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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초록별 가족의 체험여행] 원주 치악산 계곡 야영체험
[초록별 가족의 체험여행] 원주 치악산 계곡 야영체험
  • 구동관 객원기자
  • 승인 2004.10.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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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원주 치악산 풍경. 2004년 10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원주 치악산 풍경. 2004년 10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여행스케치=원주] 오래전부터 가족들이 텐트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야영을 생각했었다. 그동안 아이들이 어리다는 생각에 미루어 왔는데, 이제는 야영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했다. 원주 치악산 계곡은 이전부터 점찍어 두었던 곳이었다. 우리 가족 첫 야영기. 

계곡, 숲에서의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보낸다? 오래전부터 생각해왔던 여행이었다. 이를 위해서 평소 여행을 다니면서 마음에 드는 야영장이 있으면 눈여겨 두었다. 그 동안 다니면서 가장 가고 싶었던 곳이 치악산의 구룡야영장이었다. 구룡사를 지나 자리 잡은 야영장인데 계곡물이 흐르는 바로 옆쪽이었다. 그곳에서 계곡물 흐르는 소리를 듣는다면 하룻밤이 행복할 것 같았다.

대전에서 치악산으로 가다보면 중간에 의림지를 들릴 수가 있다. 이번 여행은 의림지를 거쳐 치악산 야영장에서 하룻밤 보내는 것으로 잡았다. 의림지로 향하는 길에 큰 비를 만났다. 고속도로에서 증평을 빠져나와 음성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와이퍼를 아무리 빠르게 해도 도로가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휴게소에 차를 세우고 잠시 쉬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빗줄기가 가늘어 졌다. 요즘 일기예보가 무척 정확해졌다. 이 비도 오후에는 갤 것이다. 제천으로 들어가며 박달재를 넘었다. 고개를 넘으며 ‘울고 넘는 천등산 박달재’ 노래를 흥얼거렸다. 터널로 연결된 박달재에서 이제는 왕거미 집을 짓는 고개와 굽이를 찾을 수 없다.

편하기는 하지만 그 편함에 이야기를 잃어간다. 구불거리는 고개를 넘던 때와 맛이 다르다. 의림지에 도착한 것은 오후 세 시. 시간이 지나면서 가늘어졌던 빗줄기는 이제 이슬비가 되어있었다. 의림지는 그리 큰 규모가 아니었다. 아담해 보였다. 하지만 그 작은 호수가 충청도를 호수 서쪽의 호서지방으로 부르는 기준이 되었단다.

의림지에는 오리보트가 떠다닌다. 페달을 밟아야 앞으로 나아간다. 2004년 10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그곳에서 먼저 오리모양의 배를 탔다. 네 명이 탈수 있는 인력선이었다. 자전거 페달 같은 것을 발로 돌려 앞으로 나아갔다. 생각해보라. 삼국시대 만들어져 1천5백년쯤의 세월을 지내온 호수에서의 뱃놀이를…. 뱃놀이를 하면서 아주 오랜 과거인 삼국시대가 지금의 우리와 전혀 관계가 없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뱃놀이는 충분히 낭만적이었다.

배에서 내린 뒤에는 저수지 주변을 산책했다. 주변의 둘레는 1.8km. 둘레를 서둘러 돌아본다면 30분 정도의 시간이면 충분하겠지만, 우리 가족은 한 시간도 넘게 걸렸다. 순조 7년(1807)에 세워진 영호정과 1948년에 건립된 경호루 등 아름다운 정자에 눈길도 주고, 막 꽃을 피우기 시작한 코스모스며 과꽃들과 이야기도 나눴다. 특히, 제방 주변의 아름다운 소나무 숲길은 의림지를 더 돋보이게 했다.

순조 7년에 세워졌다는 영호정. 2004년 10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순조 7년에 세워졌다는 영호정. 2004년 10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의림지와 그 주위를 지키는 소나무와의 만남. 2004년 10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의림지와 그 주위를 지키는 소나무와의 만남. 2004년 10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소나무들이 참 예쁘네.” 다솜이는 의림지에 서 있는 소나무들의 멋진 모습에 몇 번이나 감탄을 했다. 그 소나무들은 허리가 굽었거나, 가지가 비틀어져 있었지만 마음이 넉넉한 경치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시골 할아버지가 떠오르는 그 소나무들은 해질녘이 되면 구수한 옛날이야기 한 자락을 들려 줄 것 같았다.

의림지에서 나와 치악산으로 향했다. 원래는 계곡의 야영장을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처음이니만큼 무리일 듯싶어 금대자동차야영장을 택했다. 처음 야영을 준비하다보니 가족 수대로 침낭을 챙기는 것 등 빠진 것도 몇 가지 있어 준비가 좀 미흡하더라도 지내기에 편한 자동차 야영장이 나을 것 같았다. 금대 야영장은 자동차와 텐트가 한자리에 있을 수 있는 자동차 야영장이다.

의림지 근처의 소나무길. 2004년 10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의림지 근처의 소나무길. 2004년 10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차 한대에 텐트 하나가 딱 들어가는 구조는 아니었지만 어떻든 주차 공간과 텐트 설치 공간이 맞닿아 있어 편한 곳이다. 텐트 설치를 마치고, 돼지고기 바비큐로 저녁식사를 했다. 준비한 찬이 많지는 않았지만 야외에서의 식사는 늘 꿀맛이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아이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가끔 여행지에서도 텔레비전에 눈과 귀를 빼앗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텐트에서는 다른 숙박시설과 달리 대화를 방해하는 것들이 하나도 없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무척 심심해했지만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게임도 하다 보니 텔레비전을 보는 것보다 즐겁다고 했다. 자동차야영장의 조명이 꺼진 것은 밤 11시. 우리 가족도 잠을 청했다. 간간히 빗방울이 떨어졌다. 가볍게 내리는 빗방울 소리를 텐트 속에서 듣고 있으니 그 소리가 타악기의 연주 같았다. 빗소리가 오래 가지는 않았다. 빗소리에 잠잠했던 풀벌레들이 노래를 시작했다.

귀뚜라미며 여치, 그리고 이름을 알 수 없는 여러 풀벌레들…. 초등학교 3학년인 다솜이가 “풀벌레 소리가 참 듣기 좋네”라며 신기해했다. 그렇게 듣기 좋은 풀벌레 소리를 자장가 삼아 우리는 잠에 빠져 들었다.

물 맑은 치악산 계곡의 풍경. 2004년 10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물 맑은 치악산 계곡의 풍경. 2004년 10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둘째날. 주변 텐트의 부지런한 소리에 잠에서 깨었다. 텐트 밖으로 맑은 하늘이 보였다. 얇은 구름을 뿌려 놓은 푸른 하늘이 제법 가을 분위기를 내는 듯 했다. 한참 동안 그 하늘을 보았다. 구름이 빠른 걸음으로 봉우리를 넘고 있었다. 구름은 늘 그렇게 산을 넘고, 늘 그렇게 건물과 빌딩을 넘었을 텐데 참 오랜만에 그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아침 식사를 하고 계곡 길을 따라 산책을 했다. 물소리가 상쾌했다. 신라시대 때 의상대사가 만들었다는 영원사까지 다녀왔다. 그 절집은 아늑한 곳에 자리를 잡았지만 오래된 건물은 자취를 찾을 수가 없었다. 지금 막 대웅전을 짓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영원사까지 다녀오는 두 시간 동안 물길을 몇 번 건넜다.

영원사 주변의 계곡물. 물이 참 맑다. 2004년 10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영원사 주변의 계곡물. 물이 참 맑다. 2004년 10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물이 참 맑다. 바닥의 돌들이 선명하게 보인다. “당연히 1급수겠지….” 환경에 대해 배우면서 1급수에서 5급수까지를 배웠던 아이들이 치악산 금수계곡의 그 맑은 물에 당연하다는 듯 1등급을 주었다. 등산로에는 꽃도 많이 피어 있었다. 빨갛게 가을을 기다리는 물봉선화가 특히 고운 자태였다.

영원사까지 다녀온 뒤 야영장 아랫마을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식사를 마친 뒤에는 계곡물이 잘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한참 동안 물 흐르는 소리를 들었다. 맑은 물과 상쾌한 바람 속에서 보낸 하루는 짧기만 했다. 의림지와 치악산 여행을 마치고 대전으로 돌아오는 길. 하늘에 멋진 노을이 깔렸다. 하늘이 높아져 있다. 가을이 가까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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