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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골목길 여행] 오래된 골목길에서 만난 풍경, Old & New, 대전 소제동
[골목길 여행] 오래된 골목길에서 만난 풍경, Old & New, 대전 소제동
  • 김유정 객원기자
  • 승인 2023.01.15 22: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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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유정 객원기자
소제동에 위치한 카페, 파운드. 사진/ 김유정 객원기자

[여행스케치=대전] 버려졌던 옛 철도 관사 골목에 다시금 생기가 감돈다. 오랫동안 철도 관련 종사자들로 북적이던 소제동 일대는 1980년대 이후, 많은 사람이 떠나가고 건물도 노후화되면서 쇠퇴의 길을 걸었다. 그렇게 빈집만 덩그러니 남은 쇠락한 동네에 도시재생의 바람이 불어오면서 점점 활기를 되찾고 있다. 추운 겨울날, 오래된 골목길에서 만난 풍경은 생각했던 것보다 따스했다. 

대전 동구에 위치한 소제동은 본래 아름다운 호수였던 ‘소제호(蘇堤湖)’가 있었다. 일제 지배에 의해 철도 건설이 시작되어 1927년 솔랑산을 깎아 호수를 메웠다. 1940년대까지 일본 철도 관료, 기술자, 노동자들이 모여든 철도 관사촌이 형성되었다. 이는 광복 이후인 1970년대에도 이어졌는데, 철도 관사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철도에 관련된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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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온 뒤 고즈넉한 소제동 골목. 사진/ 김유정 객원기자

‘익선다다 프로젝트’로 도시재생
대전 동광장에서 도보로 15분이면 만날 수 있는 소제동은 첫인상은 낡은 건물들과 폐허가 된 동네 풍경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함박눈이 내리는 소제동의 첫인상은 새하얗게 뒤덮인 모습으로 오히려 깨끗하고 아름다운 곳이라는 인상을 받게 됐다. 원래 있었다는 소제호에 눈이 내리면 이런 풍경이었을까 하는 상상도 해본다. 익선동을 새롭게 재탄생 시킨 프로젝트 그룹 익선다다가 소제동 재탄생에도 힘을 쏟았다. 

다양한 숍을 만날 수 있다. 사진/ 김유정 객원기자

익선다다의 프로젝트로 소제동이 활기를 띠면서 자연스레 핫플레이스가 들어왔다. 자연스럽게 소제동이 활기를 찾게 된 것이다. 익선다다는 소제동 프로젝트를 통해 충청도 지역을 기반으로 생산되는 물적, 인적, 문화적 자원을 발굴하여 지역, 자원, 장인들의 가치를 소개한다. 또 지역을 위한 공동체로서 자생력을 가질 수 있도록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내어 공공의 이익을 추구한다. 관사를 다양한 방식으로 재해석한 레스토랑, 카페, 복합 문화공간 등을 만날 수 있어 소제동 골목에서의 하루가 지루할 틈이 없다. 

분위기 좋은 소제동 핫플레이스 
관사를 모던한 분위기로 개조해 소제동에서 단연 1등 핫플레이스로 소문난 온천집은 오픈 전부터 대기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건물 앞에 온천물이 나오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아웃테리어는 손님들의 포토존으로 사용되고 있다.

온천물이 나오는 듯한 분위기의 온천집 풍경. 사진/ 김유정 객원기자

익선동에도 있는 온천집은 소제동에도 위치해 대전은 물론 여행객들 사이에서도 오랜 대기를 해서라도 꼭 맛봐야 하는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얼큰한 국물이 일품인 북해도식 샤브샤브는 함박눈을 맞으며 골목 여행을 하며 얼었던 몸은 녹여준다. 북해도식 특유의 스프 카레가 가미된 국물에 담가먹는 채소와 고기는 적당히 양념이 배어져 특별한 소스가 없이 먹어도 맛 좋다. 바깥의 온천장을 눈에 담고 입에는 뜨끈한 국물이 들어오니 이색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온천집의 시그너처 메뉴인 북해도식 얼큰 샤브샤브. 사진/ 김유정 객원기자

 

온천집에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나면 바로 앞에 있는 대나무가 줄지어진 마당이 인상적인 찻집 풍뉴가로 향하면 된다. 바람이 흐르는 집이라는 의미인 풍뉴가는 오직 차만 판매하고 있는 찻집인데 대나무 마당이 포토존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여행객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풍뉴가는 포토존이 아니라 새로운 풍류를 재해석한 개념으로 독특한 차를 선보이고 있다. 'New Mixed Tea room'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차에 과일, 술 등을 섞어서 독특한 비주얼 및 맛을 뽐낸다. 화려한 색감의 차를 눈으로 한 번, 입으로 한 번 맛보게 된다. 

INFO 온천집
영업 시간 11:30 - 21:00 (브레이크 타임 15:00 - 17:00)
주소 대전 동구 수향길 17
문의 042-625-0906

포토존으로 유명한 풍뉴가의 입구. 사진/ 김유정 객원기자
알록달록한 배경이 아름다운 풍뉴가의 내부 공간. 사진/ 김유정 객원기자

특히 애플 파이, 패션 푸르츠, 파인애플을 가미한 대설차는 차와 과일청을 혼합해서 만든 것으로 차라고는 하지만 아주 달콤한 맛이 입안에 가득 맴돈다. 대나무 숲의 푸르름을 바라보면서 달콤한 차 한입을 머금고 있는 것도 색다른 겨울날의 하루가 된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풍뉴가의 시그너처인 풍뉴가 칵테일을 마셔보자. 애플티와 럼이 섞인 칵테일로 달짝지근하면서도 알싸한 맛이 얼었던 몸을 녹게 해주면서 몸을 노곤노곤하게 풀어준다. 

구석구석 숨어있는 소소한 이야기들
다시 소제동 골목여행을 시작한다. 골목을 걷다보면 모자 고양이나 귀여운 벽화그림도 볼 수 있다. 소제동에 자리한 일반 주민 주택 벽에 그려진 벽화를 자주 볼 수 있는데, 이는 소제동 살리기에 주민들도 얼마나 진심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소제동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벽화. 사진/ 김유정 객원기자
관사를 개조한 파운드 레스토랑. 사진/ 김유정 객원기자

같은 관사촌이었어도 각기 활용하는 방법이 달라서 각 레스토랑이나 카페를 방문하는 재미가 색다르다. 특히 관사촌의 터줏대감 역할을 하고 있는 레스토랑 파운드는 관사의 옛 모습을 살려 건축물에 담긴 의미를 소개하고, 특히 충청도 지역 기반의 농수산물로 만든 요리를 선보이는 동시에 지역 특색 제품을 함께 판매하고 있는 레스토랑이다. 

이탈리안을 베이스로 하고 있지만 음식이 충청도에서 난 식재료로만 요리해서 그런지 마냥 낯설지만은 않다. 파운드에서 선보이는 부여 방울 토마토 소스 가지롤은 한정판매하는 요리라 꼭 먹어볼 것을 추천한다. 얇게 썬 가지를 돌돌 말아 그 안에 치즈를 넣어 토마토 소스를 끼얹은 요리로 이탈리안 요리 같지만 신선한 부여 방울 토마토의 향이 짙게 배여 익숙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또 예산 꽈리 고추와 닭을 간장소스에 졸여 밤밥과 함께 나오는 요리는 어딘가 모르게 한식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익숙한 간장소스와 밤밥을 곁들이다 보면 어느새 배가 부르다. 서산 육쪽 마늘의 맛이 짙게 배인 스파게티도 놓칠 수 없는 맛. 파운드에서의 저녁식사가 길어질 수 밖에 없다. 

파운드 한켠에서는 충청도 특산품도 판매하고 있다. 사진/ 김유정 객원기자
파운드의 시그너처 부여 방울 토마토 소스 가지롤. 사진/ 김유정 객원기자
파운드에서는 충청도 식재료를 사용해 요리를 만들고 있다. 사진/ 김유정 객원기자

파운드에서 가까운 관사 16호에 자리한 카페야 말로 관사가 제대로 보존되어 있어서 관사의 숨결을 가까이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커피 한잔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져 있는데, 관사에서 사용되던 화장실마저 그대로 놔둬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게다가 커피 맛까지 일품이라 발 디딜 틈이 없이 사람들로 북적인다. 특히 다다미방으로 프라이빗하게 꾸며진 공간은 오랫동안 커피를 마시면서 담소를 나눌 수 있어 자리 차지하기가 어렵다. 다다미방에서 커피 한잔 마시고 있는 동안은 마치 과거로 여행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한편으로는 이런 역사적인 공간이 재개발이라는 명목 하에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니 아쉬운 마음도 커져만 갔다.

눈이 쌓인 풍경이 아름다운 관사 16호. 사진/ 김유정 객원기자
관사 16호 카페의 다다미방. 사진/ 김유정 객원기자
관사 16호 카페에서 마신 콘파냐. 사진/ 김유정 객원기자

INFO 관사 16호
영업 시간 11:00 - 21:00 
주소 대전 동구 수향길 19 본관
문의 070-8633-8180

 

관사들이 그대로 남아있는 소제동 골목풍경. 사진/ 김유정 객원기자

익선다다 홈페이지에서 소개되고 있는 공간 중에서도 문을 열지 않은 공간들이 종종 있어 다 방문하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앱 지도에서는 운영 중으로 표시되어도 실제로 문을 열지 않은 곳이 있어 소제동 골목여행을 하기 위해 찾았다가 발길을 돌리기가 일쑤였다.

그래도 문을 연 곳은 사람들이 대기를 할 정도로 인기가 좋아 소제동이 살아숨쉬고 있다는 인상을 받아 기분이 좋아졌다. 소제동을 찾아가기 전에 익선다다에서 운영하는 소제호 홈페이지(sojeho.kr)를 미리 방문해 어디를 방문할 것인지 먼저 정해본다면 더 알찬 소제동 골목여행이 될 것이다. 물론 정처없이 소제동 골목길을 구석구석 살펴보는 것 역시 좋으니 어떤 방식으로도 소제동 골목여행은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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