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영천] 대구에서 자동차로 40분거리. 경북 영천 화산면. 폐교가 근사한 미술관으로 재탄생했다. 대구 사람들까지 찾아와서 전시회를 구경하고 카페에서 식사를 하고 간다는데. 대구 경북 사람들에게 문화 컨텐츠를 제공하고 있는 시안 아트센터를 다녀왔다.
운동장 가로 3층 짜리 건물보다 높이 자란 플라타너스 몇 그루가 늘어서 있다. 참 오랜 역사를 가진 학교였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대문을 들어섰다. 운동장에는 파란 잔디가 자라고, 군데군데 조각품들이 제모습을 자랑하고 있다.
시골 미술관을 이야기하면, ‘시골에 무슨 미술관? 돈 많은 사람이 돈 자랑한 거 아녀?’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시안 미술관 정문을 들어서는 순간 방문객은 천박했던 고정관념을 지워야 한다.
“30여 년간 미술품들을 수집했고, 폐교를 미술관으로 개조하는 데 7년, 개관한 지 2년째 됩니다. 이제는 건강한 뿌리를 내리고 있지요.” 변숙희 미술관장의 설명이다.
시안미술관은 경북지역에 둘 뿐인 정부 등록 제1종 미술관이다. 국내외의 다양하고 가치 있는 미술품을 수집하고 연구하며, 소중한 미술작품을 보존하고, 또한 다양하고 수준 높은 전시와 교육 프로그램을 통하여 지역의 미술 애호가 및 시민들에게 새로운 문화 컨텐츠를 전하고 있다.
문화컨텐츠를 쉽게 접하고, 그것들에 관한 지식을 많이 가져야 선진사회이고, 선진시민이 된다. 시안미술관은 지식을 전하고 미술품을 향유하게 하고 선진화 된 교육 프로그램들을 제공하는 편안한 미술관이다.
미술관의 부재로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문화를 접하게 하고, 수도권에 뒤쳐지지 않는 수준 높은 문화예술을 감상할 기회를 제공한다. 그 결과 시안미술관은 지역에 소중한 ‘우리미술관’으로 자리잡고 있다.
“문화예술은 우리 인류의 마지막 가능성이란 말이 있지요. 문화예술의 힘은 그 어떤 그것보다도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구 경북 시도민 모두가 문화 예술을 사랑하는 문화시민이 되어 문화도시, 문화 강대국 국민으로 거듭나길 바랍니다.”
변숙희 관장은 미술관 운영이 공익사업임을 강조한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운영하는 미술관. 하지만 우리나라의 미술관들은 너무나 힘겹게 운영되고 있다.
문화정책의 후진성, 지원의 부족, 인식의 부족과 의식부재 등 여러 가지 좋지 않은 환경에서 미술관의 관장들은 사비를 털어 가며 미술관에 빠져 산다.
변숙희 관장은 “관장이 주인이 아니고 미술관을 찾는 우리 모두가 주인인 미술관”을 꿈꾼다고 한다. 그래야 사람의 수명보다 예술품의 수명이 길다는 명제가 입증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