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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해안누리길 여행]  더 다양한 자연을 만나다. 화성 제부모세 3색체험 해안길
[해안누리길 여행]  더 다양한 자연을 만나다. 화성 제부모세 3색체험 해안길
  • 노규엽 기자
  • 승인 2023.05.17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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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두번 길이 열리는 제부도. 사진/ 채동우 사진작가

[여행스케치=화성] 경기 화성시 서신면에 위치한 작은 섬 제부도가 오래도록 명소로 인정받고 있는 배경은 바닷길이 열리며 도로가 나타나는 모세의 기적길에 있다. 하루 두 차례 바닷속에 잠겨 있던 길이 드러나면 육지의 송교리부터 제부도까지 약 2.3km의 길이 굽이굽이 펼쳐진다. 바다였던 길을 걸어 섬의 명소들을 눈에 담고 오는 길, 제부모세 3색체험 해안길로 떠난다.

물이 찰랑거리던 바다에 표면이 드러나며 멀어만 보였던 섬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열리는 모습은 몇 번을 봐도 신기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딱 봐도 질퍽거림이 느껴지는 갯벌 사이로 단단한 콘크리트 포장도로가 모습을 드러내는 제부도로 가는 길은 더욱 그렇다. 길이 열리면 자동차도 사람도 동등하게 섬으로 갈 수 있지만, 걷는 이들의 감동이 더욱 크다. 좌우로 펼쳐진 갯벌에서 살아가는 생물들의 생명력도 찬찬히 눈에 담을 수 있기 때문일 터다.

제부도에서 바라본 일몰. 사진/ 여행스케치
긴 백사장을 지닌 제부도해수욕장. 사진/ 여행스케치

아이는 업고, 노인은 부축해 건너던 섬, 제부도
제부도는 옛날부터 육지에서 멀리 바라보이는 섬이라는 뜻에서 ‘저비섬’ 또는 ‘접비섬’ 등으로 불렸다. 조선시대에는 제부도와 송교리 사이 갯벌 고랑을 걸어서 오갔다는데, ‘아이는 업고, 노인은 부축하여 건너다니는 모습’을 두고 ‘제약부경(濟弱扶傾)’이라 표현했다고 한다. 이런 연유로 조선 중엽 이후부터 제약부경의 ‘제’와 ‘부’를 따서 제부도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전한다.

제부도는 하루에 두 번씩 육지와 연결되지만 엄연한 섬이다. 섬에서는 식수가 귀한 법인데도, 제부도에는 식수가 풍부하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소금기 없는 지하수가 곳곳에서 솟아나고, 오히려 그 물맛이 좋기로 소문이 나있다. 이를 방증하는 옛 이야기도 남아있다. 오래전 어수선한 시국을 피해 중국으로 이동하던 임금이 제부도 선창에 잠시 들렀는데, 한 여인으로부터 우물물을 받아 마시고 그 물맛에 크게 감탄했다는 이야기다. 제부도 전역에서는 지금도 그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하고 있으니, 가까운 육지의 물보다 더 깨끗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제부도는 수도권 당일치기 섬 여행으로 여전히 인기가 많다. 사진/ 채동우 사진작가
관광지가 된 이후로도 어촌의 모습은 남아있다. 사진/ 여행스케치

당일치기 여행이 더욱 편리해진 제부도의 변화
제부도는 1980년대 갯벌에 도로가 놓이면서 차량 통행이 가능해졌고, 1990년대부터 각종 매체에 바닷길이 소개되며 수도권에서 당일치기 여행이 가능한 관광명소로 이름을 알렸다. 하루에 두 번씩 바닷길이 열려있는 시간이 꽤 길어서 관광지로의 변신에 유리했지만, 그래도 바닷길이 열리는 시간을 맞춰야 한다는 제약은 여전해 제부도를 찾는 여행객들은 개인의 일정과 물때의 일정을 함께 맞춰야 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제부도를 더욱 마음 편히 다닐 수 있는 길이 열렸다. 2021년 12월에 전곡항과 제부도를 잇는 하늘길, 서해랑 제부도해상케이블카가 개통된 것이다. 평일 기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주말 및 공휴일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행하는 해상케이블카로 인해 제부도로 여행을 떠나는 새로운 그림이 만들어졌다.

제부도해상케이블카가 생긴 이후로 제부도를 오가기가 더 편해졌다. 사진/ 채동우 사진작가
케이블카 위에서 노을을 바라볼 수 있다. 사진/ 채동우 사진작가

물때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여행자 개인의 일정에 맞게 제부도를 오갈 수 있게 되었고, 바닥이 훤히 보이는 크리스탈 캐빈의 존재로 오히려 바닷물이 찰랑거리는 밀물 때에 케이블카를 타려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바닷길 시간과 관계없이 케이블카의 야경을 즐길 목적으로도 제부도를 찾을 수 있게 되었고, 또한 케이블카 이용객은 30분마다 출발하는 제부도 내 무료 순환버스도 이용할 수 있어 여행이 한결 편해졌다.

INFO 서해랑
제부도해상케이블카
주소 경기 화성시 서신면 전곡항로 1-10(전곡정류장), 경기 화성시 서신면 해안길 18(제부정류장)

섬 안에서의 걷기 여행은 제부도 선착장을 기점으로 삼는다. 사진/ 여행스케치
탑재산에서 바라본 해수욕장 방면 전망. 사진/ 여행스케치

바다 건너 즐기는 해안산책로와 탑재산 조망
케이블카와 버스를 이용해 보다 편한 방문이 가능해졌다고 해도, 제부도 내에서는 걸어서 다니기를 추천한다. 명소만 방문하는 빠른 여행도 좋지만, 제부도의 바람과 풍경 등을 즐기며 천천히 걷는 여행이 기억에는 더욱 깊게 남을 것이니 말이다.

제부도로 들어선 이후에는 제부도 선착장을 걷기여행의 들머리로 삼는다. 예나 지금이나 포토존으로 유명한 빨간 등대를 보고나서 제부도해수욕장까지 연결되는 해안산책로를 걷기 위함이다. 해안선을 따라 7~8m 높이로 설치한 약 800m 길이의 나무데크 길로 밀물 때도 걱정 없이 바다를 즐기며 산책을 할 수 있게 해준다. 썰물 때는 해변으로 내려설 수 있는 계단을 이용해 갯벌도 밟아볼 수 있으니, 그야말로 유유자적하게 여행자의 감성을 충만시킬 수 있는 산책로다.

목재데크로 만들어진 해안산책로는 걷기가 편하다. 사진/ 여행스케치

해안산책로를 따라 제부도해수욕장 인근에 이르면 탑재산으로 올라볼 수 있는 갈림길을 만나는데, 제부도의 최근 변화는 이곳에도 새로운 모습을 만들었다. 등산로 길목에 ‘하늘둥지’라는 전망대에서 제부도의 너른 갯벌을 감상하며 편히 쉬어갈 수 있게 되었고, 탑재산 정상까지 올라 육지의 모습도 바라볼 수 있다. 탑재산은 높이 66.7m로 산이라기보다는 언덕에 가까운 수준이고, 등산 왕복 시간도 30분 정도이니 꼭 즐겨보기를 추천한다.

섬의 남쪽 끝에서 명물 매바위를 만난다
제부도음식문화시범거리로 지정되어 각종 수산물 식당들이 나란히 이어지는 제부도해수욕장을 지나 섬의 남쪽 끝에 이르면 드디어 제부도 걷기 여행의 백미를 볼 차례이다. 뾰족한 바위 봉우리 세 개가 눈길을 끄는 ‘매바위’다. 매의 부리처럼 날카롭다고 해서 이름 붙었다고도 하고, 옛날에 실제로 매가 살아서 매바위가 됐다고도 한다.

각각 신랑바위, 각시바위, 하인바위라는 명칭이 붙어있다. 사진/ 여행스케치
매바위는 물때에 따라 다른 모습을 연출한다. 사진/ 여행스케치

원래 두 개의 바위였지만 오랜 세월 바람과 파도의 침식작용으로 네 개가 되었다가 1970년대 후반 갯벌을 개간할 당시 하나의 바위가 부서져 지금의 세 개로 남았다. 세 바위에는 각각 이름이 붙었는데, 가장 큰 것은 신랑바위, 작은 것은 각시바위, 그리고 그 앞의 가장 작은 바위는 하인바위라고 한다. 또 신랑바위 옆으로는 비스듬하게 수직 굴이 있는데 이름 하여 연인굴이다. 두 사람이 들어가면 껴안을 수밖에 없는 좁은 굴이라서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썰물 때에는 갯벌을 따라 바위가 있는 곳까지 들어갈 수 있어, 보는 위치에 따라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주는 매바위를 즐길 수 있다. 바닷물이 차있을 때의 매바위도 나름 또 다른 풍경을 보여주기에 언제 봐도 좋은 제부도의 명물이다. 다만 안타까운 점은 현재 매바위의 몸통은 살짝만 건드려도 부스러질 정도로 약하다. 염분으로 인한 침식이 계속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매바위의 모습이 조금씩 사라질 것 같아 안타까운 일이다.

계절별로 다양한 수산물을 만날 수 있는 갯벌. 사진/ 채동우 사진작가
제부도해수욕장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도 의미있다. 사진/ 여행스케치

한편, 매바위 인근 갯벌은 제부도어촌체험마을에서 운영하는 갯벌체험도 해볼 수 있는 체험장으로, 계절별로 다양한 수산물을 만나볼 수 있으니 관심이 있다면 미리 알아보고 가는 것도 좋다. 남은 코스는 섬의 동부 해안을 따라 걸으며 다시 제부도 입구로 돌아가는 길이지만, 코스를 완결한다는 의미를 제외하면 볼거리는 약한 편이다. 그러니 매바위를 반환점으로 삼아 지금껏 걸으며 봤던 풍경들을 곱씹으며 길을 돌아가도 좋을 일이다.

INFO 제부도음식문화시범거리
주소 경기 화성시 서신면 해안길 3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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