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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탐방! 어촌체험마을] 안산 대부도 종현마을 갯벌 사이로 썰매를 타고 달리는 기분!
[탐방! 어촌체험마을] 안산 대부도 종현마을 갯벌 사이로 썰매를 타고 달리는 기분!
  • 최혜진 기자
  • 승인 2009.10.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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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사진 / 최혜진 기자
갯벌 썰매를 즐기는 아이. 사진 / 최혜진 기자

[여행스케치=안산] 조개 캐고 꽃게 잡는 것만이 갯벌체험의 전부라고 생각했다면 오산! 부드러운 진흙의 표면을 미끄러지는 ‘갯벌썰매’와 단단한 갯벌 위를 거침없이 질주하는 ‘사륜 바이크’까지, 대부도 갯벌에서는 잠시도 지루할 틈이 없다. 

갯벌로 향하기 전에 꼭 봐야 할 풍경 
오이도에서 대부도로 들어가는 길, 시원한 바다 경치를 감상하며 시화방조제를 달리는 기분이 근사하다. 동양에서 가장 긴 인공 바닷길을 달리고 달려 방아머리 선착장을 지나면 바로 대부도다. 

대부도 북단의 구봉도로 방향을 잡았다. 9개의 봉우리가 있는 섬, 구봉도는 크고 작은 9개의 산봉우리와 바다가 어우러진 빼어난 경치를 자랑한다. 곳곳에 떠 있는 그림 같은 섬과 너른 갯벌체험장, 그리고 빼곡하게 들어선 조개구잇집 덕에 관광지로 인기가 좋다. 

사진 / 최혜진 기자
천영물 약수터로 가려면 구봉산의 봉우리를 넘어야 한다. 사진 / 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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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맞닿은 섬끝에 걸려 있는 천영물 약수터. 그 위치와 모양만으로도 범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진다. 사진 / 최혜진 기자

“우리 마을에서 제일로 유명한 거? 저쪽 구봉이 산에 천영물 약수터하고, 바다 위로 솟은 선돌바위인데….” 
우선 구봉도의 경치를 둘러보고 싶어 주민에게 물었더니, 어장 진입로를 따라 가다보면 ‘다~’ 나온다는 답이 돌아온다. ‘구봉이’라 불리는 작은 산을 끼고 도는 해안산책로를 걷는데, 산바람이라 해도 좋고, 바닷바람이라 해도 좋을 청량한 바람이 볼을 간질인다. 

바람을 만끽하며 15분 쯤 걷다보니 오른쪽으로 오솔길이 나있다. 약수터로 가려면 이 길을 따라 봉우리를 넘어야 한다. 그런데 오르막길은 그럭저럭 가겠는데, 내리막이 난코스다. 경사가 가팔라서 밧줄을 잡고 낑낑대며 내려가는데 저 아래에서 약수를 마신 사람들이 올라온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물맛 어때요?” 하고 물었더니 “물맛? 달지, 달아!” 하며 일단 한번 내려가 보란다.

사진 / 최혜진 기자
선돌바위를 배경으로 낚싯대를 힘껏 던지는 낚시꾼. 사진 / 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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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돌바위 사이로 하루 해가 저물어간다. 사진 / 최혜진 기자

사람들이 오른 길 아래로 천영물 약수터가 보인다. 바다와 섬의 경계에 걸려 있는 약수터의 신비로운 모양새에 탄식이 터져 나온다. 주변으로 돌을 쌓아올려 우물처럼 보이는 약수터는 천년에 걸쳐 내려온 귀한 물이 솟는다 하여 ‘천영물 약수터’로 불린다. 가뭄에도 마르지 않고 물맛이 좋아 다른 지역에서 일부러 찾아올 정도란다. 꿀꺽꿀꺽 약수를 들이켜는데, 아, 물맛 한번 좋다. 연거푸 두 바가지를 들이켜고는 봉우리를 넘어 길을 되돌아왔다. 

다시 산을 끼고 도는 해안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10분 쯤 가다보니 바다 위에 나란히 솟은 두 개의 작은 바위가 보인다. 왼쪽은 할머니바위 ,오른쪽은 할아버지바위라는데, 여느 바다 위의 바위들처럼 바다를 떠난 할아버지가 돌아오지 않자 기다림에 지친 할머니가 돌로 굳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선돌바위를 배경으로 낚싯대를 던지는 낚시꾼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한 분이 저쪽의 선돌바위를 가리킨다.

사진 / 최혜진 기자
“바지락이 갯벌 속에 꽁꽁 숨어 있어요.” 엄마와 함께 신나는 갯벌체험. 사진 / 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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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 속에 발이 푹푹 빠져도 아이의 얼굴은 내내 싱글벙글이다. 사진 / 최혜진 기자

“저 바위 왼쪽 것은 매를 닮고, 오른쪽 것은 고릴라 닮지 않았어요?” 
그러고 보니 날개를 접고 잔뜩 움츠린 매와 팔짱을 끼고 매를 지그시 바라보는 고릴라의 모습을 꼭 닮았다. 흔하디흔한 할머니바위, 할아버지바위보다는 매바위, 고릴라바위가 훨씬 더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내 마음대로 이름을 바꿀 수 없는 노릇이니 혼자 여러 모양만 상상해볼 뿐이다. 

천천히 바위의 풍경을 감상하는데 벌써 해가 저물기 시작한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해가 바위 사이로 떨어지는 일몰이 장관이다. 해가 떨어진 후에도 자리를 뜨지 않고 있었더니, 푸른색과 오렌지색이 ‘그러데이션’된 하늘 풍경이 덤으로 주어진다.

심심할 겨를 없는 제부도 갯벌
이튿날 아침, 숙소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니 바닷물이 밀려나가고 널찍한 갯벌이 드러났다. 갯벌체험을 하려는 이들이 쉴 새 없이 밀려들어 종현마을은 어제와 달리 활기를 띤다. 

사진 / 최혜진 기자
바닷바람을 가르며 갯벌을 질주하는 사륜 바이크. 사진 / 최혜진 기자

“오늘 점심은 자기가 캔 조개만 먹기다!” 
갯벌열차에 오르기 전에 한 체험객이 장난스럽게 운을 뗐는데, 일행들의 반발이 거세다. 그러나 그는 그런 반응에도 아랑곳 않고 또다시 얄미운 질문을 던진다. “바구니보다 더 많이 캐면 다 놓고 와야 하는 것은 아니죠?” 체험객의 넉살에 인솔자는 “주머니에 넣어 오시는 것까지는 봐드리겠다”며 인심을 쓴다. 

갯벌열차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갯벌체험장으로 달려 나간다. 들썩들썩 엉덩방아를 몇 번 찧고 나니 어느새 체험장이다. 알다시피 바지락 캐기는 진흙 위로 구멍이 송송 뚫린 곳을 호미로 살살 파내야 한다. 그런데 갯벌을 열심히 파 내려가던 예진이 엄마가 고개를 갸우뚱한다. 

“이 구멍에 소금 넣으면 더 잘 잡히지 않나요?” 
“그것은 맛조개를 캘 때 사용하는 법이고요, 이것은 바지락이라서 소금을 넣어도 안 나옵니다. 5~10cm 아래에 바지락이 모여 있으니까 구멍이 나 있는 부근으로 잘 파보세요.” 

사진 / 최혜진 기자
대부도에서 조개 구이를 안 먹고 가면 서운하다. 사진 / 최혜진 기자

평소에 예진이는 조개를 먹는 것도, 책 속에서 조개를 보는 것도 워낙 좋아했던 지라 엄마와 함께 캔 갯벌 속의 조개가 꽤나 신기한 모양이다. 엄마는 “이게 예진이가 잘 먹는 바지락이야. 이건 꽃게다. 어때? 옆으로 가니까 신기하지?” 하며 꿈틀거리는 바다생물들을 놓치지 않고 설명해준다.

그런데 아까부터 갯벌 사이를 씽씽 달리는 썰매가 여간 즐거워 보이는 것이 아니다. 한쪽의 갯벌에 조개가 동났다 싶을 때 아이와 함께 다른 쪽으로 이동하는 수단으로 만들어진 것인데, 아이들이 재미있다고 함성을 지르니 어느새 ‘이동용’이 아닌 ‘놀이용’이 되어버리고 만다. 썰매를 끄느라고 엄마, 아빠는 땀을 뻘뻘 흘리지만, 아이들은 더 태워달라고 연신 졸라댄다. 엄마, 아빠가 끌어주는 썰매가 갯벌 위에 부드러운 곡선을 그린다.

질척한 갯벌에 썰매가 있다면, 자갈이 많은 단단한 갯벌에는 사륜 바이크가 있다. 너른 갯벌을 거침없이 달리는 스릴을 만끽할 수 있는 사륜 바이크는 어른들의 차지이다. 바지락 캐기에서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했던 아빠들이 사륜 바이크를 타고 갯벌 위를 거침없이 질주한다. 그러고 보니 바지락을 캐고, 꽃게를 잡고, 썰매를 타고, 사륜 바이크로 질주하며 오늘 하루 갯벌에서 잠시도 지루할 틈이 없었다. 대부도의 갯벌은 어른들에게도 아이들에게도, 훌륭한 ‘놀이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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