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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도시 산책] 일제의 흔적을 넘어 문화예술의 도시로~ 지붕 없는 박물관 목포 원도심
[도시 산책] 일제의 흔적을 넘어 문화예술의 도시로~ 지붕 없는 박물관 목포 원도심
  • 박상대 기자
  • 승인 2024.02.13 16: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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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없는 박물관이라 불리는 문화예술의 도시, 목포 원도심으로 이야기를 들으러 갔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 불리는 문화예술의 도시, 목포 원도심으로 이야기를 들으러 갔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여행스케치=목포] 목포는 이야기가 많은 도시다. 서남해로 나가는 항구이자 호남선의 종착역이다. 일제강점기 수탈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고, 아픈 역사도 문화예술로 승화시키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그리고 해양레포츠 요트와 유람선이 있는 항구다.

네덜란드 건축가가 설계한 목포 거리들
목포역에서 내려 도보로 10분도 안 걸리는 곳, 목포 오거리에서 가까운 옛 목포경찰서 맞은편에 민어의 거리가 있다. 사계절 민어요리를 판매하는 전문점이 예닐곱 집 정도 된다. 이곳에서 목포원도심이 시작된다고 말한다.

목포 원도심 여행은 '민어의 거리' 입구에서 시작한다. 사진 / 박상대 기자
목포 원도심 여행은 '민어의 거리' 입구에서 시작한다. 사진 / 박상대 기자
목포 원도심에는 옛건축물을 새로 꾸민 카페나 레스토랑이 여러 군데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목포 원도심에는 옛건축물을 새로 꾸민 카페나 레스토랑이 여러 군데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옛날에 이곳은 바다였는데 일제 강점기 때 일본사람들이 매립해서 신도시를 만들고, 농촌에서 수탈해온 곡식들을 목포항에서 가져갔지요. 주로 이곳에 집을 짓고 산 사람들이 일본인들이어서 일본인 마을이라고 불렸지요.”

조대형 문화관광해설사가 앞장서 걸으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도로가 모두 직선으로 나 있는 이유를 설명하던 조 해설사는 바다를 매립한 땅이 많은 나라 네덜란드 건축가가 목포의 거리를 설계했다고 덧붙인다.

목포근대역사관 1관은 과거 일제의 목포영사관으로 사용한 건물이다. 사진 / 박상대 기자
목포근대역사관 1관은 과거 일제의 목포영사관으로 사용한 건물이다. 사진 / 박상대 기자

가장 먼저 간 곳은 목포근대역사관 1관이다. 1관은 일제가 1900년에 건축하여 영사관으로 사용한 건축물이다. 하룻동안 햇볕을 가장 많이 쪼이는 양지바른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이곳은 해방 후에 목포시청이 들어섰을 만큼 견고하고 멋진 외형을 갖추고 있었다. 목포여객선터미널까지 직선으로 뻗은 도로와 바다가 훤히 보이는 조망권이 압권이다.

1관 뒤쪽에는 태평양전쟁 때 연합군의 공격에 대비하여 방공호를 파놓은 흔적이 남아 있고, 실내에는 목포의 근대사를 한 눈에 살펴 볼 수 있는 사진들이 전시되고, 일제강점기 목포에서 활동한 문화예술계 사람들의 이야기, 그 시절의 사진들이 전시되고 있다.

목포근대역사관 2관은 과거 호남 사람들의 수탈 첨병이었던 동양척식주식회사가 사용한 건물이다. 사진 / 박상대 기자
목포근대역사관 2관은 과거 호남 사람들의 수탈 첨병이었던 동양척식주식회사가 사용한 건물이다. 사진 / 박상대 기자

문화예술의 거리로 변신중인 거리
목포근대역사관 2관에는 과거 동양척식주식회사가 있었다. 일제가 토지관리를 빙자하여 수탈을 자행했던 가슴 아픈 역사를 간직한 곳이다. 1920년에 근대 서양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건물인데 옛 영사관과 함께 목포에 남아 있는 일제 침략의 실증적 유물이다.

당시 일제의 침략과 수탈 관련 사진을 비롯하여 독립을 향한 우리 민족의 치열한 구국 운동의 숨결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생생한 사진 자료들이 전시되고 있다.

목포세관의 창고였던 건축물 2개 중 한 곳은 전시실. 다른 한 곳은 음식점으로 사용하고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목포세관의 창고였던 건축물 2개 중 한 곳은 전시실. 다른 한 곳은 음식점으로 사용하고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창고를 개조한 전시실에서는 과거 목포세관의 역사를 볼 수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창고를 개조한 전시실에서는 과거 목포세관의 역사를 볼 수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서해로 나가는 여객선들이 출항하는 목포여객선터미널 앞에는 조선의 고종이 목포 개항에 맞춰 설립한 목포세관 터가 있다. “목포세관은 일제의 간섭을 받지 않고 수출입할 때 관세를 받아내는 세관 업무를 제대로 수행했지요.” 조 해설사는 이제 흔적만 남아 있고, 당시 창고였던 건물에서 세관의 역사를 전시하고 있다고 말한다.

목포 원도심에는 일본인들이 지어서 살았던 적산가옥들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일제의 흔적이라며 외면하거나 건물을 허물고 새로 지은 사람들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곳 또한 우리 역사의 한 페이지라며 찾고 있다.

목포 원도심에 있는 김대중도서관과 목포진 가는 길. 사진 / 박상대 기자
목포 원도심에 있는 김대중도서관과 목포진 가는 길. 사진 / 박상대 기자

목포진 공원이 있고, 김대중전대통령이 학창시절에 공부했다는 도서관도 있다. 그리고 옛 조흥은행과 호남은행 자리에는 목포 출신 가수들과 예술인들의 흔적을 전시하는 목포대중음악의 전당이 들어서 있다.

목포 국가등록문화재에서 하룻밤
목포 원도심에서 거리를 걷는 동안 참 오래 된 건물에서 차를 마시고, 맛있는 갈치조림을 먹고, 막걸리도 한 잔 마셨다. 길동무를 해준 사람들은 각자 집으로 가고, 나그네는 오랜만에 싱겁고 여유로운 여행을 즐기고 있다.

친구가 추천한 하이스테이에서 숙박을 하기로 했다. 1935년에 건축한 목포시 국가등록문화재라고 한다. 목포 원도심에 있는 건축물들은 엔간하면 근대문화재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던데.

하이스테이는 디자인을 전공한 한지민 대표가 멋을 부린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사진 / 박상대 기자
하이스테이는 디자인을 전공한 한지민 대표가 멋을 부린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사진 / 박상대 기자

별 기대감 없이 노랑색 페인트가 칠해진 2층짜리 건물로 들어갔다. 1층에는 커피숍이 있고, 가파른 계단을 오르니 슬그머니 웃음이 나온다. 재미있는 인테리어가 도시의 아파트에 살고 있는 나그네, 네모 반듯한 호텔방에서 자던 사람에게는 낯선 풍경이다.

천장에 통나무 대들보가 드러나 보인다. 그 아래로 먼진 빛을 내보이는 전등이 매달려 있다. 방은 모두 4,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주방이 있다. 3면에 유리창문이 달린 방도 있고, 침대가 두 개 놓인 방도 있다. 어린아이들과 동행한 가족을 위한 방이다.

하이스테이에는 크고 작은 방 4개를 꾸며놓았다. 사진 / 박상대 기자
하이스테이에는 크고 작은 방 4개를 꾸며놓았다. 사진 / 박상대 기자

방마다 작은 이름표가 붙어 있다. 몽상가의 방, 건축가의 방, 작가의 방, 화가의 방이다. 침대와 하얀 벽면, 창문에 단정하게 걸려 있는 커튼이 시선을 끈다.

심플하게 꾸몄어요. 친구들끼리 모여서 작은 파티를 할 수도 있고, 목포 여행길에 편히 쉴 수 있도록 마련했어요.”

한지민 대표는 대학에서 디자인을 공부하고, 지금은 대학원에서 도시행정학 박사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30대 중반 젊은 디자이너의 감각이 곳곳에 숨어 있다.

하이스테이는 과거 문구점과 출판사였던 건물을 숙소로 리모델링한 곳이다. 사진 / 박상대 기자
하이스테이는 과거 문구점과 출판사였던 건물을 숙소로 리모델링한 곳이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이 건물의 최초 소유자는 조선내화, 목포금융조합 등에서 임원으로 활동하고, <깔다구>라는 이름의 시() 전문잡지를 발행하기도 한 일본 상인 마쓰무라 쇼스케(松村正助)였다. 이 건물은 일제 강점기 목포의 대표적인 문구점 겸 출판사 건물이다.

번화가 모서리에 있는 건물은 도로의 상황에 맞게 다각형 형태로 지어졌고, 모서리 전면에 아치형 창문을 설치하여 멋스러움을 더했다. 1층은 상가, 2층은 주택으로 활용하는 일본식 점포 주택 마치야(町家) 형식의 목조건물이다. 하룻밤 편히 쉬기에는 딱 좋은 숙소였다.

INFO 목포 하이스테이
주소 전남 목포시 영산로 50, 2
문의 010-2780-1897

목포항 삼학도 요트계류장에서 출항하는 요트는 고하도 앞에서 유턴한다. 사진 / 박상대 기자
목포항 삼학도 요트계류장에서 출항하는 요트는 고하도 앞에서 유턴한다. 사진 / 박상대 기자

Tip. 목포항에서 요트 타고 바다구경
목포항 삼학도에는 목포요트계류장이 있다. 오랫동안 섬이었던 삼학도는 이제 육지가 되었고, 어린이바다과학관과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이 있다. 그리고 근사한 카페와 음식점도 있다. 카페 앞에는 요트계류장이 있고, 대학교와 개인 소유 요트 20대 남짓이 보인다.

목포에서 요트를 탈 수 있는 곳은 여기랑 북항이랑 두 군데 있어요. 몇 년 됐습니다. 한 시간짜리도 있고, 12일 짜리도 있어요. 물론 미리 예약해야 합니다.”

목포에서 요트 즐기기는 1시간 코스와 1박2일 코스 등이 있다. 예약은 필수다. 사진 / 박상대 기자
목포에서 요트 즐기기는 1시간 코스와 1박2일 코스 등이 있다. 예약은 필수다. 사진 / 박상대 기자

목포마리나 더:인피니트 김희범 대표는 벌써 단골손님이 생길 정도로 요트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한다. 국민소득 3만 달러가 넘어가면 골프와 요트가 붐을 탄다는 말이 있다. 목포요트계류장에 여러 대학교 이름을 단 요트들이 정박해 있는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한 시간짜리 요트를 타려는데 청년들 10여 명이 먼저 배에 오른다. 서울에서 온 대학생들이라고 한다. 여러 학과 학생들이 술을 마시다가 여행 동호회가 만들어졌는데 이번 겨울에는 목포에 왔고, 온 김에 요트를 타자고 뜻을 모았다는 것이다.

요트는 한 시간 동안 목포대교 밑 고하도까지 다녀온다. 찬바람이 불었지만 파도가 거칠지 않으니 상관없다. 봄이 되면 12일 가까운 섬까지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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