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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갯벌체험] 강화 여차리 갯벌, 바다는 끝없고 푸른 하늘 나직한데..
[갯벌체험] 강화 여차리 갯벌, 바다는 끝없고 푸른 하늘 나직한데..
  • 김은주 객원기자
  • 승인 2005.09.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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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여차리 갯벌에 모여든 새들. 2005년 9월. 사진 / 김은주 객원기자
반짝이는 여차리 갯벌에 모여든 새들. 2005년 9월. 사진 / 김은주 객원기자

[여행스케치=강화] 세계 3대 갯벌로 꼽히는 강화의 갯벌. 동막 해수욕장의 갯벌은 인파에 시달려 제 모습을 온전히 지키지 못하고 있지만 조금 떨어진 여차리 갯벌은 여전히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아이들은 그늘 한 점 없는 한여름의 바닷가 갯벌에서 벌써 몇 시간째 놀면서도 지친 기색이 조금도 없다.

“많이 잡았어?” “그냥 게 몇 마리요. 이거 보세요. 손바닥을 깨물어요.”

조그만 방게 한 마리가 아이의 손바닥 위에서 꼬물거린다. 갈매기들이 호시탐탐 뻘 위에 드러난 게들을 노리고 있고 아이들은 뻘을 온몸에 묻힌 채 깨득깨득 웃음을 물고 있다. 아이들에겐 오히려 이 뜨거운 여름이 축복인 모양이다.

여차리 갯벌. 이른 아침 햇살에 반짝거리는 모습이 한없이 풍요롭다. 2005년 9월. 사진 / 김은주 객원기자
여차리 갯벌. 이른 아침 햇살에 반짝거리는 모습이 한없이 풍요롭다. 2005년 9월. 사진 / 김은주 객원기자

갯벌 위에서 아득한 수평선을 바라보고 서 있는 일이 어른인 나에게는 꽤 힘든 일인데 말이다. 찐득찐득한 강화 동막 해수욕장의 뻘은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시달려서 제 모습을 온전히 지키지 못하고 있는 곳이다.

그런데도 갯벌의 놀라운 생명력은 게, 갯지렁이, 조개 따위들을 열심히 키워 내고 있었다. 바다의 청소부 갯강구 녀석들도 부지런히 돌 사이를 오가고 있다. 식구들끼리, 연인끼리, 혹은 친구들과 동막을 찾은 사람들은 곳곳에서 모자에, 양동이에 눈에 보이는 대로 게며 조개를 주워 담고 있다.

먹기에는 지나치게 작은 것들인데도 재미로 잡고 있는데, 서울에서 왔다는 아저씨는 해물탕 끓여 먹을 거라고 자못 호기롭게 말한다. “뭐 잡다 보면 언젠가는 이 통 가득 차지 않겠어요?” 작은 삽까지 미리 준비한 것을 보면 단단히 마음먹고 찾아온 모양이다.

갯벌에 화석처럼 누워 있는 작은 게 한 마리. 2005년 9월. 사진 / 김은주 객원기자
갯벌에 화석처럼 누워 있는 작은 게 한 마리. 2005년 9월. 사진 / 김은주 객원기자

그냥 거기 그대로 두는 것이 가장 아름답게 자연을 누리는 일이라는 걸 모르는 이들이 너무 많다. 안타까운 일이다. 한참을 돌아다녔더니 샌달 끈이 그만 툭 끊어지고 말았다. 아무래도 신발을 신고 들어간 것이 잘못인가 보다.

뾰족한 돌이며, 사람들이 버린 유리 조각들이 보여서 맨발로 걷기가 두려웠던 것인데, 낭패다. 신발을 벗어 들고 맨발로 갯벌 위에 섰다. 발가락 사이로 삐지직 올라오는 뻘을 있는 그대로 느끼려고 한 뒤에야 갯벌도 더 이상 내 발걸음을 비척대게 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그랬어야 하는데, 괜히 이것저것 사소한 두려움이 많았던 게다. 아이들처럼, 사념이 없는 꼬맹이들처럼 갯벌을 만나야 하는 것을. 사람들로 붐비는 동막에 비해 화도면에 있는 여차리 갯벌은 한가하고 여유롭다.

소금물에서도 잘 사는 염생 식물 나무재. 색깔이 곱고 화려하다. 2005년 9월. 사진 / 김은주 객원기자
소금물에서도 잘 사는 염생 식물 나무재. 색깔이 곱고 화려하다. 2005년 9월. 사진 / 김은주 객원기자

이른 아침, 부지런한 갈매기들만 먹이를 찾아 분주한 시간이다. 배를 손질하고 그물을 매만지는 어부의 손길 뒤로 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풍성한 갯벌이 새로운 하루를 앞두고 몸을 뒤챈다. 풍요로움. 이 풍경 앞에서 떠오르는 가장 적당한 말은 바로, 풍요로움이다.

화도면 여차리 갯벌을 포함한 강화도 남단 갯벌은 세계 3대 갯벌 중의 하나다. 무려 4천만 평에 이르는 드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여차리 갯벌은 천연기념물 205호인 저어새가 잊지 않고 해마다 찾아오는 곳으로 학술적으로도 중요한 곳으로 꼽힌다.

언젠가는 이곳도 새만금처럼 간척 후보지가 되고 개발과 보존이 서로 싸우다가 결국 사람도 자연도 상처받고 마는 일이 생길까 봐 괜히 걱정이 앞선다. 독일처럼 모든 갯벌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보호하는 생각은 할 수 없을까?

한때 바다를 누비던 흔적은 누렇게 녹이 슬어 있었다. 2005년 9월. 사진 / 김은주 객원기자
한때 바다를 누비던 흔적은 누렇게 녹이 슬어 있었다. 2005년 9월. 사진 / 김은주 객원기자

육지의 온갖 쓰레기를 제 몸으로 다 받아들여 깨끗이 정화하는 천연 하수 처리장을 많은 돈 들여 망가뜨리려고 하는 것을 우리는 너무 여러 번 반복하고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여차리 갯벌은 그림처럼 아름답다.

소금기가 있는 곳에서도 잘 자라는 화려한 칠면초가 바람에 가만히 흔들리는 모습, 이따금 잊은 듯이 한번씩 울어 대는 갈매기들, 툭툭 튀어 오르며 나 여기 있다고 꼬리를 흔드는 조그만 짱뚱어들까지. 마음까지 덩달아 반짝거리게 만드는 풍경이다.

“사람들은 좋다고 하더만, 나야 뭐 우리 집 앞이니까….” 아침을 먹으러 들어간 식당 주인아주머니 말처럼,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여겨지는 풍경들이 진짜가 아니겠는가.

Info 가는 길
강화대교 또는 초지대교를 건너 길상면 방향 좌회전 -> 분오리돈대 옆 동막해수욕장 -> 해안도로 타고 화도면으로 가다보면 미루돈대와 여차리가 나온다.

Tip. 여차리 갯벌은 동막 해수욕장에서 화도면 방향으로 20분 정도만 더 차로 달리면 나온다. 갯벌과 어떻게 친해져야 할지 모르겠다는 분들은 ‘강화갯벌센터’에 찾아가 볼 것을 권하고 싶다. 화도면 여차리에 있는 ‘강화갯벌센터’에서는 갯벌을 낯설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갯벌 생태 교육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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