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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어촌 뉴딜] 남해의 베니스로 거듭난 여수 돌산 죽포항
[어촌 뉴딜] 남해의 베니스로 거듭난 여수 돌산 죽포항
  • 박상대 기자
  • 승인 2022.02.14 0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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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촌뉴딜, 변신 중인 여수 돌산읍 죽포항
'남해의 베니스' 표방하는 아름다운 항구
벽화골목, 카페, 팬션 들어서며 여행자 맞이
죽포항의 랜드마크가 될 초승달 조형물. 사진/ 박상대 기자
죽포항의 랜드마크가 될 초승달 조형물. 사진/ 박상대 기자

[여행스케치=여수] 해수부에서 추진한 어촌뉴딜사업에 선정된 후 새롭게 변신한 여수시 돌산읍 죽포항. 마을 입구에서 어항, 마을사무소와 홍보센터, 전망대까지 겉모습이 확 달라졌다. 한국의 베니스를 꿈꾸고 있는 마을 주민들의 생각도 많이 달라지고 있다는데….

이태리 베니스를 닮고 싶은 돌산섬 어촌마을

여수 돌산대교를 건너 향일암 방면으로 달려가면, 무슬목과 둔전리를 지나자 죽포리가 나온다. 죽포리 항구를 두문포라고 한다. 90여 세대 160여 주민이 살고 있다. 죽포리 사람들은 갓농사를 짓고, 물메기와 서대, 갑오징어 등을 잡는 농·어업인들이 살고 있다. 그동안 마을에 찾아온 관광객은 거의 없고, 낚시객이 한두 사람 찾아오던 한적한 어촌마을이었다. 그런데 어촌뉴딜사업을 시작한 후 마을이 새롭게 변신한 것이다.

마을입구에서 포구까지 데크길이 조성되어 있다. 사진/ 박상대 기자
마을입구에서 포구까지 데크길이 조성되어 있다. 사진/ 박상대 기자
마을 골목길과 지붕을 화려하게 색칠하고, 멋진 글씨를 써놓았다. 사진/ 박상대 기자
마을 골목길과 지붕을 화려하게 색칠하고, 멋진 글씨를 써놓았다. 사진/ 박상대 기자

마을 입구에는 베니스 마을이라는 안내판이 서 있고, 어항까지 500여m 거리에 걷기 전용 데크길이 만들어져 있다. 마을까지 차도와 인도 겸용 도로가 있지만 걷는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만들어 놓은 것이다. 마을에 접어들자 산뜻한 골목길과 지붕이 나타난다. 골목에는 여러가지 페인트를 칠했고, 멋진 글씨도 써놓았다. 페인트를 칠할 때는 전문가들이 와서 최소한의 비용으로 칠해 주었고, 마을 사람들도 힘을 보탰다고 한다. 어촌뉴딜사업의 취지가 마을공동체를 활성화 시키자는 것이니 골목길을 청소하고, 담장과 대문을 예쁘게 꾸미는 일에 주민들이 참여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베니스처럼 예쁜 항구로 만들고 싶었지요. 나라에서 도와주니 얼마나 좋은 일인지 몰라요. 관광객들이 오시면 펜션이나 카페에서 잘모실랍니다.” 제용국 추진위원장의 이야기다. 마을에서 운영하는 펜션과 카페가 있고, 개인이 운영하는 멋진 카페와 규모가 큰 펜션도 네 곳이나 들어섰다.

죽포항은 한국의 베니스항을 꿈꾸고 있다. 사진/ 박상대 기자
죽포항은 한국의 베니스항을 꿈꾸고 있다. 사진/ 박상대 기자
포구에서 두문포교회 앞으로 가면 안간바위 가는 숲길이 있다. 사진/ 박상대 기자
포구에서 두문포교회 앞으로 가면 안간바위 가는 숲길이 있다. 사진/ 박상대 기자

 

칙칙한 포구 대신 화려한 어항이 들어서다

죽포항은 과거 칙칙한 갯내음이 풍기던 포구였다. 전형적인 어촌마을, 세련미라곤 찾아볼 수 없는 마을이었다. 그런데 마을 앞에 새로 세운 두문정 쉼터와 마을 안내판이 여행객을 맞이한다. 2층짜리 마을회관도 새로 지었고, 물양장에는 어촌계사무실과 어구보관창고를 새로 마련했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어구들이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는 곳으로 옮겨진 것이다. 어항이 깨끗해진 것은 물론 독한 냄새도 나지 않는다. 어업인들의 어구가 비바람에 노출되어 쉽게 손상될염려도 없어졌다. 그 옆에 주민과 관광객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현대식 화장실도 생겼다.

어촌어항 주변 담장과 방파제에는 알록달록한 그림들이 그려져 있다. 예쁜 그림은 어항을 환하게 포장해줄 뿐만 아니라 주민들이나 방문객들이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못하게 한다. 군데군데 포토존를 설치해두었다. 한국의 베니스를 꿈꾸는 마을답게 곤돌라 모양의 벤치와 이국적인 조형물을 길게 조성해 놓았다. 조형물 사이사이에는 베니스 시내 건축물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첨성대, 숭례문 등 다양한 건축물들이 숨어 있어 보는 재미를 더한다. 방파제 중간에는 마을의 랜드마크 역할을 할 초승달 모양의 조형물이 있다. 초승달의 원형 사이로 해나 달이 떠오른다. 여기에는 흥미로운 전설이 전한다.

‘먼 옛날 이 마을에 달님이 살았다. 어느 날 밤 왜구들이 배를 타고 두문마을로 다가오고 있었다. 달님은 왜구가 두문마을에 접근하지 못하게 바닷물을 움직여서 왜구의 접근을 막아냈다. 썰물이 되게 한것이다. 밤새 썰물을 만들어 왜구를 막아낸 달님은 날이 새자 지친 몸을 가누지 못하고 바닷물에 잠겨 버렸다. 날이 밝아서야 달님이 왜구를 물리치다 바다에 빠진 것을 알아차린 마을 사람들이 달님을 기리기 위해 달 조각상을 만들어 놓았다.’ 바다에서 보면 초승달이고, 마을에서 보면 그믐달인 조형물은 마을 사람들의 고귀한 뜻을 담은 것이다.

초승달 조형물 너머로 해가 떠오르고 있다. 사진/ 박상대 기자
초승달 조형물 너머로 해가 떠오르고 있다. 사진/ 박상대 기자
죽포항의 밤을 낭만적으로 바꿔주는 조명시설이 갖춰져 있다. 사진/ 박상대 기자
죽포항의 밤을 낭만적으로 바꿔주는 조명시설이 갖춰져 있다. 사진/ 박상대 기자

야간 조명과 달맞이 풍경이 아름다운 어촌

여행객들은 해나 달이 떠오르는 순간을 촬영하기 위해 카메라를 들이댄다. 해는 해대로 달은 달대로 촬영하는 사람들이 감탄사를 연발하게 한다. 가까운 곳에 섬조차 없이 넓은 바다에서 솟아로는 붉은 태양은가슴이 두근거리게 한다. 저녁에는 야경이 아름답다. 달이 뜨고, 방파제에 조명이 들어오면 항구는 환상적인 낭만포구로 변신한다. 항구 주변에 있는 펜션에서 저녁 식사를 하면서 와인을 마실 때 방파제의 조명이 들어온다. 조명은 포구를 감싸고, 바닷물에 드리워진 불빛은 베니스의 바다를 연상하게 한다.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가느다란 파도 소리가 여행객의 가슴을 흔들어댄다.

방파제에서 두문포교회 앞길로 가면 소나무숲길이 있다. 숲길을 걸어서 5분여 가면 ‘안간바위’가 나온다. 1930년대 김씨 성을 가진 사회주의 신봉자가 있었는데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세상과 단절하고 이곳 바위에 숨어 살았다고 한다. 사람들이 아무도 ‘안간’ 곳에 있는 바위에서 지금은 사람들이 갯바위 낚시를 즐기곤 한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을 만큼 외진 곳이지만 그 주변 풍광은 아름답다.

제용국 추진위원장. 사진/ 박상대 기자

죽포항은 큰 바다와 마주하고 있어 태풍이 불면 큰 피해를 입곤 했다. 포구 앞에 바위섬이 있어서 큰 너울을 막아 주지만 태풍의 파도를 막아주지는 못했다. 그럴 때마다 어선이 파손되기도 하고, 심하면 가옥도 피해를 입곤 했다. 이번에 100m 남짓 파라펫을 신설하고, 방파제를 보강해서 파도를 많이 막아줄 수 있게 되었다. 마침내 피항하는 어선들을 보호하고 어업인들의 생활 터전을 안전하게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고 제용국 추진위원장은 말한다. 죽포항을 찾아오는 여행객들의 안전을 위해 위험구역에는 안전 난간을 설치했다.

어촌생활문화관(마을 펜션)에서는 어촌 사람들이 즐겨 먹는 식사를할 수 있다. 회와 매운탕은 물론 다양한 해조류도 맛볼 수 있다. 무엇보다 갓잎을 활용한 ‘갓도그’는 이 마을에서만 맛볼 수 있는 독특한 메뉴이다. 식사는 예약을 하는 것이 좋다. 어촌문화체험관에서 차를 한 잔 마시고, 마을 안쪽으로 올라가자 큼지막한 카페 건물과 돔형 펜션이 보인다. 그 위로 조금 더 올라가면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까지는 자동차를 가지고 가면 오히려 불편하다. 걸어서 가도 10분 안에 도달할 수 있으니 걸어서 가는 것이 좋은데 전망대에서 죽포항 일대 마을 전경과 바다를 더 멀리 볼 수 있다.

죽포항에서는 현재 한 가지 시설을 더 준비하고 있다. 남북 양쪽 방파제를 연결하는 아치교가 그것이다. 걷기 전용으로 만들어질 아치교는 죽포항을 더 한층 아름다운 포구로 변신시켜 줄 것이다. 세상은 늘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방향으로 변신한다. 죽포항이 그것을 보여주고있다.

INFO
죽포항 어촌생활문화관(펜션)
주소 전남 여수시 돌산읍 두문포길 111번지

문의 010-4414-1287(펜션,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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