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호 표지이미지
여행스케치 10월호
[드라마 여행지] '황후의 품격', 대한제국 황실을 백제 부여에서 그리다
[드라마 여행지] '황후의 품격', 대한제국 황실을 백제 부여에서 그리다
  • 송인경 여행작가
  • 승인 2019.01.28 11: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드라마 주요 촬영지, 백제문화단지, 궁남지
아름다운 풍경 속에 아픈 역사가 스민 부소산성
황제의 비밀스러운 장소, 궁남지...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연못
1400여 년 전 백제로 떠나는 시간 여행지, 백제문화단지.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1400여 년 전 백제로 떠나는 시간 여행지, 백제문화단지.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여행스케치=부여] 현재 우리나라가 ‘입헌군주제를 시행하는 대한제국’이라는 가정하에 시작된 SBS 드라마 <황후의 품격>은 도입부만 해도 현실과 너무도 다른 설정에 시청자의 공감을 얻기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점차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고, 매회 화제를 모았다. 더불어 드라마가 촬영되고 있는 충남 부여 역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부여는 백제의 마지막 도읍지였다. 538년 성왕이 웅진(현재의 공주)에서 사비(현재의 부여)로 천도한 이후 123년간 백제의 가장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던 곳이며, 멸망이라는 처절한 아픔도 겪어야 했던 지역이다. 나당연합군의 공세에 밀려 잿더미가 되어 사라진 백제 왕궁은 1400여 년이 지난 현재 ‘백제문화단지’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했다. 그리고 이곳은 SBS 드라마 <황후의 품격>의 주요 촬영지이기도 하다. 

백제에 세워진 새로운 왕국, ‘대한제국’
드라마 <황후의 품격>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입헌군주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황실이 아직도 존재한다는 가정하에 이야기를 시작한다. 과거에 비해 왕의 권한이 줄었다 할지라도 그 권력과 영향력은 막대하다. 또한, 그들의 세계에는 일반인들은 알 수 없는 은밀하고도 특별한 문화와 비밀이 숨어 있을 수밖에 없다. 

<황후의 품격>은 이러한 부분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황실 안의 음모와 암투, 사랑과 욕망, 복수 등이 주요 내용으로 다뤄진다. 황제 이혁(신성록 분)의 거짓 사랑에 속아 황실로 시집을 간 평범한 여성, 오써니(장나라 분)와 어머니 죽음의 진실을 찾고 복수를 하기 위해 궁으로 향한 나왕식(최진혁 분)을 통해 감춰진 황실의 속살을 여실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부여군 규암면에 자리한 백제문화단지 입구.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왕의 즉위 의례나 신년 행사 등 국가의 각종 의식을 거행했던 공간인 천정전.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SBS 드라마 '황후의 품격'이 촬영되고 있음을 알리는 안내문.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SBS 드라마 '황후의 품격'이 촬영되고 있음을 알리는 안내문.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드라마는 황실에서 이뤄지는 일들을 담고 있기에 촬영장소 역시 대부분 궁이다. 실내는 일산에 있는 세트장에서, 실외는 부여의 백제문화단지에서 주로 촬영됐다. 황제와 오써니의 결혼식이며, 태황태후(박원숙 분)와 태후(신은경 분)가 함께 차를 마시는 정원, 경호원들이 수련을 하는 공간 등 많은 부분이 백제문화단지에서 촬영된 것이다. 

백제문화단지는 백제의 문화와 역사를 알리기 위해 만들어진 곳으로 1994년부터 2010년까지 총 17년에 걸쳐 조성됐다. 100만 평 규모의 공간에는 백제왕궁인 사비궁을 비롯해 대표적인 사찰인 능사, 계층별 주거문화를 보여주는 생활문화마을 등이 자리한다. 

거대한 공간과 각양각색의 건축물을 보면 감탄하게 되지만, 문득 씁쓸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건 사회적 지위나 소득에 따라 사는 공간이 달라진다는 사실 때문이다. 크고 웅장한 왕궁, 정갈하고 깔끔한 귀족가옥, 그에 비해 소박하기만 한 서민가옥. 이렇게 소박한 평민 집안의 여식인 오써니가 크고 웅장한 왕궁으로 시집을 갔으니 힘들었으리라는 생각에 안쓰러움이 느껴진다.

백제문화단지 내 위례성 전경.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백제문화단지 내 위례성 전경.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단지 내 전시된 백제시대 왕과 왕비의 복식.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단지 내 전시된 백제시대 왕과 왕비의 복식.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하지만 예상보다 여주인공 오써니가 황실에서 겪게 되는 일들은 더욱 엄청났고, 더욱 힘겨웠다. 남편인 황제의 불륜 사실을 알게 되고, 살인 누명을 쓰게 되며, 심지어 죽임을 당할 뻔 하는 등 마냥 행복할 줄만 알았던 결혼생활은 그야말로 처절함의 극치로 치닫는다. 그 모든 것이 이 궁 안에서 이뤄졌기에 이동하는 장소마다 그 흔적을 먼저 찾게 된다. 드라마를 본 사람들이라면 숨은그림찾기를 하듯 백제의 공간에서 드라마의 흔적을 찾는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Info 백제문화단지
관람시간
오전 9시~오후 6시(3~10월, 매주 월요일 휴관)
관람료 성인 4000원, 청소년 3000원, 어린이 2000원
주소 충남 부여군 규암면 백제문로 455

아름다운 풍경 속에 스민 아픈 역사와 상처 
백제문화단지의 맞은편에는 백마강을 사이에 두고 부소산성이 자리한다. 전쟁 시에 최후의 방어성 역할을 했던 부소산성은 평소에 왕의 후원으로 이용되던 곳이다. ‘왕의 후원’, 얼마나 매력적인 단어인가. 과연 왕이 거닐던 정원은 어떤 곳이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발걸음을 재촉한다.

길을 따라 오르기 시작했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디며 깨달았다. ‘아! 왕은 정원을 걷지 않았을 것이다. 말을 타고 즐겼겠구나.’그리고 미처 알지 못했던 또 한 가지는 ‘후원(後苑)’이라는 말에 있다. 후원은 ‘대궐 안에 있는 동산’이라는 뜻으로 대궐 안에 있는 작은 산이나 언덕을 말한다. 실제 부소산성은 부소산이라는 해발 106m의 야트막한 산에 있다.

부소산성의 입구.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부소산성의 입구.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으로 지정된 관북리 유적과 부소산성.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으로 지정된 관북리 유적과 부소산성.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부소산성에 들어서면 수많은 소나무가 반겨준다.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부소산성에 들어서면 수많은 소나무가 반겨준다.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걸음을 옮기다 보면 처음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 산에는 나무가 많기 마련이지만 부소산성엔 유독 소나무가 많다. ‘부소’라는 말 자체가 백제시대 언어로 소나무를 뜻한다고 하니 부소산성 안에 얼마나 많은 소나무가 있을지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부소산성은 아담한 크기에 비해 수많은 문화유적을 품고 있다. 부소산성의 제일 높은 곳에 위치한 백제시대의 누각 ‘사자루’, 나라를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백제의 세 충신 성충, 흥수, 계백 세 분의 영정이 모셔진 사당 ‘삼충사’, 백제시대의 군수물자 창고터 ‘군창지’등이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음직 한 곳, ‘낙화암(落花巖)’도 이곳에 자리한다. 이곳에 스민 이야기를 모르는 이들에게 낙화암은 그저 백마강을 바라보고 있는 절벽 정도로 여겨질 것이다. 

백마강을 내려다보는 곳에 자리한 낙화암.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백마강을 내려다보는 곳에 자리한 낙화암.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궁녀들의 넋을 달래기 위해 1929년에 지어진 백화정.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궁녀들의 넋을 달래기 위해 1929년에 지어진 백화정.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고란사는 낙화암 아래 백마강가 절벽에 자리한다.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고란사는 낙화암 아래 백마강가 절벽에 자리한다.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낙화암은 백제가 나당연합군에 의하여 함락되자 3천 명의 궁녀가 이곳에서 백마강으로 몸을 던졌다 하여 타사암(墮死巖)으로 불리다 이후 궁녀들의 죽음을 떨어지는 아름다운 꽃에 비유해 낙화암이라 부르게 됐다고 한다. 제대로 펴보지도 못하고 일찍 생을 마감한 그녀들을 생각하면 너무도 평온하게 흐르는 백마강이 야속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현재는 1929년에 지어진 정자 ‘백화정’과 백마강가 절벽에 자리하고 있는 절 ‘고란사’만이 그녀들을 기억하며 추모하고 있다. 

Info 부소산성
관람시간
오전 9시~오후 6시(3월~10월)
관람료 성인 2000원, 청소년 1000원, 어린이 1000원
주소 충남 부여군 부여읍 부소로 1

당신이 원한다면… 사랑이 만들어낸 ‘궁남지’
왕이 걷던 길을 따라 거닐고 싶다면 ‘궁남지’로 여정을 이어간다. ‘궁남지’는 우리나라 최초이자 가장 오래된 인공연못이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궁성 남쪽에 연못을 파고 물을 20여 리나 끌어들였다. 네 언덕에는 버드나무를 심고, 못 가운데에는 섬을 만들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으며, 1965년 부분적인 복원을 통해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10만여 평의 넓은 공간에는 50여 종의 다양한 식물과 조류, 물고기 등이 이웃해 살고 있다. 넓은 연못 한가운데는 포룡정이라는 정자가 한 폭의 그림처럼 떠 있어 많은 사진작가들의 출사지로도 사랑받는다. 

궁남지는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연못이다.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궁남지는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연못이다.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해가 지는 모습조차 한 폭의 그림이 되는 궁남지.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해가 지는 모습조차 한 폭의 그림이 되는 궁남지.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포룡정에 쓰여 있는 서동요.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포룡정에 쓰여 있는 서동요.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잔잔히 일렁이는 호수와 그 속에서 한가로이 유랑하는 오리를 보고 있자면 사랑의 힘이 정말 대단하긴 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궁남지는 서동요로 잘 알려진 선화공주와 서동의 전설이 담긴 곳으로, 백제 30대 무왕이었던 서동이 왕비인 선화공주를 위해 만든 곳이다. 그 사랑이 얼마나 깊고 깊었으면 미처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그 옛날에 이런 공간을 만들어냈을까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드라마 <황후의 품격> 속에도 이곳이 종종 등장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아름다운 사랑과는 반대로 황제가 첫 번째 부인이었던 소현황후를 물에 빠뜨려 죽게 한 장소로 등장한다. 

낮과는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지는 궁남지의 밤.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낮과는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지는 궁남지의 밤.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어둠 속에 잠긴 궁남지는 황제에게 있어 감추고 싶은 비밀스러운 장소이다. 하지만 드라마 밖, 현실 속의 궁남지는 어둠이 찾아왔을 때 더 아름답게 빛나는 곳이다. 하늘의 별들이 모두 이곳에 내려앉은 듯 매일 밤 포룡정 주변은 밝게 빛나고,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콩닥콩닥 뛰는 것이 느껴진다.

누구라도 사랑하고프게 만드는 광경이다. 이곳에 ‘서동과 선화공주의 사랑의 기운이 남아 있어서는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Info 궁남지
주소
충남 부여군 부여읍 궁남로 52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