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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지루한 건 싫어! 제주 이색 박물관
지루한 건 싫어! 제주 이색 박물관
  • 정은주 여행작가
  • 승인 2022.10.17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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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제주가 궁금하다면!

[여행스케치=제주] 화산이 만든 섬 제주는 육지와는 다른 독특한 문화와 생활풍습을 갖고 있다. 제주도에 대한 호기심이 멈추지 않는다면 이 두 곳을 가 보기를 추천한다.

제주도 탄생의 비밀이 담긴 돌박물관.
제주도 탄생의 비밀이 담긴 돌박물관.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1) 돌과 함께 살아가는 섬사람 이야기 제주돌문화공원

예로부터 제주는 돌과 바람, 여자가 많은 삼다도(三多島)로 불렸다. 시대가 변해 더 이상 여초(女超))의 섬은 아니지만 ‘돌과 바람’은 여전히 제주를 상징하는 요소로 꼽힌다. 특히 돌은 뭍과는 다른 제주만의 특색 있는 생활풍습이 형성된 근본이라 할 수 있다.

제주돌문화공원은 드넓은 자연에 제주 민속과 돌 문화, 신화를 집대성한 공간으로 돌박물관을 비롯해 돌문화전시관, 전통마을, 오백장군 갤러리 등 여러 관람 시설이 흥미를 끈다. 거석들이 도열해 있는 길을 지나면 하늘연못 아래 조성된 돌박물관에 닿는다.

박물관에는 화산섬인 제주도의 형성 과정과 이로 인해 탄생된 기이한 형태의 용암구와 화산탄들이 전시되어 있다. 마그마가 분출되어 나온 용암과 거센 비바람, 파도의 합작품인 암석들은 하나 같이 기기묘묘하다. 마치 자연이 공들여 빚어낸 예술품처럼 추상적인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그중에서도 가장 진귀한 것은 어머니의 방에 따로 전시되어 있는 용암석이다. 벽에 비친 그림자가 영락없이 어머니가 아들을 품에 안고 있는 모습이다.

어머니의 방에 전시된 용암석. 그림자에 비친 모습이 모자상을 닮았다.
어머니의 방에 전시된 용암석. 그림자에 비친 모습이 모자상을 닮았다.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기묘한 형상의 화산탄.
기묘한 형상의 화산탄.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야외로 나서면 숲길을 따라 탐라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제주의 돌 문화를 차례로 접하게 된다. 선사시대의 고인돌과 선돌은 물론 거대한 돌하르방과 석불, 방사탑도 볼 수 있다. 갖가지 표정과 몸짓을 단순하게 표현한 제주의 동자석들은 무덤을 지키는 역할인 만큼 특유의 영적인 분위기가 배어난다. 돌을 쌓아 만든 당과 제단도 보이는데 수많은 신들과 민간 신앙이 발달한 제주의 숨은 역사를 배울 수 있다.

제주의 옛 마을을 재현한 돌한마을은 돌집과 돌담, 정주석, 산담 등 생활 곳곳에 돌을 이용한 선조들의 지혜가 엿보인다. 집주인의 소재를 알기 쉽게 대문 대신 정주석에 정낭을 걸어둔 것이나 무덤가에 돌담(산담)을 쌓아 마소들이 침범하지 못하게 하는 등 제주만의 독특한 풍속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오백장군을 형상화한 거석들.
오백장군을 형상화한 거석들.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설문대할망의 전설을 모티브로 만든 하늘연못. 제주돌문화공원의 인기포토존이다.
설문대할망의 전설을 모티브로 만든 하늘연못. 제주돌문화공원의 인기포토존이다.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TIP

전기차인 오백장군호를 이용하면 넓은 공원을 효율적으로 관람할 수 있다. 약 20분간 야외 공간을 누비며 제주도 창조 여신인 설문대할망 전설과 돌 문화를 재미나게 설명해준다.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은 ‘문화가 있는 날’로 관람료가 무료이며 사전에 해설 프로그램을 신청하면 더욱 알찬 관람이 된다.

INFO 제주돌문화공원

개관시간 09:00~18:00 (월요일, 1월1일, 설·추석 당일 휴관)

관람료 어른 5,000원, 청소년 3,500원

오백장군호 어른 5,000원, 청소년4,000원, 어린이 3,000원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조천읍 남조로 2023

 

세화 해수욕장 앞에 위치한 해녀박물관.
세화 해수욕장 앞에 위치한 해녀박물관.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2) 바다에서 들려오는 숨비소리 해녀박물관

‘휘오이~ 휘오이~’ 푸른 바다에서 들리는 긴 휘파람은 깊은 물에서 올라와 참았던 숨을 한꺼번에 내뱉는 해녀들의 숨소리이다. 제주 바다 어디에서든 들려오는 숨비소리는 생명의 소리나 다름없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제주해녀문화는 2016년 유네스코 세계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세화 해수욕장 앞에 위치한 해녀박물관은 세계적인 문화유산과 만나는 의미 깊은 공간이다. 해녀박물관은 테마에 따라 전시실이 나뉘어 있다. 1층은 해녀들의 생활 모습과 세시풍속을 전시한다. 실물 크기의 전통 가옥에는 이남숙 해녀가 실제 사용했던 살림살이와 가재도구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애기구덕과 물허벅 같은 독특한 유물도 눈길을 끈다. 이른 봄 열리는 영등굿을 재현한 디오라마는 오랫동안 해녀들의 안전과 풍요를 기원해온 제주의 전통 풍습을 보여준다.

물질에 쓰이는 여러가지 도구들이 전시되어 있다.
물질에 쓰이는 여러가지 도구들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박물관에서는 다양한 전시들도 열린다.
박물관에서는 다양한 전시들도 열린다.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2층에 오르면 해녀들의 물질 도구와 공동체 문화를 자세히 알 수 있다. 전복 등을 캐는 빗창, 까꾸리와 테왁망사리 등 작업 도구들과 세월에 따라 변화한 해녀 작업복이 진열되어 있다. 지금은 고무옷이라 부르는 잠수복이 보급되어 작업 환경이 크게 개선되었지만 1970년대 이전까지 ‘물소중이’라 불리는 광목 소재의 얇은 홑옷을 입었었다. 둥글게 돌담을 쌓아 만든 불턱은 해녀들에게 중요한 공간이다. 이곳에서 옷을 갈아입고 불을 피워 몸을 덥혔으며, 어린 해녀들을 위한 기술 전수도 이뤄졌다. 해녀들 사이에 지켜야 할 규약과 여러 논의 사항들이 여기서 결정되었다.

이 같은 공동체는 일제 강점기 시절 제주해녀항일운동이 펼쳐진 원동력이 되었으며 마을학교 세우기 같은 사회 공헌활동으로도 이어졌다. 해녀들을 인터뷰한 영상은 필수 관람 코스다. 바다를 껴안고 사는 이들의 삶과 고된 작업 과정을 생생하게 들려주는데 어릴 적부터 물질을 해온 70대 상군 해녀의 이야기가 뭉클한 감동을 불러온다. 박물관 야외로 나서면 제주해녀항일운동기념탑이 위풍당당하게 서 있다.

해녀 작업복의 변천사를 보여주는 전시물.
해녀 작업복의 변천사를 보여주는 전시물.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불턱은 해녀들이 휴식하고 공동체에 관한 일을 논의하는 중요한 공간이다.
불턱은 해녀들이 휴식하고 공동체에 관한 일을 논의하는 중요한 공간이다.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TIP

해녀박물관과 이어진 해녀문화센터에는 어린이 해녀관이 있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놀이 체험들이 운영된다. 매년 가을에는 해녀박물관 일대에서 해녀축제가 열린다.

해녀의 삶을 담은 마당극과 풍물공연, 거리 퍼레이드 등 여러 가지 행사와 해녀 의상 입고 사진 찍기, 해녀 캐릭터 타투, 물질 체험과 소라바릇잡이 등 재미난 프로그램들이 준비된다.

INFO 해녀박물관

개관시간 09:00~18:00 (월요일, 1월1일, 설·추석 당일 휴관)

관람료 어른 1,100원, 청소년 500원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해녀박물관길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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