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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옛길 걷기, 상점 보는 재미에 흠뻑, 돗토리현
옛길 걷기, 상점 보는 재미에 흠뻑, 돗토리현
  • 조용식 기자
  • 승인 2016.11.07 1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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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쓰부키 산의 33개 사찰 여행도 매력
일본 돗토리 현의 우쓰부키 산의 옛길을 걷고 있는 트레킹 참가자들. 사진 / 조용식 기자

[여행스케치=돗토리현] 트레킹에는 언제나 옛길을 걷는 코스가 들어있다. 그곳에는 오래전부터 사람들의 발자취가 남아있으며, 역사와 문화가 자리매김하고 있다.

원시림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일본 돗토리 현의 우쓰부키산의 둘레길에는 여전히 옛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과 함께 옛길을 걷고, 오랜 역사를 간직한 구라요시의 거리 여행을 떠났다.  

돗토리 현의 우쓰부키 공원을 들어서는 순간, 아주 오래된 원시림으로 들어서는 느낌이다. 돌담 주변에 자라고 있는 두툼한 이끼는 때 묻지 않은 자연으로의 초대를 알리는 표식과도 같다. 참나무와 편백이 시원스럽게 뻗은 우쓰부키 공원 안으로 들어서니 전형적인 일본 정원의 모습을 하고 있다.

햇살이 비친 나무 벤치에서 원시림을 느끼다

사찰과 정상을 안내하는 푯말을 따라 계단을 지나면 흙길을 만난다. 시원한 바람과 그늘이 벌써 원시림으로 들어서고 있음을 알려준다. 살짝 오르막이 시작되는 구간에는 두 개의 벤치가 놓여 있다.

나무 틈 사이로 내려온 햇살은 벤치를 살며시 밝힌다. 오랜 기간 아무도 쉬어가지 않아 푸른 이끼와 떨어진 낙엽들이 벤치를 차지하고 있다. 

한참을 올라가니 화장실이 보이고, 우쓰부키 정상과 장곡사의 갈림길을 알리는 푯말이 세워져 있다. 탁 트인 시야로 구라요시 시내가 보인다. 아파트나 고층 건물이 없어 마을이 녹음에 파묻혀 있는 느낌이다. 

길에는 다양한 모습을 한 불상이 세워져 있다. 홀로 있는 불상도 있고, 두 개가 함께 세워진 것도 보인다. 길가에 세워진 불상에는 숫자가 새겨져 있어 궁금증을 유발한다.

장곡사까지 모두 33개의 불상이 세워져 있는데, 이 불상들은 서일본 관음영장 33개 사찰을 의미하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서일본 관음영장 33개 사찰 순례는 중년 이후의 일본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여행이다. 이들은 유명한 불교사원을 방문하여 가족의 건강과 소원을 기원하는 풍습을 가지고 있다. 

우쓰부키 산에 세워진 이 불상들은 시간이 없어 서일본의 33개 사찰을 가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세워진 것이다.

이 불상들을 잘 모시고 기도를 하면 서일본의 33개 사찰을 가서 기도한 것과 같은 효과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불상마다 새겨진 숫자도 바로 그런 연유에서 적혀있는 것이었다. 

33개의 불상이 끝나는 지점에는 장곡사가 있다. 이 절은 나라 시대에 창건된 절로 현재 국가지정 중요 문화재이다. 산인 지방에서는 보기 드문 무로마치시대 후기의 건조물이다.

입구의 인왕문을 들어서면 본당이 나온다. 무대양식으로 만들어진 본당에는 크고 작은 말 그림 액자 50여 점이 봉납 되어 있는데, 무로마치 시대부터 메이지 시대까지의 풍속과 서민의 신앙이 그려져 있다.  

흰색 건물 벽과 빨간 기와의 거리, 시라카베도조군

우쓰부키 산에서 내려오면 한적한 시골 마을의 모습이 나타난다. 도로를 달리는 차들이 거의 없으며, 자전거를 타고 지나는 주민들을 가끔 마주치는 것이 전부다. 이제 구라요시의 작은 마을이지만 볼거리가 많은 시라카베도조군 아카가와라를 들어선다. 

유난히 이발소나 미용실을 많이 볼 수 있으며, 목조건물로 지어진 건물들이 질서정연하게 늘어서 있는 모습이다. 전기자전거를 광고하는 자전거 점포, 오래된 도자기와 미술품 등을 판매하는 골동품 가게도 언제나 활짝 열려있다. 

도자기에 관심이 많다면, 들어가서 물건을 구경하는 것도 좋다. 오래된 물건은 보는 사람에 따라 값지게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구라요시의 상가 건물 중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건물인 ‘구라요시요도야’도 무료로 개방되어 여행객을 반기는 곳이다. 

구라요시요도야는 넓은 공간의 방과 구조가 간소하면서도 전체적으로는 화사하다. 안채의 경우 1760년에 건축되었으며, 건물의 기둥과 들보, 서까래 등의 구조재 마름질이 무척 굵어 소박하면서 시원스러운 내부공간을 지탱하고 있다. 이 밖에도 개성 있는 가게와 갤러리, 향토완구 공방 등을 만날 수 있다. 

다마가와강변을 따라 늘어선 하얀 벽과 빨간 기와의 건물들은 에도 시대와 메이지 시대에 지어졌다. 마을 입구에는 구라요시 시라카베도조군 관광안내소가 있으며, 지도나 안내책자를 제공한다. 안내소에는 스탬프도 마련되어 있다.

이 거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다이텐카이로 옛 국립제3은행 구라요시지점이다. 1908년에 건축된 이 건물은 지금은 양식당으로 운영되고 있다. 다마가와 강에는 비단잉어들이 살고 있다. 강변을 따라 걸어가면서 보이는 비단잉어는 이곳을 찾는 여행객들에게 카메라 세례를 받을 정도로 유명하다. 

폐철로를 따라 걷는 트레킹

지금은 폐철로가 된 공원에는 철도 기념관이 세워져 있다. 내부에는 기관차에 올라가 기념촬영을 할 수 있게 개방을 해 놓았으며, 당시의 벤치도 고풍스럽게 재현해 놓았다. 벽면에는 철도가 지나가던 시절의 흑백사진이 빼곡히 걸려 있다. 

공원과 트레킹 코스로 조성된 폐철로는 주변의 폭이나 경치를 봐도 예전에 기차가 다니던 철로라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딱 철로의 폭과 기차가 지나가는 직선의 형태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강미선 돗토리 현 가이드는 “일본의 폐철로는 당시의 레일이나 승강장, 터널 등이 그대로 남아있다”며 “트레킹을 하는 사람들이 폐철로를 걷는 것을 무척 즐긴다”고 설명한다. 

돗토리 현의 트레킹 코스는 시내에 들어서면서 더 천천히 걷고, 주변의 상점 구경과 무료로 개방되는 가옥과 건물, 그리고 전통적인 공방들을 만날 수 있었다. 마을의 강변에서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기억하기 위해 카메라에 담는 시간도 많았다. 

일본 돗토리 현에서 만난 갈레오 세인트 월드 트레일즈 네트워크(WTN) 회장의 말처럼 “트레일에는 치유의 힘이 있다. 트레일은 자연체험이 부족한 현대인들에게 건강과 정신의 중요성을 깨우치게 한다”는 말이 새삼 마음에 다가오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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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트레일의 날’ 창설이 목표

갈레오 세인트 월드 트레일즈 네트워크 회장(사진 오른쪽)이 매년 10월 16일을 '세계 트레일의 날'로 제정한다는 '돗토리 선언'을 발표했다. 사진 / 조용식 기자

지난 10월 14~17일까지 일본 돗토리 현에서 개최된 제6회 월드 트레일즈 콘퍼런스(WTC)에서 매년 10월 16일을 ‘세계 트레일의 날’로 제정하겠다는 ‘돗토리 선언’을 발표했다. 이 돗토리 선언이 유엔에서 받아질 경우 세계는 트레일을 통해 자연·사람·문화의 치유를 위한 노력을 하게 될 것이다. 트레일은 산길, 오솔길 등의 ‘걷는 길’을 뜻한다. 페루의 잉카 트레일, 제주도 올레길 등이 유명한 트레일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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