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부천] 서울과 인천 사이에 있는 도시 부천. 바다와 한강이 가까이 있는 부천에는 선사시대부터 인류가 살아왔다고 한다. 무더운 여름에 멀리 나가지 않고 박물관에서 땀을 식히며 여유로운 체험여행을 할 수 있다. 시원한 물 한 병이면 족하다.
‘핫 플레이스’ 예감 부천종합운동장역
지하철 서해선이 대곡까지 연장돼 수도권 서부 안산, 시흥, 부천, 김포, 일산의 대중교통이 수월해졌다. 서해선은 부천 소사역에서 지하철 1호선, 부천 종합운동장역에서 지하철 7호선과 만난다. 7호선은 인천-부천-서울 강남-노원구를 잇는다.
중동 신도시를 끼고 인구 100만 도시를 넘보는 부천은 산업화 이전에 복숭아밭이 많아 ‘복사골’로 불렸다. 복사골은 서쪽에 바다, 북쪽에 한강이 있는 너른 평야였던지라 저 먼 선사시대부터 인류의 조상이 터 잡고 살기에 안성맞춤인 땅이었다. 장구한 세월 갖은 문화유산이 들에 꽃 피우고, 땅에 스몄으리니 부천이 2017년 동아시아 최초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로 선정된 데는 다 그만한 까닭이 있었다.
복사골은 벌말, 장말, 점말 등 사람 사는 마을로 나뉘었고 말과 말 사이 언덕 위에 조마루가 있었는데 이곳이 유구한 ‘뼈다귀 감자탕’의 본산이다. 살기 좋은 동네는 문화가 융성하는데, 문화는 의식주의 발전을 함께 견인한다는 사실을 이곳 ‘문화도시 부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일단, 부천종합운동장역에는 걸어서도 금방 갈 수 있는 박물관이 두 개가 있다. 북쪽에 부천시립박물관, 남쪽에 부천활박물관이다.
INFO 부천시립박물관
주소 경기 부천시 소사로 638
관람시간 09:00~18:00 (입장 마감 17:30), 1월 1일, 설날과 추석 당일, 월요일, 법정공휴일 다음날 휴관
관람료 무료
주차 무료
문의 032-684-9057~8
옹기장이 마을 점말, 박물관으로 들어오다
약 5천 점에 달하는 부천시립박물관의 소장품은 향토역사, 교육, 옹기, 수석(壽石), 유럽자기 등 크게 5개 분야로 나뉘어 전시 중이다.
향토역사실은 부천 지역에서 발굴된 문화유물을 모아 이 땅의 내력을 대변한다. 수천 년 땅속에 묻혀 있다가 홍수로 인해 모습을 드러냈던 고강동 선사주거지 석기 유물부터 청동기시대와 삼국시대 토기, 조선시대 춘의산 자락에 묻힌 영조의 딸 화유옹주의 묘에서 출토된 부장품 등이 은은한 조명 아래 빛을 발한다. 고대 유물은 같은 지역에서 발굴된 탓에 시대별 문화적 특징을 한눈에 볼 수 있고, 바닥에 ‘건륭년제’ 명문이 조각된 녹색 유리병 등 화유옹주 묘에서 출토된 부장품은 조선 후기 귀족의 생활상을 엿보게 한다.
11개 주거지에서 폭넓게 출토된 구멍무늬토기는 청동기시대 전기 유물인데 고강동 선사유적이 기원전 10~8세기 경에 형성됐다는 추정을 가능하게 해준다. 민무늬토기는 청동기시대뿐만 아니라 초기 철기 시대까지 사용된 것으로 추정돼 한강 유역의 초기 국가 문화를 엿볼 수 있게 한다.
교육전시실은 부모와 자녀의 ‘소통(疏通)’을 돕는 흥미로운 전시품 일색이다. 삼국시대부터 근현대 교육 문화유산을 모았는데 1950년 대 ‘부천문방구’를 지나면 ‘오징어 게임’을 할 수 있는 달고나 틀이 있고, 조선시대 과거시험 답안지와 단기 4290년(1957년) 소사중학교 졸업장이 있다.
박민주 학예사는 교육전시실을 가리키며 지역 박물관의 특징을 이렇게 강조했다.
“대개 박물관의 유물이라면 오래된 것, 희귀한 것을 생각하는데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는 흔하고 사소한 것일지라도 백 년, 이백 년 후손들에게는 선조가 남긴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부천시립박물관이 시 승격 50주년을 맞아 펼치고 있는 ‘장롱 속 유물을 찾습니다’ 캠페인 역시 시민에게 가깝게 다가가는 지역 박물관의 역할입니다.”
옹기전시실은 원래 있었던 옹기박물관이 그 뿌리로, 약 8백여 점의 옹기를 소장하고 있다. 이곳에 옹기박물관이 들어섰던 배경에는 점말(점촌)이 있다. 1886년 병인박해 때 이곳 점말로 피난 온 천주교도들이 옹기를 구워 생계를 유지했던 탓에 옹기가마터 등 유산이 남아있었다. <십자가문오지독>이 대표적 유물인데 항아리 표면에 쌀 미(米) 자를 위장한 십자가(十) 문양을 새김으로써 변치 않는 신앙심의 증표로 삼았다.
수석전시실 역시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귀한 수석들이 가득 채워져 있는데 돌의 중앙에 구멍이 뚫려 만사형통을 상징한다는 관통석,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거북이의 등껍질을 닮은 귀갑석이 돋보였다.
유럽자기전시실에는 독일, 프랑스, 영국의 자기와 크리스탈, 식탁문화와 도자기 문양체험을 할 수 있다. 정중앙에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세브르 자기의 ‘라퐁텐 이야기’가 화려함을 자랑하고 있다. 유럽자기에 담긴 유럽문화와 예술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국제적 감각과 안목을 키워주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브랜드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세계 최강 양궁의 나라, 바람을 극복하라
영화 <최종병기 활>은 ‘바람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란 명대사를 남겼다. 바람을 극복하고 시대를 넘은 활들이 부천활박물관에 모여 있다. 1451년 제작된 신기전기화차(문종화차)는 설계도가 남아있는 다연장 로켓포인데 화살 100발이 동시에 발사됐다. 대신기전은 포탄인데 1km 이상을 날아갔다. 임진왜란 때 권율 장군이 행주대첩에서 신기전을 십분 활용했다고 한다. 간단한 기계장치로 활을 발사하는 쇠뇌는 지금 꺼내 사용해도 될 정도로 모양이 생생하다.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에는 ‘적선을 향해 지자총통, 현자총통을 쏘았다’는 기록이 잦은데 이 화포들도 같이 전시돼있다. 활박물관 2층에는 춘의산 자락에 닿는 활궁장이 시원하게 펼쳐져 시민 궁사들이 활 쏘는 모습을 구경하고, 활쏘기 체험도 가능하다.
다양한 어린이 프로그램과 가족 테마 여행지 까치울
시립 박물관답게 두 박물관에는 아이들을 위한 교육·체험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부천시립박물관에는 ‘도자기 만들기, 물레야 놀자, 옹기야 놀자, 흙놀이 치유공방, 유럽자기로 만나는 세계동화’ 등 어린이와 성인을 위한 프로그램이 있다. 기자가 방문했을 때는 마침 초등학생들이 도자기 만들기 실습을 하는 중이었다. 부천활박물관에는 ‘전통한지 공예교실, 보자기 100가지 활용법, 철릭(활 전통의상) 만들기, 대나무활 만들기, 활쏘기’ 등이 있다. 예약이 필요한 프로그램도 있고,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에는 무료인 경우도 있으므로 박물관 방문 전 홈페이지나 전화로 사전에 체크하기를 권장한다. 원할 경우 문화관광해설사의 도움도 받을 수 있다.
부천종합운동장역과 까치울역(7호선) 일대는 전원 지역으로 지하철이 개통되기 오래전부터 다양한 맛집과 시립 시설이 자리 잡고 있었다. 부천종합운동장은 프로축구단 <부천FC1995>의 홈구장이고, 바로 옆의 활박물관을 지나면 시립원미도서관, 원미공원(물놀이장) 등이 있다. 까치울역 사거리에는 자연생태공원, 무릉도원수목원과 함께 면, 고기, 생선 등 다양한 요리를 즐길 수 있는 맛집들이 몰려있어 수도권에서는 가족끼리 당일치기 근교여행지로 제격이다.
INFO 부천활박물관
주소 경기 부천시 소사로 482
관람시간 09:00~18:00 (입장 마감 17:00), 1월 1일, 설날과 추석 당일, 월요일, 법정공휴일 다음날 휴관.
관람료 일반 1,000원, 어린이/청소년 600원
주차 부천종합운동장 주차장 (박물관 관람 티켓 소지자 무료)
문의 032-614-267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