 칠게 등이 잡히는데 일반인들이 별다른 기술 없이도 잡을 수 있는 것은 바지락이다. 땡볕 아래서 구슬땀을 흘리면서도 살아 움직이는 생명을 건져 올리는 재미가 그만이라, 체험객수도 어마어마하다. 제부리 어촌계에 따르면 지난해 공식적으로 집계된 제부도 방문객이 120만 명을 넘었고 이중 상당수가 갯벌을 찾았다. 

해돋이와 해넘이를 모두 볼 수 있다고?
제부도는 해안선 전체 길이가 12km에 불과해 크기로만 치자면 서울의 여의도보다도 작다. 하지만 작다고 절대 얕보면 안 된다. 제부도에 한두 번만 와보면 ‘작지만 야무진’ 섬이라는 것을 금세 알 수 있다. 

제부도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자랑은 하루 두 번씩 열리는 2.3km의 바닷길. 일명 ‘모세의 기적’이다. 이렇게 드러난 물길이 약 6시간 동안 열려 육지와의 소통을 가능하게 해준다. 하지만 불과 20년 전까지만 해도 이 길은 허벅지까지 빠져가며 건너야 했던 뻘이었다는 게 마을 사람들의 설명이다. 

2009년 1월. 사진 / 서태경 기자
방문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마을안내소. 2009년 1월. 사진 / 서태경 기자

1980년대 말 포장을 하면서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물 속 찻길’이 된 것이다. 이때부터 제부도가 여행지로 알려지기 시작했고 다양한 편의시설이 생겼다. 성수기가 아닌데도 찾아오는 이들이 꽤 되는 걸 보니 수도권을 대표하는 섬 여행지로 이미 자리를 굳힌 듯하다. 

산본에서 찾아왔다는 여대생 4명은 “자가용이 없어서 어디를 갈까 고민하던 중에 제부도는 버스로도 갈 수 있다는 소리를 듣고 찾아왔다”면서 “소문으로만 듣던 바닷길을 버스를 타고 달리는 기분이 최고였다”며 아직도 흥분이 가시지 않은 모습이다. 하지만 중요한 점을 하나 놓쳤다며 어촌계 이복동 운영위원장이 귀띔을 한다. 바로 제부도에서 일출과 일몰을 모두 볼 수 있다는 사실. 

“해돋이와 해넘이가 모세의 기적에 가려져 덜 알려진 게 아쉽다”며 이왕 왔으니 일몰만큼은 놓치지 말란다. 제부도 일몰은 매바위 부근과 산책로에서, 일출은 해안드라이브 길에서 볼 수 있다. 자리만 살짝 바꿔주면 하루 동안 이 모든 것을 볼 수 있으니 이 정도면 수지맞는 여행이다. 

2009년 1월. 사진 / 서태경 기자
육지와 섬을 이어주는 모세의 기적 바닷길. 2009년 1월. 사진 / 서태경 기자

아, 바람 좋다, 자전거나 타볼까
볕도 좋고 바람도 좋아 자전거를 한 대 빌려 제부도 하이킹에 나섰다. 잘 닦인 해안도로가 있지만 일부러 마을 안길을 이용했다. 겨울이면 한가해지는 농촌과 달리 어촌은 특별히 한가로운 시기가 없다. 오히려 겨울이면 더 바빠진단다. 

특히 제부도에서 나오는 굴은 없어서 못 팔 정도라더니 비닐하우스 곳곳에서 할머니들이 모여 굴을 까느라 분주하다. 낯선 이가 슬그머니 문을 열고 들어가도 반색을 하며 싱싱한 굴을 건네는, 훈훈한 정이 아직 살아 있다. 

“바람이 겁나서 오늘 새벽엔 아들만 나가고 우리들은 앉아서 굴만 까는 거야.” 능숙한 손놀림이지만 쭈그리고 앉아서 하는 모습이 여간 힘들어 뵈지 않는다. 힘들지 않으시냐고 여쭈니 당신 며느리는 시집온 지 10년도 더 됐는데 아직도 굴을 못 깐다며, 왜 안 힘들겠냐 하시면서도 60년도 더 갈고닦은 자신만의 기술을 뽐낸다. 

할머니께서 까주신 굴 하나를 받아 먹으니 특유의 굴 향이 식욕을 자극한다. 이만한 크기의 굴이면 물컹할 법도 한데 전혀 그렇지 않다. 실제 제부도에서는 조개구이나 회만큼이나 굴을 빼놓을 수 없다. 딱히 겨울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사계절 굴을 맛볼 수 있다. 뜨끈한 굴밥 한 그릇은 겨울철 추위는 물론, 여름 더위를 이열치열로 이기는 데도 그만이다. 

2009년 1월. 사진 / 서태경 기자
없어서 못 판다는 제부도 굴로 만든 굴밥. 2009년 1월. 사진 / 서태경 기자

해안도로로 빠져나오니 차가 거의 다니지 않아 자전거로 돌기엔 그만이다. 이렇게 끝까지 가면 매바위, 해수욕장 앞길을 돌아 달리면 산책로와 선착장까지 이어진다. 넉넉잡아 달려도 1시간이면 둘러볼 수 있는 거리다. 

빨간 등대가 눈에 띄는 선착장은 지금 낚시를 위한 데크 공사가 한창이다. 섬 어디나 낚시터가 되지만 머지않아 멋진 풍경을 마주하고, 보다 안전하게 낚시를 즐길 수 있을 듯싶다. 

오전에 차를 타고 제부도에 들어올 때는 몰랐는데 이 빨간 등대, 가까이서 보니 꽤 분위기 있다. 바다로 나가는 고깃배들과 새파란 하늘 그리고 갈매기 떼와 어우러진 빨간 등대. 제부도에는 생각보다 많은 그림이 숨겨져 있었다.

굴밥으로 든든히 배를 채우고, 제부도를 나오다 도로 한가운데 차를 세웠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바다 한가운데다. 바닷물이 얼굴까지 튀었지만 무섭기는커녕 난생처음 하는 경험이라 탄성이 절로 나온다. 바다 한가운데 서서 이렇게 멋진 마무리까지 할 수 있는 여행지가 또 어디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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