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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특별한 바다 여행] 씨알 굵은 녀석들이 기다린다! 충남 보령 무창포 바닷길
[특별한 바다 여행] 씨알 굵은 녀석들이 기다린다! 충남 보령 무창포 바닷길
  • 서지예 기자
  • 승인 2013.07.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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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13년 8월 사진 / 서지예 기자
2013년 8월 사진 / 서지예 기자

[여행스케치=보성] 충남 보령의 무창포에는 한 달 중 오직 그믐과 보름, 사리 전후에만 사람들의 발길을 허락하는 바닷길이 있다. 이때를 사리라고 하는데 이날을 전후로 조수 간만의 차이가 커지면 무창포 앞 석대도까지 1.5km가량의 바닷길이 열린다. 바닷물이 빠져 광활한 갯벌로 변하는 경우는 드물지 않지만 이렇게 섬까지 구름다리가 놓이듯 연결되는 곳은 전국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 우리나라에서 제일 긴 바닷길이라는 2.8km의 진도 바닷길과 비교할 때, 규모에서는 조금 빠지지만 바닷길 위에 널린 깜짝 선물만큼은 무창포도 뒤지지 않는다. 돌무더기와 바위로 이뤄진 바닷길 위에는 바지락, 낙지, 박하지(돌게), 게 등이 그득해 주워 담는 재미가 쏠쏠하다. 바닷길은 하루 두 번, 12시간 간격으로 오전과 밤에 열리는데 유달리 여름에는 밤에, 가을·겨울철에는 낮에 바닷길이 길고 넓게 나타난다. 이런 여름철 바닷길의 특성에 맞춰 8월 23~25일까지 개최되는 무창포 신비의 바닷길 축제 기간에는 횃불을 들고 밤바다를 가로지르는 특별한 경험도 해볼 수 있다. 

2013년 8월 사진 / 서지예 기자
2013년 8월 사진 / 서지예 기자

보름 간격으로 바닷길이 갈라질 때면 무창포는 바다가 부려놓는 깜짝 선물을 챙기려는 이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조수 간만의 차이가 커지면서 기암괴석으로 이뤄진 해저지형이 드러난다는 원리를 알면서도 여기저기서 신기하다며 탄성이 새어나온다. 바닷길은 해안에서 해변 앞의 섬 석대도까지 1.5km에 이르는 우아한 S자 커브로 이어지는데 멀리서 보면 흡사 거대한 바다 생명체의 등줄기 같다. 수많은 돌로 이어진 바닷길을 따라 바다 한가운데로 향할수록 왜 현대판‘모세의 기적’이라 불리는지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다른 점이 있다면 영화 <십계>에서처럼 바닷물 사이로 길이 완벽하게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중간에 물이 덜 빠진 구간이 존재하고, 양동이나 비닐봉지를 든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는 것이다. 


“아빠, 여기 소라게 있어. 우아, 엄청 큰 소라도. 내 주먹보다 커요. 정말 신기해요.”

“여기 낙지 있네. 진짜 크다. 그냥 맨손으로도 잡혀. 이렇게 큰 조개는 처음 봐. ”

2013년 8월 사진 / 서지예 기자
바닷물이 빠진 곳에선 갯벌 놀이가 한창이다. 2013년 8월 사진 / 서지예 기자

갯벌에서 조개 좀 캐봤다는 사람도 탄성을 자아낼 만큼 씨알 굵은 해산물이 바위틈이며 돌 아래, 물웅덩이에 숨어 있다. 바다가 졸지에 육지가 되어버리는 상전벽해 사태에 놀란 멍게, 성게, 새우는 먼저 주워가는 사람이 임자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개 1~2시간 반가량의 제한된 시간 동안 바닷길을 걸을 수 있어 미리 인근 슈퍼에서 호미와 장화를 빌려 들고 1시간 전부터 대기하는 사람도 많다. 여름철 낮에는 바닷길이 석대도까지 열리지 않아 중간에 돌아서야 하지만 해변 앞 갯벌까지 모두 드러나므로 해산물을 캐는 재미가 덜해지진 않을까 하는 걱정은 접어둬도 좋다.  

이렇듯 조수 간만의 차를 여실히 드러내는 지형 덕분에 무창포는 예부터 특이한 낚시법이 전해온다. 무창포에서 나고 자란 김종구 어르신이 풀어놓은 이야기에 따르면 여름 사리 때는 밤에 횃불 하나만 들고 바닷길에 서서 낚시를 했단다. 불을 보고 시커멓게 모여드는 가오리, 도미, 박하지(돌게), 붕장어를 그저 주워 담기만 하면 됐다고.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양이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바닷길은 보물 창고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는 것이 어르신의 설명이다. 그 전통을 재현하는 의미로 신비의 바닷길 축제 중에는 횃불을 들고 밤 바닷길을 걷는 행사가 진행된다. 밤 바닷길은 인솔자 없이는 매우 위험하므로 행사의 일원으로 참여하는 것이 안전하겠다. 

2013년 8월 사진 / 서지예 기자
무창포해수욕장에서 모래놀이에 빠진 아이들. 2013년 8월 사진 / 서지예 기자
2013년 8월 사진 / 서지예 기자
"모래 인어지만, 넌 내 스타일~." 2013년 8월 사진 / 서지예 기자

바닷길이 아니더라도 무창포는 해수욕을 즐기기에 좋은 해변을 자랑한다. 특히 1.5km에 이르는 모래사장은 바다 쪽으로는 조개껍데기가 섞여 있지만 뭍에 가까워질수록 모래가 고와져 모래찜질을 하기에 그만이다. 무창포관광협의회 임홍빈 회장의 무창포 자랑에 따르면 이 모래 덕분에 무창포가 1928년 서해안 최초로 해수욕장으로 지정되었단다. 닭벼슬섬과 석대도 풍경도 멋지지만 당시엔 모래찜질로 효험을 보려는 사람이 많이 찾았다고. 바닷모래에는 염분과 철분, 우라늄이 많아 예부터 찜질을 하면 신경통과 관절염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내 스타일인데. 가만 있어봐, 꼬리 망가져. 음~, 가슴에 모래 좀 더 쌓아줘.”

“야, 너 거기 만지는 거 아니야.”


“와하하, 인어다! 인어. 진짜 예뻐. 딱 내 스타일이야.”

왁자지껄 흥겨운 소리에 돌아보니 모래사장에 등장한 것은 다름 아닌 머리가 노랗고, 잘생긴 데다, 몸매도 글래머러스한 인어 아가씨, 아니 인어 총각(?)이다. 무창포해수욕장으로 MT를 나왔다는데 친구에게 모래찜질을 시켜주는 김에 인어를 빚어놨단다. 무창포 모래가 힘주어 뭉치면 모양이 잘 유지되는 편이라 멋진 모래 조각이 나왔다. 둘러보니 해변 여기저기 보드라운 모래를 덮고 한가로이 누워 있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해수욕장이 개장한 지는 80여 년이 지났지만 보송보송하고 은색으로 빛나는 무창포 모래는 여전히 인기를 누리는 듯했다. 

물때가 지나 바닷물이 차오른 바다도 수영을 하기에 적당한 수심과 수온을 가졌다. 

2013년 8월 사진 / 서지예 기자
석대도까지 길게 이어지는 바닷길. 2013년 8월 사진 / 서지예 기자

서해에 있는 대개의 해수욕장이 썰물 때, 물이 수백 m씩 빠져나가버려 물놀이를 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곳이 많은데 무창포해수욕장은 그렇지 않다. 바닷길이 갈라질 때만 아니라면 갯벌이 그리 넓지 않아 물놀이하기 좋다. 갯벌을 지닌 서해 대부분의 해수욕장이 그렇듯 무창포해수욕장도 동해 정도의 푸른 물빛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비교적 물이 맑은 편이고 수질도 지난 6월에 실시한 검사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2013년 8월 사진 / 서지예 기자
닭벼슬 섬 옆으로 뻗은 기암괴석의 해변. 2013년 8월 사진 / 서지예 기자

 

한편 해수욕장을 에둘러 산책하는 길에 만나는 무창포의 풍광은 소박한 바닷가 정취를 물씬 느끼게 한다. 해변 한쪽 끝에 들어선 바위섬 닭벼슬섬은해변에서 나무 데크 산책로를 이용해 가까이 가볼 수 있다. 섬은 거대하고 울퉁불퉁한 바위 해변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그 위를 걸어볼 수 있도록 데크 중간이 열려 있다. 반대쪽 해변 끄트머리에 위치한 아담한 무창포항은 해수욕장의 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어 가볼 만하다.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무창포해수욕장이지만 여전히 바다에 기대 사는 주민이 많아 고깃배가 많이 정박해 있다. 거기에 앙증맞은 크기의 빨간 등대까지 더해져 소박함을 더한다. 항구 입구의 수산시장에서는 철 따라 갓 잡아온 싱싱한 광어, 우럭, 전어, 대하, 주꾸미, 게 등을 저렴하게 맛볼 수 있어 무창포를 찾은 이들의 식도락까지 만족시킨다. 


특징 그믐과 보름에 해변과 섬을 잇는 1.5km 바닷길 출현
해안선 길이 1.5km
요금 오토캠핑장 1박 1만5000원, 샤워 어른 2000원, 어린이 1000원
편의시설 화장실 13동, 샤워실 3동, 캠핑 가능
주소 충남 보령시 웅천읍 관당리 7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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