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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이달의 테마여행 ①] 여스 추천 꽃길~ 봄꽃을 거부할 수 없다면 여기!
[이달의 테마여행 ①] 여스 추천 꽃길~ 봄꽃을 거부할 수 없다면 여기!
  • 황소영 객원기자
  • 승인 2024.03.07 1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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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봄날 동안 빠르게 피고 지는 봄꽃을 놓치고 싶지 않은 이들을 위한 여행지들을 추천한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짧은 봄날 동안 빠르게 피고 지는 봄꽃을 놓치고 싶지 않은 이들을 위한 여행지들을 추천한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여행스케치=창원, 밀양, 구례] 우리 산하에 자생하는 꽃 색은 한정적인데, 너무 자극적이거나 화려하지 않고 그 빛이 순수한 편이다. 발등에 겨우 닿을까 말까 하는 야생화들 중엔 보라색이 많고, 흰색과 노란색도 수두룩하다. 3월 꽃나무인 매화와 산수유가 따스한 볕에 시들 때쯤 산에는 분홍색 진달래가, 거리엔 하얀 혹은 연분홍 벚꽃이 핀다.

겨울과 여름이 길어진 만큼 봄과 가을은 짧아서, 봄꽃은 찰나의 시간을 놓치지 않으려 다투어 피어난다. 십수 년 전만 해도 개화 시기엔 나름대로 순서가 있었다. 이 꽃이 지면 저 꽃이 피고, 저 꽃이 지면 그 꽃이 피었는데, 요즘은 며칠 새로 한 번에 피기도 해서 하필 그때 바쁜 일이라도 생기면 꽃다운 꽃을 보지 못하고 봄을 떠나보낼 수가 있다. 아니, 어쩌면 여행객들에겐 더 나을지도 모른다. 딱 한 번의 걸음으로 모든 꽃을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천주암에서 천주산 가는 길.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천주암에서 천주산 가는 길.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진달래 명소
창원 천주산, 이토록 많은 진달래라니!
경남에선 천주산과 무학산, 거제 대금산 등이 진달래로 유명하다. 4월 천주산(638.8m)에 올랐다가 그만 입이 쩍 벌어지고 말았다. 태어나 가장 많은 진달래를 이곳 천주산에서 보았다. 벌어진 입안으로 분홍색 바람이 몰려왔다.

창원에 사는 지인을 따라 천주암 앞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정상까진 2.4km로 왕복 3시간 정도 걸린다. 부러 평일에 왔는데도 입구에서부터 북적북적 심상치 않다. 주말엔 한 사단급 이랬던가. 평일의 인파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주말에 와봐야 진정한 인파 속에서 숨이 막힐 것이라며, 이미 매년 봄마다 겪어온 창원 지인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산을 올랐다. ‘하늘을 받치고있단 뜻의 천주산을 지금은 수많은 사람이 받치고, 아니 받치지 못하도록 꾹꾹 눌러가며 오르고 있었다.

진달래 만발한 천주산.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진달래 만발한 천주산.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창원 천주산은 전국에서도 내로라하는 진달래 명산이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창원 천주산은 전국에서도 내로라하는 진달래 명산이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다행히 사람보다 많은 건 진달래였다. 모두 형형색색 옷을 맞춰 입었지만, 꽃은 옷보다 더 화사한 얼굴로 등산객을 맞는다. 왜 이렇게 사람이 많은지, 꽃길 사이를 거닐다 보니 바로 수긍이 된다. 꽃은 듬뿍듬뿍 무리 지어 피었다. 향기는 없지만 이미 분홍색 물결에 취해 휘청휘청 걸음이 흔들린다. 고깔제비꽃, 얼레지, 구슬봉이 같은 보라색 꽃들이 구색을 갖췄다.

해가 뜰 때랑 질 때 제일 예뻐요.” 지인은 그렇게 말했지만, 새벽 산행을 할 자신도, 해가 진 후 야간산행할 자신도 없었다. 하지만 붉은 태양빛이 엷은 꽃잎을 관통할 때의 느낌은 잘 알고 있었다. LED 전등과는 다른 빛. 산바람과 볕을 받으며 잠이 든 산중의 꽃은 한 달이 채 안 되는 짧은 삶을 마감한 채 흙 위로 떨어져 다시 산의 일부가 된다.

밀양의 남쪽에 있어 남산으로 불리다 종남산이 되었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밀양의 남쪽에 있어 남산으로 불리다 종남산이 되었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사람보다 큰 진달래 꽃길.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사람보다 큰 진달래 꽃길.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진달래 명소
밀양 종남산, 키보다 큰 진달래 터널
종남산 트레킹은 차량 통행이 가능한 팔각정(남산리 산180-1)에서 시작한다. 걸으러 왔는데도 막상 올라가려면 힘이 들어 매번 최단 코스를 찾게 된다. 팔각정에서 정상까진 겨우 900m. 천주산보다 난이도가 쉽고 시간도 적게 걸린다. 그렇다고 거저 얻는 풍경은 없다.

가쁜 숨을 몇 번이나 뱉어내야 전망대에 닿을 수 있고, 전망대에서 조금 더 오르면 봉수대가 있는 정상에 닿는다. 밀양 종남산(663.5m)의 원래 이름은 자각산인데, 시의 남쪽에 있어 남산으로 불리다가 지금의 이름이 되었다. 이 산 동쪽에 만어산, 북쪽엔 화악산, 서쪽에는 화왕산, 남쪽엔 덕대산이 있어 산세가 제법 웅장하다.

꽃 너머로 도심 속의 섬 삼문동과 밀양강이 보인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꽃 너머로 도심 속의 섬 삼문동과 밀양강이 보인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밀양까지 왔다면 위양지나 만어사도 들러보길 추천한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밀양까지 왔다면 위양지나 만어사도 들러보길 추천한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무엇보다 발아래 펼쳐진 도심 속 섬 삼문동 물돌이가 장관이다. 전통무의 긴 소매처럼 나풀나풀 휘돌던 밀양강은 삼랑진 일대에서 낙동강이 되고, 이후 동과 서, 또 남으로 물길을 늘려 수량을 불린다. 종남산 진달래는 저 강물을 먹고 자란다. 어찌나 잘 자랐는지 일부는 사람의 키를 훌쩍 넘겨 꽃 터널을 이룬다.

진달래 피고 새가 울면은 두고두고 그리운 사랑~” 봉수대 돌 축대에 앉은 이의 노랫소리가 뒷사람에게까지 들렸다. 벌써 볕이 뜨거워 축대 그늘에 앉아 다리쉼을 하는 이들도 있다. 적어도 산에서만큼은 이어폰을 끼지 않는 게 좋다. 새소리, 바람소리, 나뭇잎과 꽃잎이 흔들리는 소리, 또 누군가의 노랫소리까지, 산에서만 들을 수 있는 모든 걸, 도심에서도 들을 수 있는 소리로 막아버리기엔 너무 아깝기 때문이다.

팝콘처럼 탐스러운 벚꽃.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팝콘처럼 탐스러운 벚꽃.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화개장터에서 쌍계사로 이어진 화개십리벚꽃길.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화개장터에서 쌍계사로 이어진 화개십리벚꽃길.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하동 '섬진강백리테마로드'는 벚꽃 필 때 걷기 좋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하동 '섬진강백리테마로드'는 벚꽃 필 때 걷기 좋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구례 오산과 하동 벚꽃 트레킹
전북 진안의 데미샘에서 발원해 호남의 물들을 조금씩 끌어안은 섬진강, 그 깨끗한 강줄기 옆으로 봄이면 새하얀 벚꽃이 핀다. 사성암이 있는 오산(530.8m)은 이름 그대로 섬진강 벚꽃길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죽연마을에서 올라도 되지만 보통은 최단코스인 사성암에서 출발한다. 사성암까지 차로 올랐다면 정상은 걸어서 15. 아니 정상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 사성암보다도 낮은 활공장에 서면 섬진강부터 피어난 안개와 그 안개가 만든 구름바다로 장관을 이루니깐.

구례 오산 바위벽에 위치한 사성암.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구례 오산 바위벽에 위치한 사성암.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오산 정상에 서면 섬진강과 구례읍내가 잘 보인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오산 정상에 서면 섬진강과 구례읍내가 잘 보인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사성암보다 낮은 오산 활공장에 서면 구례읍내를 덮은 섬진강 운해를 만날 수 있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사성암보다 낮은 오산 활공장에 서면 구례읍내를 덮은 섬진강 운해를 만날 수 있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힘을 잃은 벚꽃잎이 강물 위로 떨어진다. 꽃 그림자는 물속에 드리우고 강은 그 꽃을 싣고 구례에서 하동으로 흐른다. 이 꽃길 위에 아름다운 걷기 코스가 있다. 화개장터에서 평사리공원을 지나 하동읍 송림까지 이어진 섬진강백리테마로드. 꽃이 필 때라면 딱 평사리까지만 걷는 게 좋다. 10km3시간 남짓. 평사리엔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속 배경지인 최참판댁이 있으니 함께 둘러보기 좋다.

도로를 넓혔지만, 여전히 19번 국도는 봄을 만나려는 차량으로 꽉 막힌다. 이럴 땐 차라리 걷는 이가 더 빠르다. 피아골 앞에서부터 물결을 가르며 배를 타고 이동하는 이들도 있다. 부드러운 강물처럼 이 길엔 오르막이 없다. 화개장터를 벗어난 순간부터 도로는 위쪽으로 멀어지고, 아래쪽 강이 가깝게 다가온다.

걷기도 좋고 사진 찍기도 좋은 구례 섬진강 벚꽃길.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걷기도 좋고 사진 찍기도 좋은 구례 섬진강 벚꽃길.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떨어진 꽃잎도 예쁘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떨어진 꽃잎도 예쁘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등산화 바닥도 온통 봄.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등산화 바닥도 온통 봄.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 예쁘다!” 걷다 말고 사진 찍기를 반복하지만, 나중엔 벚꽃을 봐도 별 감흥이 없다. 오히려 배꽃이나 차밭 혹은 대숲이 반가울 정도. 이 길에서 벚꽃은 흔하디흔한 나무다. 심지어 하나도 거를 것 없이 전부 풍성하고 예쁜 길. 등산화 밑창에 꽃잎이 달싹 달라붙었다.

발을 흔들어도 떨어지질 않는다. 지겹도록 벚꽃이 보고 싶다면 잠시 차에서 내려 섬진강 길을 걸어보라. “이제 그만 봐도 돼!” 절레절레 고개를 저을 만큼 아름다운 꽃길이 걸음을 멈출 때까지 끊이질 않을테니.

웅어회.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웅어회.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Editor's Pick
수라상에도 오른 낙동강 별미, 웅어회
웅어는 지역에 따라 우어로도 불리는 물고기로 바다에서 살다가 산란철이 되면 강으로 올라와 알을 낳는다. 늦겨울부터 진달래 피는 봄까지가 제철이며, 주로 뼈째 썰어 회로 먹는다. 조선시대 땐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다고 한다. 드라이브 코스인 밀양 삼랑진 낙동강변에 민물 횟집촌이 조성돼 있다. 웅어회는 매운탕이 따로 없어서 메기나 참게매운탕을 추가 주문하는 게 좋다.

구례역제과점.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구례역제과점.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벚꽃길도 식후경! 구례역제과점
이름처럼 구례구역 맞은편 섬진강가에 있다. 돈가스와 파스타를 판매하는 구례역대합실과 함께 운영한다. 베이커리카페인 구례역제과점은 주로 구례에서 생산한 밀과 특산품 등을 이용해 빵을 만드는데, 특히 지리산과 백운산 자락의 밤을 100% 활용한 밤파이(5,700)가 가장 인기가 많다. 쉬는 날은 없으며 오전 10시 30분에 문을 연다. 문의 0507-1488-2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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