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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코로나에도 '단체'만... ‘진흙속 진주’ 강진·전북 개별여행 지원책
코로나에도 '단체'만... ‘진흙속 진주’ 강진·전북 개별여행 지원책
  • 박정웅·류인재 기자
  • 승인 2021.06.07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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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코로나 속 단체관광 지원? 대안 없나 ②
강진 '강진에서 일주일 살기'·전북 '슬기로운 체험여행' 주목
코로나 시대 민관 '맞손' 개별여행 지원책 시동
꼭 필요한 관광정책… “힘들어도 보람 있다”
전북의 '슬기로운 체험여행' 참가자들. 전라북도관광마케팅지원센터가 코로나19에 제시한 개별여행 지원책이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 / 전라북도관광마케팅지원센터
전북의 '슬기로운 체험여행' 참가자들. 전라북도관광마케팅지원센터가 코로나19에 제시한 개별여행 지원책이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 / 전라북도관광마케팅지원센터

[여행스케치=서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국내여행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7일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2021년 코로나19의 문화·관광·콘텐츠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제주도 관광의 경우 코로나19 이전의 90% 수준으로 회복됐다. 제주뿐 아니라 강릉, 경주, 여수 등으로 개별여행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는 현상은 주목할 일이다.   

본지는 지난호에서 <기획취재-여행패턴 무시하는 지자체>를 통해 코로나19 이전의 단체 인센티브 지원을 되풀이하는 지자체들의 문제점을 다뤘다. 기획취재 이후에도 한국관광공사 홈페이지에는 또 다른 지자체들의 ‘단체관광객 유치 여행사 인센티브 지원’ 공고가 여전하다.

단체 지원은 방역지침과는 엇나간 관광정책이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그럼에도 이를 고집하는 이유는 뭘까. 관련 전문가들은 지자체 관광부서가 단기적 효과와 행정 편의주의에 치중한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관광과 잇댄 지역경제 활성화를 외치면서도 관광정책은 ‘손쉽게’ ‘고민 없이’ 반복한다는 것이다.

심상진 경기대 관광학부 교수는 “지자체의 단체 인센티브 지원은 인원을 많이 유치했다는 성과를 겨냥한 것이고 여행사들도 매우 힘든 상황이라서 지원을 계속하는 게 아닌가 싶다”라면서도 “단체관광을 할 수 없는데 거기에 지원을 하는 것은 모순이다. 굳이 한다면 4인 이하(방역기준)로 지원하는 것이 맞다”고 조언했다. 

전남 강진군의 '강진에서 일주일 살기'와 전북의 '슬기로운 체험여행'은 코로나19 시대의 대표적인 개별여행 지원책으로 꼽힌다. 사진은 해당 사업의 포스터. 사진 / 각 지자체
전남 강진군의 '강진에서 일주일 살기'와 전북의 '슬기로운 체험여행'은 코로나19 시대의 대표적인 개별여행 지원책으로 꼽힌다. 사진은 해당 사업의 포스터. 사진 / 각 지자체

천편일률 단체지원, 가능성 연 개별여행 지원책 
이러한 가운데 의미 있는 국내여행 관련 지표가 나왔다. 지난달 24일 발표한 컨슈머인사이트의 ‘주례 여행행태 및 계획조사’에 따르면 국내여행비 지출 의향은 지난해 6월 23%에서 최근 37%로 올라섰다. 이는 코로나19 이전 수준(2019년 평균 35%)을 웃도는 수치다. 또 지난 17일 발표한 같은 조사에서 숙박여행 경험률(직전 3개월)은 58%에 달했다. 당일여행 경험률(23%)까지 의미 있는 수치를 보였다.

국내여행이 회복되고 있다는 방증으로, 국민들이 심리적으로 국내여행을 떠날 준비가 됐거나 이미 여행을 다니고 있다는 것이다. 조사기관 측은 국내여행 수요는 코로나19에도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개별여행 중심의 지원책에 무게가 쏠리는 이유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주목할 만한 개별여행 지원책을 살펴봤다. 단체 지원에만 쏠린 나머지 그 수는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숙박대전 ▲강진에서 일주일 살기 ▲슬기로운 체험여행은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민관 거버넌스 차원에서 이뤄진 정책이라는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먼저 지난해 시행했던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와 한국관광공사(관광공사)의 ‘대한민국 숙박대전’(숙박대전)을 살펴보자. 온라인 여행사(OTA) 채널을 활용해 쿠폰발급을 통한 숙박할인 지원 사업이다. 코로나19로 침체된 관광업계 활력을 제고하고 국민들의 휴식 치유를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코로나 확산과 재유행으로 사업은 중단 사태를 거듭했다. 

지난해 미완의 사업에서 긍정적인 시그널을 확인했다는 게 소득이었다. 관광공사가 숙박대전 참가자 90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46%가 숙박대전 할인쿠폰 덕분에 새로운 여행계획을 수립했다고 답했다. 숙박대전 할인쿠폰을 통해 여행기간, 여행횟수, 방문지가 증가했다는 응답은 43~48%인 것으로 나타났다. 숙박대전 할인쿠폰이 여행의 질적 향상에 도움이 됐다는 응답은 88%에 달했다.

물론 숙박대전을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시의성, 보편성)이 있는 건 사실이다. 다만 큰 틀에서 코로나19라는 특수하고 긴급한 상황에서 OTA와 협업해 관련 산업, 특히 중소형 숙박시설 지원을 염두에 둔 개별여행 지원책이라는 점은 되짚어볼 대목이다.

강진여행의 명물인 가우도. 사진 / 여행스케치 DB
강진여행의 명물인 가우도. 사진 / 여행스케치 DB

국정감사에서 언급된 ‘강진에서 일주일 살기’
기초와 광역 지자체의 개별여행 지원책의 경우 ▲강진에서 일주일 살기(전남 강진군·강진군문화관광재단) ▲슬기로운 체험여행 ▲개별여행·단체여행 지원(이상 전라북도·전라북도관광마케팅지원센터) 등을 꼽을 수 있다.

강진에서 일주일 살기는 체류형 생활관광 프로그램으로 지난해 첫선을 보였다. 강진의 농촌민박 브랜드인 ‘푸소’(FU-SO)에서 6박 7일 동안 현지인과 함께 생활하면서 지역의 문화·관광·체험 등 다양한 경험을 한다. 참가비는 1인당 20만원이며 최소 2명(최대 4명)이 예약할 수 있다. 강진군은 숙박(2인 1실), 조식(6회), 석식(2회)을 제공한다. 

강진에서 일주일 살기는 주목을 받았다. 아이디어가 참신하고 지역의 다양한 체험 콘텐츠를 접목한 까닭이다. 문체부 생활관광 공모사업에 선정됐고 국비와 지방비 1억원씩을 지원받았다. 예상대로 사업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사업(5월18일~12월9일)에는 916명이 참가, 예상 목표 600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강진에서 일주일 살기 체험 만족도(711명 조사, 강진군문화관광재단 자료 제공) 조사 관련 프로그램 추천 의향. 인포그래픽 / 박혜주 디자이너

경제적 성과는 어땠을까. 강진군문화관광재단에 따르면 관련 관광소득은 약 1억3000만원(1인당 14만원 소비)이며 농가(푸소) 소득(운영비)은 약 1억4000만원이다. 참가자들이 체류하면서 올린 정보는 바이럴 마케팅 효과를 낳았다. 프로그램에 대한 만족도 또한 높았다. 

강진에서 일주일 살기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모범 관광사업 사례로 거론됐다. 올해 또한 문체부 공모사업에 선정돼 총 2억원의 지원금을 받아 2년차 사업에 탄력을 가한다. 참가자 모집은 조기 마감됐다. 지난 3~4월 모집 3주가 지나지 않은 시점에 예상 목표인 600명을 채웠다. 강진군문화관광재단 관계자는 “추가 모집에 대한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면서 “예산이 더 허락된다면 참가 인원을 추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라북도는 2020 슬기로운 체험여행 프로그램 참가자들에게 사전에 방역키트와 숙박지역 관광안내 책자를 제공했다. 사진 / 전라북도관광마케팅지원센터
개별 및 단체, 그리고 초중고 동반 가족 여행을 지원하는 전라북도관광마케팅종합지원센터 안내문. 이미지 제공 / 전라북도관광마케팅종합지원센터

전북 ‘슬기로운 체험여행’, 추천후기 ‘후끈’
광역 단위에서는 전북도가 기민하게 개별여행 지원책을 내놨다. 핵심에는 전라북도관광마케팅지원센터(센터)가 있다. 센터는 그동안 전북 관광에 대한 홍보·마케팅 외에 교육여행(수학여행) 유치에 심혈을 기울였다. 코로나19가 발발 직전인 2019년만 해도 512개교 5만134명을 유치했다.

코로나19가 닥치자 센터는 교육여행을 슬기로운 체험여행으로 빠르게 전환했다. 초·중·고 청소년 동반 가족여행으로, 기존 교육여행의 취지를 살렸다. 2020년 기준 가족당 최대 10만원의 숙박비를 지원한다. 사전에 방역키트와 숙박지역 관광안내 책자를 제공했다. 

슬기로운 체험여행은 개별 가족여행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사업 첫해인 지난해 2208가족 8971명이 프로그램을 이용했다. 올들어 지난달 26일까지 251가족 983명을 유치했다.

좋은 반응은 후기에서 확인됐다. “슬기로운 체험여행의 숙박비 지원 프로모션으로 여행경비를 줄이게 되어 그 돈으로 호텔 조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강추!” “지원금보다 제가 더 감사한 건 소중한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전라북도에 자주 방문하겠습니다~” “슬기로운 체험여행 덕분에 우리는 아주 재밌고 멋진 여행지를 다녀왔습니다. 혹시나 전라북도 여행을 생각하고 계신다면 추천드립니다.” 등의 반응이다.

센터는 대상을 2~4인에 한정해 개별여행·단체여행 지원 사업도 전개한다. 단체 지원도 실상은 개별여행 지원책이다. 연인이나 친구, 가족이 그 대상으로 방역기준에 부합하는 4인 이하를 지원하기 때문이다. 올들어 5월까지 266팀 1101명이 이용했다. 코로나19 파고에도 적잖은 성과를 거둔 것에 대해 센터 관계자는 “민과 관이 머리를 맞댐으로써 코로나 상황에 맞는 유연한 개별여행 지원책을 내놓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개별여행 지원책은 다만 새로운 사업으로서 애로사항이 많다. 특히 관련 서류 신청과 접수, 영수증 확인과 지원금 지급 등 제반의 과정 대부분이 수작업으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센터 관계자는 “시스템이 정해져 있어서 그 시스템에서 진행을 할 수 있으면 좋은데 그런 것이 전혀 없다 보니 모든 게 사람의 손을 거쳐야 한다”면서도 “지역민과 여행객 모두에게 꼭 필요한 지원책이어서 보람은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개별여행 지원책이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대해 심 교수는 “앞으로 단체 지원을 고집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적극적인 행정이 필요한데 예를 들어 관련 예산도 지방의회와 잘 협의해 개별여행 지원 등에 사용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가족이나 친구 등의 개별여행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라 이에 대한 지원책을 강구해 나가는 것이 지방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본지는 별도의 개별여행 지원책을 전개하는 지자체들의 적극적인 제보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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