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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베트남 하노이 구시가지로의 자유여행
베트남 하노이 구시가지로의 자유여행
  • 조용식 기자
  • 승인 2017.02.14 11: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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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는 '흥정', 맥주는 '북적'
사람들로 북적이는 하노이 맥주거리. 사진 / 조용식 기자

[여행스케치=베트남]목욕탕 의자에 몸을 맡기고 다닥다닥 붙여 앉아 세계 각국의 여행자들이 맥주 파티를 즐기는 곳이 있다. 바로 하노이 구시가지의 맥주 거리이다. 주말이면 야시장이 열려 더욱 매력적인 하노이로의 자유여행을 떠나보자.

오토바이 물결이 인상적인 하노이. 하노이의 자유여행은 호지민 묘가 안치된 바딘 광장에서 시작을 한다. 이른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바딘 광장에는 이미 많은 관광객으로 붐비기 시작했다. 월, 금요일이 휴관인 호찌민 묘소는 관람이 가능한 평일과 주말 오전에만 개방하기 때문이다. 

하노이 바딘광장의 풍경. 사진 / 조용식 기자
호찌민 박물관의 모습. 사진 / 조용식 기자

바딘 광장에서 만나는 베트남 영웅, 호찌민
바딘 광장은 베트남의 독립이 선언된 곳이다. 또한, 호찌민 묘소를 비롯해 호찌민 박물관, 못꼿사원, 그리고 국회의사당과 공산당 본부 건물이 모여있는 곳이기도 하다. 용기 있는 관광객들은 바딘 광장을 지나는 군인과 함께 기념촬영을 청하기도 한다. 정복 차림의 군인은 자신의 어깨에 손을 올리지 않는 조건에서 흔쾌히 사진촬영을 해 준다.  

호찌민 묘소를 지나면 눈에 띄는 노란 건물이 들어온다. 이 건물은 주석궁으로 1907년 프랑스 식민지 시절에 지어진 건물이다. 검소했던 호찌민 주석은 이곳에 기거하지 않고 집무실 겸 거처와 연못 뒤편의 가옥에서 생활했다.

아이를 갖게 해줬다는 설화가 내려오는 못꼿사원. 사진 / 조용식 기자

호찌민 박물관 바로 옆에 있는 못꽃사원도 빼놓지 말아야 할 곳이다. 못꼿사원은 정사각형의 연못에 하나의 기둥이 떠받히고 있는 절로 ‘일주사(一株寺)’라고 표기한다. 이 절이 세워진 배경은 이렇다.

베트남 리 왕조의 2대 황제는 대를 이을 자식이 없어 근심에 차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꿈속에서 관세음보살이 나타나 아기를 선물로 주는 꿈을 꾼다. 그리고는 실제로 왕자가 태어났고, 이에 대한 보답으로 이 절을 지었다고 한다. 이곳은 지금도 아들을 낳게 해달라고 기도를 하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못꼿사원과 인접한 호찌민 박물관은 호찌민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1990년에 세워진 곳이다. 이곳에서 베트남의 독립 영웅인 호찌민의 생애와 베트남 근현대사를 접할 수 있다.

서호호수 주변에서 자전거를 타는 연인들. 사진 / 조용식 기자

하노이 시민들의 산책로, 서호를 만나다
하노이에서 만난 리 티 반 베트남 현지 가이드가 “하노이를 여행하다 보면 크고 작은 호수를 만난다”며 “그중에서도 하노이 사람들이 산책과 라이딩을 즐기는 호수 서호는 꼭 둘러보라”고 한 말이 떠올랐다. 지도를 보니 바딘 광장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호수 서호가 있다.

호수 건너편으로 펼쳐진 신시가지의 모습과 다정한 연인을 하나둘 만난다. 자전거를 타고 서호 주변을 라이딩하는 외국인 관광객도 마주친다. 조금을 걸어가니 베트남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됐다는 ‘쩐꿕 사원(鎭國古寺)’이 보인다.

쩐꿕 사원은 6세기경 지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1616년에 이곳 서호로 자리를 옮겼다고 한다. 적갈색의 11층 석탑이 한눈에 시선을 끌고 있는 쩐꿕사원은 호수로 연결된 섬에 있다. 사원을 둘러보는 데는 대략 30분 정도 걸린다. 

호수 둘레가 약 15km에 이르는 서호는 자전거 여행이 가능한 곳이다. 쩐꿕사원에서 약 200m 떨어진 하노이 국제 팔로십 서호 호텔(Hanoi International Fellowship Westlake) 바로 앞에 자전거 대여소가 있다.

외국인은 여권을 보관해야 자전거를 대여해 준다. 대여비는 5만~10만동(한화 2500~5000원)이다. 자전거로 서호를 도는 데는 넉넉잡고 2시간 정도를 잡는 것이 좋다. 낯선 곳이니 천천히 움직이는 이유도 있지만, 주변의 경치 감상과 기념 촬영도 빼놓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호수 서호를 둘러본 다음에는 사회주의 공화국인 베트남의 모습을 만나보자.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베트남을 상징하는 깃발타워가 있는 곳, 바로 ‘군사 박물관’이다. 베트남 전쟁사를 테마로 한 군사박물관은 웅장한 깃발타워에는 대형 베트남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4만동(한화 2000원)의 입장료를 내고 안으로 들어서면서 가장 먼저 간 곳은 깃발타워다. 마침 유치원생들이 선생님들과 함께 체험 학습을 위해 방문했다. 깃발타워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이 귀엽기만 하다.

군사박물관 야외에는 탱크, 비행기 등이 전시되어 있는데, 그중에서도 전쟁의 상혼을 그대로 앉고 있는 비행기의 잔해로 만든 조형물이 시선을 압도한다. 전쟁의 상처가 주는 무지막지한 파괴와 아픔을 표현한 조형물 앞에서 잠시 묵념의 시간을 갖게 한다.

사박물관은 총 4개 동으로 나누어졌는데, 박물관 내부에는 소위 강대국과의 전쟁 역사와 당시의 흔적들이 자세하게 소개되고 있다. 

군사박물관에서 불과 5분 거리에 있는 탕롱 황성은 리 왕조가 수도를 하노이로 옮기면서 지은 궁궐이다. 201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탕롱 황성은 졸업 시즌이면 하노이 학생들의 기념촬영 장소로 유명하다. 황제들의 집무실과 침소로 사용했던 궁전(디엔낀티엔)은 프랑스 식민지 시절 포병본부를 만든다는 이유로 파괴되어 지금은 터전만 남아있다.

다만, 건물로 들어서는 계단에는 왕권을 상징하는 용 조각의 석조 계단만이 당시의 위엄을 나타낼 뿐이다. 탕롱 황성에는 아직도 리 왕조의 유물 발굴 작업이 계속되고 있으며, 관광객들에게 유물 발굴 현장의 일부를 공개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유교를 숭배한 베트남 하노이의 국자감. 사진 / 조용식 기자

한국처럼 유교를 숭배하는 나라, 베트남
하노이 학생들의 졸업 기념 촬영지로 찾는 또 하나의 명소는 문묘이다. 리 왕조가 공자의 학덕을 기리기 위해 세운 문묘는 입구에서부터 황제와 관료들이 드나드는 문이 달랐다. 중앙의 큰 문은 황제가 양옆의 작은 문은 관료들이 이용했다고 한다.

내부로 들어서면 공자에 대한 존경과 숭배를 위해 지은 규문각이 보인다. 규문각을 지나 보이는 연못 양옆으로는 비석들이 세워져 있다. ‘진사제명비’라 불리는 이 비석에는 과거 시험에 합격한 사람의 이름과 출신이 적혀있다. 과거 합격자의 이름을 알려 어린 학생들에게 덕과 지식을 쌓을 수 있게 정진하라는 의미도 담겨 있는 것이다.

또한, 문묘에는 리 왕조 시대에 세워진 베트남 최초의 국립대학인 국자감이 자리하고 있다. 국자감은 당시 유학을 가르쳤던 고등 교육기관으로 졸업생들이 이곳을 배경으로 단체 사진을 촬영하는 명소로 자리하고 있다.

베트남의 유교 사상은 하노이 시내버스에서도 만날 수 있다. 시내버스에는 버스 요금을 받는 차장이 있다. 한 손 가득히 잔돈과 버스표를 쥐고 있는 차장은 나이가 많은 어른이 승차하면, 자리에 앉은 학생에게 일어나라며 어깨를 친다. 자리를 양보하라는 것이다. 학생도 이런 행동에 익숙해 보인다. 유교의 장유유서를 그대로 실천하는 모습이다.   

성요셉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사람들. 사진 / 조용식 기자

 저녁 시간이 가까워지니 이제 문묘에서 야시장 근처의 유명한 성 요셉 성당으로 이동한다. 문묘에서 성 요셉 성당까지는 걸어서 1시간 정도. 걷는 중간중간 보이는 풍경이 여행자에게 소중한 추억을 간직된다. 길거리의 이발사들도 만나고, 쪼그려 앉아 장기를 두는 사람들 그리고 시장 사람들의 모습도 만난다.

이제 막 결혼식을 올린 신랑·신부의 기념 촬영 장소인 성 요셉 성당 주변에는 많은 카페가 들어서 있다. 그중에서도 녹색으로 칠한 콩(cong) 카페는 한국인 여행자를 비롯해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이곳의 유명한 메뉴는 코코넛 커피. 오래 걸었던 덕분에 시원하고 달콤한 맛이 더욱 기억에 남는다. 가격은 5만동(한화 2500원).

야간 조명으로 더욱 아름다운 호안끼엠 호수
저녁 시간이 되면 호안끼엠 호수 부근으로 사람이 몰려든다. 호안끼엠 호수와 바로 옆 응옥썬 사당의 야경은 구시가지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다. 저녁이면 거북탑에서 하늘로 향하는 조명을 보며 중국 명나라를 물리쳤다는 보검을 형상화한 느낌이다.

해가 떨어지자 호수 주변과 응옥썬 사당을 연결하는 붉은 다리에 불이 들어오고, 다리의 사람들이 탄성을 지른다. 호안끼엠 호수의 전설에 나오는 길이 2m, 몸무게 250kg의 거북이 박제가 전시된 응옥썬 사당은 호수에 비친 사원의 모습이 옥빛을 띤 산처럼 보인다고 해서 ‘응옥썬’이라고 불린다.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스트릿카. 사진 / 조용식 기자
하노이의 야시장 풍경. 사진 / 조용식 기자

호수 옆 분수대 주변에는 호안끼엠 주변을 관광하는 스트릿카(전동카)가 줄을 서고 대기하고 있다. 패키지를 이용객들이 야시장을 구경하기 위해 스트릿카를 이용한다. 하지만, 야시장의 구석구석을 구경한다면 발품을 파는 것이 최고다.

주말 야시장이 들어선 입구에는 노점상들로 즐비하다. 입구에는 소위 짝퉁 물건들이 외국인 관광객을 유혹한다. 레이방 선글라스가 케이스를 포함해서 10만동(한화 5000원)이다. 특히 세계 각국의 아웃도어 제품들이 쏟아져 판매되고 있다.

커피 살 때는 흥정, 매일 밤 북적이는 맥주 거리
야시장 구경을 하며 안쪽으로 들어가면, 베트남의 인기 쇼핑품목인 커피 전문점들이 자리한다. 지금은 국내에서도 판매하는 G7 믹스 커피, 족제비와 다람쥐 똥커피 등을 직접 갈아서 판매한다. 시장에서는 역시나 흥정이 재미있다. 결국, 주인장은 덤으로 커피 두 봉지를 주며 따뜻한 커피도 내오는 정까지 선물했다.

이제 야시장의 하이라이트인 맥주 파티를 위해 비아 허이 골목으로 향한다. 비아 허이 골목의 특징은 매장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거리에 놓인 목욕탕 의자에 앉아 맥주를 마시는 것이다. 맥주 판매를 위해 유니폼을 입은 아가씨들이 손님들 사이를 오가며 맥주를 권한다.

저녁 9시가 되자 경찰들이 맥주 거리로 출동을 한다. 그러자 주인들이 거리의 목욕탕 의자 몇 개를 걷는 시늉을 한다. 원래는 거리에서 맥주를 팔고, 마시는 행위는 불법이다. 그러나 워낙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소가 되다 보니 경찰들도 눈감아 주고 있다.

하지만, 마냥 눈을 감아 주지는 않는단다. 가끔은 거리에서 장사를 못 하도록 단속을 한다. 그러나 단속이 끝나고 조금만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다시 북적이는 곳이 바로 맥주 거리다.

하노이의 여행은 시티투어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현지여행사의 일일관광 상품인 옌뜨 국립공원, 짱안, 하롱베이 등 하노이 주변 관광을 겸하는 것이 좋다. <여행스케치>는 하롱베이, 하노이 구시가지 투어에 이어 베트남 주변 관광지를 계속해서 연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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