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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자연에서 만나는 안동 선비의 발자취
자연에서 만나는 안동 선비의 발자취
  • 조용식 기자
  • 승인 2017.11.15 15: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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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휴정과 묵계서원, 그리고 지례예술촌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알쓸신잡2에 소개되면서 안동에 대한 여행이 관심을 끌고 있다. 사진은 안동의 계곡에 자리잡은 만휴정의 모습. 사진 / 이재훈 사진작가

[여행스케치=안동] 경북 안동의 하회마을, 도산서원, 병산서원, 부용대, 양진당 등은 안동의 대표 여행지 중의 하나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안동 방문에 이어, tvN의 ‘알쓸신잡2’의 안동 편이 소개되면서 이곳을 찾는 여행자가 크게 늘어났다. 여행스케치에서는 안동의 주민여행사가 직접 소개하는 ‘안동의 숨겨진 여행지’를 다녀왔다.

청밸리의 표상인 보백당 김계행 선생이 말년에 보냈던 만휴정의 모습. 사진 / 이재훈 사진작가

안동은 절개가 곧은 선비들의 고향으로 관직을 버리고, 자연 속으로 들어가 세월을 보낸 곳이 유난히 많다. 특히 산세와 자연 비경이 뛰어나 심신을 안정시키고, 학문 수련에 정진하기 위해 지은 사당이나 서원은 오늘날 힐링 여행의 최적지가 되고 있다.  

청백리 김계행 선생이 즐겨 찾던 곳, 만휴정

안동시 길안면 묵계하리에서 송암계곡을 따라 걸어가면 폭포 위에 지어진 정자가 하나 있다. 바로 만휴정이다. 만휴정은 청백리의 표상인 보백당(寶白堂) 김계행(金係行·1431~1517) 선생이 말년에 지냈던 곳이다. 김계행 선생은 연산군 초기 어지러운 국정을 바로 잡을 것을 몇 번이나 간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벼슬을 버리고 고향인 안동으로 낙향했다. 

만휴정 외나무 다리를 건너고 있는 여행자들. 사진 / 이재훈 사진작가
만휴정에서 힐링을 즐기는 일가족의 단란한 모습. 사진 / 이재훈 사진작가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알쓸신잡2에 소개되면서 안동에 대한 여행이 관심을 끌고 있다. 사진은 안동의 계곡에 자리잡은 만휴정의 모습. 사진 / 이재훈 사진작가

만휴정 주변을 보면 위로는 넓게 펼쳐진 반석 위로 흐르는 계곡물이 모여 용소를 이루고 있다. 반석에는 김계행의 유훈인 ‘오가무보물 보물유청백(吾家無寶物 寶物惟淸白)’이란 글귀가 새겨져 있다. ‘오가무보물 보물유청백’이란 ‘내 집에는 보물이 없다. 보물이 있다면 오로지 청백뿐이다’라는 뜻으로 김계행 선생의 청렴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안동의 주민여행사 이희오 버스로기획 대표는 “정자 아래로는 기암절벽을 타고 쏟아지는 송곡폭포와 드높은 가을 하늘의 경치가 어울려 만휴정의 운치를 더하고 있다”며 “늦가을 만휴정 돌담을 타고 오르는 넝쿨과 외나무다리가 어우러져 더욱 호젓함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만휴정은 한국 고유의 소박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정자이면서도 주변의 계곡을 정원처럼 즐길 수 있어 자연을 품은 고정원의 매력이 있는 곳이다. 특히 살짝 출렁이는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스릴도 맛볼 수 있다. 
 
만휴정에는 김계행 선생이 81세에 유훈으로 남긴 ‘지신근신 대인충후(持身謹愼 待人忠厚)’이라는 글귀가 적힌 액자가 걸려 있다. “자신의 몸가짐을 삼가고 신중히 하며, 남을 대할 때는 진실되고 후덕하게 대하라”는 뜻이다. 

서원철페령으로 훼철됐던, 묵계서원
만휴정에서 충효로로 내려와 도로 맞은편에 있는 묵계서원은 묵계종택, 보백당, 만휴정 등과 함께 김계행 선생의 유적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곳이다.

묵계서원의 모습. 사진 / 이재훈 사진작가
묵계서원은 보백당 김계행, 응계 옥고 선생을 기리기 위해 지어졌다. 사진 / 조용식 기자

묵계서원은 안동 지방의 유림이 보백당 김계행, 응계 옥고 선생의 학문과 청백리 정신을 기리기 위해 숙종 13년(1687)에 처음 지어졌다. 이후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에 의해 1869년에 훼철(헐어내어 걷어 버림)되는 수난을 겪기도 했다. 

그러다가 1988년에 이르러서야 강당과 문루인 읍청루와 진덕문, 동재 건물 등이 복원되었으며, 서원 옆에로 김계행의 신도비와 비각도 조성되어 있다. 문루인 읍청루에 올라가면 멀리 만휴정이 있는 송암계곡과 주변의 산세가 아름답고, 고요하다.
 
이희오 버스로기획 대표는 “올해가 김계행 선생이 서세(별세의 높임말)한 지 500년이 되는 해”라며 “지난 9월 7일에는 임금이 내린 시호를 맞는 연시례 재현 행사가 진행되기도 했다”고 설명한다. 

이 대표는 연시례 재현은 지난 2015년 보백당 종가의 유물에서 발견된 ‘보백당선생 연시시 일기’에 기록된 내용을 기반으로 이루어졌다고 덧붙이기도. 이 일기에는 시호를 청하는 내용과 서원과 사당의 수리, 행사 전반에 대한 논의 내용 등 연시례에 관한 일련의 과정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700년 수령의 용계 은행나무... 영험 있는 신목
묵계서원에서 자가용으로 약 15km 떨어진 곳에는 천연기념물 제175호인 용계 은행나무를 만날 수 있다. 700년 이상의 수령으로 추청되는 용계 은행나무는 임하댐 건설로 수몰될 위기에 처해 있다가 약 3년여에 걸친 작업 끝에 그 자리에서 15m 높이로 들어 올려 현재의 자리에 심어졌다.

700년 수령의 용계은행나무. 사진 / 이재훈 사진작가
임하댐 건설로 수몰될 위기에 있던 용계 은행나무는 약 3년에 걸친 작업 끝에 현재의 자리로 옮겨졌다. 사진 / 이재훈 사진작가
용계 은행나무의 뿌리가 안에서 계속 자라고 있다. 사진 / 이재훈 사진작가
용계 은행나무에 얽힌 이야기를 전해주는 권광혁 용계리 전 이장. 사진 / 조용식 기자

권광혁 용계리 전 이장은 “당시 은행나무 4곳에 빔을 박고 유압으로 하루 1~5cm를 들어 올릴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다”며 “나무를 살리는데 든 비용만 23억원에 이를 정도로 정성을 다했다”고 회상했다. 

권광혁 전 이장은 “어렸을 때부터 친구들과 함께 은행나무 위에 올라가 놀았던 적이 있다”며 “용계초등학교 친구들과 함께 은행나무 둘레를 재보려 했던 일도 있었다”며 어린 시절의 기억을 끄집어냈다. 용계 은행나무의 높이는 37m, 가슴높이의 둘레는 14.5m로 줄기 굵기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또 “예전부터 용계 은행나무를 영험이 있는 신목이라고 불렀다”며 “지금도 저녁이면 굿을 하러 오는 무당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용계 은행나무 뒤로 ‘은행나무 전시관’도 있으니 둘러보는 것이 좋다. 

다양한 고택 체험을 즐길 수 있는 지례예술촌
은행나무에서 임하호를 따라 약 10km를 올라가면 전통 생활 체험을 할 수 있는 지례예술촌이 나온다. 지례예술촌은 현대인들이 한국의 전통 생활 방식과 자연 그대로의 삶을 체험할 수 있도록 지촌 문종 소유의 종택과 제청, 서당 등을 일반인들에게 개방한 것이다. 

지례예술촌에서 임하댐을 바라보고 있는 여행자들. 사진 / 버스로기획
지례예술촌 산책길에서 바라본 풍경. 사진 / 버스로기획

이희오 대표는 “고택을 일반인들에게 개방하기 전에는 예술인들이 글을 마칠 때까지 칩거하며 예술활동을 해 왔던 곳”이라며 “지금은 생활, 의례, 자연, 학습, 예술 문화 등 다양한 고택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한다. 

지례 예술촌 주위로는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으며, 지촌 종택과 지산서당, 정곡강당, 별묘 등 10여 동의 건물에서 고택 체험을 할 수 있다. 임하호가 보이는 고택 앞마당에는 공연을 할 수 있는 공연장도 조성이 되어 있다. 

안동 가양주 만들기 

안동에서는 1년에 24번의 제사를 지내는 집안들이 대부분이어서 집에서 술을 빚어서 사용했다. 집에서 담근 술을 가리켜 가양주라고 하는데, 가문과 사람의 솜씨에 따라 가양주를 담구는 비법이 다르다. 안동반가의 이태숙 대표와 함께 집에서도 쉽게 만들수 있는 안동의 전통 가양주를 빚는 방법을 알아보자. 

준비물 : 물 1리터, 고두밥 500g, 누룩 100g, 통(망사천)

1. 준비된 그릇에 물 1리터를 붓는다. 
2. 고두밥을 넣어 밥알이 잘 으깨지도록 손으로 조물조물 주물러준다.
3. 준비된 누룩을 집어 넣고, 쌀과 잘 섞어준다. 쌀과 누룩이 걸죽한 느낌이 될 때까지 잘 주물러준다.
4. 막걸리 통에 잘 집어넣고, 일주일간 숙성을 위해 보관을 한다. 하루에 한, 두번은 막걸리 통을 흔들거나 손으로 섞어주면, 더욱 맛있는 가양주가 된다.
5.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도록 막걸리 통에 망사천으로 막아준다. 일주일 후에는 망사천을 이용해 막걸리를 거르면 안동의 전통 가양주를 맛볼 수 있다. 

이태숙 대표는 "가양주의 위에 맑게 보이는 것은 약주이며, 이를 증류한 것이 바로 안동소주"라고 설명한다.  

안동 관광두레의 주민사업체란?

전미경 안동 관광두레 PD는 “주민이 직접 나서서 안동을 방문하는 여행자들에게 체험활동, 식사, 그리고 여행상품을 기획하고 있다”며 “관광두레는 이러한 지역 주민이 주체가 되고, 관광사업체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제도”라고 말한다. 관광두레는 현재 전국에 40여 곳에서 운영 중이다. 현재 안동의 주민사업체 중에는 안동식선, 안동담다, 안동반가, 안동풍류 그리고 주민여행사인 버스로 기획 등이다.

※ 이 기사는 하이미디어피앤아이가 발행하는 월간 '여행스케치' 2017년 12월호 [특집 한걸음 더 다가가는 여행 - 안동] 코너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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