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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위드 코로나 시대’ 여행지 ③] 흔하지 않아 더 끌린다… DMZ펀치볼둘레길과 '이건희 컬렉션'
[‘위드 코로나 시대’ 여행지 ③] 흔하지 않아 더 끌린다… DMZ펀치볼둘레길과 '이건희 컬렉션'
  • 류인재 기자
  • 승인 2021.10.26 1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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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근미술관 전경. 사진 / 류인재 기자

[여행스케치=양구] 전지였고 현재는 민간인 출입통제 지역이기 때문이다. 트레킹을 하면서 벙커, 철책 등 전쟁의 흔적을 고스란히 볼 수 있다. 또한 긴 시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 원시 그대로의 자연이 보존되어 있다. 역사적, 생물학적으로 가치가 높아 지난 5월 국가숲길로 지정됐다. 

여의도의 약 6배 크기의 해안분지인 강원도 양구군 해안면의 펀치볼. 빙글빙글 돌면서 올려다보면 사방이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숲속에는 나무와 들꽃이 인공적인 손길 없이 자유분방하게 자라고, 농경지에서는 고산 분지가 선물한 농작물들이 무럭무럭 크고 있다. 

와우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펀치볼. 사진 / 류인재 기자
인공적으로 꾸미지 않은 숲길. 사진 / 류인재 기자

훼손되지 않은 자연 속 전쟁의 흔적을 만나다
DMZ펀치볼둘레길에는 평화의 숲길(14.0km·난이도 중), 오유밭길(21.12km·중), 만대벌판길(21.9km·상), 먼멧재길(16.2km·상) 등 총 4개의 코스가 있다. 민간인 출입통제 지역을 탐방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사전에 인터넷으로 예약을 해야 한다. 그리고 당일에는 예약한 시간보다 조금 빨리 도착하는 편이 좋다.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서 안전 문제 동의서를 작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동의서를 작성하니 민간인 출입통제 지역이라는 것이 실감이 난다. 모든 절차가 끝나면 숲길등산지도사의 주의사항을 듣고 스트레칭을 한 후 본격적인 탐방을 시작한다. 

김상범 DMZ펀치볼둘레길 숲길등산지도사는 “평화의 숲길은 4시간 정도면 둘러볼 수 있는 그리 길지 않은 코스이지만 낮은 산 5개를 넘어야 해서 완전히 쉬운 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트레킹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청룡연의 전설’이라는 안내판이 보인다. 먼 옛날 대암산 용늪에서 황룡이 승천했고, 해안 분지를 수호하는 청룡도 언덕에서 몸을 말리고 승천했다고 한다. 이러한 전설이 남아있어 이 지역은 ‘청룡안’이라고 불린다. 

청룡안을 지나 계속 숲길을 걷는다. 인공적인 구조물이 전혀 없는 자연 그대로의 숲이다. 숲길등산지도사가 길을 안내하며 숲속의 나무, 꽃, 버섯 등의 설명을 곁들여 지루하지 않게 걸을 수 있다.  

양구의 명물인 시래기. 사진 / 류인재 기자
숲길등산지도사가 함께 걸어 길 잃을 걱정이 없다. 사진 / 류인재 기자

산을 벗어나자 농작물을 키우는 밭과 논이 펼쳐진다. 시래기, 고추, 사과, 인삼, 벼 등 종류도 다양하다. 펀치볼에서 난 농작물은 무엇이든 맛있다고 소문이 났다. 그중에서도 으뜸은 시래기다. 그래서 무가 심어진 드넓은 밭이 유난히 많다. 최근에는 시래기만을 수확하기 위한 시래기무도 재배된다. 시래기를 얻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무 뿌리는 작고 무청은 풍성하게 자라는 종을 심는 것이다. 펀치볼의 농산물이 맛있는 이유는 일교차에 있다. 고산 분지에서는 낮과 밤의 일교차가 커서 농작물이 낮에 생산한 영양분을 몸에 축적하기 때문이다. 

시래기 밭 옆으로 와우산이 보인다. 울긋불긋 단풍이 들기 시작한 이 산은 소가 누워있는 것 같다고 해서 와우산이라고 이름 붙었다. 형수의 저고리 옷고름을 여며주던 동생을 오해해 죽이고 난 후 잘못을 뉘우치고 아우를 산에 묻었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어 아우산으로도 불린다.

다시 산길로 접어든다. 한참을 쉬지 않고 오르막길을 오르자 일행들이 독특하게 생긴 소나무를 구경하고 있다. 소나무 위에 소나무가 또 얹어진 듯한 모습이다. 

김상범 숲길등산지도사는 “예전에는 이곳에 전쟁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었다”며 “폭탄을 맞는 등 전쟁으로 인해 특이한 모양으로 자랐다”라고 설명했다. 

평화의 숲길에 있는 와우산 전망대. 사진 / 류인재 기자
숲길등산지도사가 펀치볼의 역사와 지리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 준다. 사진 / 류인재 기자
평화의 숲길 안내도. 사진 / 류인재 기자

소나무, 잣나무가 가득한 숲길을 지나면 와우산 전망대가 탐방객들을 반긴다. 앉아서 숨도 고르고 간단하게 요기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전망대에 오르니 이곳이 왜 펀치볼이라고 불리는지 금방 와닿는다. 1000m가 넘는 산들이 병풍처럼 서있고, 그 밑으로 오목하게 논밭이 자리 잡고 있다.    

김상범 숲길등산지도사는 “앞에 보이는 가칠봉 정상에서는 북한군 초소가 보인다”며 “불과 700m 정도 떨어져 있다”라고 귀띔했다. 

고산 분지인 펀치볼에서 재배한 농산물은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사진 / 류인재 기자
자작나무 숲. 사진 / 류인재 기자
지뢰 사고가 발생했던 하천. 사진 / 류인재 기자
정해진 구역을 벗어나면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사진 / 류인재 기자

이어서 하얀색 자작나무가 빼곡하게 심어진 숲을 벗어나자 대파 향기가 그윽한 대파밭이 나온다. 한참을 대파밭 사이를 걸으니 더덕 농장이 나오고, 그 옆으로는 하천이 흐른다. 하천에는 출입을 금지한다는 커다란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오래 전 비가 많이 온 날 지뢰가 떠내려 와 사고가 일어난 적이 있다고 한다.  

전쟁의 흔적으로 남은 대형 벙커. 사진 / 류인재 기자
민간인 출입통제 지역인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는 철조망. 사진 / 류인재 기자
평화의 숲길을 걸으면 만나는 포토존. 사진 / 류인재 기자

과거에 전쟁이 있었던 지역임은 이어서 또 확인할 수 있다. 실내 면적 36.5㎡의 대형 벙커가 모습을 드러낸다. 널찍한 벙커를 빠져나오면 ‘이곳은 남방한계선입니다’라는 글자와 함께 철조망이 쳐져있다. 민간인 통제구역을 걷고 있다는 사실을 또 한번 느끼는 순간이다. 다시 숲길은 이어지고 마지막 산을 넘으면 DMZ펀치볼둘레길 방문자 센터로 회귀한다.    

INFO DMZ펀치볼둘레길
강원도 양구군 해안면에 위치한 해안 분지는 6.25전쟁 당시 외국의 종군기자가 가칠봉에서 내려다 본 모습이 화채 그릇(Punch Bowl)을 닮았다고 해서 펀치볼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예약 숲나들e https://www.foresttrip.go.kr/
주소 강원 양구군 해안면 해안서화로 23 
문의 033-481-8565
 

'이건희 컬렉션' 중 유화 작품 4점. 사진 / 류인재 기자
박수근 화백의 동상. 사진 / 류인재 기자
박수근 화백의 작품을 상징화한 안재홍 작가의 <기다림>. 사진 / 류인재 기자

'이건희 컬렉션'으로 후끈 달아오른 박수근미술관
위드 코로나 시대를 맞아 방역 수칙만 잘 지키면 실내 관광지도 부담 없이 갈 수 있게 됐다. 양구를 방문했다면 박수근미술관에 방문하기를 추천한다. 최근 강원도에서 가장 핫한 곳으로 떠오르고 있는 곳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힘들고 고단한 삶 속에서 서민의 삶을 가장 한국적이면서 가장 현대적으로 그렸다고 평가받는 박수근 화백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가족들이 기증한 ‘이건희 컬렉션’이 전시되어 있기도 하다. 이건희 컬렉션은 <아기 업은 소녀>를 비롯한 유화 4점과 드로잉 14점이다.  

우현애 박수근미술관 아키비스트는 “박수근미술관에는 박수근기념전시관, 현대미술관, 라키비움, 박수근 파빌리온, 어린이 미술관 등 5개의 관이 있는데 천천히 둘러보면 2시간 정도 소요된다”며 “작품 감상도 즐기고 산책도 하기 좋은 곳이다”라고 소개했다. 

먼저 돌담이 쌓여있는 듯한 모양의 박수근기념 전시관으로 들어간다. 이곳에서는 박수근 선생의 삶을 엿볼 수 있고, 드로잉 작품과 유화 작품 등을 볼 수 있다. 현재 890여 점의 소장품이 있고, 1년에 2회 정도 작품을 교체한다. 다시 방문하면 새로운 작품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여러 번 찾는 이들도 적지 않다. <아기 업은 소녀> <한일> <굴비> 등 대표적인 작품을 둘러본 후 조경이 잘 가꾸어진 야외로 나간다. 

자연을 바라보며 걷기 좋은 박수근미술관. 사진 / 류인재 기자
박수근 선생의 '빨래터'가 매핑된 인터랙티브 작품 '무한의 인연'. 사진 / 류인재 기자

산책하는 기분으로 잘 가꿔진 길을 따라 걸으면 박수근 라키비움에 닿는다. 라키비움은 박수근의 작품을 기록하고 저장함과 동시에 AR과 같은 실감형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게 꾸며져 있다. 한쪽 공간에는 박수근 선생의 <빨래터>가 벽면 가득 매핑됐다. 인터랙티브 작품인 <무한의 인연>인데, 바닥을 걸으면 물고기와 낙엽이 반응한다. 체험할 수 있는 작품들이 많아 미술을 잘 몰라도 흥미가 생긴다.  

박수근미술관의 현대미술관. 사진 / 류인재 기자
박수근미술상 수상작가인 임동식 화가의 작품들. 사진 / 류인재 기자
문준용 미디어 아티스트의 '숨은그림 찾기'. 사진 / 류인재 기자

어린이 미술관도 있어 아이가 있는 가족이 가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박수근 선생의 작품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미로 체험, 샌드 아트, 미디어 아트 등 즐길 거리가 가득하다.

 

박수근미술관. 사진 / 류인재 기자

INFO 박수근미술관
전시관마다 열체크 후 출입명부를 작성해야 한다. 또한 박수근미술관 소장품 아카이브전은 거리두기 관람 운영으로 회차당 15명으로 관람 인원이 제한되며, 관람 시간은 30분이다(10월 20일 기준).
관람 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오후 5시 입장 마감)
휴관일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날과 추석 오전
입장 요금 성인 6천원(양구사랑상품권 3천원 환급), 학생 3천원, 6세 이하, 65세 이상 무료
주소 강원 양구군 양구읍 박수근로 265-15 박수근미술관
문의 033-480-2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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