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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황소영 작가가 본 드라마 지리산⑦] 단독범행 혹은 공범... 범인은 왜 검은다리골 주민들을 노렸을까?
[황소영 작가가 본 드라마 지리산⑦] 단독범행 혹은 공범... 범인은 왜 검은다리골 주민들을 노렸을까?
  • 황소영 여행작가
  • 승인 2021.12.08 12: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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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6화만 남은 드라마 '지리산' 평균 시청률 8%
드라마에서 전개된 사건들... 왜 지리산일까?
드라마 촬영지.. 실상사, 노고단대피소, 서시천편
드라마에서 접목골로 나왔던 바래봉. 사진 / 황소영 여행작가
드라마에서 접목골로 나왔던 바래봉. 사진 / 황소영 여행작가

[여행스케치=지리산] 전지현 등의 출연으로 제작 당시부터 세간의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 ‘지리산’은 초반 딱 한 번 10%대의 시청률을 기록했을 뿐 그 후 10여 화가 넘는 동안 단 한 번도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지 못했다.

물론 비슷한 시기에 복귀해 방영한 고현정, 이영애, 송혜교, 한효주 등의 출연작보단 높지만 토요일 시청률이 떨어지는 걸 보면 아무래도 ‘옷소매 붉은 끝동’의 영향을 무시하지 못할 것 같다.

‘옷소매’에는 이른바 톱스타가 출연하진 않지만 탄탄한 스토리와 연기까지 더해져 승승장구 중이다. ‘지리산 제작비 상당수를 배우들 개런티에 쏟았다’ ‘킹덤 배우 돌려쓰기’ 등의 비판에서 벗어나려면 나머지 2화가 중요하다.

또 한 번의 슬픈 여름

“작년 여름, 아픈 일 많았지.”라는 11화 일해(조한철 분)의 대사처럼 13화는 양선(주민경 분)의 죽음으로 시작된다. 계곡에 고립된 ‘복권녀’를 구조하기 위해 처음으로 실전 레인저 임무에 돌입한 양선. 지난주 12화 마지막, 양선의 구조 장면 중간에 검은장갑이 나왔고, 마치 양선의 죽음에도 ‘장갑’이 연루된 것처럼 암시됐지만 막상 뚜껑이 열린 13화는 달랐다. 양선은 ‘복권녀’를 구조하는 과정에서 계곡에 떨어져 사망한다.

드라마 지리산 국립공원 전북사무소의 인물 관계도. 이미지 출처 / tvN 드라마 지리산 홈페이지
드라마 지리산 국립공원 전북사무소의 인물 관계도. 이미지 출처 / tvN 드라마 지리산 홈페이지
드라마 지리산 국립공원 전북사무소의 인물 관계도. 이미지 출처 / tvN 드라마 지리산 홈페이지

장갑은 제사 음식을 현장지휘소에 전하고 마을로 돌아가는 노란 버스를 노렸다. 부러 붕괴 위험이 있는 다리로 유인했고, 버스와 그 안에 타고 있던 주민들은 물살에 휩쓸린다. 1995년처럼 2019년의 해동마을은 슬픈 여름을 보내게 된다. 이강(전지현 분)은 할머니를 버스로 이동시킨 현조(주지훈 분)를 원망하고, 결국 현조는 해동분소를 떠나 비담대피소로 근무지를 옮긴다.

장갑은 왜 마을주민들이 탄 버스를 노렸을까. 현조의 짐작대로 그 버스에 양근탁을 비롯한 케이블카 찬성론자들이 타고 있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양근탁은 이듬해(2020년) 개암폭포에서 백골로 발견된다.

구례의 대표적 명찰 화엄사. 사진 / 황소영 여행작가
구례의 대표적 명찰 화엄사. 사진 / 황소영 여행작가
2020년 섬진강댐 범람으로 큰 피해를 당한 구례군. 사진 / 황소영 여행작가
2020년 섬진강댐 범람으로 큰 피해를 당한 구례군. 사진 / 황소영 여행작가
섬진강 위로 떠오른 아침 햇살. 사진 / 황소영 여행작가
섬진강 위로 떠오른 아침 햇살. 사진 / 황소영 여행작가
카페이자 헌책방인 섬진강책사랑방. 구례엔 갈 곳도 볼 곳도 많다. 사진 / 황소영 여행작가

실종자를 수습했던 장면은 전남 구례에서 촬영됐다. 전북 남원과 맞닿은 구례는 지리산 남쪽에 자리한 데다 섬진강을 끼고 있어 기온이 온화하고 풍경이 수려하다. 화엄사, 천은사, 연곡사, 사성암 등의 명찰, 피아골과 노고단을 비롯한 다양한 등산로, ‘윤스테이’의 배경이 되었던 쌍산재와 ‘타인능해’ 정신이 돋보인 운조루까지 볼 것도 많은 땅이다.

아름다운 구례도 여름 수마로 큰 피해를 입었었다. 2020년 여름, 코로나19도 모자라 섬진강댐의 범람으로 읍내가 전면 침수돼 이중고를 겪은 것. 많은 이들의 집이 잠기거나 무너졌다. 몇몇 소들은 비를 피해 지붕으로 올라갔고, 몇몇은 인근 오산 사성암으로 몸을 피했다. 그때 떠내려간 소가 경남 남해에서 발견됐을 정도다.

드라마에 나왔던 섬진강 문척교 교각은 상류에서 흘러온 쓰레기며 나뭇가지로 엉망이 되었다. 읍내 오일장 가게들은 물이 빠지자마자 슬퍼할 겨를도 없이 청소와 빨래를 하며 다시 삶의 끈을 붙잡았다.

범인은 결국 경찰?
수많은 떡밥이 회수된 화였다. 종영을 2회 앞뒀으니 더이상 미룰 수 없을 것이다. “현조가 사고 나기 직전에 그곳에 있었어. 거기 가면 증거가 남아 있을 거야” 지난 11화에서 이강은 구영(오정세 분) 등에 업혀 검은다리골로 향했었다.

발이 빠른 사람은 천왕봉까지 당일로 갈 수 있지만 보통 노고단~천왕봉 종주산행은 2박 3일 정도 걸린다. 사진 / 황소영 여행작가
발이 빠른 사람은 천왕봉까지 당일로 갈 수 있지만 보통 노고단~천왕봉 종주산행은 2박 3일 정도 걸린다. 사진 / 황소영 여행작가
일해와 구영이 캠핑을 간 장소는 구례 서시천변이다. 봄에는 서시천 일대에 유채가 만개한다. 사진 / 황소영 여행작가
일해와 구영이 캠핑을 간 장소는 구례 서시천변이다. 봄에는 서시천 일대에 유채가 만개한다. 사진 / 황소영 여행작가
지리산둘레길이 지나는 서시천변. 사진 / 황소영 여행작가
지리산둘레길이 지나는 서시천변. 사진 / 황소영 여행작가

그때 까치고개에서 조난신고가 왔고, 일해와 구영은 이강을 홀로 남겨두고 조난자 구조에 나선다. 하지만 누군가의 허위신고. 홀로 남은 이강 앞엔 생령인 현조가 나타난다. 현조는 이강에게 다음 살인이 날 시간과 장소를 알려주고, 이강은 일해와 구영에게 그 장소에 영상카메라를 설치해 줄 것을 부탁한다.

일은 순조롭게 풀리지 않았다. 현조와 이강이 만난 그 순간, 연쇄살인범 검은장갑이 그들의 대화를 엿듣고 계획을 수정한다. 이미 현조를 만난 적 있는 약초꾼은 장갑에 의해 절벽에서 떨어져 목숨을 잃는데, 그렇다면 약초꾼도 검은다리골과 관계있단 뜻일까.

2019년의 현조는 김솔(이가섭 분)을 통해 경찰인 웅순(전석호 분)을 포함 이미 죽은 세욱, 양선, 현수 등이 검은다리골 출신임을 알게 된다. 산과 마을주민들의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웅순은 이번 화에서 결정적인 범인으로 지목된다. 그렇다면 웅순은 왜 자기 마을주민들을 죽이려고 했을까. 고액의 이주비에 눈이 멀어 고향을 버린 어른들이 미워서?

‘자신을 본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는 약초꾼의 말이 떠오른 현조. 산에서 나는 것 외에는 만질 수 없는 현조는 극적으로 무전기를 사용하는 데 성공한다. “이 산에서 있었던 일 다 잊고 여길 떠나요. 제발 돌아오지 말아요.” 이강도 곧 죽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 당장 떠날 것을 요구하는 현조. 생령 현조의 말이 끝나면서 병원에 누운 또 다른 현조의 심장은 정지된다.

남은 2화에선 범인이 정말 웅순이 맞는지, 그렇다면 왜 사람들을 죽였는지, 세욱에게 그랬던 것처럼 공범은 없는지, 웅순이 이강과 현조의 대화를 들었다면 그 모습을 본 웅순도 곧 죽는 것인지 등을 시청자에게 설명해야 한다.

굳이 지리산인지도 의아하다. 지금까지 드라마에서 보여준 사건이 왜 지리산에서 벌어졌는지, 하필 꼭 지리산이어야만 했는지, 지리산일 수밖에 없는 숙명적인 이유가 있는지, 국립공원이 한두 개도 아니고, 도립이나 군립까지 치면 우리나라에 멋진 산이 수두룩한데 도대체 왜 지리산을 낭비하는 지도…. 그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다면 제목을 지리산으로 쓴 의미도 없다.

TIP. 오늘 나온 장소는 어디?

지리산 능선이 사찰을 둘러싸고 있는 실상사. 사진 / 조아영 기자
지리산 능선이 사찰을 둘러싸고 있는 실상사. 사진 / 조아영 기자
실상사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사찰이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실상사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사찰이다. 사진 / 조아영 기자

노란 버스가 급류에 휩쓸려 사라진 장소는 실상사 앞이다. 현조가 사건 장소를 다시 찾는 장면에서 ‘解脫橋(해탈교)’라는 글씨가 살짝 보인다. 드라마엔 목장승이 나왔지만 실제 실상사는 돌장승으로 유명하다. 남원 주천면 호기리에도, 운봉읍 북천리와 권포리, 인월면 유곡리와 아영면 의지리에도 마을을 지키는 돌장승이 서 있다. 삼한시대부터 각 세력들의 결전장이었던 운봉 사람들에게 돌장승이 주는 의미는 특별했을 것이다.

보통의 사찰이 산중 혹은 산자락에 있는 것과는 달리 실상사는 남원시 산내면 평지에 들어서 있다. 신라 구산선문 중 제일 먼저 문을 연 사찰로 속암인 약수암과 백장암(국보 제10호 삼층석탑)을 포함 단일 사찰로는 가장 많은 문화재를 보유한 곳이다.

드라마에서 무진분소로 나왔던 노고단대피소. 사진 / 황소영 여행작가
드라마에서 무진분소로 나왔던 노고단대피소. 사진 / 황소영 여행작가

현조가 검은다리골에서 취합된 유실물을 찾기 위해 방문한 무진분소는 노고단대피소다. 차량 통행이 가능한 성삼재주차장에서 도보로 50분쯤 걸리며 차도 다닐 만큼 길이 좋아 누구나 부담없이 오갈 수 있다. 다만 겨울에 도로가 결빙되면 성삼재 아래 시암재까지만 통행 가능하다. 그래도 노고단 정상까지 왕복 4시간이면 넉넉히 다녀올 수 있다.

수해가 끝나고 일해와 구영이 캠핑을 간 장소는 구례 서시천변이다. 봄엔 벚꽃과 유채, 여름엔 원추리, 가을엔 코스모스가 장관인 곳이다. 지리산둘레길 오미~난동 구간이 서시천 옆, 드라마 속 캠핑 장소를 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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