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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8월호
[제주 오름과 숲] 꽃길을 따라 나선 봄날의 오름 기행, 큰사슴이오름&작은사슴이오름
[제주 오름과 숲] 꽃길을 따라 나선 봄날의 오름 기행, 큰사슴이오름&작은사슴이오름
  • 정은주 여행작가
  • 승인 2021.03.10 1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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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산로.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유채꽃과 벚꽃이 어우러진 녹산로.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국내 발생 이전에 촬영한 사진입니다.

[여행스케치=제주] 봄바람이 지나간 자리에 고운 비단을 펼쳐놓은 듯 샛노란 물결이 일렁인다. 봄이 무르익은 때면 제주도는 온 섬이 유채꽃으로 뒤덮여 화사함을 뽐낸다. 제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길을 따라 큰사슴이오름과 작은사슴이오름이 나란히 서 있다. 

제주 동부 중산간 마을인 구좌읍 송당리와 표선면 가시리 사이에는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가로지르는 긴 도로가 이어져있다. 제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로 꼽히는 ‘녹산로’이다. 평소엔 차들이 드문드문 다니는 한적한 길이지만 봄철만 되면 수많은 차량들로 때 아닌 교통체증이 벌어진다. 녹산로를 따라 유채꽃이 끝없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약 10km에 걸쳐 이어진 꽃길 가운데는 샛노란 유채꽃과 연분홍빛 벚꽃이 어우러진 환상적인 구간도 있다.

유채꽃과 벚꽃이 어우러진 풍경 너머로 큰사슴이오름과 작은 사슴이오름이 보인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유채꽃과 벚꽃이 어우러진 풍경 너머로 큰사슴이오름과 작은 사슴이오름이 보인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국내 발생 이전에 촬영한 사진입니다.

유채꽃밭 너머로 나란히 선 오름 형제
꽃길이 이어진 녹산로 중간 즈음에 큰사슴이오름과 작은사슴이오름이 서 있다. 유채꽃이 가득 핀 때에는 노란 물결 너머로 오름들이 나란히 보이는 그림 같은 정경이 펼쳐진다. 산체가 큰 것이 큰사슴이오름이고 오름 전체가 숲처럼 보이는 것이 작은사슴이오름이다. 두 개 오름 모두 형태가 사슴과 비슷해 크기에 따라 큰사슴이, 작은사슴이로 구분해 불리는데, 또 다른 설로는 이곳에 사슴이 살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옛 문헌에 따르면 조선시대에는 대록산(大鹿山), 소록산(小鹿山)이라 불렸다. 종종 오름 이름 뒤에 ‘산(山)’자가 붙은 경우를 볼 수 있는데 이는 한양에서 내려온 관리나 제주로 유배를 온 선비들이 산체가 큰 오름들을 육지의 산처럼 여겼기 때문이다. 대록산, 소록산을 비롯해 영주산과 단산, 군산 등이 비슷한 경우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큰사슴이오름에서 바라보이는 따라비오름 전경.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호젓하게 걷는 큰사슴이오름 둘레길.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큰사슴이오름 정상에서 바라본 일몰.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오름 군락이 파노라마를 펼치는 큰사슴이오름
큰사슴이오름은 비고가 125m 정도 밖에 안 되지만 해발 높이는 474.5m로 표차가 큰 편이다. 정상까지 가파른 경사면을 올라야하는 탐방로가 다소 힘이 들긴 하지만 나무 계단과 목침이 적당한 보폭으로 놓여 있어 천천히 쉬어가며 오를 수 있다. 탐방로 주변은 수풀이 자라고 있어 시야가 탁 트였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한낮엔 햇빛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어 모자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큰사슴이오름은 주차장에서 입구까지 진입로를 따라 약 10분 정도 걸어야 한다. 또는 유채꽃프라자에 주차한 후 갑마장길을 따라 가도 된다. 어느 곳이나 걸리는 시간은 비슷하다. 넓은 들판을 품은 오름 입구에 도착하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하나는 곧바로 정상을 밟는 길이고, 둘레길로 표시된 곳은 반대편에서 정상을 오르는 길이다. 경사진 계단을 오르는 것보다 내려가는 것이 편하다면 둘레길을 따라가기를 권한다. 완만한 경사로 이어진 둘레길을 이용하면 정상까지 한결 손쉽게 오를 수 있다. 내려올 때 펼쳐지는 아름다운 경관은 덤이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큰사슴이오름 정상에 서면 동부 지역 오름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한라산이 보이는 큰사슴이오름 정상 탐방로.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정상에 서면 한라산을 배경 삼아 올록볼록 솟아있는 오름 군락이 한 눈에 담긴다. 흰 구름에 둘러싸인 채 수많은 오름을 품에 안은 한라산은 신비로운 영산이다. 큰사슴이오름과 맞닿아 있는 작은사슴이오름도 오롯이 제 모습을 드러낸다. 남북으로 길게 뻗은 작은사슴이오름을 보며 문득 옛 사람들이 본 사슴은 이런 모습이었을까 궁금해진다. 지금도 사슴이 살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노루는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큰사슴이오름은 정상에 두 개의 분화구를 가진 특이한 오름이다. 마치 언덕을 넘듯 정상부에서 가장 높은 지점을 지나면 반대쪽으로 내려가는 길이 이어진다. 그 사이에 오솔길이 샛길 마냥 트여 있는데 이 길을 따라 큰 분화구 둘레를 돌 수 있다. 잡목림이 무성한 좁은 산길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데다 특별한 볼거리가 없어 아이들과 나선 탐방길에는 추천하지 않는다. 다만 호기심이 충만한 탐방객이라면 한번쯤 다녀올 만하다.   


서쪽 비탈면을 따라 정상에 올라왔다면 반드시 반대쪽 길로 내려가야 한다. 큰사슴이오름이 품은 나머지 비경을 놓치지 않으려면 말이다. 정상에서 몇 걸음 걷자마자 또 다시 탄성이 흘러나온다. 이번에는 북동부 지역에 펼쳐진 오름 군락이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오름들이 제 모습을 뽐내며 봐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오름 군락부터 남쪽의 푸른 바다까지 이어진 풍경은 한 컷 사진에 담기엔 턱없이 모자란 장관이다. 계단을 내려갈수록 점점 시야가 좁아지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INFO 큰사슴이오름
주소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산68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큰사슴이오름 정상에 서면 동부 지역 오름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두 개 오름을 가로질러 걷는 둘레길
오름 중턱부터는 둘레길과 합류해 처음 출발했던 갈림길까지 편하게 내려올 수 있다. 동남쪽 비탈은 나무들이 숲을 이룬 또 다른 풍경이다. 군데군데 조릿대가 군락을 이룬 모습도 이채롭다. 오름 아래 펼쳐진 푸른 목초지와 건너편에 보이는 따라비오름은 탐방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주차장부터 시작해 다시 되돌아오는데 약 1시간30분 정도 소요된다. 


큰사슴이오름을 크게 한 바퀴 도는 둘레길은 호젓한 산책길 같다. 큰사슴이와 작은사슴이 오름 사이를 지나가는 구간에는 조선시대에 만든 중잣성도 볼 수 있다. 잣성은 중산간 목초지에 쌓은 목장 경계용 돌담으로 옛적엔 이 일대에 최고 등급의 말을 키워내는 갑마장이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모두 사라지고 오래된 잣성만이 남아 옛 이야기를 들려준다. 오름 사잇길을 나서면 한적한 시멘트 포장길이 오름 탐방로와 맞닿은 갈림길까지 이어진다. 복잡한 머릿속을 비워내기에 역시 걷기만큼 좋은 것은 없다. 아무런 생각 없이 조용히 걷고만 싶을 때, 큰사슴이오름 둘레를 자박자박 걸어보자.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남북으로 길게 뻗는 작은사슴이오름 전경.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작은사슴이오름 입구에 이어진 삼나무길.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정석비행장이 내려다보이는 작은사슴이오름 
작은사슴이오름은 큰사슴이오름 주차장에서 1km 가량 떨어진 정석비행장 맞은편에 출입구가 있다. 출입구가 도로에 인접해 주의해서 살펴야하며, 주차 시설이 없기 때문에 부근 공터에 차를 세워두거나 큰사슴이오름에서 걸어가야 한다. 작은사슴이오름은 인적이 드물어 동행을 이뤄 탐방하기를 권한다. 


오름 입구에 설치된 철문을 지나면 양옆으로 삼나무가 빼곡하게 자라난 외길이 이어진다. 길을 따라 오른쪽은 비탈진 경사면에 삼나무가 숲을 이루고, 왼쪽은 너른 풀밭이 펼쳐져 있다. 잠시 산책을 나선 듯 길을 걷는 발걸음이 가볍다. 바람결에 실려 온 향긋한 숲 내음에 마음까지 맑아진다. 외길을 따라 약 7~8분 정도 걷다 보면 삼거리가 나타나는데 오른쪽에 난 오솔길로 접어들면 정상까지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오솔길은 언뜻 보면 카펫이 깔린 것 마냥 푸른빛이다. 길이 좁고 다소 습한 환경 탓에 바닥 곳곳에 이끼가 두텁게 깔려 있다. 그래서인지 판타지 영화에 등장하는 마법이 깃든 숲처럼 보인다. 마른 나뭇잎이 이끼 위에 덮여 있어 걸을 때는 푹신한 느낌마저 든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작은사슴이오름에서 내려다보이는 활주로.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완만한 언덕길을 오르다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정석비행장이 내려다보이는 작은 등성이에 닿는다. 온통 나무들로 막혀 있는 한 쪽에 시야가 트인 곳이 눈에 띈다. 정석비행장과 한라산이 또렷하게 잡히는 명당자리다. 이내 비행훈련을 마친 항공기가 활주로 위로 내려서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큰사슴이오름에서는 멀리 보이던 활주로가 이곳에서는 무척 가깝게 보인다. 덕분에 항공기가 상공을 날아다니는 동안 엄청난 굉음이 숲 전체에 울려 퍼진다.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것을 보며 한참 시간을 보내다 다시 발걸음을 재촉한다. 솔방울이 가득 떨어진 언덕진 소나무 숲을 오르면 곧 정상에 다다르게 된다. 풀숲이 우거진 정상부는 조릿대가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자라나 있다. 사방이 나무들로 둘러싸여 가슴이 뚫리는 것 같은 시원한 전망은 없지만 마치 고립무원에 놓인 듯 독특한 분위기가 마음을 끈다. 되돌아가는 발걸음이 아쉽지 않은 이유다.   

INFO 작은사슴이오름
주소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산 87-1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유채꽃프라자 앞에 세워진 이색 포토존.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TIP 탐방 후에 감미로운 커피 한 잔, 유채꽃프라자

큰사슴이오름 탐방을 마친 후 유채꽃프라자에서 커피 한 잔과 함께 잠시 쉬어가 보자. 서귀포시 가시리권역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의 일환으로 건축된 유채꽃프라자는 숙박시설과 카페, 세미나실 등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이다. 일반 관광객은 물론 단체 연수도 가능하며 큰사슴이오름과 가까워 탐방객들도 많이 찾는다. 2014년 한국농촌건축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건물은 주변 경관과 어우러지며 또 다른 볼거리를 선사한다. 건물 앞에 설치된 커다란 의자도 인생 포토존으로 통할 만큼 관광객들에게 인기다.
주소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녹산로 464-65
문의 064-787-1665 www.gasifar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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