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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8월호
'시간이 멈춘 마을'로 떠나는 레트로 여행
'시간이 멈춘 마을'로 떠나는 레트로 여행
  • 노규엽 기자
  • 승인 2021.03.15 1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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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 판교면의 80년대 풍경을 지닌 마을
옛 모습 그대로 남은 건물들 사이를 걷다
봄 제철인 우어회도 즐기는 미식 여행
1980년대에서 그대로 시간이 멈춰 버린 듯한 판교마을의 한 거리. 사진 노규엽 기자
1980년대에서 그대로 시간이 멈춰 버린 듯한 판교마을의 한 거리. 사진 노규엽 기자

[여행스케치=서천] 여행을 떠나며 빠지지 않는 고민거리 중 하나가 음식이다. 그곳에서 무엇을 먹을 것인가? 마음에 담아두었던 여행지를 찾아가 좋은 인증샷만 건져도 충분히 즐거운 여행이 되겠지만, 식도락까지 충족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충남 서천을 찾아가 잘 알려지지 않은 조용한 여행지와 우어회를 만나보자.

서천은 장장 400km를 흘러온 금강이 서해와 만나는 곳이다. 그래서 보통 서천 여행은 강가나 바닷가를 찾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내륙에도 눈을 돌릴만한 곳이 있다. ‘시간이 멈춘 마을이라는 별명을 지닌 판교면 현암리는 소소하게 감성을 채울 수 있는 레트로 여행지다.

화려했던 시절에 시계를 멈춘 마을
눈을 감으면 조그만 시골마을 / 옛 풍경이 보이네 // 복작복작 거리던 시장 / 졸졸졸졸 흐르던 하천 / 왁자지껄 낚시하던 남정네들 / 시끌벅적 모시짜던 아낙네들 // 조그만 시골 마을의 정겨운 풍경이 보인다.

판교면 시간이 멈춘 마을(이하 판교마을’)의 판교중학교 앞 골목길 벽면에 적힌 임예지 씨의 시 <시간이 멈춘 마을> 전문이다. 판교면에서 중학시절을 보낸 토박이가 쓴 시에는 어릴 적부터 어른들에게 들었을 마을의 옛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있을 터. 지금은 조용하고 작은 시골마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옛 시절에는 시장이 열려 사람들로 복작이던 곳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판교중학교 인근 벽에 그려져 있는 벽화와 시. 사진 노규엽 기자
판교중학교 인근 벽에 그려져 있는 벽화와 시. 사진 노규엽 기자
오성초등학교 후문에 판교면 특산물인 도토리 조형물이 있다. 사진 노규엽 기자
오성초등학교 후문에 판교면 특산물인 도토리 조형물이 있다. 사진 노규엽 기자
현재의 판교역. 안내지도에는 판교역부터 동선이 그려져 있지만 반드시 판교역부터 탐방을 시작하지 않아도 된다. 사진 노규엽 기자
현재의 판교역. 안내지도에는 판교역부터 동선이 그려져 있지만 반드시 판교역부터 탐방을 시작하지 않아도 된다. 사진 노규엽 기자

 

판교마을은 1930년대부터 광천, 논산과 함께 충남의 3대 시장으로 꼽혔으며, 특히 소를 사고파는 우시장이 유명했다. 당시에는 소를 운반할 교통수단이 없어 몇 사람씩 짝을 지어 소를 끌어다주는 소몰이를 비롯해 각지의 사람들이 시장을 찾았고, 하루에 몇 백 마리의 소가 거래되기도 했단다. 우시장이 열리는 날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어깨가 부딪혔다는 이야기와 함께 개도 돈을 물고 다닌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였고, 시장 주변으로 수십 군데의 주막을 겸한 국밥집이 성시를 이뤘다고 한다.

그러나 1980년대에 들어 교통이 발전하면서 우시장이 자리를 옮기면서 사람도 자연스레 빠져나갔다. 마을의 모습도 그 이후 크게 변하지 않아 2층 이상의 건물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현재는 주민들을 위한 냉면과 통닭집 등의 식당과 미용실, 시계방 등의 가게가 남아있는 가운데, 동일주조장, 우시장터, 장미사진관 등의 옛 건물들은 문이 닫히거나 비어있다. 서천군은 이런 마을 조건을 활용해 2022년까지 판교 시간이 멈춘 마을 조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판교마을 여행은 스탬프 투어와 함께
판교마을을 둘러보기에 앞서 판교면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하면 스탬프 지도를 받을 수 있다. 지도를 보고 다니며 해당 장소를 방문해 총 6개의 스탬프를 찍어 가면 마을 건물들이 그려진 기념품 엽서를 받을 수 있으니 마을을 둘러보는 김에 함께 하면 좋다. 또한, 스탬프 지도에는 도토리와 화살표 표시로 판교마을을 둘러볼 동선을 알려주고 있다. 지도에 적힌 동선을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지만, 걷는 길 중복 없이 다니기에는 편하니 참고할 만하다.

지도에 따르면 여행의 시작은 판교역이다. 옛 건물이 아닌 현재도 열차가 다니는 판교역으로, 열차를 타고 이곳을 방문하는 여행객을 위해 마련한 동선인 것으로 보인다. 판교역에서 출발하면 오성초등학교를 지나 마을로 들어서게 되는데, 이 두 곳은 딱히 옛 건물도 아니고 초등학교 후문 앞에서 판교마을의 특산품인 도토리 조형물을 보는 것 외에는 큰 볼거리가 없으므로 굳이 판교역부터 탐방을 시작할 필요는 없겠다.

 

실제 역사 건물은 아니지만 조형물로 구 판교역을 만들어 놓았다. 사진 노규엽 기자
실제 역사 건물은 아니지만 조형물로 구 판교역을 만들어 놓았다. 사진 노규엽 기자
구 판교역에서 인증샷을 찍어볼 수도 있다. 사진 노규엽 기자
구 판교역에서 인증샷을 찍어볼 수도 있다. 사진 노규엽 기자
극장과 호신술 도장 등으로 사용된 흔적이 아직도 남아있는 옛 공관 건물. 사진 노규엽 기자
극장과 호신술 도장 등으로 사용된 흔적이 아직도 남아있는 옛 공관 건물. 사진 노규엽 기자
1960~70년대 흥행했던 영화들의 포스터를 붙여놓았다. 사진 노규엽 기자
1960~70년대 흥행했던 영화들의 포스터를 붙여놓았다. 사진 노규엽 기자

 

스탬프의 첫 시작은 오성초등학교 방면에서 마을로 들어오는 길목에 있는 고석주선생 기념공원이다. 고석주선생은 군산에서 3.5 만세운동을 주도하고 판교마을에 와서 교회설립과 계몽운동 등을 한 인물로, 공원 규모는 크지 않지만 선생의 흉상과 맞은편으로 판교교회가 있어 의미를 느껴볼 수 있다.

고석주선생 기념공원 뒤편의 농협창고를 낀 골목을 걸으면 판교음식특화촌 건물이 나오고, 출입구 앞에서 조그맣게 복원해놓은 옛 판교역 건물을 찾을 수 있다. 실제 사용되었던 역사는 아니지만, 원래 이곳에 판교마을과 외부를 잇는 기차역이 있었음을 알려주는 포토존으로 활용되고 있다. 건물 앞으로는 1930년대에 심었다는 소나무가 남아있어 역전 광장의 자취를 느껴볼 수 있다.

옛 판교역에서 길을 재촉하면 곧 볼 수 있는 것은 옛 공관 건물. 새마을운동 당시 설립됐다는 이 건물은 영화, 공연 등의 문화생활을 즐기는 공간으로 활용되었는데, 부여, 옥산, 문산 등 인근 지역에서도 영화를 보러 올 정도였다고 하니 판교마을의 옛 시절이 얼마나 영화로웠는지 알 수 있다. 문이 굳게 잠겨있어 내부는 볼 수 없지만, 입구 양옆으로 1960~70년대 흥행한 영화포스터와 일반 500, 청소년 200이 적혀있는 매표창구, 상영시간표 등이 옛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90년대에는 호신술 도장으로 사용된 역사도 지니고 있어 입구 유리창에 호신술, 차력, 쌍절봉 등의 글씨가 남아있는 모습에 엷은 웃음이 나기도 한다.

옛 공관을 지나 판교농협 건물 안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인근 벽면에 소를 비롯한 다양한 벽화가 그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판교시장이 번성했던 시기의 단상들을 그려놓은 것으로 우시장으로 활발했던 모습이나 흥정꾼들, 경매꾼들, 떡을 파는 모습 등의 그림을 보며 지금의 마을 풍경과 대조를 느낄 수 있다. 한편, 스탬프 지도에는 우시장 벽화를 포토존으로 활용해볼 수 있는 예시도 알려주고 있으니 시도해보아도 좋겠다.

벽화 구역 이후로는 스탬프를 찍을 수 있는 오방앗간(옛 정미소), 장미사진관(적산가옥), 동일주조장이 가깝게 모여 있다. 이곳들 역시 내부는 볼 수 없게 되어있지만, 옛 모습이 그대로 남은 건물에서 세월을 느껴볼 수 있다. 특히 이 길목의 건물들은 보수도 하지 않고 남아있어, 70~80년대에 흔히 썼던 창문 문양 등을 보며 옛날 감성을 살려볼 수도 있겠다.

판교마을은 단순히 스탬프만 모을 요량으로 열심히 걸으면 1시간이 채 걸릴까 말까할 정도로 작은 마을이지만, 지도 속 주요건물 뿐 아니라 하나하나의 건물과 골목 등을 고루 느끼고 둘러보며 옛 감성을 느껴볼 수 있는 여행지다. 스탬프를 모두 모아 5장의 그림엽서를 받을 수 있는 것은 덤이다.

 

농협 안쪽 골목에서 판교시장이 컸던 당시의 벽화들이 그려져 있다. 사진 노규엽 기자
농협 안쪽 골목에서 판교시장이 컸던 당시의 벽화들이 그려져 있다. 사진 노규엽 기자
우시장 벽화는 포토존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사진 노규엽 기자
우시장 벽화는 포토존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사진 노규엽 기자
내부는 볼 수 없지만 외관은 옛 모습 그대로인 동일주조장. 사진 노규엽 기자
내부는 볼 수 없지만 외관은 옛 모습 그대로인 동일주조장. 사진 노규엽 기자
창문 등에서 70~80년대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사진 노규엽 기자
창문 등에서 70~80년대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사진 노규엽 기자
마을을 탐방하며 스탬프를 모을 수 있다. 사진 노규엽 기자
마을을 탐방하며 스탬프를 모을 수 있다. 사진 노규엽 기자
스탬프를 모두 모으면 마을 건물들이 모습이 그려진 엽서를 받을 수 있다. 사진 노규엽 기자
스탬프를 모두 모으면 마을 건물들이 모습이 그려진 엽서를 받을 수 있다. 사진 노규엽 기자

 

Info 판교면행정복지센터
주소 충남 서천군 판교면 종판로901번길 45

임금님도 즐겨먹었다는 별미, 우어회
서해와 금강이 만나는 서천은 다양한 해산물로 외지인들의 입맛을 자극한다. 그중에서 봄에 서천을 방문한다면 3~5월에 제철을 맞는 우어를 빼놓을 수 없다. 우어는 청어목 멸칫과의 바닷물고기로, 서해의 짠물과 민물이 만나는 강어귀에 산다. 우어의 표준어는 웅어인데, 3~5월 산란기가 되면 민물로 올라와 갈대밭이 많은 금강변에 알을 낳기에 갈대 위() 자를 써서 위어라고도 부르는 등 지역에 따라서 우여, 웅에 등으로도 불린다.

우어의 역사는 길어 백제 의자왕이 보양식으로 즐겨먹었다 하고, 조선시대에도 임금님이 드시는 귀한 영양식 물고기로 진상했다는 기록이 있다. 위어소라는 관청을 만들어 우어를 관리했다고 하니 처음 먹어본다면 시도해볼 사연이 충분하다.

 

서천에서는 봄에 제철을 맞는 우어회를 먹어볼 만하다. 사진은 우어회 백반. 사진 노규엽 기자
서천에서는 봄에 제철을 맞는 우어회를 먹어볼 만하다. 사진은 우어회 백반. 사진 노규엽 기자
우어회 무침은 역시 서천 특산물인 김에 싸먹으면 좋다. 사진 노규엽 기자
우어회 무침은 역시 서천 특산물인 김에 싸먹으면 좋다. 사진 노규엽 기자

 

서천에서 우어를 맛보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금강식당으로 검색 결과가 통일된다. 우렁쌈밥과 백반으로 유명한 금강식당에는 11만원에 맛볼 수 있는 우어회백반(2인 이상 주문)이 있어 더 반갑다. 찌개를 포함해 20가지에 이르는 밑반찬이 차려지는 우어회백반은 사람 수에 맞춰 우어회무침과 제육볶음 등이 함께 제공된다. 미나리를 비롯한 채소와 빨간 양념으로 버무린 우어회무침은 미나리의 상큼한 아삭함과 우어의 고소하고 쫄깃함을 즐길 수 있다. 양념은 색이 무척 빨갛지만 맛은 그리 강하지 않아 우어의 맛을 느끼기에 충분. 무침 속에서 우어를 잘 골라내 또 하나의 서천 특산물인 김에 싸먹으면 뒷맛까지 정리되는 깔끔함을 즐길 수 있다.

일정에 여유가 있다면 무침이 아닌 우어회를 맛보는 것도 좋다. 서천 식도락의 장점 중 하나는 서천의 전통 명주인 한산소곡주를 함께 판매하는 식당이 많다는 것. 지역의 제철 특산물과 전통주를 함께 즐기는 것도 식도락에 화룡점정을 찍는 일이 아닐 수 없겠다.

Info 금강식당
주소 충남 서천군 화양면 옥포길8번길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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