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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주향마산 술구경~ 국내 최대 주류박물관, 굿데이뮤지엄!
주향마산 술구경~ 국내 최대 주류박물관, 굿데이뮤지엄!
  • 김샛별 기자
  • 승인 2018.04.03 1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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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20국의 3300여 종의 재밌는 술 구경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세계 각국의 술부터 미니어처 술병까지 총집합된 굿데이뮤지엄. 사진 / 김샛별 기자
2층에 자리한 굿데이뮤지엄 전경. 사진 / 김샛별 기자

[여행스케치=마산] 나라별로, 종류별로 세상의 모든 술이 벽면 가득히 채워져 있는 건 술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풍경이 아닐까?

한국인이 사랑하는 술, 소주가 만들어지는 과정부터 세계의 모든 술을 구경하고, 시음까지 해볼 수 있는 곳. 심지어 관람료는 무료! 예로부터 ‘주향마산’으로 유명했던 술의 도시, 마산으로 여행 갔다면 (주)무학 굿데이뮤지엄을 빼놓으면 섭섭하다.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아메리카 등 세계 술 테마관에서는 각국의 대표 주종을 살피기 좋다. 사진 / 김샛별 기자

세상 모든 술 다 구경할 기세
술이 마시는 재미만 있을까? 술은 모으는 재미도 있다.

굿데이뮤지엄에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술에서부터 찾아보기 힘든 귀한 술까지 나라별로 전시관을 달리해 수집한 세계 120여국의 주류 3300여 종을 특징과 관련 내용을 함께 소개해두었다.

해설사들이 있어 함께 둘러보며 술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것도 특징. 술테마관에서는 우리에게 친숙한 중국과 일본이 포함된 51개국의 아시아관부터 둘러볼 수 있다.

벚꽃이 들어간 한정판 일본 와인. 사진 / 김샛별 기자

영화 <취권>에 나와 유명한 ‘공부가주’, 귀한 술이라는 수정방과 중국의 지역별(22성) 백주를 살펴보고, 맞은편 일본관에서는 벚꽃을 술병에 가둔 한정판 술부터 시작해 여러 종류의 사케들, 우리에게 친숙한 아사히, 기린 등의 맥주까지 보인다.

뱀을 통째로 넣은 북한의 불로술. 사진 / 김샛별 기자

조금 더 걸으면 우리나라의 전통주와 캡틴 큐, 제우스 등의 초기 디자인 술병도 보이고 나란히 북한 술도 전시되어 있다. 정혜옥 (주)무학 사원은 인삼술, 들쭉술 등을 가리키며 “북한 술은 이름에 있는 재료를 정직하게 보이도록 넣은 것이 특징”이라고 소개하며 “그 중에서도 불로술은 뱀을 통째로 넣은 술”이라고 강조했다.

가죽에 술을 담아 마시는 몽골의 특징이 보인다. 사진 / 김샛별 기자
쿠크리 칼 모양을 본떠 만든 병에 담겨 있는 네팔 술. 사진 / 김샛별 기자

이 외에도 말에 맬 수 있도록 납작한 모양으로 만든 것이 특징인 몽골 술부터 시작해 동남아 여행을 떠나면 많이 보이는 싱하, 타이거 등의 맥주가 보인다. 눈길을 잡아끄는 건 칼 모양의 술.

정혜옥 사원은 “네팔의 쿠크리족은 쿠크리라는 칼 한 자루를 들고 전장에 뛰어들어 이기는 것으로 유명하다”며 “그 칼을 본 뜬 술병”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아르메니아 역시 독특한 모양의 술병에 꼬냑을 담아 파는 것이 특징”이라고 가리킨다.

스리랑카의 술은 야자꽃을 증류해서 만들고, 흔히 술을 안 마신다고 생각하는 이슬람 국가에서는 ‘아락’이라고 해 포도를 증류해 만든 술을 마신다.

세계 3대 귀부 와인 중 하나인 샤또 디껨. 사진 / 김샛별 기자
뿌려서 마시는 독특한 이탈리아 술(좌)과 카리브해를 대표하는 럼 전시(우). 사진 / 김샛별 기자

96도 술부터 1500만원짜리 술까지…
아시아관을 지나면 유럽관이다. 와인의 나라답게 프랑스의 대부분 술들은 와인들이다. 정혜옥 사원은 “‘샤또’라는 단어는 원래 성(Castle)이라는 뜻인데, 현재는 포도 농장을 갖고 있는 공장이라는 뜻으로 사용된다”고 설명한다.

그는 한 와인을 가리키며 “세계 3대 귀부 와인 중 하나”라며 “한 병에 100만원을 호가한다”고 말한다. 귀부는 포도를 썩혀 만든 것으로, 농장 하나에서 한 병이 나오는 귀한 술이다.

술 문화가 발달한 영국의 대표적인 술은 위스키. 마찬가지로 와인이 유명한 이탈리아지만 패션의 도시답게 향수처럼 칙칙 뿌려 마시는 신기한 술도 있다.

폴란드의 술도 눈여겨 볼만 하다. ‘스프리터스’라는 술은 세계에서 가장 도수가 높은 술 중 하나로 알코올 함량은 96도다. 그대로 마신다는 허세(?) 섞인 말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다른 음료와 섞어 마신다.

1500만원을 호가하는 '루이 13세'. 사진 / 김샛별 기자

유럽관에서 가장 비싼 술을 묻자 정혜옥 사원은 붉은 케이스에 담긴 술을 일러준다. “꼬냑의 황제라 불리는 루이 13세라는 술인데 1500만원 정도의 술”이라며 굿데이뮤지엄에서 소장한 술 중 최고가 술이라고 덧붙인다. “수백년 동안 오크통에 숙성시킨 까닭도 있지만 크리스탈로 만들어진 병마개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고.

유럽관을 지나면 아프리카관이 나온다. 이곳에서 빼놓지 말아야 할 하나의 술이 있다면 아마룰라다. 아마룰라는 ‘코끼리 나무’로 불리는 마눌라 열매로 만드는 술로 남아프리카의 대표적인 크림 리큐르다.

정혜옥 사원은 “땅에 떨어져 자연 발효된 마룰라 열매를 먹고 취한 코끼리들이 남아프리카에서 많이 발견된다고 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 외에도 카리브해의 럼, 멕시코의 데킬라 등 하나하나 열거하기에 독특한 술들과 그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가 이어진다.

주향마산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사진 / 김샛별 기자
옛 추억을 불러 일으키는 술집을 재현해 포토존으로도 인기. 사진 / 김샛별 기자

주향마산, 술의 도시 마산의 한 장면
'주향마산' 섹션은 세계의 술도 좋지만, 술의 도시, 마산의 이야기도 살펴보는 공간이다. 80년대에 들어 청주(淸酒)공장이 사라지며 ‘주향마산’은 점점 잊히기 시작했지만, 마산은 왕년에 술의 도시로 유명했다.

개항 이후 전국 생산량 1위를 차지한 청주주조장들의 유명세를 알고 있는 이들이 여전히 많으리라. 마산의 통술집이며 매콤한 아구찜, 원기를 보장하는 장어, 해장에 좋다는 복요리거리가 유명한 것도 이와 무관하진 않다.

굿데이뮤지엄에서는 옛 ‘주향마산’의 정취를 느껴볼 수 있도록 1970년대 주향마산의 모습을 재현해두었다.

‘물맛 좋은 마산을 대표한다는 경장남도문화재자료 제82호인 몽고정, (주)무학 양조장, 대포집, 상회 앞 평상에서 마시는 소주 등은 어르신들에겐 추억을 소환하고, 신세대들에겐 재밌는 포토존이 된다.

회수된 소주병이 판매용 소주가 되는 공정 전부를 견학해볼 수 있다. 사진 / 김샛별 기자

이 회사 술병이었다가 저 회사 술병이었다가~
굿데이뮤지엄은 가장 큰 규모의 주류 박물관이면서 동시에 직접 소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견학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곳이다. 실제 공병을 회수해 소주가 만들어지는 과정까지 방문객들에게 모두 공개하고 있다.

정혜옥 사원은 “소주병은 재활용 된다”며 “모든 회사 소주병의 규격이 같아 회사 관계없이 모두 수거한다”고 설명한다.

여기서 질문 하나. 그렇다면 소주병을 분리수거할 때 뚜껑을 닫아서 버리는 게 좋을까, 따서 버리는 게 좋을까? 정답은 전자다. 수거 중 이물질이 들어가거나 깨질 확률이 있어 뚜껑은 닫혀 있을 때 재활용률이 올라간다고.

소주병 뚜껑의 색과 라벨로 자사와 타사의 소주병을 구분하고, 들어온 공병의 뚜껑 유무 파악, 병 세척, 소주 주입 후 라벨을 붙여 출고 과정에 이르는 모든 공정이 정밀한 기계로 이루어진다.

수거된 소주병이 세 번의 철저한 세척을 거쳐 소주 완제품으로 변신하는 과정들을 모두 지켜보고 있으면 신기할 따름이다.

견학을 마치면 시음용 술과 팝콘을 마련해주며, 소주 라벨을 이용한 이벤트도 진행된다. 사진 / 김샛별 기자

술이 들어간다 쭉! 쭉쭉쭉!
구경의 재미도 있지만 술 한 방울 입에 대보지도 않고 떠나기엔 아쉬운 법. 관람을 마치고 나오는 길, 고소한 팝콘 냄새가 코를 찌른다.

넓게 놓인 자리 중 한 테이블에 앉으면, 테이블 당 1병씩 시음할 수 있는 소주와 안주인 팝콘이 준비된다. 정혜옥 사원은 “보통 신제품 위주로 드리는데 원하는 술을 말하시면 그걸로 가져다 드린다”고.

굿데이뮤지엄에 방문한 이들이 놓쳐서는 안 되는 이벤트도 있다. 방문한 사진을 SNS에 올리면, ‘○○데이’에 원하는 문구를 집어넣은 나만의 소주 라벨을 만들어준다.

Info 무학 굿데이뮤지엄
관람료
무료
관람시간 오전 10시~오후 5시
주소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봉암공단2길 22 2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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