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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김치군의 세계 음식 기행 ②] ‘커피공화국’ 콜롬비아, 커피처럼 중독된 아레빠의 맛
[김치군의 세계 음식 기행 ②] ‘커피공화국’ 콜롬비아, 커피처럼 중독된 아레빠의 맛
  • 정상구 기자
  • 승인 2010.05.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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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요리하고 있는 현지인의 모습. 사진 / 정상구 기자

[여행스케치 = 콜롬비아] ‘신이 내린 커피 재배지’로 알려진 콜롬비아엔 또 어떤 음식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3개월이란 비교적 긴 시간을 머문 덕분에 현지인들이 즐겨 먹는 콜롬비아 음식들을 속속들이 맛볼 수 있었다. 

쿠바의 길거리 음식을 찾아서 
듣던 대로 콜롬비아는 ‘커피공화국’이었다. 어디를 가든 원두를 볶고 내리는 향이 훅 끼쳐왔다. 그런데 커피만큼이나 콜롬비아 사람들이 즐기는 음식이 있었으니, 다름 아닌 아레빠였다. 

아레빠는 옥수수로 만든 일종의 빵이다. 옥수수의 고소한 맛을 즐기는 콜롬비아인들은 밀가루로 만든 빵보다 이 아레빠를 훨씬 즐겨 먹었다. 심지어 밀가루를 약간 섞는 것조차 선호하지 않았다. 이렇다 보니 아레빠는 100% 옥수수로 만들어진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들의 ‘아레빠 사랑’은 대단해서 어느 음식점에 가든, 어느 집에 초대를 받든 항상 빠지지 않고 접시 한쪽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렇게 매끼마다 먹다보니 아레빠마다 맛이 약간씩 다르다는 것이 느껴졌다. 담백함이 돋보이는 음식이지만, 옥수수의 종류에 따라 미세한 맛의 차이가 있었다. 

치즈를 바른 고소한 아레빠. 사진 / 정상구 기자
길거리 음식점에서 아레빠를 굽는 상인. 사진 / 정상구 기자

요리하는 법도 다양했다. 토르티야(Tortilla)같이 얇은 것부터 팬케이크처럼 약간 두툼한 것까지, 그리고 기름을 적게 바르고 굽거나 기름을 넉넉하게 두르고 튀긴 것까지 각양각색이었다. 길거리에서는 아레빠의 배를 갈라 초콜릿이나 치즈를 바르거나, 햄을 끼워 넣은 군것질 거리를 팔기도 했다. 

처음엔 나도 아레빠에 별 매력을 못 느끼고 접시 한쪽에 치워놓곤 했는데, 어느 순간 그 담백한 맛에 점점 중독되어갔다. 후엔 길거리에서 팔고 있는 아레빠를 그냥 지나치기 힘들 정도가 됐다. 그중에서 치즈를 바른 아레빠는 입에 착착 감겼다. 치즈는 스페인어로 께소(Queso)라고 부르는데, 콜롬비아의 께소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치즈보다 좀 더 무르고 맛이 진하다. 노릿한 냄새가 풍길 정도로 진한 치즈와 담백한 옥수수빵의 절묘한 조화! 게다가 한국 돈으로 500원 정도면 사먹을 수 있어서 나는 콜롬비아에 머무는 내내 부담 없이 아레빠를 물고 다녔다. 

우리나라의 삼계탕과 비슷한 보고타의 ‘아히아꼬’. 사진 / 정상구 기자

메데진에서 맛본 현지 음식 
콜롬비아에서 3개월간 머물렀던 이유는 다름 아닌 어학연수 때문이었다. 그 기간 동안 ‘영원한 봄의 도시’라고 불리는 메데진에서 살았는데, 다른 대학교 수업을 청강하면서 많은 현지 친구들을 사귈 수 있었다. 

친구들이 생기면서 스페인어를 더 많이 연습할 수 있다는 것도 좋았지만, 초대를 받아서 그들의 집에 놀러 갈 수 있었던 것이 가장 기뻤다. 드디어 식당에서 사 먹는 음식이 아니라 그 나라 사람들이 직접 해준 음식을 먹어볼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나를 처음 집으로 초대해준 친구는 경영학과에 다니던 우고(Hugo)였다. 

그는 콜롬비아의 수도인 보고타에서 살다가 몇 년 전에 가족과 함께 이곳으로 이사를 왔다고 했다. 덕분에 우고의 집에서 보고타의 음식인 아히아꼬(Ajiaco)를 먹을 수 있었다. 닭고기와 감자, 그리고 옥수수를 넣고 푹 삶은 닭고기 수프였는데, 우리나라의 삼계탕과 비슷했다. 닭고기와 감자를 삶은 국물과 건더기를 먹고 나서, 마지막으로 옥수수를 먹는 것이 포인트다. 

마치 뷔페 음식처럼 여러 음식을 한 접시에 담아 먹는 메데진의 띠삐꼬 빠이사. 사진 / 정상구 기자
띠삐꼬 빠이사는 항상 아보가도를 곁들여서 먹는다. 사진 / 정상구 기자

그 이후 메데진 음식을 먹을 기회가 많아졌다. 그가 종종 집으로 초대한 것은 물론이고 가까운 교외로 주말 나들이를 할 때에도 나를 끼워줬기 때문이다. 메데진의 전통음식을 ‘띠삐꼬 빠이사’라 부르는데, 함께 나들이를 할 때는 더욱 푸짐하게 띠삐꼬 빠이사를 먹을 수 있었다.
 
띠삐꼬 빠이사는 다양한 음식이 한 접시에 올라간다. 대표적으로 콩, 소시지, 감자, 순대, 구운 바나나, 밥, 달걀프라이, 튀긴 돼지껍질, 아레빠 등이다. 커다란 접시에 넘칠 듯이 담아 주어서 마치 뷔페 접시를 보는 듯했다. 또 하나 특별한 점은 항상 아보카도를 곁들여서 먹는다는 것. 반으로 썰어놓은 아보카도를 샐러드처럼 곁들여 먹는 방식이 생소했다. 한국에서는 비싸서 먹을 엄두도 안 나는 아보카도가 콜롬비아에서는 1kg에 1000원 정도밖에 안 하니 푸짐하게 먹을 수 있었다. 

까르따 헤나는 카리브해와 인접한 콜롬비아의 북부 휴양도시이다. 사진 / 정상구 기자

콜롬비아는 갈치 천국
아보카도와 더불어 눈이 휘둥그레질 만한 반가운 음식을 만났는데, 다름 아닌 갈치였다. 카리브해와 접해 있는 북부 휴양도시 까르따 헤나를 여행할 때 마침 동행한 사람들이 신선한 생선을 구워 먹자고 해서 수산시장에 들렀다. 

수산시장 초입부터 많은 양의 갈치가 쌓여 있어 구미를 당겼다. 우리나라에서 그 정도의 크기면 1만~2만원을 호가하는 귀한 몸이다. 그런데 가격을 물어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단돈 500원! 제아무리 몸집이 커봤자 1000원을 넘기지 않는 저렴한 가격이다. 다른 생선들은 가격이 꽤 비싼 편인데, 유독 갈치만 이렇게 싼 이유는 이곳 사람들이 갈치를 먹지 않아서 동물 사료로 많이 이용하기 때문이란다. 덕분에 우리는 쾌재를 부르면서 10마리가 넘는 갈치를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까르따 헤나의 고즈넉한 골목 풍경. 사진 / 정상구 기자

그날 저녁 숙소 옥상에서 푸짐한 갈치구이 파티가 벌어졌다. 노릇하게 구워진 갈치를 잘 발라서 입에 넣으니 부드러운 살이 혀끝에서 사르르 녹는 듯했다. 먹고 또 먹어도 마치 요술상자처럼 신선하고 통통한 갈치가 끊임없이 나왔다. 갈치를 굽는 고소한 냄새가 숙소 밖까지 진동했다. 그렇게 우리들은 우리만의 풍성한 갈치 파티를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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