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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놀멍쉬멍 제주도 비밀코스⑤] 위미리 동백나무군락, 신흥리 동백마을, 카멜리아힐
[놀멍쉬멍 제주도 비밀코스⑤] 위미리 동백나무군락, 신흥리 동백마을, 카멜리아힐
  • 송세진 여행 칼럼리스트
  • 승인 2015.01.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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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사진 / 송세진 여행 칼럼리스트

[여행스케치=제주] 이 계절에는 동백이다. 제주 동백은 가을부터 피기 시작해 4월까지 붉고 아름다운 꽃을 볼 수 있다. 겨울이 지겨워질 때쯤, 꽃을 보러 제주로 간다. 

신흥2리 동백마을의 표지석. 사진 / 송세진 여행 칼럼리스트
활짝 핀 진분홍의 겹동백이 예쁘다. 사진 / 송세진 여행 칼럼리스트
위미리 길가에서 만난 동백나무 숲. 꽃이 만발한 모습을 보여준다. 사진 / 송세진 여행 칼럼리스트

할머니 이야기를 듣는 동백나무군락 

위미항과 귤로 유명한 남원읍 위미리에는 볼거리가 하나 더 있다. 바로 동백나무군락. 그런데 이곳은 공원으로 꾸며놓은 ‘여행지’가 아니다. 할머니 한 분이 평생 동안 열심히 가꾸어 놓은 동백나무숲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18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맹춘이라는 17살의 어린 소녀가 이 마을에 시집을 온다. 그녀는 어려운 생활 속에서 해초를 캐는 등의 품팔이로 돈을 모았다. 35냥을 모아 ‘버득’이라 불리는 황무지를 사고, 농지로 개간을 시작했다. 그런데 농토가 바닷가에 있다 보니 바닷바람 때문에 농사를 짓기가 너무나 어려웠다. 할머니는 한라산에서 동백 씨앗을 따다가 이곳에 뿌려 방풍목을 조성했다. 동백나무가 어느 정도 자라자 동백이 제주 바다의 칼바람을 막아주기 시작했고, 덕분에 농사도 잘 되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이 숲을 ‘버득할망돔박숲’이라고 불렀다. ‘버득 할머니의 동백숲’이라는 의미로, 이곳에는 한 할머니의 노력으로 탄생한 크고 오래된 동백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할머니가 그랬듯이 제주에서는 동백나무를 방풍목으로 많이 사용한다. 그만큼 동백은 찬바람 속에 피어나는 강인한 꽃이다. 절개와 지조의 상징인 동백은 추운 날씨에 아름답고 싱그럽게 피었다가, 한참 예쁜 모습 그대로 통꽃으로 떨어진다. 그래서 동백나무 아래 서 있으면 ‘툭’하고 꽃 떨어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떨어진 꽃을 보면 시들어지지 않고 만개한 상태이거나 막 꽃봉오리를 열었을 것 같은 어린 모습이다. 꽃 떨어진 바닥은 화려하지만 조금 더 누려도 좋았을 꽃 처녀의 일생을 보는 것 같아 애잔한 감성이 든다.  

동백나무군락지에 시설물이나 편의시설 같은 것은 없다. 할머니의 농지를 바깥쪽으로 한 바퀴 걸으며 동백나무가 만든 꽃길을 즐긴다. 위미리에는 이곳 말고도 동백을 심어 놓은 사유지가 많다. 흔히 알려져 있는 빨간 잎에 노란 수술을 단 동백부터 꽃분홍의 화려한 겹꽃을 지닌 동백, 여린 핑크색의 장미처럼 생긴 동백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길을 가다 만개한 동백나무를 만난다면 잠시 길을 멈추고 꽃과 함께 사진도 찍고, 천천히 동백의 낙화를 즐겨보는 것도 좋겠다.  

제주살이를 체험하는 동백마을 
위미리가 바닷가에 있다면 신흥2리는 중산간 지역이다. 이곳에도 동백숲이 있는데 1973년에 제주도 지방기념물 제27호로 지정되었다. 동백 숲에는 동백나무 이외에도 참식나무, 생달나무, 귤나무 등이 있고, 보호수로 지정된 팽나무 고목 3주가 있다. 이곳 동백마을은 가장 늦게 동백이 피기 시작해, 가장 늦게까지 꽃을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동백마을은 여행자가 ‘제주살이’를 체험해 보기에도 좋다. 우선 이 마을의 역사가 시작된 설촌하르방 무덤과 무덤을 지키는 동자석이 보존되어 있고, 마을 포제와 포제단에서 전통 제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다. 인간의 땅에 만든 신의 집이라고 하는 ‘일레당’에서 신비한 기운을 느껴보고, 여쩌리 오름에서 트레킹도 해 본다. 신흥2리 주민센터 옆에는 동백마을 방문자 센터가 있다. 이곳에서 숙박도 하고, 여러 가지 마을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해 볼 수 있다. 동백꽃 줍기나 동백기름 착유, 동백비누 만들기 같은 동백꽃 체험과 한라봉, 천혜향, 레드향, 감귤 수확 같은 제주 농촌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다. 

신흥2리 동백마을 숲에서는 동백나무뿐 아니라 제주의 여러 나무를 볼 수 있다. 사진 / 송세진 여행 칼럼리스트
통 꽃으로 떨어져 애잔한 감상이 드는 위미리 동백나무 군락의 동백꽃. 사진 / 송세진 여행 칼럼리스트 

동백 수목원, 카멜리아힐
‘카멜리아힐’ 이라는 이름처럼 동백의 언덕, 동백 수목원이다. ‘소녀시대’의 ‘윤아’가 이곳에서 광고 촬영을 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는데, 제주에서 가장 다양한 종류의 동백을 볼 수 있다. 산책로와 공원이 잘 만들어져 있어 아이와 함께도 좋고, 연인끼리 데이트 하기에도 좋다. 사실 동백은 피는 시기에 따라 춘(春)백, 하(夏)백, 추(秋)백, 동(冬)백 등 종류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동백나무가 종류대로 있는 이곳은 꽃을 볼 수 있는 기간도 꽤 길다. 유럽 동백, 애기 동백, 아시아 태평양 동백 등 지역별 동백나무가 있고, 야생화길, 전통 올레길, 새소리 바람소리길 등 꽃길도 다양하다. 수목원 측에선 꽃 피는 시기에 따라 관람자들의 동선을 달리하여 방문자들이 언제나 꽃을 보며 걸을 수 있도록 구성해 놓았다. 


카멜리아힐은 잘 꾸며진 수목원이자 공원이다. 동백뿐 아니라 계절마다 꽃을 볼 수 있고, 수류정, 마음의 정원, 전망대, 전통초가, 용소폭포 등 볼거리와 쉴 곳이 마련되어 있다. 보순연지와 와룡연지에서는 동백을 보기 힘든 여름에 연꽃을 즐긴다. 

동백군락지 가는 법 
내비게이션: ‘위미동백나무군락’ 검색(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 903)
대중교통: 제주국제공항에서 100번을 타고 제주시외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하차한 후 다시 730번 버스를 타고 천동 정류장 하차.

동백마을 가는 법 
내비게이션: ‘신흥2리 사무소’, ‘동백고장보전연구회’ 검색(동백고장보전연구회에서 동백마을 방문자센터 운영)
대중교통: 제주국제공항에서 100번을 타고 천수동 정류장에서 내린 후 다시 730번 버스를 타고 수망사거리 정류장 하차, 이후 수망가름 정류장으로 걸어서 이동한 후 910번 버스를 타고 이화농장 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다.

카멜리아힐 가는 법 
내비게이션: ‘카멜리아힐’ 검색(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안덕면 병악로 166)
대중교통: 제주국제공항에서 500번 버스를 타고 한라병원 정류장에서 하차한 후 다시 780번 타고 상창리 정류장에서 내린다. 이곳에서 940번 버스를 타고 동백동산 정류장에서 하차하면 된다.

사진 / 송세진 여행 칼럼리스트

음식과 숙박
털보네고양이: 위미항 근처에 위치하여 게스트하우스와 일본식 가정요리 키친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수다 떠는 털보와 요리하는 고양이’ 라는 간판이 손님을 맞이하는 이곳에선 일본식 덮밥과 해물야끼 우동 등의 식사와 생맥주, 사케, 이에 곁들일만한 치킨가라아게 등을 맛볼 수 있다. 게스트하우스는 4인 도미도리뿐 아니라 2인용 객실도 준비되어 있고, 조식으로 커피와 토스트가 제공된다. 음식 메뉴와 가격대는 흑돼지덮밥(7,500원), 닭튀김덮밥(7,500원), 치킨가라아게(1만2,000원) 등이며, 게스트하우스는 2인실 1박에 5만원, 도미토리는 1인 2만원이다.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남원읍 태위로 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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