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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특별한 바다 여행] 1만5000년 바람이 쌓은, 살아 있는 사막 충남 태안 신두리해안사구
[특별한 바다 여행] 1만5000년 바람이 쌓은, 살아 있는 사막 충남 태안 신두리해안사구
  • 송보배 기자
  • 승인 2013.07.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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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13년 8월 사진 / 송보배 기자
2013년 8월 사진 / 송보배 기자

[여행스케치=태안] 태안 신두리해수욕장은 수심이 얕고 해변이 넓어 매년 많은 피서 인파가 몰린다. 해변이 3km에 달해 여유롭게 해수욕을 즐길 수 있고 바닥이 단단해 ATV를 타고 해변을 달리는 인파도 줄을 잇는다. 저녁 무렵이면 바다를 빨갛게 달구는 노을이 피서객들을 매혹한다. 

2013년 8월 사진 / 송보배 기자
버드나무가 군락을 이룬 사구습지. 2013년 8월 사진 / 송보배 기자

하지만 무엇보다 신두리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바닷가 사막, 신두리해안사구의 존재다. 무려 1만5000년 전부터 파도와 바람에 의해 형성된 신두리해안사구는 사구의 원형이 잘 보존된 곳으로 우리나라 사구 중 유일하게 천연기념물 제431호로 지정되어 보호하고 있다. 

오전 9시. 신두리 바다는 보일 듯 말 듯 얼굴을 내밀지 않는다. 짙은 우윳빛 물안개 사이로 파스텔 톤의 바다가 나타났다 사라지길 반복한다. 물안개 자욱한 해변에 서 있자니 잠깐 사이 방향도, 시간 감각도, 물안개처럼 풀어진다. 화이트아웃. 바다를 집 삼아 다니던 옛 선박들이 유독 태안 해안에서 좌초가 잦은 것도 해안을 예사로 뒤덮는 물안개 때문이었다. 파도처럼 너울대는 안개 사이로 미인의 살결처럼 희고 고운 신두리해안사구가 모습을 드러낸다.  

2013년 8월 사진 / 송보배 기자
신두리해수욕장은 물이 얕아 해수욕에 적합하다. 2013년 8월 사진 / 송보배 기자

해안 쪽에 형성된 것이 1차 사구, 100 m쯤 떨어져 육지 쪽에 가깝게 형성된 것이 2차 사구인데 사구식물과 풀로 덮여 푸릇푸릇한 1차 사구와 달리 2차 사구는 온전히 고운 모래로만 형성된 언덕이다. 높고 둥근 모양이 마치 신라의 왕릉을 보는 것 같다. 하얗게 드러난 고운 모래언덕을 오르자니 따뜻하고 부드러운 모래 속으로 발이 푹푹 꺼져 들어간다. 아라비아사막을 걷는 것이 이런 느낌일까.  

“아유, 좋다. 세상에 이런 데가 있네?”

서울에서 온 박연숙 씨 일행이 신두리사구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감탄사를 연발한다. 만리포해수욕장에 왔다가 태안 토박이의 추천으로 신두리해안사구에 들렀단다. 가볍게 들른 곳인데 못 봤으면 아쉬웠을 것이라며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우리나라에 이런 모래언덕이 있다니, 처음 봤어.”

잠깐 들러본 길이라는 박연숙 씨 일행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사구에 오르더니 곳곳을 누빈다. 그 뒤를 따라 사구 위에 올랐다. 밑에서 보기에는 그저 벌거벗은 모래언덕인 것만 같았는데 위에 오르니 붉은 해당화가 점점이 무늬를 찍고 있다. 모래 한가운데 만발한 해당화 군락이 이색적으로 느껴진다. “어머, 올라오니 꽃 천지다, 얘.” 중년의 여인들이 까르르 웃음을 터뜨린다. 

2013년 8월 사진 / 송보배 기자
 정경자 문화관광해설사. 2013년 8월 사진 / 송보배 기자

“신두리해안사구는 그야말로 희귀 동식물의 보고입니다. 해당화, 순비기나무, 버드나무 군락지가 형성되어 있고, 사철쑥, 초종용 등 사구식물이 서식하고 있지요.”

태안군 문화관광해설사 정경자 씨는 태안 신두리해안사구가 군부대 지역으로 개발이 제한되어 있었기에 타 지역보다 생태계가 잘 보존될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최근에는 외래 잡풀을 뽑아내면서 생태계를 보전하려는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다. 2차 사구는 그야말로 사막의 축소판 같은 모습이지만, 바다에 접한 1차 사구에는 갖가지 사구식물이 초록 잎을 틔우고 있다. 

2013년 8월 사진 / 송보배 기자
사구의 유실을 막기 위해 모래포집기를 설치한 해변. 2013년 8월 사진 / 송보배 기자

1차 사구에 난 좁다란 오솔길을 따라 바다를 향해 걷고 있자니 어디선가 쌉싸래하면서 상쾌한 향기가 퍼져 올라온다. 순비기나무다. 모래에 뿌리박은 무릎 높이의 나무 수십 그루가 허브처럼 상쾌한 향기를 뿜어대고 있다. 그 너머로 시원한 바닷바람…. 신두리해안사구를 찾는 발걸음이 줄줄이 이어지는 것이 바로 이 맛 때문이구나 싶다. 

“내가 여그서 늙었시유. 옛날에는 사구에다가 소를 묶어놓고 풀을 멕이고, 옆 마을로 나당기고 그랬지유. 근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구 유명해져서 주말이면 사람이 셀 수도 없시유.”

신두리 주민인 김정열 할머니가 주말에 1000명 가까운 사람들이 신두리해안사구에 다녀갔다고 귀띔했다. <최종병기 활> 등 각종 영화가 촬영되면서 날로 더 많은 사람이 사구를 찾고 있다. “사람들이 뭣이 존가 하여간 좋다고들 혀요” 하고 심드렁하다가 “여 바다가 좋긴 좋지유. 넓고 이쁜 게….” 무심하게 뒤잇는 말이 결국은 신두리 자랑이다. 

2013년 8월 사진 / 송보배 기자
사구로 인해 형성된 두웅습지. 2013년 8월 사진 / 송보배 기자

신두리해안사구와 더불어 최근 각광받는 곳이 1.5km 거리에 형성된 두웅습지다. 해수욕 후 아이들과 함께 들러보면 좋을 생태 탐방의 산 교육장이다. 산에서 흘러들어온 물이 바닷물과 밀도 차 때문에 빠져나가지 못하고 사구습지로 고인 것인데, 200여 종의 식물과 10여 종의 양서류, 특히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으로 지정된 금개구리가 서식하고 있어 람사르 습지로 지정되어 있다.  

부여의 왕 해부루가 금빛 개구리 모양의 아이를 발견했고, 그 아이가 금와왕이 된 것은 익히 알려진 이야기. 금개구리는 전통적으로 권력과 재물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등줄기에 독특한 줄무늬가 있어 ‘개구리계의 패셔니스타’라고 불린다는데 애석하게도 오늘날에는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태로운 처지다. 

주말이면 많은 관광객이 사구를 찾는다. 2013년 8월 사진 / 송보배 기자

잔잔한 물가에 금개구리 자취는 보이지 않고, 아이 주먹만 한 황소개구리 올챙이들이 양동이 가득 담겨 꿈틀거린다. 자취를 찾기 어려운 금개구리 대신 그냥 보기에도 펄떡펄떡 힘이 넘치는 것이 얄밉기까지 하다. 다시 두웅습지가 금개구리로 가득 차는 날을 고대해본다. 

특징 국내 해안사구 중 유일한 천연기념물
해안선 길이 신두리해안사구 3.4km, 신두리해수욕장 3km
요금 샤워장 어른 2000원, 어린이 1000원, 파라솔 1일 대여 1만원, 튜브 1일 대여 1만원
편의시설 해수욕장 화장실 3동, 샤워실 3동, 숙박 70여 동, 사구 화장실 1동
주소 충남 태안군 원북면 신두리 산305-98(신두리해안사구), 원북면 신두리 1414-1(신두리해수욕장)

Tip. 
태안군에서 신두리해안사구와 천리포수목원을 묶은 시티투어 코스를 7월부터 운영한다. 매 주말 오전 10시에 태안새마을금고(태안터미널 옆)에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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