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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여름 야행] 새로운 색으로 물드는 종로는 풍경이 된다
[여름 야행] 새로운 색으로 물드는 종로는 풍경이 된다
  • 김샛별 기자
  • 승인 2016.07.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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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를 피하는 여름 야행(2)
문화·예술의 시간으로 이끄는 여름의 밤
낯익은 서울 낯선 낮과 밤
사진 /
서울에서 보낼 낯선 하루를 위해 DIY 문화 바캉스를 준비했다. 사진 / 김샛별 기자
[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여행스케치=서울] 여름의 밤은 길다. 낮에는 보이지 않았던 속내를 드러낸 밤은 우리를 문화·예술의 시간으로 이끈다. 더위를 피해 밤의 시간을 기다린 이들이여, 한여름 밤의 꿈을 거닐러 갈 시간이다.

여행은 일상의 반대편에 동떨어진 ‘특별함’일까? 일상도 여행이 될 수 있다면, 일상 여행자들만을 위한 또 다른 가이드북이 필요하다. 서울에서 보낼 낯선 하루를 위해 나만의 DIY 문화 바캉스를 떠나볼 수 있도록 준비했다.

사진 / 여행스케치 DB
한여름과 예술 그리고 밤이 만나면 도시도 ‘여행’이 될 수 있다. 사진 / 여행스케치 DB

여행이란 일상을 떠나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일이다. 그러나 새로운 세상이 꼭 낯선 여행지를 뜻하는 것은 아니지만 익숙한 일상에서 ‘낯섦’을 발견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게 문제다. 그래서 도시는 ‘여행’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 흔히 각박하고 답답하다고 말하는 도시는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이자 너무나 일상적이고 익숙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여름의 도시는 말이 달라진다. 휴가를 떠나 차가 없는 도로를 구경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순간. 한여름과 예술 그리고 밤이 만나면 ‘여행’이 될 수 있다. 낮에는 각자의 일터이거나 특정 기능을 위한 장소가 예술 공간들을 만나 새로운 색(色)으로 물들고 어둠이 내려앉으면 풍경이 되는 순간, 종로의 새로운 얼굴에 반할 것이다.

태양을 피해 예술을 만나다.
종로는 위치상으로는 서울의 북쪽에 있지만 문화 예술의 중심지다. 서울의 중심에서 일렁이는 예술의 물결은 촘촘하다. 서울시네마테크와 독립영화 전용 상영관 인디스페이스가 있고 국립현대미술관, 대림미술관 등 크고 작은 미술관들이 모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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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역 3번 출구에 위치한 대림미술관. 사진 제공 / 대림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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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역 1번 출구에 위치한 세종문화회관. 사진 제공 / 세종문화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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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3가역 14번 출구에 위치한 서울시네마테크. 사진 제공 / 서울시네마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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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입구역 6번 출구에 위치한 명동예술극장. 사진 제공 / 명동예술극장

옛 명동 국립극장의 건물을 복원한 명동예술극장과 서울의 대표적인 문화예술공간인 세종문화회관에 이르기까지 발 닿는 곳곳에 예술이 숨 쉰다. 영화면 영화, 그림이면 그림, 연극과 뮤지컬, 클래식까지 입맛대로 즐길 수 있는 종로에서 낮 더위를 피해 시원한 실내에서 예술로 당신의 낮을 물들여보라.

매년 여름, 서울시네마테크에서는 한 달간 <시네바캉스 서울 영화제>가 열린다. 일반 영화관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영화들이 영사되는 스크린 속으로의 여행도 있지만, 음악과 함께 하는 여행도 빠질 수 없다.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썸머 클래식>은 평소 어렵고 낯설게 느꼈던 클래식의 친절한 여행 안내자가 되어준다. 각 연주곡에 얽힌 이야기를 쉽게 풀어주는 <썸머 클래식>과 함께 클래식으로 세계 여행을 떠나볼 수 있다.

여행을 떠나 숨어 있던 미적 감성에 눈뜨고 싶은 이라면, 대림미술관으로 발길을 옮겨보자. 여행이 총천연색의 경험을 제공하는 것처럼, 대림미술관의 8월은 <COLOR YOUR LIFE - 색, 다른 공간 이야기>를 소개한다. ‘색(色)’을 주제로 동시대를 대표하는 디자이너와 세계적인 브랜드를 소개하는 전시가 진행중이다.

명동예술극장에서는 <아버지>와 <어머니>는 하나의 무대, 서로 다른 두 개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박근형이 표현하는 소외된 아버지와 윤소정의 고독한 어머니가 선사하는 연극의 감동으로 채우는 완벽한 하루가 여행이 아니고 또 무엇이겠는가. 

우리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저녁 여덟시가 되어야 점점 푸르러지는 여름밤의 종로를 걷는 일은 그저 ‘걷는다’가 아닌 또 다른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듯하다. 청계천변의 풍경도 아름답지만 지나는 차량이 궤적처럼 보이는 세종로는 화려함의 극치.

서울역사박물관 8층 황토 마루정원에서는 세종로와 경복궁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수요일과 토요일에만 9시까지 야간 개방을 하는 만큼 시간을 맞춰 방문하자. 맞은편 세종문화회관 바로 옆에 위치한 스타벅스 광화문점도 세종로를 감상하기엔 숨은 명소. 4층 옥상 테라스에서 바라보는 고층 빌딩들은 풍경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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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의 스카이라인과 남산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플로팅과 르 스타일 바. 사진 제공 / 플로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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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의 스카이라인과 남산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플로팅과 르 스타일 바. 사진 제공 / Le Style B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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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파툼은 커플로만 입장이 가능하나 둘씩 짝만 지어 간다면 남녀/남남/여여 모두 입장 가능하다. 사진 / 김샛별 기자

조금 더 걸어 북촌 한옥마을과 삼청동을 오르면 한옥 처마에 따뜻한 불빛들이 걸려 있는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삼청동 골목 끝 삼청공원의 말바위 전망대는 조망 명소. 63빌딩과 경복궁, 삼청각과 롯데월드 타워까지 보일 정도로 사방으로 다양한 각도의 서울 야경을 즐길 수 있다. 반대편 전망대에서는 성곽길이 펼쳐져 있으며 삼청각, 길상사, 간송미술관 등이 한눈에 보인다. 북악산 한양도성길과 연결되어 있어 삼청동으로 올라가 대학로로 내려올 수도 있다. 

삼청동 카페골목 중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카페 파툼은 삼청동뿐 아니라 경복궁과 남산타워까지 내려다보인다. 특이하게도 커플로만 입장이 가능한데 혼자가 아닌 둘이서 좋은 경치를 보며 대화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꼭 남녀 커플일 필요는 없다. 둘씩 짝만 지어 간다면 남녀/남남/여여 모두 입장 가능하다. 

둘둘씩 앉아 풍경을 바라보며 정담을 나누는 이들의 모습 뒤로 하루가 저문다. 낯익고 뻔한 종로의 풍경이 이리도 아름다웠던가. 불어오는 밤바람과 화려한 색을 입은 서울 종로의 얼굴을 마주하자 내가 찾던 여행지는 낯익고도 낯선 서울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 이 기사는 하이미디어피앤아이가 발행하는 월간 '여행스케치' 2016년 8월호 [문화재 야행] 코너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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