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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전통시장 탐방] 여름밤 먹거리 천국, 서문시장 야시장
[전통시장 탐방] 여름밤 먹거리 천국, 서문시장 야시장
  • 김수남 여행작가
  • 승인 2023.07.1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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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나라도 야시장은 관광명소가 되었다. 시장 구경하면서 맛난 길거리음식도 즐길 수 있는 서문시장 야시장을 다녀왔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이제 우리나라도 야시장은 관광명소가 되었다. 시장 구경하면서 맛난 길거리음식도 즐길 수 있는 서문시장 야시장을 다녀왔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여행스케치=대구] 외국여행을 가면 종종 야시장을 만난다. 특히 날씨가 더운 동남아에는 야시장이 발달했다. 해외여행 경험이 있다면 북적이는 야시장에서 길거리음식 한 번쯤 접해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야시장은 관광명소가 되었다. 우리나라에도 그런 야시장이 있다. 한여름 밤, 인기 있다는 길거리음식 즐기면서 시장 구경하다 보면 살짝 들뜬 마음에 무더위도 잊게 된다.

나라 안에서 가장 이름난 시장 중 하나인 대구 서문시장은 역사적으로 조선 선조 이후 전국 3대 시장의 하나로 성장했다. 규모가 커지다보니 오늘날에는 시장 이상의 의미도 가지게 되었는데 유명 정치인이나 대통령이 자주 방문해서 보수정치의 성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정치적 상징성을 지닌 곳이기도 하다. 그 서문시장이 요즘은 야시장으로 뜨겁다. 낮에도 서문시장, 밤에도 서문시장이다.

화려한 먹거리 천국, 서문시장
조선 중기로 거슬러 가면 원래의 서문시장은 대구읍성 북문 밖에 있었다. ‘북문시장이 될 뻔하였는데 조선 현종에 이르러 경상감영이 대구에 설치되면서 지역이 크게 발전하였고 시장도 서문으로 이전하였다. 그 후로 세력이 더욱 커지면서 서문시장이라는 이름으로 정착되었다. 대구가 영남지역의 행정적, 경제적 중심지인데다가 막강한 소비시장을 등에 업었으니 시장은 날로 번창하였다.

서문시장 야시장은 24개의 매대와 푸드트럭으로 구성된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서문시장 야시장은 24개의 매대와 푸드트럭으로 구성된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야시장 개장 전 기존 상가에도 손님들이 몰리고 있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야시장 개장 전 기존 상가에도 손님들이 몰리고 있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서문시장에선 야시장도 열린다. 우리나라에 야시장이 들어서게 된것은 10년 전의 일이다. 2013년 부산 부평깡통시장이 야시장으로 성과를 보이자 대구 서문시장도 2016년에 야시장을 만들었다. 당시, 전국적으로 야시장 돌풍이 일었으나 오래가지 않아 코로나 팬데믹의 발생으로 그 열기가 싸늘하게 식고 말았다. 코로나가 주춤하고 사회가 제자리로 돌아오면서 멈췄던 야시장도 다시 열렸는데 코로나 덕분에 옥석이 구별되어 결과적으로 경쟁력 갖춘 야시장만 살아남은 셈이 되었다. 서문시장 야시장이 그중 하나다.

야시장 때문에 기존 시장도 덕을 보고 있다. 맛집 위주로 손님들이 몰리면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 품목에 따라 다르지만 화려한 홍보문구 아래 길게 늘어선 줄까지 생겼다. 저녁 7시 야시장이 개장되면 손님들은 모두 야시장 쪽으로 빠져나간다.

다양한 과일주스를 내놓는 기존 상가.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다양한 과일주스를 내놓는 기존 상가.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기존 점포에서 대왕카스테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매장.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기존 점포에서 대왕카스테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매장.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서문시장 야시장은 350m에 달하는 직선 통로에서 열린다. 먹거리와 기념품 같은 살거리 등이 다양하지만 역시 음식 매대가 주를 이룬다. 매대는 모두 24개에 달하는데 낮에는 주차장에서 때를 기다리며 잠을 자다가 7시 개장 시각이 다가오면 낮잠에서 깨어나 젊은 사장들의 손에 이끌려 야시장 통로로 내려온다. 젊은 사장들이 빨간색 매대를 하나 둘 밀고 내려오는 오프닝 모습이 하나의 거룩한 의식을 보는 듯하다.

야시장 개장 시각에 맞춰 내려오는 빨간매대들의 모습이 특별한 의식처럼 보인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야시장 개장 시각에 맞춰 내려오는 빨간매대들의 모습이 특별한 의식처럼 보인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서문시장 야시장은 매주 금·토·일요일에 열린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서문시장 야시장은 매주 금·토·일요일에 열린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개장을 기다리는 관광객들은 야외무대 주위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매대가 자리를 잡기가 무섭게 그 앞에 줄을 선다. 젊은 층 취향에 맞는 여러 가지 퓨전 음식과 간식거리가 많지만 인기 있는 코너 일수록 대기 줄이 길어 그 맛을 보기엔 상응하는 인내력이 필요하다.

음식 이름에도 톡톡 튀는 감각이 엿보인다. ‘소고기 직화초밥’, ‘철판 꽃삼겹김밥’, ‘차돌박이 야끼소바’, ‘버터갈릭새우등등. 게다가 현란한 불쇼같은 퍼포먼스가 더해지면 지갑을 열지 않을 수 없다.

야시장에는 노점상도 등장한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야시장에는 노점상도 등장한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야외무대에서는 댄스공연 등이 펼쳐진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야외무대에서는 댄스공연 등이 펼쳐진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야시장의 분위기를 띄워주는 역할은 가운데 야외무대에서 하고 있다. 야시장의 주요 고객층이라 할 수 있는 MZ세대를 비롯한 젊은 층 눈높이에 맞는 이벤트가 이어지고 있는데 강하고 빠른 비트의 음악이 연신 흘러나오다 보니 지갑을 여는 속도 또한 강하고 빠를 수밖에 없다.

야시장에서 꿈을 키우는 사람들
어쩌다 한두 매대를 제외하곤 모두 대기줄이 길 정도로 매대 운영자들은 야시장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그중 한 군데 스테이크 새우 꼬지를 취급하고 있는 임면화(48) 대표는 올해 7년차 야시장 베테랑이다. 원래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활동했었는데 주부생활로 인해 경력단절기를 보내고 뒤늦게 야시장에 뛰어든 경우다.

화려한 불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큐브 스테이크.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화려한 불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큐브 스테이크.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아이스크림 와플을 먹고 있는 관광객.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아이스크림 와플을 먹고 있는 관광객.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영업 시작과 동시에 인기 매대는 줄이 늘어선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영업 시작과 동시에 인기 매대는 줄이 늘어선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처음부터 재미를 본 건 아니란다. 트렌드를 알고 소비자의 마음을 읽어야 하는데 쉬운 일이 아니다 보니 2차례 품목을 변경하여 지금의 새우꼬치 메뉴로 정착을 하였다. 새우와 스테이크를 번갈아 꼬치에 꽂아서 구워 내놓는데 취향에 따라 데리야끼소스나 칠리소스를 발라 먹으면 된다.

야시장에서는 기본적으로 고기를 선호하는 데다가 남녀노소는 물론 외국인들까지 좋아하는, 호불호 없는 맛이 비결이라면 비결인 것 같습니다.”

일주일에 3번 문을 여는 야시장이지만 다른 일 하는 것보다는 낫다며 나중에는 정식 점포를 내 외식업계에 도전장을 내는 게 꿈이다.

철판꽃삼겹김밥을 주메뉴로 하는 임동숙(62) 대표는 어느 정도 꿈을 이룬 경우다. 딸이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던 해에 야시장에 들어왔는데 올해는 시내 중심가인 동성로에 번듯한 점포를 냈기 때문이다. 점포에 집중한 딸을 대신해 야시장 점포를 이어 받았는데 이 나이에 어디 가서 이 정도 벌이 하겠는가하며 만족해하고 있다.

한 주에 3일 야간 영업이니 시간으로 따지자면 주 11시간 정도인데 많을 땐 700개 정도의 김밥을 만다고 한다. 임 대표의 성공 비결은 정성이다. 영업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모든 재료 준비를 마쳐놓아야 하는데 재료 하나하나 일일이 손으로 정성스레 준비한다.

핵심 재료인 삼겹살은 일일이 오도독뼈를 발라내 초벌구이로 구워놓고 단무지도 시중제품을 쓰지 않고 비트로 직접 물들여 준비한다. 매운맛도 캡사이신을 사용하지 않고 청양고추를 갈아서 맛을 내기 때문에 매우면서도 뒷맛이 깔끔하다. 100세 시대이니만큼 건강이 허락하는 한 오래도록 일하고 싶은 게 임 대표의 소박한 소망이다.

기념품 매대도 인기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기념품 매대도 인기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돼지고기 부산물을 지티는 나비.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돼지고기 부산물을 지티는 나비.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야시장의 십원빵.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야시장의 십원빵.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야시장 입점자 선정은 매해 공모를 통해서 선정하는데 올해는 원래 있던 나이 제한 규정이 폐지되어 문호가 넓어졌다. 일반인들과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사단의 블라인딩 테스트를 받아야 하는 등 엄격한 심사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야시장 참가 업주들은 모두 어느 정도 수준이 된다고 보면 맞다.

인기 매대일수록 대기줄이 길어 여러 가지 음식들을 맛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요령이라면 토요일보다는 금요일이나 일요일이 조금 유리하고 또 폐장 무렵에는 아무래도 손님이 덜하다.

대구에서 열리는 치맥페스티벌의 한 장면.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대구에서 열리는 치맥페스티벌의 한 장면.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여행쪽지
서문시장 야시장은 금3일만 영업한다. 개장시장은 19:00~23:30(일요일은 22:30)까지다. 대구전통시장진흥재단(053-621-1985). 서문시장에는 원래 칼제비와 납작 만두 등이 인기 메뉴다.

대구치맥페스티벌 올해는 다소 늦어져 830일부터 93일까지 두류공원 일대에서 열린다. 치킨 업체가 많은 대구는 치맥의 성지로 통하는데 코로나 전엔 100만 명이 다녀갔을 정도로 인기를 끈 축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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