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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놀멍쉬멍 제주도 비밀코스⑥] 화북에서 삼양까지 환해장성 따라 걷기
[놀멍쉬멍 제주도 비밀코스⑥] 화북에서 삼양까지 환해장성 따라 걷기
  • 송세진 여행 칼럼리스트
  • 승인 2015.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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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2015년 3월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2015년 3월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여행스케치=제주] 제주에도 성벽이 있다. 이름은 '환해장성(環海長城)'이다. 바다와 산만 기대했던 제주에 성벽이라니 왠지 신선하다. 생각해보면 누구보다 치열했던 침략과 방어의 역사가 있던 곳, 말이 나온 김에 화북에서 삼양까지 환해장성을 따라 걸어본다. 

적의침입을 알리는 통신사 역할을 했던 별도연대. 2015년 3월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적의침입을 알리는 통신사 역할을 했던 별도연대. 2015년 3월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목사김공정봉공비'에는 '김정'이라는 두 글자만 남아 있다. 2015년 3월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목사김공정봉공비'에는 '김정'이라는 두 글자만 남아 있다. 2015년 3월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침략과 투쟁의 역사  

300리 바닷길을 따라 성벽이 이어진다. 벽 아래로는 늙은 말이 바람을 피해 건초를 씹고, 한쪽에는 오래된 돌무더기가 쌓여 있다. 지난 가을에 올라온 갈대가 노랗게 말랐고 저 멀리 낮은 지붕들이 보인다. 해안의 굴곡에 맞춰 성벽이 보이다 말다 하는데, 안쪽은 그림같이 평화로운 어촌마을이다. 성 바깥쪽으로 넓은 벌판을 내려다 본 경험은 많이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성벽 너머로 보이는 건 짙푸른 망망대해, 성벽에 파도가 쉴 틈 없이 부딪힌다.  

횐해장성의 모습은 제주 14곳에 남아 있다. 2015년 3월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횐해장성의 모습은 제주 14곳에 남아 있다. 2015년 3월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성벽을 바람막이 삼아 한가롭게 풀을 뜯는 늙은 말. 2015년 3월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성벽을 바람막이 삼아 한가롭게 풀을 뜯는 늙은 말. 2015년 3월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환해장성은 제주의 역사와 함께 했다. 시작은 고려 원종 11년(1270년)으로 올라간다. 항몽항쟁을 벌이던 삼별초가 진도를 근거지로 삼자 나라에서는 그들이 제주까지 미치지 못하도록 1,000명의 제주도민을 동원하여 성을 쌓았다. 결과는 삼별초의 승리, 그들은 이곳으로 들어와 장성을 더 굳건히 쌓았다. 이를 시작으로 조선시대까지 지속적인 보수와 정비가 이어졌다. 

18~19세기에는 새로운 세력들이 들어왔다. 영국군함 등의 이양선이 자주 나타나자 이를 대비하기 위해 제주도민들이 다시 뭉쳤다. 성을 보수하고 쌓았는데, 지금 우리가 볼 수 있는 환해장성의 모습이 이 때 남은 것이다. 장성의 모습은 화북, 삼양, 애월, 북촌, 행원 등 14곳에 남아있다. 그 중에서도 화북과 삼양동 쪽은 성벽을 따라 볼거리가 많다. 

'별도연대(瞥刀煙臺)'는 '화북연대'라고도 불리는 일종의 통신 시설이다. 이것은 위급한 일이 있을 때 도내 각처에 빠르게 소식을 전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낮에는 연기로 밤에는 불빛으로 소식을 전했는데, 날씨가 흐리거나 비가 올 때는 연대를 지키던 사람이 직접 달려가 소식을 전했다고 한다. 판단력, 책임감, 순발력을 다 갖춰야 하고 급할 땐 달리기도 잘 해야 했으니 그 시절 최고 엘리트가 이곳에 있지 않았을까 싶다.   

화북포구에 있는 해신사. 2015년 3월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화북포구에 있는 해신사. 2015년 3월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여자의 몸매를 닯았다고 이름 지어진 새각시물. 2015년 3월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파도치는 삼양검은모래해변. 2015년 3월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제주의 해상관문, 화북 
‘환풍정(객사) 배를 내려 화북진에 당도하니 제주가 십팔경이라….’
우리 고전문학인 <배비장전>에 나오는 구절이다. 예로부터 화북은 제주를 대표하는 곳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화북포구는 조선시대 조천포구와 함께 제주의 관문이 되었던 곳이다. 이곳으로 부임하는 목민관뿐 아니라 김정희, 최익현 등 유배 오던 사람들도 화북포구를 통해 들어왔다. 그러니 외지인들에게는 화북포구가 제주의 첫인상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화북포가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제주도 9진 가운데 하나였지만 포구가 얕고 좁아서 풍랑이 일면 배가 서로 부딪히고, 피해가 많았다고 한다. 마침내 영조 11년에 목사 김정이 나섰다. 길이 210척, 넓이 21척, 높이 13척의 방죽을 쌓고, 선박 출입의 검문소인 영송정을 지었다. 그는 매일 현장에 나와 공사를 감독하고, 직접 손으로 돌을 나르고. 솔선수범 하여 한 달 만에 공사를 마쳤다. 이 때문인지 그는 과로로 쓰러져 순직하고 말았다. 화북포구에는 그를 애도하는 ‘목사김공정봉공비’가 세워져 있다. 지금은 모든 글씨가 바람에 깎여 나갔지만 ‘김정’이라는 두 글자만 남았다. 그야말로 그는, 이곳에 이름을 남겼다. 

'해신사(海神祠)'는 유교식으로 해신제를 지내는 곳이다. 순조 20년(1820년)에 제주 목사 한상묵이 건립했고, 관원과 공마 수송 등 물자를 이동할 때마다 해상 안전을 기원하기 위해 제를 지냈다. 해신제는 제주 목사를 중심으로 관에서 치르던 의례였는데, 20세기 들어서 어부와 해녀를 중심으로 제사를 지냈고, 최근에는 화북마을의 무사안녕과 생업의 풍요를 기원하는 마을제로 지내고 있다. 
 

여자의 몸매를 닯았다고 이름 지어진 새각시물. 2015년 3월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어촌의 이야기가 있는 삼양

삼양동은 삼양 1, 2, 3동과 도련 1, 2동의 다섯 개 마을로 이루어져 있다. 지금은 행정구역에 따라 숫자를 붙였지만 옛 이름들이 재미있다. 삼양1동은 호미모양을 하고 있다고 하여 ‘서흘포’ 또는 ‘설개’라 불렀고, 삼양2동은 단물이 많이 흘러나와 ‘감물개’라 불렀다. ‘도련’은 사면으로 모든 길이 이어져 있다고 하여 불리던 이름인데, 1동은 오곡이 풍성하고 지역이 평탄하여 부러워했고, 반면 2동은 허허벌판이어서 ‘맨돈지’라 불렀다고 한다.

걸음마다 궁금하고 재미있는 볼거리도 많다. 해안길에 있는 ‘새각시물’은 여자의 몸매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어디가 어떻게 각시를 닮았다는 건지 눈썰미가 없어 알아보질 못하겠다. 게다가 비석을 보면 웃음이 절로 난다. 

‘…… 해안도로 개설로 길 속에 뭍일 뻔, 보조금 받아 복원하였으니 아끼고 즐겨보세’ 

서체는 엄숙한데 보조금 받아 만들었다는 꾸미지 않은 글귀에서 소박한 정이 뚝뚝 묻어난다.


조금 더 가면 삼양동의 명물, 검은 모래해변이 나타난다. 특히 썰물 때 모래사장은 반사되는 빛이 유난하다. 파도가 빠져나가는 검은 모래 위로 햇빛이 강한 대비를 이루고, 그림자는 길고 진하게 늘어진다. 하얀 모래사장에 부드러운 낭만이 있다면 검은 모래해변에는 강렬한 임팩트가 있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모래사장에 발자국을 남기고, 자신의 그림자와 함께 기념사진 한 장을 찍어도 좋겠다.  

화북포구 가는 법 (화북포구를 시작점으로 별도연대, 삼양검은모래해변까지 걷기) 
내비게이션: ‘화북포구’, ‘해신사’, ‘별도올레쉼터’ 검색(제주시 진북길 9-2)
대중교통: 제주국제공항에서 100번 승차?화북남문 정류장 하차 

2015년 3월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2015년 3월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음식 - 착한튀김
이영돈PD의 <먹거리X파일>에서 ‘착한’ 집으로 선정한 즉석 튀김집으로 이름도 ‘착한튀김’이다. 매일 새 기름을 쓰고, 주문과 동시에 즉석으로 조리하기 때문에 튀김이 깔끔하고 바삭바삭 하다. 간장과 감귤소스, 직접 담은 피클, 떡볶이에 넣어먹는 튀김가루 등 맛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느껴진다. 가격은 튀김 개당 900원에서 1500원, 국물떡볶이 3000원, 세트1호(모듬 튀김 14개)는 1만2000원.  
주소: 제주도 제주시 진남로 6길 20 

2015년 3월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2015년 3월 사진 / 송세진 여행칼럼니스트

 

숙소 - 힐링80
화북포구 앞, 올레 18코스 중간쯤에 위치하고 있다. 조식은 예약자에 한해 가정식 백반을 먹을 수 있다. 가격은 도미토리(1인)는 2만원, 온돌방(2인 기준)은 5만원이다. 조식을 먹으려면 3000원 추가. 
주소: 제주도 제주시 화북1동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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