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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산토리니, 두 발로 저녁놀 마중가기
산토리니, 두 발로 저녁놀 마중가기
  • 김샛별 기자
  • 승인 2016.06.29 1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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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라에서 이아마을까지 걸어서 섬 속으로
남태평양의 피지섬, 말레이시아의 코타키나발루와 함께 세계 3대 석양 중 하나인 그리스 산토리니 섬. 사진 / 김샛별

[여행스케치=그리스] 누구나 한 번쯤 산토리니를 꿈꾼다. 푸른 지중해 바다와 새하얀 집들이 가득한 섬이 풍겨내는 낭만. 그 끝에 이아마을이 있다. 산토리니의 북쪽 끝에 위치한 이아마을은 깎아지른 절벽들에 오밀조밀 들어선 집들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몰로 언제나 사람들이 붐빈다.

푸른 에게 해 너머로 붉게 타오르며 모습을 감추는 해를 보기 위해 보통 렌터카를 빌려 피라마을과 이아마을 사이를 오가지만, 저녁놀을 마중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 있다. 아직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트래킹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에게 해를 가장 특별하게 경험해볼 수 있는 코스다.

 

트래킹은 피로스테파니와 이메로비글리 마을을 거친다. 사진 / 김샛별

길을 잃어도 걱정 없어... 
모든 길은 다 이어져 있다

산토리니의 중심 마을인 피라 마을에서 피로스테파니와 이메로비글리를 거쳐 이아마을까지 걷는 이 트래킹 코스는 10km 정도로 3~4시간이 소요된다.따로 등산복이나 등산화를 챙기지 않아도 될 정도로 길이 잘 조성되어 있기 때문에 일부러 이를 위해 짐을 챙길 필요는 없다. 온전히 풍경에 집중할 수 있다면 충분하다.

산토리니에서는 마음껏 길을 잃어도 좋다. 마을 안쪽을 구경하다 보면 길이 여러 개처럼 느껴지지만 피라나 이아 마을이 그렇듯 모든 길은 다 이어져 있어 길 잃을 염려는 없다. 화살표나 이정표 없이도 섬의 가장 바깥쪽에 바다와 맞닿은 길을 따라 걸으면 된다. 

 

걸음마다 만나는 산토리니의 아름다움

기분 좋게 말라가는 빨래들마저 아름다운 풍경처럼 보인다. 사진 / 김샛별

왼쪽으로는 지중해의 바다가, 오른쪽으로는 동화 같은 산토리니의 집들이 펼쳐져 있어 황홀한 풍경들에 시선이 사로잡힌다. 일상의 풍경들도 산토리니에서는 평범하지 않다.

볕을 받아 잘 마른 새하얀 빨래들이 곳곳에서 바람결에 나부끼고 색색으로 문을 칠해놓은 집들이 무엇이 그리 예쁜지 한 집 건너 한집을 구경하느라 걸음은 한없이 느려진다.
 

산토리니의 길을 걷다 보면 개와 고양이들을 자주 만날 수 있다. 사진 / 김샛별

시원한 바닷바람과 따뜻한 햇살 아래서 색색거리며 곤히 잠든 개들, 우연히 마주치는 고양이들은 트래킹 하는 동안 만날 수 있는 반가운 친구들이다. 한가롭게 어슬렁거리기도 하고 마치 길을 안내해주듯 앞장서기도 하더니 어느 순간 사라져버렸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걷다 보면 노새를 마주치기도 한다. 산토리니의 삐뚤빼뚤한 골목길은 차가 들어서기 힘든 좁은 길이 많아 노새를 택시로 이용하는 관광 외에도 노새의 도움을 받아 짐을 운반하거나 쓰레기를 치운다.
 

푸름 바다를 보며 붉은 흙과 검은 돌들을 걸어가는 코스. 사진 / 김샛별

야생적인 섬의 민낯이 보여주는 원시적인 풍광들

산토리니의 트래킹이 마을 구경에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 고급 호텔들이 몰려 있는 이메로비글리를 지나면 그때부터 진정한 트래킹을 맛볼 수 있다. 어느새 집들은 사라져 있고 야생적인 섬의 민낯만이 남아 있다.

아직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원시적인 풍광들 속으로 걷는 것은 마치 세계의 끝을 향해 걷는 기분을 들게 한다. 그러나 종종 발견할 수 있는 길가에 쌓아둔 돌탑들 덕분에 외롭지는 않다. 누군가는 이 길을 걸으며 소원을 빌고, 그 다짐을 되새기며 다시 걸어갔음을 느끼게 해주는 흔적이다.

이아 마을에 다다를 때면 아스팔트 도로로 걸어야 한다. 인심 좋은 산토리니 주민 중 하나가 차를 멈춰 세우고 태워주겠다고 말한다. 이아 마을에 도착하면 자신도 모르게 유명인사가 되어 있을 수도 있다.

버스나 차를 타고 가면서 피라 마을에서부터 걸어온 것을 봤다며 말을 거는 이들이 꽤 된다. 일 년에 한두 번 볼까말까한 트래킹족들이 점점 늘어가는 것이 주민들은 신기한 모양이다.

갈 때도 걸어가라며 농담을 하는 이들도 있었고, 친절한 음식점 주인은 걸어오느라 배고플 거라며 더 먹으라며 음식과 케이크를 더 내어주기도 했다.
 

이아 성채에서 바라보는 아름다운 저녁놀. 사진 / 김샛별

어느새 푸르스름해지는 하늘은 바다의 색을 닮아가더니 그보다 어둑해지기 시작한다. 수평선 너머로 해가 지는 것을 한참이나 쳐다본다. 천천히 모습을 감추기 시작한 해가 마지막 붉은 기운을 뿜어내는 순간. 이 저녁놀을 보기 위해 걸어오는 동안, 나는 이미 산토리니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가는 길
아테네에서 산토리니로 이동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비행기로 이동하는 방법은 올림픽 또는 에게안 에어를 통해 미리 예약하면 저렴하다. 페리를 이용할 때는 미리 예약할 필요 없이 아테네에서 끊는 것을 추천한다.

피레우스항에서 편도 37.5유로며, 5시간이 걸린다. 좌석에 앉아 가려면 배 안에서 4.5유로를 추가로 결제해 업그레이드 하면 된다. 산토리니 아티니오스항에 도착하면 바로 피라 마을로 올라가는 버스 정류장이 보인다. 버스 요금은 2.2유로. 

TIP
이메로비글리를 지나 이아마을로 향하는 구간은 산을 올라야 하기 때문에 힘들 수도 있다. 또한 시간적 여유가 없는 이라면 피라마을에서 이메로비글리까지만 걸어도 충분하다.

산토리니 트래킹에 가장 이상적인 출발 시간은 이른 점심식사를 한 뒤다. 약 3시간 거리라고는 하지만 곳곳의 아름다운 풍경에 시선을 빼앗기기 때문에 일몰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늦어도 한 시 이전에는 출발하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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