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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특집 ② 겨울의 문턱에서] 순백의 겨울왕국을 만나다, 춘천 눈꽃 여행
[특집 ② 겨울의 문턱에서] 순백의 겨울왕국을 만나다, 춘천 눈꽃 여행
  • 정은주 여행작가
  • 승인 2023.11.13 0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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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적인 계절 겨울을 맞아 순백의 겨울왕국이 펼쳐지는 춘천으로  떠나본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환상적인 계절 겨울을 맞아 순백의 겨울왕국이 펼쳐지는 춘천으로 떠나본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여행스케치=춘천] 겨울은 환상적인 계절이다. 마른 나뭇가지에서는 눈꽃이 피어나고 단단하게 얼어붙은 호수는 유리바닥처럼 매끄러워진다. 어린아이의 미소 마냥 순수한 풍경이 펼쳐지는 도시 춘천. 겨울의 문턱에서 순백의 겨울왕국을 만났다.

춘천을 흔히 호반의 도시라 부르지만 겨울에는 춘베리아라는 별칭이 더 어울린다. ‘춘천시베리아를 합쳐 부른 말로 그만큼 춥고 눈이 많이 온다는 뜻이다. 손발이 꽁꽁 얼어붙는 추위에도 춘베리아로 떠나는 이유는 한바탕 눈발이 휘몰아친 후에야 비로소 완성되는 풍경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때를 놓치면 다시 1년을 기다려야 한다.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면 볼 수 있는 설산 풍경.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면 볼 수 있는 설산 풍경.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춘천의 겨울을 즐기는 최고의 방법, 삼악산 호수 케이블카
춘천에 눈 소식이 들려오면 가장 먼저 눈여겨봐야 할 곳이 삼악산이다. 산과 호수, 도시를 감싼 설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명당인 데다 정상 부근까지 케이블카를 타고 편히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춘천의 겨울을 만끽하기에 이만한 방법도 없다.

의암호를 가로질러 삼악산까지 연결된 케이블카는 길이 3.61km로 국내 최장 거리를 자랑한다. 15분이 넘는 긴 탑승 시간과 사면을 둘러싼 큼지막한 유리창은 겨울 풍경을 감상하기에 제격이다. 여기에 바닥이 투명한 크리스털 캐빈을 이용하면 하늘을 나는 듯한 아찔함까지 누릴 수 있다. 고도가 높아질 때마다 시야가 점점 넓어지며 숨은 경관들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는데 마치 먹색과 여백이 조화를 이룬 수묵화를 보는 것 같다.

국내 최장 길이를 자랑하는 삼악산 호수 케이블카.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국내 최장 길이를 자랑하는 삼악산 호수 케이블카.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15분이 넘는 탑승 시간 동안 사면을 둘러싼 겨울 풍경을 감상하기에 아주 제격이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15분이 넘는 탑승 시간 동안 사면을 둘러싼 겨울 풍경을 감상하기에 아주 제격이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의암댐과 옛경춘로가 멀어져 갈 때쯤 눈앞에 나타나는 설산은 눈꽃 세상으로 입성하는 관문이나 다름없다. 산등성이를 따라 올라가는 동안 눈앞에 펼쳐진 장관에서 한 순간도 시선을 뗄 수 없다. 눈으로 만든 고요하고 적막한 세상에 발을 들인 기분. 상부 정차장에 도착해 야외 테라스로 나서면 호수에 둘러싸인 춘천 시내와 겹겹이 둘러쳐진 순백의 봉우리들이 아름다운 파노라마를 펼친다.

겨울철 별미 같은 기막힌 절경 앞에선 추위마저 잊어버리기 마련. 그래도 따뜻한 커피가 아쉽다면 실내에 있는 카페로 자리를 옮기면 된다. 이곳에서도 커다란 전망창을 통해 바깥 경치를 원 없이 감상할 수 있다. 자리가 있다면 창가 쪽이 우선이지만 워낙 사람들이 많은 곳이라 어디든 빈자리가 난다면 재빨리 앉기를 권한다.

캐빈에서 내려다보면 의암댐과 옛 경춘로가 한눈에 담긴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캐빈에서 내려다보면 의암댐과 옛 경춘로가 한눈에 담긴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겨울이라 조금 아쉬운 건 안전상 12월부터 2월까지는 삼악산 스카이워크 전망대를 운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원래는 상부 승강장에서 스카이워크 전망대까지 데크 산책길을 열어두지만 이 기간에는 폐쇄된다. 다행히 승강장에서 보는 풍경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기 때문에 돌아서는 발걸음이 실망스럽지는 않다. 관람 팁 하나, 풍성한 눈꽃을 기대한다면 눈 내리는 당일보다 어느 정도 쌓인 다음날 이후가 더 좋은 선택이 된다. 눈이 녹기 전까지 아름다운 눈꽃 세상에 빠져들 수 있다.

INFO 삼악산 호수 케이블카
주소 강원 춘천시 스포츠타운길 245
문의 1588-4888
이용시간 09:00~22:00(기상에 따라 변동)
탑승요금 일반 캐빈 17,000~23,000, 크리스탈 캐빈 22,000~28,000

흰 숲마저 예술이 되는 공간, 이상원 미술관
숲 속 미술관으로 유명한 이상원 미술관은 함박눈이 내리는 날 찾아가면 환상적인 풍경을 선물로 안긴다. 매표소에서 미술관까지 이어진 진입로는 썰매라도 끌어야 할 것 같은 눈길로 변하고, 계곡 바위에도 눈이 수북이 쌓여 온통 세상이 되어버린다.

숲은 말할 것도 없다. 나무마다 눈꽃을 치렁치렁 매달고 있는 것이 새하얀 물감을 여러 번 덧칠한 화가의 섬세한 붓질처럼 보인다. 흩날리는 눈발을 맞으며 미술관까지 걷다 보면 겨울이라는 작품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다.

이상원 미술관 가는 길에 꽁꽁 얼어붙은 오월리 빙어 낚시터를 볼 수 있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이상원 미술관 가는 길에 꽁꽁 얼어붙은 오월리 빙어 낚시터를 볼 수 있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눈이 쌓인 계곡을 따라 미술관 가는 길.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눈이 쌓인 계곡을 따라 미술관 가는 길.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겨울 숲과 잘 어울리는 이상원 미술관.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겨울 숲과 잘 어울리는 이상원 미술관.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눈길 끝에 다다르면 거대한 원형의 건물이 여행자들을 맞는다. 미술관은 전면을 유리로 마감해 마치 자연의 일부처럼 주변을 둘러싼 순백의 세계와 잘 어울린다. 외관도 독특하지만 내부에는 더욱 놀라운 풍경이 기다리고 있다. 안에 들어서면 유리창 밖에 펼쳐진 동화 같은 설경에 탄성이 터져 나온다. 미술관 1층은 기념품 숍 겸 카페로 커피나 차를 마시며 바깥 경치를 감상하기에 좋다.

자연의 품에서 한껏 힐링했다면 이제 이상원 화백과 여러 화가들의 작품을 만나볼 차례다. 춘천이 고향인 이 화백은 어린 시절에 상경해 상업 미술가와 초상화가로서의 명성을 얻었지만 늦깎이 무명 화가로 다시 출발해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구축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의 작품에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근대화 시절까지 굴곡진 역사의 단면들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그런 까닭에 그림마다 무언가 단단하면서도 애틋한 감정이 묻어 나온다. 예술의 향기를 맡으며 온전한 하루를 보내고 싶은 이들에겐 뮤지엄 스테이를 추천한다. 미술관 아래쪽에 마련된 숙소에서 묵어가는 동안 밤새 눈이 내린다면 더없이 근사한 추억이 될 것이다.

기념품 숍 겸 카페인 미술관 로비.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기념품 숍 겸 카페인 미술관 로비.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순백색 숲이 그림처럼 걸려 있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순백색 숲이 그림처럼 걸려 있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고단한 삶의 여정이 묻어나는 작품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고단한 삶의 여정이 묻어나는 작품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INFO 이상원 미술관
주소 강원 춘천시 사북면 화악지암길99
문의 033-255-9001
이용시간 10:00~18:00
입장요금 어른 6,000, 청소년경로(65세이상)4,000, 7세 이하 무료

첫눈처럼 순결한 그녀, 소양강 처녀상 & 스카이워크
춘천의 명물인 소양강 처녀상도 만나고 가야 한다. 국민 애창곡인 <소양강 처녀>를 기념하기 위해 세운 처녀상은 높이 7m로 국내에서 가장 큰 여인상으로 꼽힌다. 굵은 눈발이 날리는 날에도 꿈쩍 않고 의연하게 서 있는 모습이 노랫말 속 소녀의 한결같은 순정을 보여주는 듯하다.

처녀상 옆에는 또 다른 명소인 스카이워크가 뻗어 나 있다. 소양강을 걷는 특별한 체험 공간으로 전체 길이 174m 중에 투명 강화유리가 깔린 구간이 156m에 이른다. 살얼음이 낀 강물 위를 걷는 재미가 남다르다. 다리 끝에는 원형 광장이 조성되어 있으며 쏘가리상이라 불리는 조각상과 함께 기념사진을 남기기 좋다. 일정한 시간마다 물고기 입에서 물줄기가 쏟아져 나오는 분수 쇼도 볼 만한 거리다.

소양강 처녀상과 스카이워크는 서로 이웃해 있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소양강 처녀상과 스카이워크는 서로 이웃해 있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소양강 위를 걸어보는 특별한 체험 공간인 소양강 스카이워크.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소양강 위를 걸어보는 특별한 체험 공간인 소양강 스카이워크.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다만 눈이 많이 내리면 바닥이 미끄러워 출입을 통제하니 미리 이용 여부를 문의해 보고 가야 한다. 처녀상과 스카이워크, 소양2교에 LED 야간 조명이 비치는 밤은 낮과는 다른 매력이 있어 시간이 된다면 꼭 한번 가보기를 추천한다.

INFO 소양강 스카이워크
주소 강원 춘천시 영서로 2663
문의 033-240-1695
이용시간 10:00~18:00
입장요금 2,000

춘천 맛집 & 카페

춘천에선 닭갈비는 필수!
춘천 향토 음식인 닭갈비는 원래 양념에 재운 닭고기를 숯불에 구워 먹은 것에서 유래된 것이다. 이후 좀 더 푸짐하게 먹기 위해 각종 야채를 넣어 철판에 볶아 먹으면서 지금 같은 형태로 발전했다. 춘천에서는 숯불구이와 철판볶음 모두 맛볼 수 있어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원조인 숯불구이를 맛보고 싶다면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토담숯불닭갈비를 추천한다. 간장, 소금, 고추장 3가지 종류의 닭갈비를 맛볼 수 있으며 곁들여지는 더덕구이도 별미다.

INFO 토담숯불닭갈비
주소 강원 춘천시 신북읍 신샘밭로 662
문의 033-241-5392

감자빵 드셔보셨나요?
춘천에 오면 하나씩은 꼭 사간다는 감자빵. 감자 농사를 짓던 아버지를 돕기 위해 고향에 내려온 딸이 개발한 감자빵은 감자와 똑 닮은 빵이다. 국산 품종의 감자만을 사용한 감자빵은 몽톡한 생김처럼 진한 감자의 맛이 우러나온다. 서양식 빵과 한국식 떡의 경계를 오가는 독특한 식감도 인기에 한몫한다. 오리지널 감자빵은 베이커리 카페인 감자밭에서 맛볼 수 있다.

INFO 감자밭
주소 강원 춘천시 신북읍 신샘밭로 674
문의 1566-3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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