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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맛있는 제철여행] 쫄깃함이 느껴지는 흰 살 생선의 맛!
[맛있는 제철여행] 쫄깃함이 느껴지는 흰 살 생선의 맛!
  • 노규엽 기자
  • 승인 2017.04.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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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목포 병어와 덕자
성질 급해 회로 먹으려면 당일에 곧바로
입맛 살려주는 찜은 대표 밥도둑
사진 / 노규엽 기자
유명하지는 않으나 빼놓을 수 없는 목포 네임 밸류, 넓적한 흰살 생선인 병어다. 사진 / 노규엽 기자
[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여행스케치=목포] 물고기는 알을 낳는 시기에 가장 맛나다고들 한다. 그래서 미각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우리들은 산란기에 맞춰 미식축제를 벌인다. 바닷물도 서서히 온도를 올리는 5월, 살이 오른 병어가 몰려오고 있다.

목포는 큰 항구인 만큼 전국적으로 알려진 맛있는 먹을거리들로 유명하다. 흑산도 홍어를 이용한 홍탁삼합은 말할 것도 없고, 세발낙지며 갈치조림, 꽃게무침에 민어회까지 가세하여 ‘목포 5미’로 불리며 미식가들의 인기를 도맡는다. 여기에 아주 유명하지는 않으나 빼놓을 수 없는 네임 밸류가 하나 더 있다. 넓적한 흰살 생선인 병어다.

목포에서는 제사상에 올리는 품목
비늘이 없고 표면이 매끄러운 병어는 우리나라의 남해와 서해를 비롯해 일본의 중부 이남, 동중국해, 인도양 등에 분포하는 생선이다. 수심이 낮고 바닥이 진흙으로 된 연안에 무리를 지어 서식하는데, 5~8월경 산란을 위해 가까운 뻘로 올라오니 이때가 가장 살이 오른 병어 제철이 되는 것이다.

병어는 영양이 풍부하며 지방질이 적고 소화가 잘 되는 생선이어서 병후 회복기 환자의 기력회복용으로 쓰이는데, 잔뼈(가시)가 거의 없어 어린이나 노인들이 먹기에도 편한 생선이다. 게다가 열량도 낮아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있다니 인기가 없기 힘든 생선이다. 그럼에도 병어가 미식 생선으로 크게 알려지지 않은 데는 목포와 같은 해양도시에서는 흔하게 먹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제철이 아니라도 목포에서는 가정 밥상에 반찬으로 올라오는 것이 병어찜이나 병어조림이에요. 제사상에도 반드시 올라가는 생선이 바로 병어입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목포 시장 어디서나 쉽게 찾을 수 있는 병어. 사진 / 노규엽 기자
사진 / 노규엽 기자
적당히 염장한 병어를 진공포장하여 판매도 한다. 사진 / 노규엽 기자

목포에서 만난 김문심 전라남도문화관광해설사는 병어가 흔하면서도 빼놓을 수 없는 소중한 먹을거리라고 말한다. 사시사철 잡히는 생선이 아니기에 병어를 잡으면 내장을 제거하고 말려서 제수용으로 보관했고, 기술이 발달한 이후로는 염장을 해서 진공포장한 상태로 냉장ㆍ냉동시키기도 한단다. 그럼에도 제철이 따로 있는 이유는 잡힌 당일이 아니면 회로는 맛볼 수 없기 때문. 고등어처럼 성질이 급한 병어라는 녀석은 잡히면 이내 죽어버려서 횟감으로는 유효기간이 1일 밖에 안되는 것이다. 

저잣거리에는 ‘병치’와 ‘덕자’가 넘쳐나고
병어 철이 되면 목포의 여러 시장들에서 갓 잡은 병어를 흔하게 만날 수 있다. 시장 사람들은 병어를 ‘병치’라고도 부르는데, 그와 함께 ‘덕자(=덕대)’라는 이름도 들려온다. 둘의 관계에 대해 시장상인들에게 물어보니 그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병치 큰 놈을 덕자라고 부르는 거지.”“아냐, 종자가 틀려. 병어랑 비슷하지만 다른 생선이 잡혔는데 이름을 몰라서 자기 딸 이름을 붙여 덕자라고 한 거여.”

사진 / 노규엽 기자
병어는 크기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사진 / 노규엽 기자
비슷한 크기의 병어와 덕자 비교. 왼쪽이 병어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이야기를 종합해보니 덕자는 병어의 유사어종으로, 친척쯤 되는 관계란다. 몸집 차이를 제외하면 생김새가 거의 비슷해 구분하기 어려운데, 병어와 크기가 비슷한 ‘덕자 새끼’와 비교를 해보면 차이점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다. 덕자는 병어와 비교해 지느러미와 꼬리가 더 길고 뾰족하며 머리 부위의 무늬에 차이가 있는 것. 병어든 덕자든 맛은 비슷하여 회를 뜨거나 구이, 조림, 찜, 찌개 등으로 조리방법은 같다고 한다. 병어 가격은 크기(무게)에 따라 차이가 나니, 병어보다 큰 덕자의 값이 비싼 것도 그 때문일 뿐이다.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인 병어
크기에 따라 값이 다른 병어는 크기에 따라 먹는 방법도 다르단다. 김문심 해설사는 “작은 병어는 바로 회를 쳐서 먹고, 사람 손바닥 이상으로 큰 병어는 주로 찜을 해먹지요”라며 레시피를 알려준다. 뼈가 억세지 않아 통째로 썰어먹는 병어회는 집에서도 숭덩숭덩 썰기 쉬울 정도라고. 찜도 만드는 방법이 어렵지 않아 무와 감자, 묵은지 또는 우거지를 넣고 양념에 재워 끓이는 것으로 끝이란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찬으로 병어회무침이 함께 나오기도 한다. 사진 / 노규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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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쌀밥 위에 올려진 고소한 흰 살 생선. 사진 / 노규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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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째 씹어먹는 병어회의 고소함도 빠질 수 없다. 사진 / 노규엽 기자

이에 반해 덕자는 크기로 인해 한 마리에서 회와 찜을 모두 맛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목포에서 덕자를 취급하는 집에서는 덕자의 한쪽 살은 회로 내어주고 나머지 반으로 찜을 하여 한 마리를 알차게 먹을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재밌는 사실은 병어와 덕자의 맛을 평가하는 목포 사람들의 의견이 분분하다고 한다. 생선은 클수록 살이 고소하니 덕자가 더 맛있다는 ‘덕자파’와 덕자는 크기만 할 뿐 맛은 병어가 낫다는 ‘병어파’의 싸움이다. 이에 김문심 해설사는 “덕자가 병어보다 귀하다보니 맛이 비슷한데도 선호도 차이가 생긴 것 같다”며 “사람마다 입맛이 다 다르니 좋아하는 걸로 먹으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단, 회와 찜의 맛에는 차이가 확실한데, 전어회처럼 뼈째 씹어 먹는 식감에 고소하고 기름진 맛이 병어회라면 빨간 양념이 묻은 두툼한 흰 살을 따뜻한 밥 위에 얹어 고소함을 배가시켜 먹는 게 병어찜이다.

5월을 시작으로 고소한 맛으로 사람들의 입맛을 자극하는 병어를 맛보러 가자. 염두에 둘 것은 찜을 먹는다면 병어 한 마리를 통째로 만들어주는 식당을 찾아가는 것이다. 김이 피어오르는 도톰한 흰 살의 매력은 참으로 일품이다.

사진 / 노규엽 기자
병어 요리를 맛 본 선미식당은 목포에서 만날 수 있다. 사진 / 노규엽 기자

Info 선미식당
메뉴 병어찜(중) 4만5000원, 병어찜(대) 6만원, 병어회 5만원(예약 필수)
주소 전남 목포시 남해로 35-2
문의 061-242-0254

※ 이 기사는 하이미디어피앤아이가 발행하는 월간 '여행스케치' 2017년 5월호 [맛있는 제철여행] 코너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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