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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3월호
[미식 여행] 살 오른 남해 보물, 죽방멸치
[미식 여행] 살 오른 남해 보물, 죽방멸치
  • 노규엽 기자
  • 승인 2018.12.31 1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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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남해군 미조항 위판장
조수간만의 차 이용한 죽방렴으로 대멸 어획
액젓에 주로 쓰는 대멸, 멸치회무침이 제맛
사진 / 노규엽 기자
기름기가 많은 대멸은 생으로 먹으면 탈이 날 수 있어 회무침으로 만들어 먹는다. 사진 / 노규엽 기자
[편집자 주] 본 기사는 2017년 8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www.fira.or.kr)에서 근무하는 수산자원 조사원들의 협조를 받아 취재한 내용입니다.

[여행스케치=남해] 고등어, 전갱이, 갈치, 전어 등 어종이 풍부한 남해군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멸치다. 워낙 작은 크기 때문에 변변치 않아 보이는 멸치이지만 남해에서는 전통적인 어획 방식을 이어온 역사가 있어 특산품의 반열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리고 봄이 찾아오면 멸치 중에서도 살이 통통하게 오른 보물, 대멸이 올라온다.

특별한 멸치를 잡는 시기 
간장이나 고추장에 볶아 반찬으로 애용하는 잔멸치, 된장찌개 등을 만들 때 간단하게 육수를 우려내는 국물용 멸치, 입이 심심할 때 내장(똥)만 똑 떼어내서 고추장에 찍어 먹는 마른멸치 등 멸치는 크기와 용도에 따라 다른 모습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잡히는 멸치는 모두 같은 종이다. 그리고 멸치들이 산란을 앞둔 봄이 되면 씨알이 굵고 기름이 좔좔 흐르는 ‘대멸’로 변해 우리 앞에 나타난다. 크기부터 확연히 커져 생선다운 모습을 지니게 된 대멸을 만날 수 있는 곳은 남해군 미조항이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어종이 풍부한 남해군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멸치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사진 / 노규엽 기자
남해에서는 전통적인 어획 방식을 이어온 역사가 있어 특산품의 반열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대멸 철을 맞은 미조항을 찾으면 항구 건너편 방파제에 많은 배들이 정박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대부분 대멸을 어획한 멸치잡이 어선으로, 그물에 걸린 멸치들을 털어낸 후 정리해 위판장에 들어오기 위함이다.

미조항 위판장에서 만난 갈경영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수산자원조사원은 “남해(군) 멸치 위판량이 남해(바다) 전체의 80%가량에 이른다”며 “멸치는 사시사철 바다에서 어획되지만 대멸은 4~5월에 집중적으로 어획된다”고 말한다.

사진 / 노규엽 기자
대멸을 어획한 멸치잡이 어선이 그물에 걸린 멸치들을 털어낸 후 정리해 위판장에 들어온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사진 / 노규엽 기자
미조항에는 위판이 끝난 대멸을 바로 천일염과 버무려 사가는 사람들이 많다. 사진 / 노규엽 기자

“멸치는 겨울에 비교적 따뜻한 외해에 머물다가 봄이 되면 연안으로 몰려옵니다. 봄철 대멸은 지방질이 많고 뼈가 부드러우면서 살이 쫀득해 회, 찌개, 젓갈 등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지죠. 그물어법과 털이 과정에서 상처가 나는 멸치들이 생겨나는데, 상태가 상급이면 요리용으로, 상처가 많이 난 대멸은 젓갈용으로 나뉩니다.”

그래서 이 시기 미조항에는 위판이 끝난 대멸을 바로 천일염과 버무려 사가는 사람들이 많다. 제철 봄 멸치를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액젓을 만들기 위해서다. 소금에 버무린 멸치를 짧게는 1년 반, 길게는 3년 동안 장독에 담가두면 감칠맛이 일품인 멸치액젓이 완성되는데, 남해 사람들은 멸치액젓을 간장이나 소금을 대신하는 조미료로 사용한다고. 특히 봄에만 잡히는 대멸로 만든 멸치액젓이 가장 제맛이 난다고 한다.

죽방렴 관광과 멸치 미식을 한 번에 
반면 남해에는 남해만의 멸치 어법도 있다. 정확히는 다른 어종들도 함께 잡는 어법인데, 이 방식으로 잡은 멸치가 ‘죽방멸치’라는 이름으로 유명해진 것이다. ‘죽방멸치’는 죽방렴으로 멸치를 잡는 남해만의 독특한 어업방식에서 비롯된 말이다. 시작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경상도속찬지리지>에 ‘남해 방전(죽방렴)에서 멸치, 홍어, 문어가 잡힌다’는 내용이 있어 그 전부터 죽방렴이 있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죽방렴에서 어획된 멸치는 주로 마른멸치를 만드는 용도입니다. 죽방멸치 중에는 10cm 내외의 중멸이 상품가치가 좋죠. 주로 고추장에 찍어 먹는 마른멸치를 생각 하시면 됩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죽방렴은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해 대나무를 만든 그물로 고기를 잡는 원시어업법이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사진 / 노규엽 기자
대멸은 지방질이 많고 뼈가 부드러우면서 살이 쫀득해 회, 찌개, 젓갈 등에 사용한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죽방렴은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해 대나무를 만든 그물로 고기를 잡는 원시어업법이다. 수심이 얕고 물살이 빠른 곳에 ‘V’자로 말뚝을 박아 길을 만들고, 그 끄트머리에 대나무 그물(임통)을 설치해둔다. 임통은 밀물 때는 문이 열리고 썰물 때는 닫히는 구조로 만들어져 센 물살에 휩쓸린 물고기들이 죽방렴으로 들어오면, 후진을 하지 못하는 물고기의 특성으로 인해 임통 안에 갇혀 빠져나가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갈경영 수산자원조사원은 “남해군 동쪽으로 본 섬과 창선도 사이를 빠져나가는 지족해협이 죽 방렴 멸치가 많이 생산되는 곳”이라며 “두 섬을 잇는 창선교 위에서 양쪽 바다에 설치된 죽방렴의 모습을 볼 수 있다”고 알려준다.

봄철 대멸 요리를 즐길 수 있는 식당들도 창선교 인근에 밀집되어 있다. 대멸을 먹을 때 고민은 미나리, 양파 등 채소를 더해 양념장에 무쳐낸 멸치 회무침이냐, 통멸치에 고춧가루와 마늘, 시래기 등을 넣고 자작하게 끓여낸 멸치찌개를 밥과 먹는 멸치쌈밥이냐의 기로다. 어느 쪽이든 살이 통통하게 오른 멸치가 입 안 가득 씹히는 맛은 눈이 번쩍 뜨이고 온몸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건강한 밥상임에 틀림없다.

Tip 미조항 주변 정보

보물섬 미조 멸치축제 
미조항에서 열리는 미조멸치축제는 봄멸치의 생동감을 느낄 수 있는 지역 축제이다. 하루 두 차례 이루어지는 멸치털이 시연을 볼 수 있고, 멸치젓갈담기 등 이색적인 체험도 할 수 있다. 일반 식당에서 찾기 어려운 멸치구이에도 도전해보자.
축제시기 5월초

멸치회무침 
기름기가 많은 대멸은 생으로 먹으면 탈이 날 수 있어 회무침으로 만들어 먹는다. 입안에서 부드럽게 씹히는 멸치의 식감과 아삭한 채소가 어우러져 특별한 맛이 만들어진다. 뜨거운 밥 위에 얹어 회덮밥처럼 만들어 먹는 방법도 별미이다.

사진 / 노규엽 기자
멸치회무침은 뜨거운 밥 위에 얹어 회덮밥처럼 만들어 먹는 방법도 별미다. 사진 / 노규엽 기자

독일마을 
1960년대 대한민국의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독일로 떠났던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이 은퇴한 후 정착해 사는 마을이다. 마을을 독일식 건물로 지어 이국적인 풍경을 볼 수 있는 독일마을에서는 독일 음식과 독일 맥주 등도 맛볼 수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독일로 떠났던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이 은퇴한 후 정착해 사는 독일마을. 사진 / 노규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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