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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예천 삼강 나루터의 외로운 주막, 강물되어 흘러간 1백년 세월
예천 삼강 나루터의 외로운 주막, 강물되어 흘러간 1백년 세월
  • 박영오 객원기자
  • 승인 2006.03.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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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삼강리로 가는 길에 만난 당산목과 마을 쉼터. 정겨운 시골 풍경이 많이 남아 있어 그 길이 외롭지 않다. 2006년 3월. 사진 / 박영오 객원기자
삼강리로 가는 길에 만난 당산목과 마을 쉼터. 정겨운 시골 풍경이 많이 남아 있어 그 길이 외롭지 않다. 2006년 3월. 사진 / 박영오 객원기자

[여행스케치=예천] 이 시대에 마지막 남은 주막인 삼강 나루터 주막을 찾아가는 길. 하나 남은 희소성의 가치만큼이나 벼르고 별러 겨우 떠났는데,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 때문인지 아니면 먼 길을 떠나 주막에 이르는 나그네 마음이 되어서인지 답사의 설렘보다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외로움이 찾아가는 길 내내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삼강 나루터 주막은 행정구역상 경상북도 예천군 풍양면 삼강리에 있다. 삼강이라는 마을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본류인 낙동강과 지류인 금천. 내성천 이렇게 세 개의 강이 합쳐지는 곳이다.

삼강 나루터에는 마지막 주막이 남아있는데, 주막을 찾는 길손은 진작부터 없었고 주막을 지키던 주모마저 아쉽게 지난해에 돌아가 빈 주막만 ‘마지막’이란 수식어를 붙이고 홀로 남아 있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회룡포 마을. 물길이 360도 휘감아서 돌아간다. 2006년 2월. 사진 / 박영오 객원기자
전망대에서 바라본 회룡포 마을. 물길이 360도 휘감아서 돌아간다. 2006년 2월. 사진 / 박영오 객원기자

가끔씩 TV나 신문잡지에서 마지막 남은 주막이라고 보도해 더러 외지에서 찾는 사람이 있어 그 외로움을 덜어주었다는데, 이제는 주막 홀로 남아 그 생명을 다해가는 것 같다.

주막이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무슨 생명이 있겠는가만, 그래도 주모가 살아있을 동안은 하나의 생명체처럼 겨우 숨을 쉬며 생명을 유지했는데, 주모가 이승을 하직하자 주막도 그 생명을 다 했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

화룡포 전망대로 가는 길. 낙동강 지류인 내성천의 나지막한 다리가 볼수록 정겹다. 2006년 2월. 사진 / 박영오 객원기자
화룡포 전망대로 가는 길. 낙동강 지류인 내성천의 나지막한 다리가 볼수록 정겹다. 2006년 2월. 사진 / 박영오 객원기자

과거, 소금배가 낙동강을 거슬러 삼강 주막 나루터를 지나 안동까지 올랐을 그때는 이 낙동강이 지금의 철도와 고속도로를 대신해서 세상을 실어 날랐다. 소금배가 도착하는 날 때맞춰 장이 서면 몇 십리 인근 마을 사람들로 나루터가 북적거렸을 테고 주막도 덩달아 흥겨웠을 것이다.

철도와 신작로가 나고부터 소금배는 올라오지 않고 그 흥겨움은 사라진지 오래되었건만 그래도 근래까지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강나루를 건너는 사람들을 위해 주모 홀로 주막을 지켜왔다.

강 위로 시원스레(?) 다리가 놓이고부터는 강을 건너기 위해 나루터를 찾는 이마저 거의 없었으니 그 적적함이 깊고도 깊다. 주막은 흘러간 유행가 가사처럼 그야말로 초가삼간인데, 세월의 변화에는 어쩔 수 없는지 초가지붕이 슬레이트 지붕으로 바뀌었다.

회룡포 전망대로 가는 솔밭 오솔길. 멀지 않고 숲이 좋아 가족들과 걷기 좋은 휄빙 숲길이다. 2006년 3월. 사진 / 박영오 객원기자
회룡포 전망대로 가는 솔밭 오솔길. 멀지 않고 숲이 좋아 가족들과 걷기 좋은 휄빙 숲길이다. 2006년 3월. 사진 / 박영오 객원기자

관청에서 주막을 문화재로 지정한다고 하니 이 기회에 정겨운 초가지붕으로 원형을 다시 회복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주막 위로 큰 길과 다리가 놓여, 이미 주막으로 기능을 상실한지 오래였지만 우리들 마음속에는 여전히 주막하나는 남겨두고 싶었는가보다.

이 시대에 없어지고 잃어버린 것이 어찌 주막 하나뿐이겠는가? 숱하게 사라져가는 옛 정취 중에서 그래도 우리 곁에 꼭 하나 남겨두고 싶은 것이 주막이 아닐까 싶다.

주막 마당에 들어서며 “주모” 하고 부르면 방문이 벌컥 열리며 주모가 웃으며 반겨줄 듯해, 마음속으로 몇 번 부르다가 용기를 내어 작은 목소리로 “주모” 하고 불렀더니 방문은 여전히 잠긴 채 열리지 않았다.

삼강나루 주막과 주막의 애환을 지켜보는 느티나무. 2006년 3월. 사진 / 박영오 객원기자
삼강나루 주막과 주막의 애환을 지켜보는 느티나무. 2006년 3월. 사진 / 박영오 객원기자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동네 노인네들이 가끔씩 주막을 찾아 막걸리 잔을 나누며 그 옛날 소금배가 올라오던 그 때를 그리워하고 사공이 노를 저어 강을 건너던 지난날을 추억하며 주모를 위로했는데, 그때만 해도 주막이 가느다랗게나마 생명 줄이 살아있었는데, 이제는 찾아주는 노인들도 주모도 없는 빈 주막이 되었다.

주막 뒤뜰엔 주막의 나이보다 더 오래 살았음직한 느티나무 고목만 그 자리를 지켜보며 지난날의 흥겨움과 슬픔을 말없이 전해 주는 듯한데, 허물어져 가는 주막처럼 고목 또한 힘을 잃어가고 있다.

그리고 강둑을 내려서면 나룻배 한 척이 사공을 기다리고 있건만 역시 주인 잃은 주막처럼 쓸쓸해 보인다. 먼 길을 애써 찾아와 삼강 나루터 주막만 보고가기가 아쉽다면, 삼강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회룡포 마을을 찾아가보길 권한다.

회룡포는 마을 이름대로 낙동강 지류인 내성천이 용트림하듯이 마을을 감싸고돌아 가는데, 물길이 흰 백사장을 만들며 마을을 거의 360도를 휘감아 흐르기에 마을이 꼭 섬처럼 보인다. 회룡포 마을로 들어가기 앞서 꼭 들려야할 곳이 있는데, 바로 회룡포 전망대이다.

회룡포 전망대 길목에 있는 장안사. 이곳에 주차하고 전망대로 올라가면 된다. 2006년 3월. 사진 / 박영오 객원기자
회룡포 전망대 길목에 있는 장안사. 이곳에 주차하고 전망대로 올라가면 된다. 2006년 3월. 사진 / 박영오 객원기자

회룡포 전망대는 장안사 절 마당에서 걸어 올라가면 되는데, 한적한 소나무 숲길과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회룡포 마을의 시원스런 전망이 10여분 발품을 팔아 올라온 길이 전혀 아쉽지가 않다.

삼강 나루터 주막과 회룡포 마을을 찾아가는 길에는 아주 가끔씩 기적소리 울리며 다니는 기찻길과 작은 내(川)를 건너는 나지막한 다리, 넓게 펼쳐진 논과 밭 그리고 강마을 풍경이 물씬 배어 있어 고향마을처럼 정겹다.

아마 이런 아름다움 때문에 송승헌과 송혜교가 주연한 TV 드라마 ‘가을동화’의 촬영지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길손들이 주막을 찾아들 황혼녘에 오히려 주막을 떠나는데, 강 위로 붉게 노을 지는 석양을 바라보며 처음 찾아올 때부터 따라오던 알 수 없는 외로움에 젖는다.

언제 이 길을 다시 올 수 있을지, 그 때도 마지막 주막이 남아 있으려는지… 눈앞에 사라져가는 옛 정취가 아쉽기만 하다.

Info 삼강 주막은 행정구역상 경북 예천군 풍양면에 속해있지만, 회룡포 마을로 널리 알려진 예천군 용궁면 소재지를 기점으로 찾아가는 것이 더 좋다.
중부내륙고속국도 문경새재IC → 59번 국도 → 영순, 풍양 방향 이정표 → 낙동강을 가로 지르는 큰 다리 → 삼강리
중앙고속국도 예천IC → 34번 국도 → 용궁면, 용궁 단골식당 앞을 지나는 도로 → 59번 국도 좌회전 → 삼강리(약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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