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순천]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 속에 들어간다. 조계산 보리밥집에서 한 끼 먹으려면 1시간의 등산을 각오해야 한다. 조계산 첩첩산중에 오롯이 서 있는 조계산 보리밥집.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쉬지 않고 등산객을 맞는 이 곳은 전국 팔도에서 찾아드는 손님으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조계산 보리밥집 모르는 사람 없지라잉.” 600m 고지인 조계산 굴목재에 20년 된 보리밥집을 두고 하는 말이다. 76년부터 조계산 바로 이곳에 들어와, 집 짓고 호롱불 비추며 오고가는 등산객을 위해 보리밥을 지었다.
쟁반 한 가득, 상추, 무청, 감자떼, 가지, 콩나물, 돈나물, 미나리, 깻잎, 고추, 된장, 고추장, 그리고 구수한 된장국. 그리고 붉은 콩을 넣어 지은 보리밥까지.
“먼저 깻잎에 밥 싸서 된장이랑 드셔보그래잉.” ‘자기 집처럼 편안하게’를 강조하는 최석두 사장의 구수한 입담은 보리밥집의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반찬이다. 밥 때가 되면 몇 백명씩 손님이 들이닥치는데 그 와중에도 틈틈이 손님들과 대화를 한다.
돈나물 한 접시에서부터 보리밥 숭늉까지 밥집 주인 두 내외가 직접 밭을 일구고 논을 갈구어 내어놓은 밥상이다. 갖가지 나물과 된장, 고추장을 넣고 비벼 한 숟 가득 떠 입안에 넣으니, 씹을 필요도 없이 목구멍 속으로 첨벙. 이게 바로 보리밥이다.
직접 담은 동동주 한 사발로 먼저 입가심하고,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 앉아, 천혜 풍광 바라보며 허허 웃을 수 있는 사람, 조계산 보리밥집은 바로 그들을 위한 곳이다. 장안에서 차로 비포장길을 올라오는 샛길도 있지만, 역시 발품 팔아 산을 오르다 들러 먹는 보리밥이 제 맛이다.
여름이면 토종 감자 삶아 내어주고, 겨울이면 화롯불에 군밤 구워 내어주는 조계산 보리밥집은 20년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보리밥을 지었다. 가족들과 함께 건강 보리밥 한번 맛보러 순천으로 떠나지 않을랑가잉…?
Info 가는 길
자가운전 _ 호남고속국도 주암IC -> 삼거리에서 좌회전 -> 100m가서 우회전 -> 송광사 이정표 따라 가다 갈림길 -> 송광사로 들어가지 말고 직진해서 7분간 직진 -> 송광면소재지 -> 다리를 건너 좌측으로 운전 -> 천좌암 하차 -> 도보로 40분
대중교통 _ 순천역 -> 1번 버스(40분가량 소요) -> 선암사 하차 -> 등산로 따라 중턱까지 오르면 -> 조계산 보리밥집
Tip. 주변 여행지
조계산에 있는 사찰, 선암사와 송광사, 낙안민속마을과 주암호, 상사호, 철새 도래지 순천만을 둘러보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