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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축제 리뷰] 충남 서산 팔봉산 감자축제  “감자 캐고, 조개 캐서 트렁크가 가득! 친정집 온 것 같아요”
[축제 리뷰] 충남 서산 팔봉산 감자축제  “감자 캐고, 조개 캐서 트렁크가 가득! 친정집 온 것 같아요”
  • 송수영 기자
  • 승인 2010.07.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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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사진 / 송수영 기자
“주먹보다 더 큰 감자를 캤어요.” 사진 / 송수영 기자

[여행스케치=서산] 충남 서산 팔봉면 일대는 팔봉산이 병풍처럼 둘러 있고, 너른 들판에선 곡식들이 풍요롭고, 앞으로는 청정해역 바다가 펼쳐져 있어 그야말로 천혜의 환경이다. 특히 팔봉산이 위치해 있는 양길리는 감자가 맛있고 푸짐하기로 유명해서, 지난 6월 19~20일 이틀간 올해로 제9회를 맞이한 팔봉산 감자축제까지 열렸다. 

요즘 각 지자체마다 축제가 풍년이고 규모도 엄청나게 큰데, 팔봉산 감자축제는 그에 비하면 내용도 소박하고 일정이 이틀밖에 되지 않는 초미니 축제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이 중심이 되어 동네의 자랑인 감자를 알리고 함께 나누는 모습은 한층 정감이 간다. 

사진 / 송수영 기자
너른 갯벌에 뚝뚝 떨어져 앉아, 조개 캐기에 열심. 뜨거운 햇살도 이들을 막을 수 없다! 사진 / 송수영 기자

생각해보면 특별한 간식거리가 없는 농촌에서 감자만큼 고마운 작물이 없다. 요사이 건강을 생각하느라 밥에 잡곡을 많이 넣어 먹지만, 농촌에선 포슬포슬한 감자를 통째로 박아 가마솥에 쪄낸 밥이 정석이다. 또 굵은소금을 훌훌 뿌려 삶아낸 감자는 마실 온 아낙네나 학교 파하고 돌아온 아이들의 단골 간식이 아니던가. 무엇보다 모닥불에 구울 때 솔솔 피어나는 감자 익는 냄새처럼 고소한 것이 세상에 또 있을까? 

감자축제를 알리는 인상적인 상징물은 감자로 만든 작은 탑이다. 우연히 팔봉산을 오르는 길에 행사장에 들른 등산객들도 동그란 감자탑이 재미있는지 모임의 플래카드까지 펼치고 기념사진 한 장씩들 찍고 올라간다.   

저 안쪽에선 오늘의 주인공 감자가 가마솥에서 푹푹 쪄지고 있다. 행사장을 찾은 손님들에게 나누어줄 것이다. 감자야 집에서 얼마든지 쪄 먹을 수 있지만, 도시가스 불 위 압력솥에 쪄진 감자와는 그 맛이 전혀 다르다. 

사진 / 송수영 기자
축제 현장에서 항상 큰 인기를 끄는 삐에로. “동생 줄 칼 풍선 하나 더 만들어주세요.” 사진 / 송수영 기자

“이뿌지유? 많이 드슈….” 축제 첫날은 15가마, 오늘은 10가마의 감자를 준비했다며 연신 세 개의 가마솥을 오가며 감자 상태를 보는 마을 주민의 얼굴이 감자꽃처럼 환하다.     
 
행사장 가까운 밭에선 감자 캐기 체험이 벌어진다. 마트에서만 보던 감자를 땅속에서 캐내는 것이 연신 재미있는지 아이들도 호미를 보채며 땅을 이리저리 헤집는다. 그런데 깊이 파낼 것도 없이 감자가 노다지로 무리지어 숨어 있다. 동글동글 감자가 이렇게 예쁜 줄 오늘에야 처음 알았다. 

노다지 감자 덕분에 생각보다 금세 감자가 한 봉지 채워지고 이번엔 조개 캐기 체험장으로 고고! 앞서 언급했듯 이곳은 산과 들과 바다를 두루 품고 있어 알토란 같은 두 가지 체험이 한꺼번에 가능하다. 

행사장 한쪽의 접수처에 신청을 하고 셔틀버스로 체험장으로 이동한다(참가비 5000원). 바다가 있는 곳은 호리라는 마을로, 지형이 입을 크기 벌린 호랑이 머리 같아서 이름 붙여졌다고 한다. 마을 앞으로 시원하게 펼쳐진 갯벌은 오랫동안 마을 사람들의 공동 자산이었다. 

사진 / 송수영 기자
“오늘 저녁엔 여기서 잡은 바지락을 듬뿍 넣어 맛있는 칼국수를 끓여볼까?” 사진 / 송수영 기자

이곳 사투리로 ‘빠래고동’이라 불리는 소라와 간장에 조려 먹는 엄지손톱만큼 작은 게(일명 ‘똘장’), 그리고 조개가 지천이다. 마을 사람들만 드나들던 넓은 뻘을 일반인에게까지 개방한 것은 불과 작년부터다. 체험객들을 위해 샤워시설 등도 정비하였고, 올해 식당도 새롭게 문을 열 예정이다. 

이곳 갯벌은 규모도 크지만 주변 경관이 웬만한 명승지 부럽지 않다. 아담하고 소박한 마을을 돌아 바다로 들어섰는데 마침 바다에서 해무가 밀려와 한 폭의 동양화다. 요 앞까지 찼던 물은 어느새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멀리 빠져 너른 갯벌로 긴 지평선이 그려지고, 그 사이를 가로질러 긴 징검다리가 놓여 있다. 

자세히 보니 징검다리는 돌이 아니라 촘촘한 망 안에 한가득 들어 있는 굴껍데기다. 팔봉산권역 추진위원인 박종권 씨는 “우덜이 일일이 다 핸겨”하며 쑥스럽게 웃지만 그말이 아니더라도 그 노고가 적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겠다. 덕분에 한 발자국 옮길 때마다 ‘와작’하는 기분 좋은 울림이 발아래서 울린다. 

사진 / 송수영 기자
5살 생전 처음으로 갯벌을 찾은 이지민 어린이가 박종권 이장님으로부터 요령을 배우고 있다. 사진 / 송수영 기자

압구정동에서 온 지민(5), 지원(3) 형제는 태어나서 바닷가 갯벌 체험이 처음이다. 장화가 푹푹 빠지는 느낌도 생소하고, 조그만 게가 후다닥 걸어다니는 모양도 신기하다. 하지만 깨끗한 유치원과 놀이터에서만 놀던 터라 발아래 진흙이 묻자 일일이 닦아달라고 보챈다. 엄마 이은경 씨는 “괜찮아, 괜찮아. 이 흙은 아주 깨끗한 거야. 그러니까 옷이랑 신발에 묻어도 돼.”라며 아이들의 얼굴에까지 장난스레 흙을 묻혀준다. 

앞서 계시던 동네 어른이 새로운 체험객을 맞아 방법을 알려주신다. “요렇게 쬐끄만 구멍 있는 데를 파내서 잘 봐야 혀. 요렇게 생긴 구멍, 요기도 또 있네.”

갯벌체험은 아이만이 아니라 엄마인 이은경 씨도 처음이라 신기하기만 하다. 여기저기 파보더니 조개가 한두 개씩 모여가자 그 재미에 푹 빠진다. “저도 처음 해보는데 정말 재미있네요.” 
박종권 씨는 조개를 잡는 것도 재미있지만 물이 빠지는 때를 잘 맞춰 오면 바닷물이 밀려나가는 모습을 걸으면서 생생히 느낄 수 있어 정말 환상이라고 귀띔한다. 

여기저기 가족 단위로 체험을 많이 왔지만 다들 조개잡이에 집중해 있어 간간이 “여기 많다!”하는 단발의 외침을 제외하곤 사위가 고요하다. 파도가 몰려와 이 너른 갯벌을 덮기 전에 잠깐만 우리에게 허락한 즐거움, 각자의 손에 들려진 빨강 파랑 바구니 위로 가득 넘쳐난다. 

감자체험은 축제 일정에 한시적으로 이뤄지지만 갯벌체험은 여름 내내 진행되므로 이후 가족 단위로 찾아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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