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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쫀득쫀득, 구수하면서도 담백한 맛! 겨울 구룡포에서 과메기가 승천한다?
쫀득쫀득, 구수하면서도 담백한 맛! 겨울 구룡포에서 과메기가 승천한다?
  • 노서영 기자
  • 승인 2006.03.27 07: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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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구룡포 과메기. 집집마다 과메기를 말리는 덕장을 가지고 있다. 2006년 2월. 사진 / 노서영 기자
구룡포 과메기. 집집마다 과메기를 말리는 덕장을 가지고 있다. 2006년 2월. 사진 / 노서영 기자

[여행스케치=포항] 포항 시가지에서 30여분을 달리면 도착하는 구룡포. 구룡포 하면 과메기를 빼놓을 수 없다. 강원도 바닷가 지역에서 생산되는 과메기에도 ‘구룡포 산’이라는 이름이 붙여져야 팔릴 정도로 구룡포 특산물이 된 과메기. ‘구룡포 과메기’는 생선 이름일까.

신라 진흥왕 시절, 장기 현감이 용주리(현재 구룡포 6리)를 순찰하는데, 돌연 하늘에서 천둥이 치고 폭풍우가 휘몰아쳤다. 그러더니 용 열 마리가 승천하는데 그 중 한 마리는 떨어지고 나머지 아홉 마리는 무사히 승천했다. 구룡포(九龍浦)란 이름은 이렇게 생겨났다.

과메기란 눈을 꿰어 묶은 생선이라는 한자어 ‘관목어(貫目魚)’에서 ‘관메기’, 다시 ‘과메기’로 불리게 됐다는 설과, ‘꼬아메기’라는 말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다.

음식을 달리 저장할 방법이 없던 옛날 생선의 눈을 꿰어서 부엌의 연기가 빠져나가는 살창에 걸어놓았더니 밤의 찬 기운과 음식을 할 때의 뜨거운 바람이 생선을 얼렸다 녹였다 했다. 며칠을 그렇게 얼리고 말리면서 생선을 먹었더니 겨울 내내 먹어도 상하지 않고 맛이 좋았다. 과메기를 먹게 된 시초다.

아홉마리의 용이 승천했다고 해서 구룡포라 불리우는 마을 전경. 2006년 2월. 사진 / 노서영 기자
아홉마리의 용이 승천했다고 해서 구룡포라 불리우는 마을 전경. 2006년 2월. 사진 / 노서영 기자

이처럼 과메기는 생선을 찬 바람에 얼리고 녹이면서 말려 먹었던 생선을 말한다. 1960년대 이전에는 청어가 과메기의 주 대상이었지만, 이후로는 생산량이 많은 꽁치로 과메기를 한다.

구룡포는 영하 5도에서 영상 3도에 이르는 기후 조건을 가지고 있어 과메기를 하기에 최적이다. 또한 이곳 일대가 청정지역인 만큼 오염되지 않은 자연과 햇빛도 한 몫 더한다.

“과메기는 이르게는 9월부터 늦게는 이듬해 2월까지 할 수 있어요. 처음에는 가정집에서 먹을 만큼만 하던 것이 지금은 구룡포 일대 주민들 거의 다 과메기를 하지요.”

구룡포 이장 이진수씨가 구룡포 일대를 차로 돌면서 구룡포 덕장을 소개한다. 집집마다 과메기의 뼈와 내장이 패인 채 매달려 있다. 축축하게 물기가 서린 것은 막 걸은 것, 약하게 선홍빛이 도는 것은 이틀 정도 된 것, 외부 껍질이 살짝 마르고 거무스름한 빛깔이 돌면 3~4일 말린 것이다.

과메기를 말릴 때는 눈이나 비를 조심해야 하고, 살갗이 서로 닿아 붙어버리지 않게 조심스레 떼어주어야 상품가치를 좀더 높일 수 있다. 끈적끈적하면서도 물컹하게 씹히는 맛, 약간 비린내가 나지만 연하고 부드러워 목구멍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구룡포 마을 앞 바다 풍경. 2006년 2월. 사진 / 노서영 기자
구룡포 마을 앞 바다 풍경. 2006년 2월. 사진 / 노서영 기자

그뿐이랴, 과메기에 초고추장을 묻히고 미역이나 다시마 같은 해조류와 야채를 함께 먹으면 처음 먹는 이도 독특한 맛이라며 달려든다. 과메기에 함유된 단백질 속에 숙취 해독 작용을 하는 아스파라긴산이 많이 들어 있어서 술 도둑이 따로 없을 정도다.

그래서인가 겨울이면 과메기를 대고 먹는 이들도 많다. 구룡포에는 유난히 갈매기가 많다. 해변마다 무리지어 모였다가 인기척이 들리면 우르르 바다로 날아간다. 또한 갈매기는 행여나 과메기하고 버린 꽁치 대가리를 먹을 수 있을까 빙빙 덕장 주위를 맴돈다.

Info 가는 길
자가운전 _ 포항 종합 버스터미널 → 형산교를 지나면서 31번지방도를 타고서 포항공항을 지나 직진 → 구룡포읍 도착.
대중교통 _ 포항 종합버스터미널에서 200번 버스를 타고 구룡포읍 종점에서 하차.

바닷바람에 말리는 과메기는 꼬들꼬들해진다. 2006년 2월. 사진 / 노서영 기자
바닷바람에 말리는 과메기는 꼬들꼬들해진다. 2006년 2월. 사진 / 노서영 기자

Tip. 꽁치 과메기는 웰빙식품
고도불포화지방산인 EPA와 DHA의 함량이 높아 인체 내에서 혈관을 확장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혈압을 낮추고, 콜레스테롤을 저하시키며 또한 심근경색을 방지하고 각종 성인병 예방에 탁월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또한 과메기가 되는 과정에서 핵산이 증가하여 노화현상이나 뇌의 쇠퇴 등을 막아준다.

과메기 맛 보러 오세요
학산동 <감나무집> 식당
 
“저희 집은 국산 꽁치만을 사용해요!” 국산 꽁치는 많이 잡히지도 않고, 단가도 비싸서 요즘 국산 꽁치 쓰는 곳이 많지 않아요. 하지만 저희는 10년 동안 국산 꽁치만을 사용했습니다.

겨울이면 포항 주민들이 더 많이 찾아요. 맛이 다르거든요. 기름기가 적어 담백하고 선홍빛이 선명하지요. 냉동된 꽁치가 아닌 생물을 직접 경매를 통해서 사와요. 그리고 구룡포에 있는 저희 큰 집에서 말려서 식당으로 가져오니까 믿으시라니까요.

소비할 만큼만 과메기를 하기 때문에 택배로 배달하기는 어렵지만, 구룡포에 오시면 꼭 들러 주세요. 정통 과메기 맛을 보여 드릴께요.

대신동 <감나무 식당> 
“과메기를 숙성시키는 비법이 맛을 좌우합니다!” 요즘 과메기를 반으로 갈라서 3~4일 만에 후딱 말려 타지로 배송하곤 하는 게 태반이지만, 저희는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통과메기를 해요. 20년 동안 통과메기를 했지요.

과메기 맛을 아는 사람들은 통과메기를 찾지요. 해변가에 과메기를 말린다고 해서 다 맛있는 것은 아니에요. 적당한 바람과 적절한 온도는 물론이거니와 특히, 일조량은 너무 과했다가는 꽁치에 있는 기름이 산화되어 절은 맛이 날 수 있어 조심해야 합니다.

과메기는 통통 썰어 초고추장과 실파, 미역, 야채와 먹는 게 역시 제 맛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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