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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홍게 한 마리가 털썩 압도적인 비주얼
홍게 한 마리가 털썩 압도적인 비주얼
  • 유은비 기자
  • 승인 2016.12.06 1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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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밥상⑧, 속초 게장백반
장사항 근처에 있는 오봉식당. 사진 / 유은비 기자

[여행스케치=속초] 장사항 주변의 횟집들을 지나 영랑동 주민센터 맞은편으로 가면 오봉식당이 있다. 대표 메뉴는 게장백반. 게장백반이라고 해서 간장 혹은 양념 게장이 반찬으로 나오는, 익히 먹어본 그런 백반이 아니다.

일곱 가지 반찬이 먼저 상에 오른다. 달달하면서도 짭짤한 것이 입맛을 돋우는 황태무침과 시금치, 콩나물무침, 열무김치와 깻잎무침, 매콤새콤한 달래무침 등 메인 게장국이 나오기도 전에 밥 한 그릇 뚝딱 할 심산이다.

홍게가 된장국 안에 푸짐하게 들어가는 게장백반. 사진 / 유은비 기자

26번의 가위질 끝에 완성되는 홍게장국
곧이어 주인할머니가 국밥 크기의 그릇에 푸짐하게 국물을 떠 내온다. 큰 그릇에 가득 담긴 홍게가 무턱대고 반찬부터 탐했던 마음을 겸허하게 만든다. 홍게를 우려서 국물을 만드냐고 물으니 주인할머니는 “아녀, 된장이랑 무만 넣어 끓이지”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푹 끓인 된장국에 홍게를 넣은 된장 게장국이다.

손을 깨끗이 닦고 홍게 다리 하나를 잡는다. 젓가락으로 한쪽을 밀면 반대쪽으로 게살이 쭉 빠져나온다. 밥을 한 숟갈 떠서 그 위에 게살을 올리고 된장국을 살짝 적셔 먹으면 밥 한 공기는 금세 비우게 된다.

게살을 쭉 빼 내어 밥 숟가락 위에 올려 먹는다. 사진 / 유은비 기자

주인할머니는 “저거(홍게) 썰어 넣을라면 가위질을 스물여섯 번 해야 해”라며 “옛날에 우리 어머니가 자주 해주던 음식”이라고 게장백반의 유래를 설명한다. “이게 쉬워보여도 이 맛이 나긴 쉽지 않아. 오랜 시간 국을 끓여내고 홍게를 아낌없이 넣으니까 사람들이 자꾸 찾는 거지”

어느새 국그릇은 비어가고 옆에 홍게 껍데기를 담은 빈 그릇이 되레 수북하다. 큼직한 홍게 살을 쉽게 발라 먹고 된장국을 꿀떡꿀떡 마시니 집밥을 먹은 것처럼 속이 든든하다.

Info 오봉식당
메뉴 게장백반 8000원, 홍게장칼국수 6000원, 홍게라면 5000원.
주소 속초시 장사동 중앙로 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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