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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독자 기고] 환갑 넘어 떠난 수학여행, 제주도 1박2일. 백발 휘날려도 마음은 청춘이더라
[독자 기고] 환갑 넘어 떠난 수학여행, 제주도 1박2일. 백발 휘날려도 마음은 청춘이더라
  • 정인서 독자(목포고 27회, 광주 서구문화원 원장)
  • 승인 2023.12.14 0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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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고등학교 동창들이 졸업 45주년 기념으로 제주도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사진 / 정인서 독자
목포고등학교 동창들이 졸업 45주년 기념으로 제주도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사진 / 정인서 독자

[여행스케치=제주] 목포고등학교를 졸업한 동창들이 모여 제주도 수학여행이라는 깃발을 내걸고 졸업 45주년 기념여행을 만들었다. 환갑을 넘어 국민연금과 경로수당을 타는 동창 40여 명이 함께 만나 제주에서 수다를 떨었다.

60대 중반에 다시 떠난 수학여행
여행은 생각만 해도 즐거운 일이다. 루틴과 같은 삶 속에서 잠시 벗어나는 일상 탈출이기 때문이다. 여행은 새로운 볼거리, 즐길거리, 먹거리와 같은 3박자가 들어맞는다면 금상첨화가 분명하다.

여객터미널에서 한껏 들뜬 동창들의 모습이 느껴진다. 사진 / 정인서 독자
여객터미널에서 한껏 들뜬 동창들의 모습이 느껴진다. 사진 / 정인서 독자
제주행 선상에서 홍어삼합에 소주 한 잔. 사진 / 정인서 독자
제주행 선상에서 홍어삼합에 소주 한 잔. 사진 / 정인서 독자

게다가 고등학교 동창들이 모여서 다시 가는 수학여행이니, 무슨 부연설명이 더 필요하겠는가. 수학여행을 기획한 집행부는 아무런 걱정 말고 몸만 맡기면 되는 12을 강조했다. 고마운 친구들이다.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자식들은 어떻게 키웠는지, 손주들은 어떻게 돌보고 있는지 지나간 세월을 이야기하며 삶의 궤적들을 풀어내기에 바빴다. 5년 전 졸업 40주년 수학여행을 갔던 친구들은 그 때의 이야기까지 덧붙여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채 이번 여행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키웠다.

다만 5년 전보다 참가 인원이 절반 정도로 줄어들어 이제 나이가 더 들었다는 것이 실감된다. 그 사이에 세상을 떠난 친구들의 소식과 함께, 목포 국제여객선터미널에서 출발하는 제주행 퀸메리호에 올랐다. 친구들은 각자 집에서 시간에 맞춰 터미널로 도착했다. 터미널에서 만난 친구들은 수십 년만의 만남에 큰소리로 인사를 하며 뜨거운 악수를 했고, 얼굴이 가물가물한 친구들은 나는 아무개인데 너는 이름이 뭐냐라며 묻기도 했다.

목포고 27회 김대용 회장과 이종학 총무. 사진 / 정인서 독자
목포고 27회 김대용 회장과 이종학 총무. 사진 / 정인서 독자

어떤 친구가 , 오랜만이다하고 이름을 부르는데, 도무지 알아보지 못할 만큼 변해버린 친구의 외모에 깜짝 놀라기도 했다. 나의 경우는 서울에 사는 조철승을 몰라봤다. 무슨 산신령이 된 듯한 모습이라고 하면 충분히 상상이 갈 것이다.

아직도 풀어내지 못한 이야기 남아
선표를 받아들고 타는 곳으로 줄지어 들어가면서도 끊임없이 옆에 선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 친구는 배를 타고 제주에 간다고 하니까 선배 약사가 멀미약을 챙겨주어 두 박스나 들고 탔단다.

제주돌문화공원에서 단체 사진 한 컷. 사진 / 정인서 독자
제주돌문화공원에서 단체 사진 한 컷. 사진 / 정인서 독자
돌문화공원 최고의 포토존 하늘 연못. 사진 / 정인서 독자
돌문화공원 최고의 포토존 하늘 연못. 사진 / 정인서 독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렇게 세심한 배려를 한 선배와 친구의 선의에도 이날은 파도가 치지 않는 좋은 날씨 덕분에 아무도 약을 먹지 않았다. 결국 다시 갖고 돌아가야 하는 이 되었다.

40명이 들어가는 퀸메리호 5층 다인실에 짐을 풀고 아침식사를 겸한 반주를 위해 6층 뒤편의 넓은 공간에 자리를 깔고 음식을 차렸다. 목포 집행부가 마련한 생선회와 홍어, 머릿고기 등 푸짐한 한상 차림에 모두 둘러앉아 소주와 맥주를 종이컵으로 건배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우리의 즐거운 왁자지껄 소리에 바다 위 갈매기들도 줄곧 따라다니며 날갯짓했다. 친구들은 퀸메리호 중앙홀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술 한 잔을 더했는가 하면, 배안의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해 마시며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훈장처럼 자랑하거나 아픔을 토로했고, 다른 친구들은 귀를 쫑긋 기울이며 잘했다. 잘 살았다라고 하거나 그랬구나, 나는 전혀 몰랐다라면서 미안하기도 했다.

에코랜드에서 만난 영국식 꼬마 기차. 사진 / 정인서 독자
에코랜드에서 만난 영국식 꼬마 기차. 사진 / 정인서 독자
자연의 숨결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에코랜드의 곶자왈 숲길. 사진 / 정인서 독자
자연의 숨결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에코랜드의 곶자왈 숲길. 사진 / 정인서 독자

제주의 색다름, 에코랜드와 돌문화공원
제주에 도착한 우리는 가장 먼저 에코랜드로 향했다. 에코랜드는 기차가 없는 제주에 유일한 기차여행을 할 수 있을 만큼 넓은 곳이다. 육지에서 타는 그런 기차가 아니라 영국식 꼬마기차였다. 주차장에는 수많은 관광버스와 승용차들로 가득할 정도로 인기 장소였다. 에코랜드에는 모두 5개의 역이 있다.

메인역에서 출발한 기차는 에코브리지역, 레이크사이드역, 피크닉가든역, 라벤더와 그린티&로즈가든역을 차례대로 거친 후 처음 출발한 메인역으로 귀환한다. 첫 번째 역인 에코브리지역에 도착했다. 다음 역인 레이크사이드역까지 3만여 평의 맑은 인공호수 위와 호수 둘레를 걸어가는 데크가 마련된 코스로 우리는 줄지어 걸었다. 중간에 에코호텔에서는 백남준과 제프쿤스 등의 작품이 전시 중이었다.

금강산도 식후경. 참고등어구이 맛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사진 / 정인서 독자
금강산도 식후경. 참고등어구이 맛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사진 / 정인서 독자
틈틈이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동창들. 사진 / 정인서 독자
틈틈이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동창들. 사진 / 정인서 독자
흥이 넘치는 저녁 식사. 사진 / 정인서 독자
흥이 넘치는 저녁 식사. 사진 / 정인서 독자

이어 돌문화공원으로 향했다. 늦은 시간에 도착해서인지 주차장이 텅 비어 있을 만큼 사람들도 많지 않았다.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제주의 특성을 잘 살려 제주도의 체계적인 돌 문화를 보여 주는 30만 평의 생태공원. 제주도의 모든 석상을 다 전시해 놓았을 정도로 규모가 방대하며, 공원 전체가 제주도의 탄생 신화인 설문대할망과 오백 장군을 테마로 조성해 볼거리가 많다.

기다란 돌숲길을 지나 돌박물관에 도착하니 넓은 초원과 하늘 연못이 우리를 반겼다. 하늘 연못 한 가운데로 장화를 신고 들어간 김판재와 김효근, 그리고 이곳은 맨발로 들어가야 제맛이라며 바짓가랑이를 걷고 들어간 김대현 등 세 친구가 제주의 모든 것을 만끽하는 듯한 포즈를 취했다.

퍼시픽호텔에서 아침조식 뷔페가 깔끔하다. 사진 / 정인서 독자
퍼시픽호텔에서 아침조식 뷔페가 깔끔하다. 사진 / 정인서 독자
2일째 마지막날 여행이 시작되었다. 사진 / 정인서 독자
2일째 마지막날 여행이 시작되었다. 사진 / 정인서 독자

국립제주박물관에서 제주를 보다
2일째 아침은 호텔에서 가볍게 식사하고 관광버스에 올라 국립제주박물관으로 향했다. 먼저 지하로 내려가 30여 분간 미디어몰입공간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조선 후기 제주 출신 이한우(李漢雨)가 꼽은 제주의 10가지 풍경을 노래한 한시 영주십경(瀛州十景)’을 토대로 170년 전 제주의 뛰어난 풍광을 재현했는데, 제주의 자연을 담은 실사 영상과 제주의 유·무형 유산 이미지가 어우러진 실감형 미디어아트에 푹 빠졌다.

마침 삶과 죽음에 관한 위로와 성찰을 주제로 한 특별전 가장 가까운 위로-제주 동자석, 그리고 영월 나한상전시가 열렸다. 17~20세기의 제주 동자석 35, 영월 창령사 터에서 출토된 오백나한상 32, 제주 현대작가의 조각과 회화 11점 등 전시품이 한자리에 펼쳐졌다.

제주국립박물관 특별전시 산담전. 사진 / 정인서 독자
제주국립박물관 특별전시 산담전. 사진 / 정인서 독자
소고기가 맛있었던 도남오거리식당 소고기 한마리 세트. 사진 / 정인서 독자
소고기가 맛있었던 도남오거리식당 소고기 한마리 세트. 사진 / 정인서 독자
제주에서는 흑돼지 구이도 빼놓을 수 없었다. 사진 / 정인서 독자
제주에서는 흑돼지 구이도 빼놓을 수 없었다. 사진 / 정인서 독자

상설전시실은 첫 관문인 중앙홀 천정에 한라산 백록담 전설과 탐라 개국신화인 삼성신화’, 제주를 상징하는 삼다(三多)를 재해석한 스테인드글라스가 아름다운 모습이었는데 친구들은 얼마나 이를 눈여겨봤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제주의 탄생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한눈에 제주의 색다름을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제주도는 용암으로 만들어진 화산섬으로, 사람들이 살기에는 척박하고 힘겨운 생존의 공간이다. 바다로 둘러싸인 제주는 열린 섬으로 여러 문화가 들어왔는가 하면, 고립된 섬으로 고유의 전통을 유지하기도 했다. 소박하지만 강건한 제주인의 문화를 좁은 식견으로 접하는 시간이었다.

제주도 용두암 근처 해안. 사진 / 정인서 독자
제주도 용두암 근처 해안. 사진 / 정인서 독자
목포 선상에서 바라본 추자도 일몰. 사진 / 정인서 독자
목포 선상에서 바라본 추자도 일몰. 사진 / 정인서 독자

오후 5시 제주에서 출발하는 배에 올라 목포로 향했다. 제주에 사는 조광욱 친구가 수학여행 온 우리에게 제주 오메기떡을 환송선물로 주었는데 고맙다는 인사를 남기고 싶다. 퀸메리호는 목포에 밤 10시에 도착해 아쉬움을 간직한 채 악수하며 헤어졌다.

목포 집행부 김대용 회장과 최광수 총무, 광주 김판재 회장과 목포. 제주행 선상 먹거리 협찬 김성규 친구, 서울 친구들을 위해 23일 동안 챙겨준 이종학 친구,제주 여행을 진행한 천기철 친구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한다.

친구들, 5년 후에 수학여행 다시 갈 때까지 목숨 잘 간수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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