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합천] “불법의 보호로 외적을 물리치게 하소서.”
고려는 몽골의 침입에 맞서 대장경판을 만들기로 했다. 긴박한 전시 상황에 대장경판을 만들다니…, 현재의 인식으로는 쉽사리 이해할 수 없는 행동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왕부터 귀족, 백성까지 모두가 한마음으로 나라의 위기에 맞섰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스스로 대장경판 제작에 참여했다. 각자가 할 수 있는 일을 맡아, 한 글자 한 글자 ‘작은 마음’을 아로새겼다.
나라의 위기를 극복하고자 만든 팔만대장경
‘합천’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팔만대장경은 명실상부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대장경판이다. 고려 1237년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해 1251년에 이르러 완성된 ‘고려대장경판(이하 팔만대장경)’은 총 1,514종 6,803권의 경전으로 구성되어 있다. 총 판수가 8만 1,258장에 달해 팔만대장경으로 불린다.
팔만대장경 제작에 투입된 총인원만 연간 최소 20만 명에서 최대 50만 명으로 추정되며, 몽골 침략 당시 고려의 총인구수를 300만 명이라고 봤을 때 그 규모가 실로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현재 해인사에 보관된 팔만대장경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장경 목판이자, 가장 정교하고 완벽한 목판이라고 평가받는다. 특히, 무려 1,000년 전에 만들어진 나무 경판이 오늘날에도 거의 온전한 상태로 보관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고려대장경판과 보관창고인 ‘장경판전’은 지난 200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지정됐다.
팔만대장경에는 무려 5,200만 자나 되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그런데 이 중 단 한 글자도 틀리거나 삐뚤지 않다고 한다. 보통 사람들이 뜻을 생각하며 하루에 읽을 수 있는 글자 수를 대략 4,000~5,000자로 봤을 때, 팔만대장경 전체를 읽는 데는 약 30년이나 소요된다고 하니 실로 엄청난 분량이다.
멀티미디어 체험으로 즐겁게! 합천대장경테마파크
해인사 초입에는 이러한 팔만대장경을 테마로 한 대장경테마파크가 조성돼 있다. 디지털 영상 체험, VR, 트릭아트, 소리 등 다양한 방식으로 쉽고 재미있게 팔만대장경의 가치와 역사를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으로 해인사와 함께 방문하면 좋을 장소.
경전의 탄생에서부터 조판의 전 과정은 물론, 강화도에서 합천으로 옮겨진 대장경판의 이운(불화나 불구 등을 다른 장소로 옮기는 의식) 등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이 밖에도 기록문화관, 도예 체험관, 어린이놀이터, 무장애 산책로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어, 아이와 함께 가족여행을 즐기기 좋다.
INFO 합천대장경테마파크
주소 경남 합천군 가야면 가야산로 116
운영시간 동절기(11~2월) 9:00~17:00, 하절기(3월~10월) 9:00~18:00 / 월요일 휴무
문의 055-930-4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