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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원데이 트립] 시간이 익어가는 마을, 그리고 간이역
[원데이 트립] 시간이 익어가는 마을, 그리고 간이역
  • 정은주 여행작가
  • 승인 2024.03.13 0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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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익산]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그곳.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간이역이 있는 익산 춘포마을로 레트로 여행을 떠나보자.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 건물로 꼽히는 춘포역.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 건물로 꼽히는 춘포역.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더 이상 열차가 다니지 않지만 역사 안에는 옛 온기가 남아있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더 이상 열차가 다니지 않지만 역사 안에는 옛 온기가 남아있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COURSE 1
100년의 세월을 품어온 춘포역

#오래된간이역 #추억의장소

아담한 단층 건물 뒤로 고가 철도가 이어진 춘포역. 이제는 더 이상 열차가 다니지 않는 폐역이지만 역사 안에는 여전히 따스한 온기가 남아있다. 오래전 향수를 그리워하며 춘포마을까지 찾아오는 발걸음들이 있기 때문이다.

춘포역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 건물로 꼽힌다. 1914년에 건립되어 그해 11월부터 익산과 전주를 연결하는 전라선이 정차했는데 당시엔 대장역이라 불렀다고 한다. 역 근처에 일본인들이 모여 살던 대장촌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다. 일제강점기 시절엔 어디나 그러했듯이 춘포면에서 수탈한 쌀을 대장역을 통해 군산항으로 옮겼다고 한다.

이후 치욕의 역사를 걷어내고자 1996년에 춘포역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그 후로도 오랫동안 많은 열차를 맞이하고 떠나보내었던 역사는 2011년 전라선이 복선화되면서 지금은 추억의 장소로 새 단장해 관광객들을 맞고 있다.

Info
주소 전북 익산시 춘포면 춘포117-1
문의 063-853-5789

시그니처 메뉴를 맛봐야 할 카페 춘포.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시그니처 메뉴를 맛봐야 할 카페 춘포.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COURSE 2
청춘들의 꿈이 영글어가는 카페 춘포

#청춘의꿈 #춘포커피

카페 춘포는 일제강점기 시절 대장촌의 유지인 이마무라 이치지로의 농장이던 곳이다. 도시에서의 삶을 접고 고향으로 돌아온 젊은 청춘들은 폐허가 되다시피 한 이곳을 세련되고 근사한 장소로 탈바꿈시켰다. 손수 땀 흘려 만든 카페 공간은 과하지 않은 덧댐으로 소박한 마을 정취와 잘 어우러진다. 여기에 원래 있던 탱자나무 울타리와 돌담, 돌기둥, 우물 등을 그대로 남겨 과거의 아픔을 살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곳에서는 춘포를 사랑하는 마음이 듬뿍 담긴 시그니처 메뉴를 맛봐야 한다. 춘포 커피는 마을에서 생산한 쌀로 만든 시럽과 크림, 크런치를 듬뿍 얹어주는데 고소하고 달달한 맛이 자꾸만 끌린다. 카페인이 필요한 시간이라면 라떼에 말차를 샷 추가한 대장촌 커피도 베스트 초이스. 앞마당이 밝게 비치는 카페에 앉아 한 모금씩 홀짝거리다 보면 행복이 별건가 싶기도 하다.

Info
주소 전북 익산시 춘포면 춘포460-1
문의 0507-1493-3433

햇수로 110년이 되는 오래된 건축물인 춘포도정공장.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햇수로 110년이 되는 오래된 건축물인 춘포도정공장.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지금은 현대미술 전시장으로 재탄생했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지금은 현대미술 전시장으로 재탄생했다.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여러 미술 형태로 표현한 오래된 건물의 서사를 만날 수 있다.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여러 미술 형태로 표현한 오래된 건물의 서사를 만날 수 있다. 사진 /김도형 사진작가

COURSE 3
역사의 아픔을 보듬는 공간, 춘포도정공장

#도정공장의변신 #이색미술관

슬레이트 지붕을 얹힌 허름한 건물을 보고 제대로 찾아온 것인지 의심이 든다면 그야말로 정확히 찾아온 것이다. 춘포도정공장은 일제강점기 때 춘포에서 이름난 대지주 호소카와 모리다치가 벼를 현미로 가공해 일본으로 보내기 위해 세운 도정공장이었다. 1914년에 지었으니, 햇수로 110년이 되는 오래된 건축물이다. 금세라도 쓰러질 것처럼 보인다는 표현이 과언이 아니다.

광복 후에는 대장도정공장이란 이름을 달고 정부양곡도정업을 했는데 이마저도 1998년 폐업되어 방치되어 있었던 것을 서문근 대표가 사들여 현대미술 전시장으로 재탄생시켰다. 올해 422일까지 조덕현 작가의 <109 and><안성기: 트리뷰트> 전시가 이어지며 건물이 담고 있는 109년 간의 서사를 갖가지 미술 형태로 표현했다. 실크천을 뫼비우스 띠처럼 잇거나 버려진 도정용 고무벨트를 활용한 거대한 설치 미술을 비롯해 실존 인물인 이춘기 옹의 일기 필사본을 미학적으로 전시한 독특한 작품들이 묵직한 울림을 준다.

Info
주소 전북 익산시 춘포면 춘포466-6
시간 11:00~18:00, 월요일 휴무
요금 성인 10,000, 학생 7,000, 예술인 5,000
문의 063-855-8858

봄바람 맞으며 가볍게 산책하기 좋은 달빛소리 수목원.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봄바람 맞으며 가볍게 산책하기 좋은 달빛소리 수목원. 사진 / 김도형 사진작가

COURSE 4
봄바람 따라 싱그러움이 스미는 달빛소리 수목원

#봄산책 #황순원소나기나무

레트로 여행의 마지막 코스는 봄바람을 맞으며 가볍게 산책하기 좋은 곳으로 떠나보자. 춘포역에서 차로 10여 분 거리에는 예쁜 정원처럼 꾸며진 달빛소리 수목원이 있다. 2018년에 개장한 개인 수목원으로 파릇파릇 물이 오른 나무들과 전국 각지에서 수집한 희귀한 고목들을 관람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황순원 소나기라 이름 붙인 우람한 느티나무가 눈길을 끈다. 500년이 넘는 수령이 실감 나지 않을 정도로 푸르고 청정한 데다 나무 안이 마치 작은 동굴처럼 파여 있어 연인들의 비밀 아지트가 되어 왔다고 한다.

알록달록 철쭉과 팝콘처럼 새하얗게 피어난 공조팝나무꽃 터널을 지나면 잔디밭에 테이블을 놓은 카페 정원이 나타난다. 잔잔하게 깔린 음악이 산책길을 더욱 품격 있고 우아하게 만들어 준다. 하늘 높이 자라난 메타세쿼이아 나무 숲길도 빼놓지 않고 걸어봐야 한다. 한 발씩 뗄 때마다 청량한 봄의 기운이 가득 차오른다.

Info
주소 전북 익산시 춘포면 천서길 149
시간 10:30~19:00, 월요일 휴무
요금 어른 3,000, 어린이 2,000
문의 063-834-90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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