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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마을따라 마음따라] 1억 년 전 공룡들이 거닐던 곳을 따라 걷다, 고성 하이면
[마을따라 마음따라] 1억 년 전 공룡들이 거닐던 곳을 따라 걷다, 고성 하이면
  • 김수남 여행작가
  • 승인 2024.02.14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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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에 잘 어울리는 해안길이 있는 경남 고성 하이면으로 치유 여행을 떠나본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봄날에 잘 어울리는 해안길이 있는 경남 고성 하이면으로 치유 여행을 떠나본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여행스케치=고성] 햇살 좋고 기온도 온화하니 걷기 좋은 봄날이다. 탁 트인 바다를 벗하고 걷는 길이라면 몸뿐 아니라 마음마저 개운해진다. 겨우내 쌓인 응어리가 한순간에 떨쳐 나가니 걷기만 한 치유 여행도 없다. 경남 고성 하이면에는 봄날에 잘 어울리는 해안길이 있다. 상족암이라는 명소까지 보듬고 있어 볼거리도 좋다.

인류의 조상이라고 하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이 땅에 390만 년 전에 왔다고 한다. 최초의 인류를 찾는 연구는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는데 일부 과학자들이 주장하는 더 오래된 두 발로 걷는 인류라고 해봐야 기껏 700만 년을 넘기기 어렵다. 이에 비해 한때 지구를 점령했던 공룡들은 25천만 년 전에 왔다고 한다.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고성 하이면으로의 여행은 수억 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공룡과 인간이 공존할 수 없었던 시대로의 타임머신 여행이다.

고성 상족암 해안가에는 산책로가 좋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고성 상족암 해안가에는 산책로가 좋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공룡발자국 화석.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공룡발자국 화석.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봄이 오는 길목, 남파랑길 걸어볼까
우리나라 구석구석 걷기 좋은 길이 많다. 그중 국가에서 전략적으로 밀고 있는 길이 코리아둘레길이다. ··남해 해안가를 돌고 DMZ도 지나가니 한반도를 한 바퀴 도는 국내 최장의 걷기 길이다.

코리아둘레길은 해안가마다 그 이름이 따로 있는데, 동해안은 해파랑길, 서해안은 서해랑길 그리고 남해안은 남파랑길이다. 남파랑길 33코스가 고성군 하이면 일대 즉, 상족암 해안을 지나간다. 길이 예쁘다 보니 여기저기서 탐을 내 해양수산부도 이곳을 지나가는 해안누리길을 만들었다. 고성군에서도 상족암공룡길라고 따로 이름을 붙였다.

바닷가를 따라 걷기길이 잘 가꾸어졌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바닷가를 따라 걷기길이 잘 가꾸어졌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요즘 핫플로 떠오른 상족암 포토존.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요즘 핫플로 떠오른 상족암 포토존.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남파랑길 33코스는 임포항에서 하이면사무소까지 17.4km인데 해안가 구간인 임포항에서 덕명마을까지는 약 13km로 서너 시간 거리다. 이도 부담스럽고 그저 걷는 맛을 잠깐 즐기고 싶은 여행자들은 덕명마을에서 상족암을 거쳐 제전마을(1.6km)까지 또는 병풍바위(2.5km)까지만 걸어도 충분히 그 기분을 낼 수 있다. 왕복 1시간 남짓이다. 남파랑길 고성 코스 걷기 사업을 운영하는 한국치유협회의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노르딕워킹, 명상 등이 더해져 참가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남파랑길 33코스는 상족암의 절경과 바다의 운치를 느끼게 해주는 멋진 걷기 코스이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남파랑길 33코스는 상족암의 절경과 바다의 운치를 느끼게 해주는 멋진 걷기 코스이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명상 중인 한국치유협회 걷기 프로그램 참가자들. 사진 / 한국치유협회
명상 중인 한국치유협회 걷기 프로그램 참가자들. 사진 / 한국치유협회

열을 맞춰 찍혀있는 공룡 발자국 위로 나무 데크가 지나가고 있어 걸으면서 자연사의 신비를 감상할 수 있다. 1억 년 전, 공룡들이 거닐었던 그 길을 따라서 걷는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공룡 발자국 화석 외에도 물결무늬 자국으로 굳어진 연흔 바위나 공룡이 밟아서 울퉁불퉁 모양으로 굳어진 공란 같은 지질현상을 볼 수 있으니 세월의 신비가 담긴 야외 자연사박물관이라 부를 만하다.

중간중간 양지바른 선착장에 앉아 그물을 짜거나 물 빠진 갯가에서 굴을 캐고 있는 주민들, 그리고 포구에서 출어채비를 하는 어민들도 만날 수 있는데 가볍게 건네는 인사 한 마디에도 봄 기운이 실려 되돌아온다.

밥상 다리를 닮았다는 상족암.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밥상 다리를 닮았다는 상족암.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코스 중간의 상족암은 이 구간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명소인데 기암이 마치 상()다리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여러 고서에 언급된 이름인데 실제로 보면 상다리보다 코끼리 다리가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웅장하고 멋지다. 옛날에는 코끼리를 쉽게 접하지 못한 탓에 상다리에 비유하는 것이 한계였을 것이다. 물 빠진 상족암은 파식대(파도의 침식과 풍화작용으로 인해 해안에 가까운 해저에 생긴 평평한 면)라는 넓은 암반이 나타나 공룡발자국 화석을 관찰하기 좋고 편안히 앉아 쉬어가기도 좋다. 상족암 다리 사이로는 자연스레 해식동굴이 형성되었는데 요즘 SNS 인생샷 명소로 소문난 곳이어서 사진 한 장 남기려면 줄을 서야 한다. 물론, 이곳을 제대로 즐기려면 물때를 살펴보고 어느 정도 물이 빠졌을 때 찾아야 한다.

봄햇살이 따사로운 상족암 그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봄햇살이 따사로운 상족암 그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남파랑길의 멋진 쉼터 역할을 하고 있는 상족암 갯바위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남파랑길의 멋진 쉼터 역할을 하고 있는 상족암 갯바위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상족암의 암벽들은 수만 권의 책을 쌓아놓은 것 같다는 부안의 채석강을 닮았는데 지질학적으로는 수성암(사암이나 이암같이 퇴적물이 물속에서 겹겹이 퇴적되어 만들어진 암석이나 물속에 녹아 있던 물질이 퇴적되어 형성된 것)이라고 한다.

상족암 바로 위에는 고성공룡박물관이 있어서 서로 연결이 되고 있다. 상족암에서 박물관을 들어갔다가 나와도 되고 걷기 코스를 마친 후에 다시 차를 몰고 공룡박물관으로 올라가도 된다.

어린이들의 핫플, 고성공룡박물관
입구에서부터 무섭게 생긴 공룡이 큰 입을 벌리며 포효하고 있는 곳, 고성공룡박물관이다. 커다란 이 공룡 인형 앞에서 신이 난 어린 이들에겐 고성공룡박물관은 최고의 테마파크이다. 어린이들은 박물관의 진품 화석이 얼마나 많은지에는 관심이 없다. 그저 영화 속 쥐라기 시대, 백악기의 공룡시대로 빨려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신나고 흥미로운 일이다.

상족암에서 공룡박물관 가는 길.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상족암에서 공룡박물관 가는 길.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박물관은 크게 5개의 전시관과 야외 시설로 되어 있다. 전시관마다 빼곡하게 세워진 큼직한 공룡 화석들은 비록 복제이긴 하지만 어린이 관람객들이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에 충분하다. 공룡 골격을 보면서 당시 공룡의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는 1전시실, 고성에서 발견된 공룡 발자국 화석을 살펴볼 수 있는 2전시실 그리고 공룡 입속으로 들어가서 초식공룡과 육식공룡을 만나는 3전시실도 인상적이다.

공룡과 속도를 겨뤄보고 다리 골격에 키를 대보는 4전시실, 암모나이트나 고사리 화석을 비롯해 고대 지구의 생물들을 화석으로 만날 수 있는 5전시실 등 모두가 흥미롭다.

고성공룡박물관의 진품 화석.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고성공룡박물관의 진품 화석.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모두 복제모형만 있는 건 아니다. 중생대 백악기 후기에 살았던 크기 2m의 잡식성 공룡 오비랍토르(Oviraptor)와 뿔공룡의 조상으로 추정되는 프로토케라톱스(Protoceratops) 같은 진품 화석도 전시되어 있어 관람객들의 흥미를 끌고 있다.

3층에는 공룡을 소재로 한 트릭아트존이 있어서 기념사진 촬영하기 좋다. 사실, 고성공룡박물관은 구석구석 모두가 포토존이다. 공룡에 관심이 있는 어린이라면 자리를 뜨기가 아쉬울 것이다.

이곳 박물관은 공룡박물관으로서는 국내 최초로 건립된 곳인데 건물들이 모두 공룡에서 모티브를 따왔다는 것도 특징이다. 박물관 본관은 초식공룡 이구아나돈의 몸통을 형상화한 건물이다.

고성공룡박물관의 제3전시실 입구가 인상적이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고성공룡박물관의 제3전시실 입구가 인상적이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입구 맞은편에 세워진 높이 24m의 거대한 공룡탑은 초식공룡인 브라키오사우루스를 형상화 한 것인데 멀리 해안가 걷기 길이나 바다에서도 보여 공룡박물관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다. 그 외에도 스테고사우루스를 형상화한 스테고 카페, 익룡을 형상화한 듕가리 전망대 등의 편의시설들도 이색적인 공룡 모습을 하고 있다.

어른들은 몰라도 아이들은 공룡 이름들을 줄줄 꿰고 있다. 공룡의 영어 이름인 ‘Dinosaur’무시무시한 도마뱀이란 뜻의 그리스어에서 유래된 것이다.

아이와 함께 떠나는 여행이라면 공룡 이름 몇 가지 익히고 떠나면 어떨까. 최고의 우리 아빠, 우리 엄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여행쪽지
남파랑길 걷기 행사 - 한국치유협회의 남파랑길 고성 코스 걷기 프로그램은 예약만 하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수준 높은 가이드와 프로그램으로 인기가 좋다. 055-245-4543

고성공룡박물관 - 055-670-4451

맛집 남파랑가 - 055-835-1931. 하이면 소재지에 위치한 해물탕 전문점. 문어, 전복, 가리비, 갑오징어, 홍합, 각종 패류 등 다양한 해물을 풍성하게 넣고 끓인 해물탕이 일품이다. 어린이들을 위한 돈가스 요리도 준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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