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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여행플래너 제안 1박2일 가족 여행~ 눈꽃열차도 타고, 즐길 거리도 많고!
여행플래너 제안 1박2일 가족 여행~ 눈꽃열차도 타고, 즐길 거리도 많고!
  • 김진용 기자
  • 승인 2006.02.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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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아름다운 설경을 감상하면 달리는 기차여행. 2006년 2월. 사진 / 김진용 기자
아름다운 설경을 감상하면 달리는 기차여행. 2006년 2월. 사진 / 김진용 기자

[여행스케치=강원] 강원도행 눈꽃열차는 대부분 서울 청량리를 출발해 태백이나 정동진을 돌아온다. 하지만 열차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다보니 지루하고 단조롭다는 의견도 많다.

짧고 굵게 눈꽃 열차를 즐기면서 승용차로 다양한 체험도 할 수 있는 일정은 없는지 ‘여행 플래너’와 함께 찾아 나섰다. 5년째 여행 플래너 일을 하고 있는 최정규씨는 꼭 청량리에서 출발해 강원도까지 와야만 눈꽃열차냐고 묻는다. “개별적으로 여행을 즐기다 설경이 아름다운 구간만을 택해 열차를 타면 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기존 눈꽃열차 구간에는 잘 포함되지 않지만, 동해역에서 태백역으로 태백산맥을 넘어가는 철로 구간이 가장 환상적이란다. 동해·삼척을 여행하고 태백산을 비롯한 태백의 여행지도 즐길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는 것이다. 그가 제안한 1박2일 가족여행 일정을 따라가 보자.

여행플래너가 권하는 2월의 삼척과 눈꽃열차 여행

첫째 날
08:00 승용차 출발(서울 및 수도권 기준)
11:30 삼척 도착
12:00 ~ 13:00 점심식사-삼척 주막식당(소라찜 또는 아귀찜)
13:10 ~ 13:40 우리 전통 건축의 백미-죽서루
14:20 ~ 17:20 동양 최대의 석회동굴 환선굴과 중요민속자료(너와집,굴피집,통방아)
18:00 ~ 19:10 강원 남부 유일의 온천-삼척온천 & 찜질방
19:20 ~ 20:20 저녁식사-삼척 항구식당(도루묵 맛집)
20:30 ~ 21:00 오징어배 불빛 & 삼척 밤바다 즐기기
21:10 숙소 입실

둘째 날
07:20 ~ 08:00 동해시 추암 해변에서 해맞이
08:10 ~ 09:00 아침식사-동해안 이색 해장국 곰치국
09:48 ~ 11:05 태백산맥을 넘는 환상의 눈꽃열차(동해역09:48분 승차 → 태백역11:05분 하차)
11:20 ~ 12:30 태백산에서 눈조각 작품 즐기기 + 태백석탄박물관
12:45 ~ 13:40 점심식사-태백 너와집 한정식(강원 산골 음식을 너와집 고가에서 즐긴다)
14:00 태백역 도착
14:25 ~ 15:55 눈꽃열차로 동해역으로 이동(태백역14:25분 승차 → 동해역15:55분 하차)
16:00 동해 출발 & 귀가

삼척 해수욕장 부근의 새천년 해안도로. 2006년 2월. 사진 / 김진용 기자
삼척 해수욕장 부근의 새천년 해안도로. 2006년 2월. 사진 / 김진용 기자

1day
오전 8:00 ~ 오후 5:20 삼척 도착&둘러보기
수도권에서 아침 8시에 출발해 영동고속국도를 타면 11시 30분쯤 바다 내음이 물씬 풍기는 삼척에 도착한다. 다른 지역에서 출발해도 식사 시간에 맞춰 삼척에 도착하는 것을 기준으로 한다.

우선 해물찜으로 점심식사. 삼척에서 아귀찜과 소라찜, 그리고 삼보잡탕이나 알탕하면 우선 25년 내력을 지닌 해물찜 요리의 명가 <주막식당>을 꼽는다.

죽서루는 주변에 이런저런 시설이 들어서면서 과거의 풍치를 많이 잃었지만, 그래도 죽서루에 오르면 멀리 안개에 싸여 병풍처럼 펼쳐진 고산준령이 여행객의 마음을 차분하게 한다.

오십천이 휘도는 강변에 세워진 죽서루는 자연석을 깨뜨리거나 다듬지 않고 그대로 초석으로 삼아 기둥을 세운 자연미가 돋보이는 누각이다. 삼척 시내를 벗어나 태백 방향으로 30분 정도 가면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동양 최대의 석회동굴 환선굴에 닿는다.

삼척 해수욕장 야경. 2006년 2월. 사진 / 최정규
삼척 해수욕장 야경. 2006년 2월. 사진 / 최정규

매표소 지나 환선굴로 오르다 보면 너와집과 굴피집, 그리고 통방아와 같은 중요민속자료가 재현돼 있는데, 내부를 구경하는 것도 놓칠 수 없는 재미. 볏짚을 구할 수 없었던 산간이나 화전마을에서 나무껍질을 이용해 지붕을 얹어 생활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오후 6:00 ~ 밤 온천욕&밤바다
삼척으로 돌아와 겨울 온천욕을 즐긴다. 동해·삼척을 비롯한 강원 남부 지역에 그동안 온천다운 온천이 없었는데, 지난해 지하 1,017m에서 솟아난 온천수를 이용한 대규모 온천이 시내에 들어섰다. 온천탕 외 찜질방, 헬스장, 수면실, 수영장, 골프장 시설을 갖춰 온 가족이 즐기기에 좋다.

항구식당 도루묵 조림. 2006년 2월. 사진 / 최정규
항구식당 도루묵 조림. 2006년 2월. 사진 / 최정규

저녁식사는 1년 내내 도루묵 조림과 구이 별미를 권한다. 도루묵 생선에 소금을 알맞게 뿌려가며 노릇노릇하게 굽던가 고추장을 풀어 빨갛게 조림을 하면 맛이 일품이다.

 밤에 삼척 해수욕장으로 나가면 가로등 불빛에 백사장이 주황빛으로 물들어 낭만이 있다. 뭣보다 오징어잡이배에서 피어오르는 하얀 어화와 함께 동해안의 밤이 깊어간다. 해수욕장 주변 신설 모텔과 민박 시설이 꽤 많아 저렴한 가격으로 깔끔한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2월엔 예약이 필요없다.

Info “기차에서 본 눈이 너무 예뻐요!”
귀여운 딸 둘을 데리고 눈꽃열차에 오른 이윤자씨. 동해 못 미쳐 있는 친가에 들렀다 원주의 시댁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이씨에게 이 기차는 친정 가는 눈꽃열차이기도 한 셈이다.

동해~태백 구간과 증산~영월 구간의 설경이 특히 아름답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기차에서 눈을 본 적이 있냐고 물었다. “하늘만큼 땅만큼” 많이 쌓였더란다. 12월초만 되면 택시들이 스노우타이어를 장착하는 곳이 태백이다.

눈이 쌓여야 경기가 사는 도시다. 열차에서 만난 또 다른 태백 아저씨는 올해는 눈이 좀 늦다며 은근히 조바심이다. 하지만 1월말로 접어들면 다시 경기가 좋아지리라 확신하고 있었다.

2day
고도가 높은 철로 구간이라 신기한 풍경이 많다. 도계에서 심포리 구간에 스위치백 시설이 있다. 한마디로 급경사를 오르기 위해 경사를 나누어 오르는 지그재그형 철로 구간이다. 도계를 지나 전진하던 열차가 철로가 끊기는 부분에서 1.5km 정도 후진한다.

왔던 곳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비스듬히 뒤쪽 위로 난 철로를 따라 후진하면서 경사를 오르는 것이다. 어느 정도 고도에 오르면 다시 다른 철로로 전진하며 경사를 오른다. 철바퀴는 타이어보다 경사를 오르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생겼다.  2,3년 내 일명 ‘또아리굴’ 방식으로 대체할 지 연장운행할 지 논의 중인 명물이다.

추암 해변의 일출. 2006년 2월. 사진 / 최정규.
추암 해변의 일출. 2006년 2월. 사진 / 최정규.

오전 7:20 ~ 오전 11:05 동해 추암 일출&눈꽃열차
삼척 해수욕장에서 해안을 따라 10분 정도만 오르면 동해 추암 해변에서 일출을 맛볼 수 있다. 아침식사는 이색 해장국 곰치국. 동해·삼척 지역에서 “곰치국 맛있는 줄 모르겠다” 하면 “아직 술을 덜 마셨군” 한다.

입안에서 그냥 녹아버리는 흐물흐물한 곰치살도 곰치살이지만, 시원한 국물이 속을 풀어준다. 식사를 마치면 드디어 눈꽃열차! 동해역 광장에 무료 주차하고 동해역에서 오전 9시48분에 출발하는 새마을호를 타면 1시간 20분 정도면 태백역에 도착한다. 항상 좌석이 남는 구간이다.

영동 지역에서 영서 지역으로 산악 지대를 단번에 오르기 때문에 풍치가 뛰어나다. 게다가 우리나라 유일의 지그재그형 ‘스위치백’ 구간을 포함하고 있어 이색적인 재미까지 더한다. 산간 마을도 까마득히 아래에 펼쳐진다.

군데군데 어두운 터널과 새하얀 고원이 펼쳐 보이는 명암의 변주, 열렸다가 닫히고, 다가왔다 멀어지곤 하는 고원의 설경이 이 구간의 묘미다. 갈 때는 왼쪽, 올 때는 오른쪽 풍경이 더 낫다.

너와집 한정식. 메밀전병, 수수범벅, 김치부꾸미 같은 강원도의 토속 음식을 맛볼 수 있다. 2006년 2월. 사진 / 김진용 기자
너와집 한정식. 메밀전병, 수수범벅, 김치부꾸미 같은 강원도의 토속 음식을 맛볼 수 있다. 2006년 2월. 사진 / 김진용 기자

오전 11:20 ~ 오후 8:00 태백산 눈조각&귀가
태백역에서 택시로 10분 남짓이면 태백산 입구 당골 광장이다. 태백산 도립공원부터 할증요금이 붙어 1만원 가까이 요금이 나온다. 태백역에서 33번 시내버스도 간다. 당골 광장에서 1월에 태백산 눈축제가 벌어지는데, 그때 만들어진 새하얀 눈조각이 2월까지 남아 동화같은 세상을 펼쳐 보인다.

광장 옆 언덕의 태백석탄박물관에서는 탄광촌 문화를 형성했던 지역민의 애환을 느껴볼 수 있다.(태백시 관광안내소 033-550-2828) 태백산에서 내려와 시내의 <너와집 한정식>에서 강원도 산골 토속 음식으로 식사를 하자.

너와집 내부의 '코골' 시설. 난방을 하면서 동시에 방안을 밝히는 벽난로 시설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2006년 2월. 사진 / 김진용 기자
너와집 내부의 '코골' 시설. 난방을 하면서 동시에 방안을 밝히는 벽난로 시설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2006년 2월. 사진 / 김진용 기자

이 너와집은 태백산 지역의 120년 된 너와집을 그대로 옮겨온 것으로 건물 자체가 문화재급이다. 양반집으로 사용된 듯 현존하는 너와집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고, 나무김치독, 설피, 반다지, 멧돼지창 같은 생활유품도 전시돼 있다.

태백역으로 돌아와 오후 2시25분에 출발하는 무궁화호를 타고 동해역으로 되돌아오면 오후 3시55분이다. 오후 8시면 집으로 돌아올 수 있다.

Info ‘여행 플래너’란 어떤 직업?
여행목적과 구성원, 그리고 선호하는 내용과 일정을 고려해 종합적인 여행 플랜을 만드는 사람이다. 하지만 대형 여행사의 뻔한 패키지가 대부분인 요즘 심지어 플래너가 추천 여행지에 가보지도 않은 경우도 많다.

특히 국내여행지는 모두들 대충 알고 있다고 생각하므로 여행 플랜이 더 적은 것이 현실이다. 여행 플래너라는 직업은 이제 막 등장하고 있다. 최정규씨의 경우 여행사일을 겸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저런 단체나 개인에게서 여행 플랜을 짜달라는 의뢰가 잦은 편.

아직은 프리랜서로 일하기에는 시기상조이지만, 주5일 근무제가 일반화되면서 점점 독자적인 직업으로 자리잡을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좋은 여행 플래너는 여러 여행지를 비교할 수 있는 다양한 여행 경험이 필수이다.

또 탐방지에 대해 자세한 역사문화적 이해와, 길을 찾고 소요시간을 예측하는 지리적 이해가 뒤따라야 시간 내 효율적인 플랜을 꾸밀 수 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자신이 짜는 여행플랜을 내 가족, 내 친구들의 여행처럼 소중히 여겨는 마음가짐이다.

여행 플래너는 늘 하는 일이지만 여행객에게는 평생에 몇 안 될 소중한 추억을 만드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최정규 여행플래너. 2006년 2월. 사진 / 김진용 기자
최정규 여행플래너. 2006년 2월. 사진 / 김진용 기자

최정규 여행플래너
풍부한 여행 기획과 현장 가이드로서의 진행 경험을 바탕으로 발로 뛴 여행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몇 안되는 여행 플래너이다. 최근 펴낸 <친절한 여행책>도 호평받고 있다. 문화유적과 자연유산이 알차게 안배된 여행, 어른과 아이 모두가 즐거운 여행, 붐비지 않는 여행이 여행 플랜의 모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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