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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인문학 여행] 남한강 따라 잊혀진 절터 여행, 원주 법천사지
[인문학 여행] 남한강 따라 잊혀진 절터 여행, 원주 법천사지
  • 민다엽 기자
  • 승인 2023.11.13 0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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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원주의 잊혀진 절터 두 곳을 탐방하고 왔다. 사진 / 민다엽 기자
최근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원주의 잊혀진 절터 두 곳을 탐방하고 왔다. 사진 / 민다엽 기자

[여행스케치=원주] 강원도와 충청도, 경기도가 서로 접해있는 원주 부론면 일대는 남한강과 섬강이 하나로 합쳐지는 합수부로 예부터 사람과 물자의 이동이 활발했다. 이처럼 지리교통상의 이점을 통해, 중국으로부터 선진 불교사상을 적극 수용해 크게 명성을 떨쳤던 크고 작은 사찰들이 많이 생겨났다. 화려한 시절을 뒤로 한 채, 현재는 곳곳에 덩그러니 터만 남았다. 최근 이 빛바랜 절터에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활기를 되찾고 있다고 한다. 원주의 잊혀진 절터 두 곳을 찾았다.

천년의 세월을 겪은 돌과 불과 16개월 전 복원된 돌이 어떻게 같을 수 있겠어요? 아무리 기술이 발전한들 흐르는 시간이 만들어 낸 세월의 때까지 완전히 복원할 순 없겠지요. 비록 깨지고 부서지고 보강한 티는 나지만, 그 자체만으로 충분한 역사적 가치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법천사지 지광국사탑비. 탑비만이 옛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진 / 민다엽 기자
법천사지 지광국사탑비. 탑비만이 옛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진 / 민다엽 기자
현재는 탑비가 있는 구역만 복원된 상태다. 사진 / 민다엽 기자
현재는 탑비가 있는 구역만 복원된 상태다. 사진 / 민다엽 기자

112년 만에 제자리로 돌아온 국보, 지광국사탑
1912년 자리를 떠났던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국보)이 지난 8, 112년 만에 비로소 제자리를 돌아왔다. 지광국사탑은 고려시대 승려에게 내려지는 최고 법계인 국사(國師)’의 칭호를 받은 지광국사 해린의 사리를 모신 승탑으로 10701085년 사이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광국사탑은 8각 형태인 당시의 탑들과는 달리, 4각을 기본으로 하는 여지껏 없던 새로운 양식을 보여준다. 게다가 승탑으로는 드물게 화려한 장식과 문양이 가득 해 우리나라 승탑 중 가장 아름다운 걸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복원 중인 지광국사탑. 사진 / 민다엽 기자
복원 중인 지광국사탑. 사진 / 민다엽 기자
발굴을 통해 드러난 절터의 규모가 상당히 큰 것을 알 수 있다. 사진 / 민다엽 기자
발굴을 통해 드러난 절터의 규모가 상당히 큰 것을 알 수 있다. 사진 / 민다엽 기자

지광국사탑은 원래 강원도 원주 부론면에 있는 법천사 터에 있었지만, 일제에 의해 해체되어 1912년 일본 오사카로 무단 반출됐다. 이후 경복궁 앞으로 돌아왔지만 625 한국전쟁 때 폭격을 맞아 파손되는 등 이후에도 여러 곳을 떠돌며 수차례 해체와 복원하기를 반복한다. 이처럼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아픔이 고스란히 담긴 지광국사탑이 지난 81, 기나긴 복원 과정을 마치고 원래 있던 원주 법천사지로 돌아온 것이다.

진리가 샘물처럼 솟는다라는 뜻을 가진 법천사는 지광국사가 승려의 길로 처음 출가한 곳이자, 마지막 열반에 든 사찰로 널리 이름을 알렸다. 왕과 마차를 함께 탈 정도로 나라의 스승으로 추대받던 지광국사의 시작과 끝을 함께 한 법천사. 이후 왕실의 적극적인 후원을 받으며 대형 사찰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법천사지 유적전시관 내부에 해체 보관 중인 지광국사탑. 사진 / 민다엽 기자
법천사지 유적전시관 내부에 해체 보관 중인 지광국사탑. 사진 / 민다엽 기자
유물들을 모아둔 법천사지 유적전시관. 사진 / 민다엽 기자
유물들을 모아둔 법천사지 유적전시관. 사진 / 민다엽 기자

고려시대 손꼽히는 대형 사찰 중 하나였던 법천사는 안타깝게도 현재 일부 유물을 제외하고는 사찰의 형태가 거의 남아있지 않을 만큼 잊혀 갔다. 절터의 흔적과 기록에 따라 임진왜란 때 폐사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2001년부터 최근까지 이어진 활발한 발굴 조사를 통해, 남한강 유역 최대 규모의 사찰로서의 면모를 조금씩 드러내고 있다. 통일신라시대 금동여래입상을 비롯해, 이곳에 발굴된 다양한 유구들은 법천사지 입구에 조성된 유적전시관에서 찾아볼 수 있다.

INFO 법천사지 유적전시관
주소 강원 원주시 부론면 법천사지길 50-15
운영시간 09:00~18:00, 매주 월요일 휴무
입장료 무료
문의 033-737-2807

지광국사탑의 진가를 알 수 있는 특별한 시간
지광국사탑이 돌아왔다는 건 굉장히 뜻깊은 일입니다. 비록 곳곳이 깨지고 부서졌지만, 놀랍게도 대부분의 형태나 장식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상태인 걸 볼 수 있지요. 이와 같이 화려하고 독특한 양식의 승탑은 역사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형태입니다. 무엇보다 천년의 세월을 간직한 오리지널이라는 점에서 그 가치가 남다르다고 볼 수 있겠지요.”

법천사지 유적전시관의 유은영 문화관광해설사는 해체된 승탑의 잔해들을 가리키며 지광국사탑의 가치를 설명했다. 현재 지광국사탑은 법천사지 유적전시관에서 임시 보관 중이다. 전시관 측은 복원 위치와 방법, 시기를 따져, 철저한 고증 후에 승탑을 복원한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지광국사탑은 당분간은 전시관 내부에서 해체된 상태로 일반인들에 공개될 예정이다.

탑에 새겨진 가릉빈가의 형상이 뚜렷하게 남아있다. 사진 / 민다엽 기자
탑에 새겨진 가릉빈가의 형상이 뚜렷하게 남아있다. 사진 / 민다엽 기자
지금껏 발견된 다른 승탑과 달리 화려한 문양으로 장식되어 있는 것이 특징. 사진 / 민다엽 기자
지금껏 발견된 다른 승탑과 달리 화려한 문양으로 장식되어 있는 것이 특징. 사진 / 민다엽 기자

온전히 복원된 지광국사탑의 높이는 무려 6.6m에 달한다. 넓은 지대석 위에 2층 기단과 탑신, 옥개석, 상륜을 안정감 있게 올린 사각 형태의 승탑으로, 각 층마다 빈틈없이 화려한 문양과 은유의 세계가 장식된 것이 특징이다. 연꽃과 국화 등 각종 꽃은 물론, 가릉빈가, 불상, 비천 등 상상 속의 요소들이 다양하게 묘사되어 있다.

탑이 만들어진 통일신라 후기부터 고려 전기까지는 불교문화가 가장 번성했던 시기입니다. 이후부터는 불교가 점점 쇠퇴하여 탑이나 상징물, 건축양식 또한 점점 간소화되었지요. 따라서, 우리나라 불교의 최전성기에 만들어진 지광국사탑은 당대 최고의 기술이 집약된 절정의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지요. 현재까지 온전히 남아있는 당시의 승탑이 전혀 없다는 점도 지광국사탑의 가치가 높은 이유입니다.”

탑이 해체되어 있는 지금이 지광국사탑을 자세히 보기 좋은 시기라고 말하는 유은영 문화관광해설사. 사진 / 민다엽 기자
탑이 해체되어 있는 지금이 지광국사탑을 자세히 보기 좋은 시기라고 말하는 유은영 문화관광해설사. 사진 / 민다엽 기자

유은영 해설사는 탑이 해체되어 있는 지금이 오히려 지광국사탑의 진가를 알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아마도 복원이 완료되면 높이 때문에, 상부에 조각된 각종 문양을 잘 볼 수 없을 겁니다. 물론, 우뚝 솟은 탑의 모습도 기대되지만, 바로 지금이 탑의 작은 디테일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감상해 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랍니다. 그러니 더 많은 분들이 오셔서 우리 문화의 훌륭함을 느껴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라고 덧붙였다.

법천사 근처에는 또 다른 신라 절터인 거돈사터가 남아있어 함께 둘러보기 좋다. 절터 중심에 있는 주 법당인 금당 터의 규모를 고려해 봤을 때, 거돈사 역시 법천사에 버금가는 상당한 규모였던 것으로 짐작된다. 거돈사에서는 고려시대 원공국사의 사리를 안치한 거돈사지 원공국사탑비(보물)를 볼 수 있으며 법천사와 함께 신라 말~고려 초의 사찰 양식을 살펴볼 수 있는 다양한 유구가 발견됐다. 석탑비의 원형은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보존되어 있다.

탁 트인 전망이 일품인 거돈사지. 사진 / 민다엽 기자
탁 트인 전망이 일품인 거돈사지. 사진 / 민다엽 기자
발견된 석축으로 거돈사의 규모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사진 / 민다엽 기자
발견된 석축으로 거돈사의 규모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사진 / 민다엽 기자
거돈사지 삼층석탑과 금당터 위 불상. 사진 / 민다엽 기자
거돈사지 삼층석탑과 금당터 위 불상. 사진 / 민다엽 기자

INFO 거돈사지
주소 강원 원주시 부론면 정산리
문의 033-742-2111

잔잔하고 소박한 노을빛, 원주 노을 명소 흥원창
남한강과 섬강이 만나는 합수머리인 흥원창은 원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을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손꼽힌다. 널리 이름난 노을 명소는 아니지만, 강물에 물들어 가는 잔잔한 노을빛을 감상할 수 있는 작은 쉼터라고 볼 수 있다. 특히, 계절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강 위로 해가 그대로 떨어지기 때문에 한층 더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남한강과 섬강이 만나는 합수부 흥원창. 사진 / 민다엽 기자
남한강과 섬강이 만나는 합수부 흥원창. 사진 / 민다엽 기자
4대강 국토 종주길을 따라 가볍게 산책하기에도 좋다. 사진 / 민다엽 기자
4대강 국토 종주길을 따라 가볍게 산책하기에도 좋다. 사진 / 민다엽 기자

더불어, 남한강을 따라 조성된 4대강 국토 종주 길을 따라 걸으며 탁 트인 전망을 감상하기에도 제격이다. 다만, 주차 공간이 넓지 않고 이렇다 할 편의시설이 전혀 없기 때문에, 오랜 시간 머물기에는 다소 힘들어 보인다. 법천사지에서 거돈사지로 향하는 길목에 있으니 가볍게 들러보길 추천한다.
주소 강원 원주시 부론면 흥호리 972

황금빛 노을을 감상할 수 있는 노을 명소다. 사진 / 민다엽 기자
황금빛 노을을 감상할 수 있는 노을 명소다. 사진 / 민다엽 기자
시시각각 변화하는 노을빛이 강물을 물들인다. 사진 / 민다엽 기자
시시각각 변화하는 노을빛이 강물을 물들인다. 사진 / 민다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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